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성장 발목 잡는, 프로게이머 인성 논란
2018.03.13 17:55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 작년에 진행된 'e스포츠 소양교육' 현장 (사진제공: 한국e스포츠협회)
소위 이야기하는 ‘프로의식’이 있다. ‘프로’라는 이름에 걸맞은 실력을 갖추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다. 그러나 실력과 함께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있다. 바로, 프로라는 자격에 어울리는 말과 행동을 갖추는 것이다. 이는 정치인이나 연예엔 등 공인을 넘어, 10대와 20대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프로게이머에게도 해당한다.
그런데 작년 말부터 최근까지 e스포츠 선수들의 언행이 도마에 오르는 것이 빈번해졌다. 사유도 다양하다. 고인 모독, 대리게임’, 최근에는 사전에 경기 내용을 공모하는 것을 시도했던 선수도 나왔다. 기존에도 e스포츠 선수들의 인성 및 과거 행적에 대한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여러 종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문제가 터지고 있다.
e스포츠 팬들에게 알려진 사건 중 하나는 국내 ‘리그 오브 레전드’ 최정상 리그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에 출전한 선수들이 과거에 고인을 비하하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문제시됐다. ‘아프리카 프릭스’의 ‘에이밍’ 김하람, 킹존 드래곤 X의 ‘라스칼’ 김광희, 락스 타이거즈 ‘성환’ 윤성환이다. 세 선수 모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일베’ 용어를 사용한 것이 드러나 현재 주최 및 팀 차원에서 선수에게 징계를 내린 상황이다.
▲ 아프리카 프릭스와 킹존 드래곤 X 모두 사과 입장을 발표하고 관련 징계를 진행했다 (사진출처: 각 팀 공식 페이스북)
▲ 락스 타이거즈는 윤성환이 작성한 자필 사과문을 함께 공개했다 (사진출처: 팀 공식 페이스북)
선수들의 행적이 문제시된 것은 ‘리그 오브 레전드’만은 아니다. ‘오버워치’에서는 대리게임이 이슈로 떠올랐다. 대리게임은 다른 플레이어의 계정을 받아 일정 대가를 받고 게임을 대신해주어 승점이나 등급을 올려주는 것이다. ‘실력이 비슷한 유저끼리 매칭한다’는 매치메이킹 시스템을 어지럽혀 게임의 재미를 망치는 주범이며, 대표적인 e스포츠 징계 사유 중 하나다.
실제로 올해 2월 19일에는 국내 ‘오버워치’ 팀 블라썸이 대리게임을 진행한 것으로 밝혀진 ‘드림’ 김동현을 방출했다고 밝혔다. 기존에도 ‘블라섬M’은 같은 사유로 ‘베스타’ 이정우, ‘바이렘’ 이성주를 퇴출시킨 바 있다. 또 다른 ‘오버워치’ 팀 폭시즈 역시 2월 21일에 ‘대리 게임’을 진행한 것으로 밝혀진 ‘퀴나스’ 박민섭을 방출했다.
▲ '오버워치'에서는 '대리게임'을 했던 선수를 방출시키는 사례가 있었다 (사진출처: 각 팀 공식 SNS)
e스포츠 신흥 종목으로 떠오른 ‘배틀그라운드’도 초반부터 여러 문제가 터지고 있다. 지난 2월 6일에는 ‘배틀그라운드’ 노브랜드 팀 ‘타워펠리스’ 박강민이 2년 전에 ‘오버워치’ 대리 게임을 했으며 앞으로 대회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밝혔다. 이어서 2월 14일에는 OGN이 자사 ‘배틀그라운드’ 리그에 출전한 ESU 강진모에게 ‘대리 사이트 직간접적 운영’ 명목으로 자사가 진행하는 e스포츠 전 종목에 대한 영구 출전 금지 처분을 내렸고 밝혔다.
▲ OGN은 대리 사이트를 직간접적으로 운영했다는 사유로 ESU 강진모를 자사 리그에서 영구 퇴출했다 (사진출처: PSS 공식 홈페이지)
이슈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난 8일에는 PMP ‘라미’ 정우람이 특정 선수를 비방하고, 경기 사전 공모를 제안했다는 사유로 1개월 간 출전 정지를 받았다. 발표에 따르면 ‘사전 공모’는 실제 경기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경기 내용을 사전에 모의하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승부조작’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 PMP '라미' 정우람에 대한 징계 내용 (사진출처: 스포TV게임즈 공식 페이스북)
여기에 11일에는 앞서 도마에 오른 ‘라미’ 정우람과 함께 국내 ‘배틀그라운드’ 팀 433GOD 소속 ‘콜드’ 송정섭이 다른 ‘배틀그라운드’ 팀 콩두 레드도트 및 콩두 소속 선수 ‘스타일’ 오경철을 비방했다는 사실이 공개되며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433GOD 정지호 감독은 콩두 측에 직접 찾아가 사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게임 허점을 이용한 부정행위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8일에는 해외에서 열린 ‘배틀그라운드’ 리그 IEM 카토비체에 출전한 ‘Optic 게이밍’이 건물 벽 너머를 볼 수 있는 버그를 악용해 게임을 했다는 것이 적발되어 IEM 주최 측이 경기 중에 딴 포인트를 몰수하고, 팀을 실격시켰다.
▲ 지난 2월 말에 열린 IEM 카토비체 현장 (사진출처: IEM 공식 홈페이지)
끊이지 않는 인성 논란, 확실한 재발방지대책이 필요
‘리그 오브 레전드’,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까지 주요 종목에서 선수들의 언행이 논란을 일으킨 사례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프로게이머 역시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대상이며 특히 기성 스포츠 선수들보다 온라인 활동이 활발하고, 이슈가 빠르게 전파되는 SNS가 대중화되며 과거 행적이 일파만파로 퍼지는 경우가 매우 많아졌다.
여기에 e스포츠의 목표 중 하나는 ‘프로 스포츠’에 드는 것이다. 그리고 전통 스포츠에서도 선수들이 프로에 맞는 인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조건이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일베’ 용어 사용 및 SNS에서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징계를 받은 선수가 있다. 팀에서 방출된 한화 김원석이나 3개월 자격 정지를 받은 기아 윤완주, 1군에서 제외된 기아 이진영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처럼 전통 스포츠에서도 온라인에서의 언행으로 징계를 받은 선수들이 있다.
따라서 e스포츠 역시 스포츠로 가고 싶다면 선수와 팀, 그리고 경기를 운영하는 주최가 모두 머리를 맞대고 확실한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한국e스포츠협회가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e스포츠 선수 소양교육 외에도 대리게임이나 타인에게 모욕적인 말이나 행동, 부정행위에 대한 통합된 처벌 규정을 만들어 팀 및 선수들에게 주지시켜줄 필요가 있다. 여기에 과거 잘못이 있다면 적극적인 사과와 후속대처로 실망한 팬들의 마음을 달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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