[인디言]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상상과 현실, 트릭아트 던전
2018.01.05 15:00게임메카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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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걷는데 이게 웬걸, 길 한복판에 거대한 구멍을 뚫려있다. 말로만 듣던 싱크홀이구나 싶어 놀라 뒷걸음질 치는데 주위 반응이 묘하다. 한쪽에서는 스마트폰으로 구멍을 찍고 또 누군가는 그 위를 유유히 걷질 않나. 그제야 눈을 비비고 다시 보니 특정한 각도에서 구멍이 뚫린 것처럼 보이도록 길에다 그림을 그려놓은 것. 바로 착시미술(트릭아트)다.
착시미술은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어 ‘속는 재미’를 선사한다. 아울러 나의 관점에 따라 대상이 완전히 다른 모습을 띨 수도 있다는 작은 깨달음도. 제7회 게임창조오디션에서 최종 우승한 ‘트릭아트 던전’은 이러한 착시미술의 묘미를 퍼즐 어드벤처로 풀어냈다. 과연 게임과 착시미술의 만남은 어떤 모습일지, 지원이네 오락실 한상빈 대표를 만나봤다.
거리를 걷는데 이게 웬걸, 길 한복판에 거대한 구멍을 뚫려있다. 말로만 듣던 싱크홀이구나 싶어 놀라 뒷걸음질 치는데 주위 반응이 묘하다. 한쪽에서는 스마트폰으로 구멍을 찍고 또 누군가는 그 위를 유유히 걷질 않나. 그제야 눈을 비비고 다시 보니 특정한 각도에서 구멍이 뚫린 것처럼 보이도록 길에다 그림을 그려놓은 것. 바로 착시미술(트릭아트)다.
착시미술은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어 ‘속는 재미’를 선사한다. 아울러 나의 관점에 따라 대상이 완전히 다른 모습을 띨 수도 있다는 작은 깨달음도. 제7회 게임창조오디션에서 최종 우승한 ‘트릭아트 던전’은 이러한 착시미술의 묘미를 퍼즐 어드벤처로 풀어냈다. 과연 게임과 착시미술의 만남은 어떤 모습일지, 지원이네 오락실 한상빈 대표를 만나봤다.
▲ 지원이네 오락실 강윤석 개발자(좌)와 한상빈 대표(우) (사진: 게임메카 촬영)
言 해피 뉴 이어!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한상빈: 지원이네 오락실에서 독립게임 ‘트릭아트 던전’을 만들고 있다. 본래 대형 퍼블리셔 N사에서 5~6년간 사업PM으로 근무했는데, 어려운 환경에서도 즐겁게 일하는 개발자들을 보며 큰 감명을 받았다. 나도 어려서부터 게임 개발을 꿈꿔왔기에 지난해 3월부터 독립해 개발 공부를 하게 됐다.
言 사명이 참 독특하다. 왜 상빈이 아닌 지원이네 오락실인가
한상빈: 첫째 딸 이름이 한지원이다. 어렸을 때 동네에 있는 철수네 슈퍼, 영희네 미용실 이런 상호가 참 친근하고 정겹지 않나. 나도 아이의 이름을 걸고 개발에 전념하고 싶었다. 또한 동전 몇 개만 있으면 신나게 놀 수 있었던 그 시절 오락실처럼 유저들에게 다가가겠다는 의미도 있다.
言 딸 지원양도 아빠가 자기 이름을 도용(?)한걸 알고 있나
한상빈: 아이가 아직 많이 어려서 그런걸 모른다. 이담에 잘되면 알려줘야지.
言 아이가 둘인데 그 N사를 박차고 독립개발이라니 가족의 반대가 컸을 듯하다
한상빈: 가족을 안심시키기 위해 사전에 시장조사자료와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보여줬다. 다행히 아내는 게임 개발을 반대하지 않았는데, 내가 이러고 있는 탓에 전보다 곱절로 고생하고 있다. 친구들은 아내가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어서 나를 만났다고 한다(웃음). 아내에게도 작가라는 꿈이 있는데 게임이 잘돼서 다음에는 내가 지원해주고 싶다.
言 게임창조오디션 우승작 ‘트릭아트 던전’은 어떤 게임인가
한상빈: 조금 거창하게도 상상과 현실을 오가는 퍼즐 어드벤처다. 한 아이가 박물관에서 미아가 되어, 절박하게 부모의 발자취를 쫓는 가운데 두려움으로 상상과 현실의 경계가 흐릿해진다. 착시는 이러한 과정을 인상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요소이며 이외에도 도구나 지형지물을 활용해 난관을 돌파하거나 아슬아슬한 타이밍의 액션을 펼치는 등 어드벤처 요소가 짙게 베어있다.
