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셰이프 오브 워터처럼, 게임 속 ‘미녀와 야수’ TOP5
2018.03.08 11:06게임메카 도남익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최근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가 화제다. 잔혹 동화의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가 그려낸 기묘한 사랑 이야기는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베니스 영화제, 골든 글로브,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다시피 했다. 냉전이 한창이던 1963년 미국 볼티모어를 무대로 기괴한듯 아름다운 양서류 인간과 벙어리 청소부의 연애담이 참 이채롭다.
▲ 기묘한 사랑 이야기 ‘셰이프 오브 워터’ (사진출처: 배급사 웹사이트)
이 영화가 만들어진 경위도 재미있는데, 고전 공포영화 ‘검은 늪지대의 생명체’에 대한 기예르모의 동인지랄까. 당시 여주인공과 어인족의 만남이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보며 괴물이 죽지 않고 사랑을 이루는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고. 이게 무슨 킹콩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꼭대기에서 미녀랑 썸타는 소리인가 싶지만 기예르모는 정말로 해냈다.
사실 괴물의 사랑이란 험난할 수밖에 없다. 필자도 나름 괴물처럼 생겨봐서 안다. 동화 ‘미녀와 야수’도 막판에 왕자로 환골탈태 안 했음 봐라 그게 해피엔딩 됐겠나. 그런 의미에서 이번 [순정남]은 온갖 난관을 헤치고 종족의 경계를 허물고자 노력하는 게임 캐릭터를 모았다.
5위. 쿠파 & 피치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
▲ 사랑에는 한계가 없다지만 체급차가 심한데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시작부터 미안하다. 어디까지나 괴물의 사랑이라고 했지 미녀도 그렇다고는 안 했다. 빙하기를 견뎌낸 공룡의 후예인지 닌자 거북이인지 ‘람머스’ 사촌인지 알 수 없는 대마왕 ‘쿠파’는 언감생심 버섯왕국 ‘피치’ 공주를 노린다. 그냥 노리는 정도가 아니라 매번 납치에 성공하는지라 취미로 히어로를 하는 배관공 ‘마리오’가 나서도록 만드는 주범이다.
‘쿠파’는 대체 왜 ‘피치’를 원할까? 버섯왕국을 무너뜨리려면 굳이 공주가 아니라 왕을 치면 되고, 명색이 대마왕인데 몸값 받겠다고 저러는 것도 웃기고. 정답은 신작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에서 잘 드러나는데 사랑하는 ‘피치’와 결혼식을 올리겠다는 거다. 그런데 이 양반 ‘쿠파 주니어’라는 혹까지 붙었는데… 이만하면 ‘피치’ 공주가 #metoo 올려도 할 말이 없겠다.
4위. 소닉 & 엘리스 (소닉 더 헤지혹)
▲ 트레이너가 포켓몬 안아 올리는 장면인 줄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흔히 2~3등신쯤 되는 수인 캐릭터는 주위도 다들 비슷한 모습이기 마련이다. 날쌘 고슴도치 ‘소닉’ 또한 꼬리 2개 달린 여우 ‘테일즈’, 근육 바보 두더지 ‘너클즈’, 라이벌 ‘섀도우’와 기타 등등 숲 속 친구들 모두가 거의 동일한 신체 비율을 보여준다. 심지어 인감임에 분명한 ‘닥터 에그맨’조차 상당히 희화화된 디자인이다. 아니면 단순히 고도 비만이거나.
어쨌든 ‘소닉’에게 애인이 필요하다면 그냥 작고 귀여운 분홍빛 고슴도치면 충분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에이미 로즈’라고 딱 이런 캐릭터가 있기도 했고. 문제는 세가가 무슨 약을 빨았는지 2006년 시리즈를 리부트하며 여주인공으로 ‘파이널 판타지’에 나올 법한 팔등신 미녀 ‘엘리스’를 붙여줬다는 것이다. 둘의 키스신을 보고 있으려니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 든다.
3위. 아이언불 & 인퀴지터 (드래곤 에이지: 인퀴지션)
▲ 보스전 돌입 직전이 아니라 로맨스신이다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엄밀히 말하면 ‘아이언불’은 괴물이 아니다. 이 자는 쿠나리라는 종족으로 죄다 덩치가 집채만하고 팔뚝만한 뿔이 돋은 데다 인상도 삭막하기 그지없다. 우리 관점에서는 엘린 말마따나 “몹인지아랏내ㅡㅡ”가 곧바로 튀어나오지만 여하간 그럭저럭 문명화된 모양. 근거지가 게임의 무대인 ‘페렐던’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터라 마주칠 일은 별로 없다.
보통 쿠나리는 호전적이며 무뚝뚝해서 이종족과 맺어지기 힘들지만 떠돌이 용병 ‘아이언불’은 아주 별종이라 넉살이 좋고 성적 기호도 개방적이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주인공 ‘인퀴지터’의 종족, 성별을 불문하고 동침이 가능하다. 괴물처럼 보여도 일단 공인된 종족이니 누가 둘 사이를 훼방 놓지는 않겠으나 베드신을 보는 게이머의 비위가 버텨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
2위. 쉬바나 & 자르반 4세 (리그 오브 레전드)
▲ 현실은 서로 탑솔 욕하고 정글 탓하고 (사진출처: 게임 웹사이트)
[순정남]은 성평등을 지향하는 코너이니 미녀가 아닌 미남과 야수도 꼽아봤다. 도시국가 데마시아의 왕자인 ‘자르반 4세’는 소싯적 적에게 큰 부상을 입고 숲 속을 헤맨 적이 있다. 보필한 병사 하나 없이 홀로 객사할 뻔한 그를 구원한 것은 마침 근처를 지나던 여인 ‘쉬바나’. 사실 그녀는 인간의 정수가 섞인 반쪽짜리 드래곤인 탓에 어미로부터 도망치는 길이었다.
‘쉬바나’는 ‘자르반 4세’를 근처 데마시아령으로 데려가 치료했고, 이에 왕자는 은혜를 갚고자 기꺼이 함께 싸울 것을 결의했다. 그렇게 두 사람이 힘을 합친 끝에 포악한 어미 드래곤을 격퇴했다는 이야기. 덕분에 본래라면 모험가들에게 경험치와 골드나 뱉어야 했을 드래곤 ‘쉬바나’가 왕실 친위대까지 올랐으니 경사로세. 다음 승진 목표는 데마시아의 왕비겠구먼.
1위. 빅 대디 & 리틀 시스터 (바이오쇼크)
▲ 물론 둘의 사랑은 이성애가 아닌 부성애 (사진출처: 게임 웹사이트)
‘빅 대디’와 ‘리틀 시스터’는 뒤틀리고 정신나간 수중도시 랩처에서도 가장 서글픈 존재들이다. 이 도시 사람들은 바다 민달팽이에게서 추출한 아담이란 물질을 통해 초능력을 발휘하는데, 평범한 채집으로는 도저히 수요에 맞출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바다 민달팽이에 감염된 어린 소녀가 피를 복용할 경우 체내에 아담이 다량 생성된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여기에 착안한 지도층은 고아들을 바다 민달팽이 기생체 즉 ‘리틀 시스터’로 만드는 천인공로할 짓을 저지른다. 아울러 소녀들을 지키기 위해 인체 개조 및 세뇌를 행한 괴물 ‘빅 대디’를 탄생시키기도. 서로를 전적으로 의지하는 ‘빅 대디’와 ‘리틀 시스터’의 유대 관계를 사랑이라 정의하기에는 아무래도 아청법이 무섭지만, 분명 ‘미녀와 야수’ 이야기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