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셔틀] 원작보다 더 난장판이라 좋다, ‘선천적 얼간이들’
2018.03.12 18:31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 '선천적 얼간이들 with 네이버웹툰' 트레일러 영상 (영상출처: 이키나게임즈 공식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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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웹툰 기반 게임들을 플레이하며 실망을 한 경험이 여러 번 있다. 모든 게임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웹툰 기반 게임들이 인기 장르와 웹툰을 억지로 끼워맞추다 보니 억지 웃음을 유발하거나 단발성 화제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일부 게임들은 웹툰 스킨을 씌웠을 뿐 게임성 면에서는 아무 고민을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까지 있었다.
그러한 점에서 지난 8일, 이키나게임즈가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원스토어를 통해 프리 오픈 서비스를 시작한 ‘선천적 얼간이들 with 네이버웹툰’은 인기 웹툰과 완성도 높은 게임의 모범적인 퓨전 사례다. 일단 장르부터가 원작과 딱 어울린다. 웹툰 ‘선천적 얼간이들’은 제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어디로 어떻게 튈 지 감도 잡히지 않는 ‘얼간이들’의 난장판 같은 일상을 그린다. 웹툰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바로 지옥불 같은 광경일 정도니 말 다 했다. 이 게임은 원작의 ‘병맛’ 요소를 ‘대난투’라는 정신없는 장르 속으로 그대로 끌어들였다.
▲ '선천적 얼간이들' 게임 메인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은 대난투 장르답게 한 맵에서 여러 명의 플레이어가 난전을 벌이는 식으로 전개된다. 현재는 개인전과 팀전 두 개의 모드가 제공되는데, 두 게임 모두 시작과 끝이 없다. 아무 때나 끼어들어서 전투를 벌이다, 질리거든 나오면 된다. 아무 때나 1~2분 정도 즐기고 나오기에 부담 없는 방식이다. 게임 속에는 ‘선천적 얼간이들’에 등장하는 가스파드, 로이드, 산티아고 등의 캐릭터들이 ‘마인크래프트’를 연상시키는 복셀 방식으로 재탄생해 정신없이 뛰논다. 웹툰 캐릭터들이 벌이는 난장판 속에 휙 내던져진 느낌이다.
웹툰의 향기가 느껴지는 대표적 요소는 바로 게임 속 등장하는 무기들이다. 무기의 경우 게임 내에서 ‘정상적인 무기가 없다’라고 언급할 만큼 독특한 구성을 자랑한다. 가장 정상적인 무기가 ‘권총’ 정도다. 그 외에는 ‘종이비행기’, ‘물총’, ‘고무줄총’, ‘트럼펫’, ‘소화기’, ‘빗자루’, ‘생일 축하 폭죽’ 등 도저히 무기로 쓸 수 있을까 싶은 것들 뿐이다. 종이비행기에 맞고 죽으면 '이런 무기에 당하다니!’라는 왠지 분한 감정과 함께 원작의 ‘병맛’을 느낄 수 있다.
▲ 웹툰에 등장하는 별의별 생활소품들이 다 무기로 활용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밖에도 웹툰 안에서 캐릭터들이 '밥보다 즐겨먹는' 감자칩이 게임 내 재화 명칭이라던가, 각 캐릭터 별 특색을 살린 필살기 연출 등을 보면 웹툰 요소를 게임에 녹여내는 모범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자연스레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유일하게 걸리는 점이라면 비가 오면 체력이 바닥을 치는 ‘가스파드’가 왜 비가 오면 체력이 회복되느냐인데, 죽음과 삶은 한끗 차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묘하게 납득이 간다.
게임 안으로 들어가면, 조작은 다소 어렵다. 왼쪽 컨트롤러로 이동을, 오른쪽 컨트롤러로 조준을 각각 해야 한다. 이 중에서 어려운 건 조준점을 잡는 것이다. 잘만 하면 백스텝을 하면서 뒤나 옆으로 자유자재로 총알을 난사할 수 있지만,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엉뚱한 곳에 난사하기 일쑤다. 게다가 오른쪽 버튼 근처에 필살기나 대시, 장전 버튼도 몰려 있어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
게임은 이러한 조작 난이도를 수십 종류의 다양한 무기를 제시함으로써 해결했다. 실제로 '빗자루' 같은 근접 무기는 버튼만 누르면 바라보는 방향으로 휘두르기 때문에 초보들이 사용하기에 압도적으로 쉽다. 덫형 무기인 ‘비눗방울’이나 ‘압정’, 범위형 무기인 스프레이 등도 정밀 조작보다는 상황 판단과 과감성 등이 중요한 무기다. 매 판마다 다른 무기를 선택하는 재미는 ‘선천적 얼간이들’의 핵심 재미다.
