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애명월도, 끓이면 끓일수록 맛이 우러나는 곰탕 무협
2018.02.05 17:52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 정통 무협의 맛을 살린 '천애명월도' (사진: 게임메카 촬영)
윤오영 수필가의 ‘방망이 깎던 노인’에는 이러한 구절이 나온다.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밥이 되나” 이를 현재 게임업계와 놓고 보면 최근 들어 속도전에만 치중하는 모습이 보인다. 특히 모바일이 주축으로 자리잡으며 업계에서는 3초 안에 유저를 사로 잡아야 한다는 일명 ‘3초 퍼포먼스’가 중요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등장한 ‘천애명월도’는 사뭇 다른 맛이다. 넥슨이 지난 25일부터 국내에 공개서비스 중인 ‘천애명월도’에는 앞서 이야기한 ‘3초 퍼포먼스’는 없다. 애초에 게임이 속도전에 치중한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오래 끓이면 끓일수록 진국이 우러나는 깊이 있는 게임성에 집중했다.
첫인상도 나쁘지 않지만, 게임을 즐기면 즐길수록 중국 본토에서 물 건너온 진한 정통 무협의 맛이 느껴진다. 빨리 끓여먹는 게임에 너무 익숙해진 지금, ‘천애명월도’는 오히려 느리지만 진중한 맛으로 개성을 드러낸다.
레이드에 집착하지 않아도 되는 게임
‘천애명월도’의 가장 큰 특징은 그릇이 크다는 것이다. 커다란 그릇에 먹음직한 재료를 이것저것 넣고 어떤 것을 꺼내먹어도 본연의 맛이 나게 했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커다란 냄비에 다양한 재료를 넣고 푹 끓인 전골 같은 느낌이다. 보통 PC MMORPG의 최종장은 ‘던전’이나 ‘레이드’로 귀결된다. ‘천애명월도’ 역시 강력한 보스를 앞세운 레이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원하지 않는 유저들에게 강요하지는 않는다. 즉, 엔드 콘텐츠가 ‘레이드’ 하나로 압축되지 않는다.
어떻게 이러한 구조가 가능할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천애명월도’의 전체적인 메뉴 구성을 살펴봐야 한다. 우선 메인 스토리를 따라가는 퀘스트가 있으며, 대련 역시 다른 유저를 상대하는 PvP와 게임 속 NPC를 대상으로 한 PvE 등으로 나뉘어 있다. 여기에 기존 MMORPG의 ‘길드’와 ‘진영’이라 할 수 있는 ‘방파’나 ‘맹회’에도 별도 임무와 보상이 있으며, 상시로 진행되는 호위 미션 ‘표행’이나 5명이 파티를 이뤄 맵에 퍼진 5개 지점을 찾아내는 ‘보물찾기’ 미션도 존재한다.
▲ '맹회'와 '방파' 녹봉도 꾸준히 주어진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즉, 전투를 위주로 한 콘텐츠도 단순히 PvE와 PvP로만 나뉘는 것이 아니라 거미줄처럼 나눠진다. 그리고 모든 콘텐츠가 캐릭터 육성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보상을 제공하기 때문에 원하는 것을 위주로 즐겨도 성장이 지체되지 않는다. 가령 ‘대련’을 예로 들면 다른 유저와 겨루는 것을 좋아한다면 PvP를 위주로 진행하면 되지만, 유저와의 대결이 부담스럽다면 필드에 있는 NPC를 상대하며 대련 감각을 익혀나가면 된다. 필드 외에도 레벨에 따라 순차적으로 더 강력한 NPC와 대결하고 그 포인트로 다른 유저와 순위 대결을 벌이는 ‘극한도전’도 있다. 즉, 직접 다른 유저를 상대하지 않아도 경쟁하는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 다른 유저를 상대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NPC와 먼저 겨뤄보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붉게 표시된 공격 범위를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NPC와 순차적으로 대련하는 '극한도전'도 마련되어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협동 플레이도 마찬가지다. 가장 큰 부분은 ‘던전’과 ‘레이드’지만 오랜 시간 다른 플레이어와 호흡을 맞추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비교적 짧고 간단히 진행할 수 있는 ‘표행’, ‘보물찾기’와 같은 협동 미션을 하며 파티 플레이에 대한 부담감을 줄여나갈 수 있다. 특히 협동 미션은 게임 속 주요 도시 특정 포인트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근처에 가면 어렵지 않게 파티를 이뤄 출발할 수 있다.