▲ 상상과 현실을 오가는 퍼즐 어드벤처 '트릭아트 던전' (영상출처: 지원이네 오락실)
言 착시를 이용한 퍼즐이 참 재미있다. 어디서 이런 영감을 얻었나
한상빈: ‘모뉴먼트 벨리’처럼 뛰어난 퍼즐게임에 감탄하고 언젠가 이런 작품을 만들자고 다짐했다. 다만 단순한 아류작에 그치고 싶진 않았고 무언가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어야 했다. 그게 무얼까 고민하던 차에 아이들과 놀러 간 트릭아트 전시장에서 ‘이걸 게임으로 만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스치더라. 그때부터 바로 기획에 돌입했다.
言 착시 하나에서 나올 수 있는 퍼즐 가짓수가 부족하진 않을까
한상빈: 가장 많이 고민한 부분이다. 게임을 관통하는 기본적인 원리는 ‘그림이 정상적으로 보일 때는 작동하고 그렇지 않다면 멈춘다’는 것. 여기에 다양한 변주를 통해 감성적인 놀라움을 주고자 한다. 총 10개 스테이지로 기획 중인데 매 편마다 최소한 하나 이상의 새로운 퍼즐 기믹이 들어간다. ‘아 또 이거야 단조롭네’ 이런 감상을 깨주는 것이 목표다.
▲ 그림이 정상일 때는 작동하고 아니면 멈추는 착시미술 (사진출처: 지원이네 오락실)
言 깔끔한 디자인과 잔잔한 음악이 인상적이다. 어떤 방향성으로 작업했나
한상빈: 막 화려하거나 스펙타클하기 보다 미아가 된 아이에게 자연스레 감정이입이 될 수 있도록 담백하고 담담한 분위기를 추구했다. 남녀노소, 국가 등과 상관없이 많은 유저가 즐겼으면 하는 바람에서 특정한 지역색이 느껴지거나 호불호가 갈리는 디자인은 지양했다.
言 퍼즐 본연의 재미 외에 게임을 통한 메시지가 있다면
한상빈: 현대인의 삶이 너무 바쁘고 고달프니 가족들과 자주 보고 부둥킬 수 있는 기회가 적다. 나만해도 아침 일찍 집을 나서고 저녁에 잠든 아이들의 모습만 보곤 한다. 분명 상대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음에도 바쁜 일상 속에서 챙겨주지 못하고 그로 인해 서로 멀어지는 안타까움을 아이의 눈에서 바라보고 싶었다.
그래서 사실 ‘트릭아트 던전’을 개발하며 퍼즐 자체보다 더욱 정성을 쏟은 부분이 바로 서사와 연출이다. 이 게임을 즐기는 것이 누군가 자신의 가족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아이가 부모를 찾아가며 어떤 마음을 품게 되는지는 이담에 직접 플레이하며 느껴봤으면 한다.
그래서 사실 ‘트릭아트 던전’을 개발하며 퍼즐 자체보다 더욱 정성을 쏟은 부분이 바로 서사와 연출이다. 이 게임을 즐기는 것이 누군가 자신의 가족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아이가 부모를 찾아가며 어떤 마음을 품게 되는지는 이담에 직접 플레이하며 느껴봤으면 한다.
▲ 사랑하지만 엇갈리는 가족의 마음을 게임에 녹여냈다 (사진출처: 지원이네 오락실)
言 ‘트릭아트 던전’은 어떤 수익구조를 취할 계획인가
한상빈: 아무래도 사업PM 출신이다 보니 수익구조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결론적으로 이런 독립게임은 수익구조가 핵심적인 재미를 헤쳐서는 죽도 밥도 안 된다는 것. 역시 가장 잘 맞는 것은 정가를 받고 파는 유료게임이다. 한번 구매하면 어떠한 추가 과금도 없으며 반응이 좋다면 DLC 제작은 고려해보고 싶다.
言 요즘 닌텐도 스위치에 반응이 뜨거운데 멀티 플랫폼은 어떨까
한상빈: 모바일 외에 스팀을 통한 PC와 닌텐도 스위치 포팅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다만 스위치의 경우 국내에 아직 개발키트가 공급되지 않아 잠정적으로 중단된 상태고, PC의 경우 단순히 게임을 옮겨놓는 정도가 아니라 플랫폼에 걸맞은 완성도를 갖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아마도 스팀에 선보여도 욕을 먹지 않는 수준에 다다르면 그때 출시하지 않을까.