▲ 내가 이런 무기에 죽었다니!!! (사진: 게임메카 촬영)
다만, 이러한 무기를 바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아쉽다. 게임을 막 시작한 초보 유저들 앞에는 원거리형 무기 3종류가 주어지는데, 처음부터 이동과 조준을 모두 신경쓰며 원활한 게임을 하기은 여간 어려운 편이 아니다. 결국, 초보 유저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정밀한 조준이 필요 없을 정도로 근거리에서 쏘는 것인데, 그러기엔 화력이 높은 근거리 전용 무기들에게 압도적으로 밀리기 쉽다.
문제는 이러한 근거리 전용 무기 등이 풀리는 시점이 게임 초중반이라는 것. 위에서 언급한 최초 근접무기인 '빗자루'만 해도 밑에서 3단계인 '중딩' 무기인데, 거기까지 가는 길이 결코 만만치 않다. '선천적 얼간이들'에서 레벨업을 하는 방법은 킬을 많이 올리는 것이다. 킬을 올리지 않으면 경험치가 오르지 않고, 레벨업이 안 된다. 하지만 성능이 낮은(것처럼 느껴지는) 원거리 무기만 가지고 '중딩' 단계까지 오르기란 꽤나 힘들다.
▲ 심지어 많이 죽다보면 '강등'도 이루어진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즉, 초보 유저들은 자신에게 맞는 무기를 찾을 때까지 꽤나 지루한 진입장벽 구간을 통과해야 한다. 센스가 있는 사람이라면 하루~이틀 내에 금방 돌파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기자는 이 구간에서 꽤나 힘들었다. 특히나 2단계 레벨인 '초딩'부터는 죽을 때 포인트 감소와 강등 제도도 있기 때문에 더욱 어렵게 느껴졌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점은 죽인 적의 무기를 체험 형태로 잠깐이나마 써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기자도 '빗자루'를 비롯해 상위 등급 무기 몇 가지를 써 본 이후 레벨 업에 대한 동기 부여가 됐다. 게임 속에는 무기 종류만 44개에 이르기에, 최소 한두 달 동안은 상위 무기를 ‘언락’하는 재미만으로도 게임을 즐기기 충분해 보인다.
▲ 질릴 새 없이 다양한 무기들이 언락되는 재미 (사진: 게임메카 촬영)
과금 시스템도 꽤나 착한 편이다. 과금 유저건 무과금 유저건 핵심은 무기 언락과 강화다. 현금 결제로 할 수 있는 것 중에서 밸런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는 상자 뽑기 정도인데, 상자에서는 강화 등에 필요한 감자칩과 무기 강화 재료가 나온다. 무기 강화 정도는 게임 밸런스에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워낙 무기 자체가 많고 1~2단계 강화만으로는 효과가 크지 않다 보니 과금 유저들이 치트키라도 쓴 듯 날아다니는 일은 없다.
그런 면에서 ‘선천적 얼간이들’은 적당한 과금 모델의 선을 잘 지켰다고 평가하고 싶다. 오히려 같은 레벨에서는 강해지더라도 한계가 어느 정도 존재하고, 일정 수준을 넘으면 윗 티어로 올라가는 시스템이다 보니 무과금으로 인한 소외감은 느끼껴지 않는다. 오히려 컨트롤 못 하는 곰손으로 인한 소외감이 클 뿐이다.
▲ 현금 결제로 인한 이득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무과금 유저에게 소외감을 들게 하진 않는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마지막으로 아쉬운 점은 다소 늦어진 출시 시기다. 원래 이 게임은 지난 1월 중 오픈 예정이었으나, 밸런스 조절과 서버 상태 안정화 등을 위해 출시가 1달 반 정도 늦춰졌다. 게임 완성도를 올리기 위한 조금의 출시 연기는 얼마든지 용납할 수 있지만, 타이밍이 다소 빗겨갔다는 느낌은 감출 수 없다. 얼마 전까지 네이버 웹툰에서 인기리에 재연재됐던 원작 웹툰의 연재마저 끝나 버린 상황에서 ‘선천적 얼간이들’에 대한 관심도가 많이 식어버렸기 때문이다. 원작 웹툰을 모르더라도 ‘대난투’ 장르로서도 상당한 수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마냥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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