▲ 호위 미션 '표행'(상)'과 주요 거점을 찾는 '보물찾기(하)'로 조금씩 협동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주요 거점에 찾아가면 어렵지 않게 파티원을 모을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생활 콘텐츠에서도 무협의 향이 진하게 느껴진다. 이 맛이 가장 강하게 나는 부분은 강호의 절경을 화폭에 담는 서화다. ‘천애명월도’의 서화는 필드의 주요 장소에 방문하고, 특정 물품을 찾는 과정을 거치며 그 지역에 대해 알아간다. 수집 작업이 끝나면 그 지역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특히 ‘서화’의 경우 게임 속 다른 콘텐츠와 달리 자동이동이 없다. 즉, 지역 곳곳에 숨은 명소를 발로 돌아다니며 직접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명소를 찾아 발품을 팔아야 되기 때문에 조금 인내심이 요구되지만 절경을 발굴하는 강호 협객의 기분이 느껴진다.
▲ 절경을 발견하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주요 물품을 기록하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풍류를 즐기거나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세월을 낚는 강태공이 될 수도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앞서 이야기했듯이 ‘천애명월도’는 푹 끓어야 맛이 나는 전골 같은 게임이다. 이러한 느낌이 나는 이유는 본격적으로 콘텐츠가 열리는 시점이 30레벨부터이기 때문이다. 30레벨부터 앞서 이야기한 ‘서화’를 배우는 ‘신분’ 시스템이 개방되고, 방파, 맹회, 일일 미션 등등이 순차적으로 열린다. 다양한 맛을 보유한 전골임은 분명하지만 맛을 보기 위해서는 좀 끓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즉, 플레이어에게도 일정 시점까지 묵묵히 가는 진득한 플레이가 요구된다.
▲ 본격적인 콘텐츠가 30레벨부터 열리기 시작하기 때문에 진미를 맛보려면 좀 끓여야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레벨과 스킬이 끝이 아니야? 복잡한 메뉴를 최대한 친절하게
‘천애명월도’는 기본적으로 콘텐츠가 많다. 메뉴가 아주 복잡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캐릭터 육성 구조도 여러 개로 나뉘어 있다.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와 스킬, 그리고 장비 맞추기만으로 ‘천애명월도’의 육성은 완성되지 않는다. 30레벨 즈음부터 열리는 ‘경맥’과 ‘심법’을 뚫어서 캐릭터 능력치도 올려야 하고, ‘방파’에 가입하면 ‘방파 무공’도 개방된다. 여기에 캐릭터 육성과 강화에 사용되는 게임 속 재화도 상당히 여러 가지다.
▲ '경공'과 '심법'도 뚫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방파 무공'도 배워야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캐릭터 성장 구조와 이에 소모되는 재화가 다소 복잡한 것은 ‘천애명월도’를 비롯한 중국 RPG의 특징 중 하나다. 여러 임무로 각각 재화를 제공하고, 이 재화로 캐릭터와 장비를 다방면으로 강화하는 것이 중국 게임의 특징이다. 이러한 게임을 많이 한 유저라면 익숙하겠으나, 그렇지 않은 유저들 혹은 모바일게임을 주로 하다가 넘어온 협객은 ‘뭐가 이렇게 복잡한가’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걱정을 조금 덜어도 된다. ‘천애명월도’ 안에는 복잡한 구조를 최대한 쉽고, 친절하게 유저에게 안내하려는 튜토리얼이 여러 단계로 제공된다. 우선 캐릭터 정보창에 ‘경공’, ‘심법’ 등 캐릭터 능력치를 높이기 위해 신경을 기울여야 하는 요소를 보여준다. 특히 ‘심법’을 다음 단계로 개방해야 하거나, 새로운 ‘경공’을 뚫는 등 중요 타이밍이 오면 ‘경공’, ‘심법’ 버튼이 은은하게 빛난다. 이 때 버튼을 누르면 해당 창으로 바로 이동한다. 여기에 화면 하단에 있는 단축 아이콘에도 빨긴 표시가 생기기 때문에 중요한 정보를 깜빡 잊고 넘어갈 우려는 적다.