▲ 스위치 포팅도 계획 중, 그런데 국내는 아직 개발키트가 없다고 (사진출처: 닌텐도)
言 제7회 게임창조오디션에서 우승했는데 어떤 인연으로 출품하게 됐나
한상빈: 개발자 전업 후 이 건물(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있는 게임아카데미란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6개월간 수료했다. 게임창조오디션도 이 곳에서 열리다 보니 자연스레 관심을 갖고 준비하게 됐다. 처음에는 이런 수익성 없어 보이는 게임이 눈에나 들까 걱정했지만 참 많은 분들의 도움과 행운이 이어져 우승할 수 있었다.
덕분에 상당량의 상금과 개발 공간을 지원받아 인원 충원 및 장비 조달이 가능했다. 과거 인터뷰에서 1인 개발자로 많이 소개됐는데 이제 2인이다(웃음). 이런 물리적 혜택보다 더 좋은 것은 여기 입주한 많은 실력자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다양한 업계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누구든 개발자를 꿈꾸고 있다면 꼭 경연에 참가하길 추천하고 싶다.
덕분에 상당량의 상금과 개발 공간을 지원받아 인원 충원 및 장비 조달이 가능했다. 과거 인터뷰에서 1인 개발자로 많이 소개됐는데 이제 2인이다(웃음). 이런 물리적 혜택보다 더 좋은 것은 여기 입주한 많은 실력자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다양한 업계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누구든 개발자를 꿈꾸고 있다면 꼭 경연에 참가하길 추천하고 싶다.
言 그런데 과거 인터뷰에서 언급한 것보다 출시가 다소 늦어지고 있다
한상빈: ‘트릭아트 던전’을 기다리는 뭇 유저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 당초 1~2월 내에는 마무리를 하려고 했는데, 게임창조오디션에 우승하고 보니 그간 여유가 없어 포기했던 요소들이 눈에 밟히더라. 프로그래머도 합류해서 전체적으로 완성도를 높이고 콘텐츠를 증축하느라 결국 일정이 늦어졌다. 그래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꼭 게임을 선보이겠다.
▲ 게임창조오디션 지원금에 힘입어 추가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言 독립개발을 해보니 어떤가, 직접 느낀 일장일단을 알려달라
한상빈: 큰 조직은 뭘 하더라도 수익성이 주요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끼친다. 반면 독립개발은 돈이 되든 말든 재미있어 보이는 아이디어를 추진할 수 있다. 다만 개발 규모상 기획적인 한계가 명백하고 개발자 스스로 자기만의 세상에 갇히기도 쉽다. 사람이 힘들면 마음이 약해지고 싫은 소리를 듣지 않으려 한다. 점점 자기 게임을 객관적으로 보기가 어려워진다.
言 독립개발자가 자기만의 세상에 갇혔을 때는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까
한상빈: 당장 나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문제라… 그래도 주변에 ‘팩트폭력’을 행사해줄 친구가 있다면 빨리 호전될 수 있다. 게임 자체에 관심이 많은 제3자가 곁에 있어야 한다. 물론 욕을 먹었을 때 욱하지 말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있어야겠지. 개인적으로 ‘로스트 케이브’를 만든 오범수 산배 대표가 20년지기 고등학교 동창이다. 아주 서로 시원하게 갈군다(웃음).
言 제작비 한계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해결 가능하지 않을까
한상빈: 현재는 계획이 없다. 완성조차 되지 않은 게임에 돈을 댈 정도면 그 사람은 진짜배기 팬일 것이다. 그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실망을 끼친다면 정말 중요한 이들을 잃게 된다. 따라서 충분히 숙고하고 준비되기 전까지는 크라우드 펀딩은 하지 않겠다.
▲ 자기만의 세상에 갇히는 것을 조심하라고 조언한 한상빈 대표 (사진: 게임메카 촬영)
言 지원이네 오락실이 생각하는 독립개발(인디)란 무엇인지 정의한다면
한상빈: 무언가 새로운 것을 추구하거나 시간에 묻혀 잊혀진 것을 재발굴하는 사람. 이게 돈이 되기 때문이 아니라 재미있을 것 같아서, 새로운 경험을 줄거라 믿어서 추구하는 마음. 그것이 인디정신이고 독립개발자가 아닐까.
言 좋은 얘기다. 끝으로 향후 계획과 포부를 듣고 싶다
한상빈: 유저들로 하여금 잊을 수 없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 어렸을 때는 게임이 별로 없었는데 요즘은 참 많은 것 같다. 그 수많은 게임 사이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이걸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은 그 다음을 기대하게 되는 그런 작품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 내 게임을 플레이하며 유저들이 재미있어 하는 모습을 곁에서 보면 참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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