▲ 성장에 대한 안내 외에도 캐릭터 정보창에 '경공', '심법', '재원' 메뉴가 마련되어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성장 외에도 새로운 이슈가 있는 부문은 빨갛게 표시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여기에 게임 자체가 가진 콘텐츠가 각양각색이라 이를 모아서 주기적으로 유저들에게 소개해주는 부분도 있다.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플레이 방법을 알려주는 튜토리얼 퀘스트 외에도 ‘일일 임무’와 ‘추천 활동’을 통해 해당 레벨의 유저가 해봄직한 메뉴를 계속 보여준다. ‘추천 활동’에는 ‘던전’이나 ‘레이드’ 외에도 주말에 열리는 ‘낚시 대회’, NPC와 대전하는 ‘도전’, 깜박 잊고 넘어갈만한 ‘방파 보상’ 등이 있다. 여기에 ‘던전’을 선택하면 자동 파티 매칭 시스템으로 바로 연결하는 식으로 유저들이 원하는 부분을 바로 찾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 뭘 해야할 지 잘 모르겠다면 '일일 임무'와 '추천 활동'을 챙겨보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던전 자동 매칭도 지원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러한 부분은 플레이 경험 면에서 이득을 가져다 준다. ‘천애명월도’의 가이드 시스템은 게임 곳곳에 세밀하게 퍼져 있는 콘텐츠를 필요에 따라 나눠서 유저들에게 직접 연결해준다. 유저들이 일일이 게임 전체를 헤매고 다니지 않아도 다양한 요소를 비교적 쉽게 맛볼 수 있게 도와준다. 유저들이 직접 명소를 찾아야 하는 ‘서화’와 같은 특정 콘텐츠를 제외하면 ‘천애명월도’의 안내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자동이동’이 지원된다. 게임 구조가 다소 복잡하지만 유저들이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게 최대한 돕고 있다.
▲ 광활한 무협 세계, 하지만 가이드는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 진행에 맞춰 깊고, 넓어지는 무협 세계
출시 전 ‘천애명월도’가 강조한 요소 중 하나는 스토리다. 무협 작가 고룡의 원작을 기반으로 탄탄한 무협 스토리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천애명월도’의 메인 스토리는 주인공 성장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거대한 살수 집단 ‘청룡회’와 이들이 노리는 무서운 암기 ‘공작령’을 둘러싼 음모를 파헤치는 것이 핵심이다. 그 과정에서 원작 주인공이자 남다른 카리스마를 지닌 무림 고수 ‘부홍설’과 그에 필적하는 무공을 지닌 ‘연남비’ 등 주요 인물을 만난다.
기본적으로 ‘천애명월도’ 스토리텔링은 정해진 이야기를 감상하는 스타일이다. 플레이어가 스토리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비교적 적고, 추격하던 적이 달아나거나, 친하게 지내던 조연이 유저가 손 쓸 여지가 없는 대목에서 사망하기도 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음모를 파헤치는 느낌은 확실히 전달한다. 메인 스토리의 경우 이야기에 관련된 지역에 찾아가서 부하들을 처단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정보로 중간 보스를 찾아가는 식이다. 특히 주요 지점에서는 다른 유저와 분리된 ‘스토리 모드’로 돌입하며 적진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살아난다.
▲ 게임 속 주요 인물을 따라 '청룡회' 및 '공작령'을 둘러싼 임무를 파헤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칩입과 배신, 안타까운 죽음이 함께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주요 인물 간 관계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여기에 일종의 서브 스토리라고 할 수 있는 ‘견문록’이 볼륨을 키운다. ‘견문록’은 거대 음모에서 벗어난 소소한 이야기를 다룬다. 부모를 잃고 서로를 의지하는 ‘천향(게임 속 직업)’ 자매나 꽃에 말을 거는 처자, 강호에 얽힌 소문 등등을 ‘견문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메인 스토리와 분리되어 있기에 진행 압박이 없고, 생각날 때 틈틈이 찾아 보면 숨은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다. 메인 스토리가 깊이를 추구한다면, ‘견문록’은 다양한 이야기로 강호에 생기를 더해준다.
▲ 메인 스토리에서는 볼 수 없는 소소한 이야기를 '견문록'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마지막으로 넓은 강호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대경공’은 보는 맛을 끌어올리는 일등공신으로 자리한다. 우산을 펼치고, 꽃을 뿌리며 공중을 활강하는 ‘대경공’은 ‘천애명월도’를 ‘화려한 게임’으로 보이게 한다. 하지만 그 안을 파헤치면 화려함 뒤에, 오래 끓일수록 진한 맛이 나는 무협 세계가 숨어 있음을 절로 깨닫게 된다. 빠르게 흘러가는 모바일 열풍 속에, 진득하게 오래 붙잡고 할만한 PC MMORPG가 그리운 유저라면 ‘천애명월도’에 입문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 무협의 세계에 깊이 빠져보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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