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오브 워, GOTY로 가는 마지막 '한 조각' 찾았다
2018.04.26 20:32게임메카 김헌상 기자
▲ '갓 오브 워' 트레일러 (영상제공: SIEK)
‘갓 오브 워’ 시리즈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잔혹함’이다. 주인공인 스파르타 전사 크레토스는 혈혈단신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을 처단하러 나서는데, 사지 절단은 기본에 온갖 처형 방법이 등장했다. 이처럼 ‘갓 오브 워’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쾌감을 강조했으나, 바꿔 말하면 ‘잔혹함’ 외 다른 요소들은 상대적으로 기억에 남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갓 오브 워’ 시리즈는 PS 진영 대표작 이상 경지, 흔히 'GOTY급 게임'으로는 뛰어오르지 못했다.
그런 ‘갓 오브 워’가 확 달라졌다. 지난 4월 20일 발매된 신작에서 자극적인 요소를 대폭 덜어내고, 그 자리를 한층 진화한 액션과 연출, 전략성으로 채웠다. 초기에는 시리즈 특징을 잃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이 변신은 ‘역대급’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해외 게임 리뷰 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시리즈 역사상 가장 높은 96점을 받을 정도로 말이다.
정리하자면, 이전 시리즈가 자극적인 요소에 집중한 ‘혈기왕성한 젊은이’였다면 이번 신작은 ‘원숙미 넘치는 노익장’의 느낌이 강하다. 게임메카는 올해 ‘GOTY’ 후보로까지 점쳐지고 있는 ‘갓 오브 워’를 플레이 해 보고, 제작진이 찾은 마지막 한 조각이 무엇인지 직접 확인해 보았다.
▲ 주인공도 개발사도 원숙미 뽐내는 '갓 오브 워' (사진: 게임메카 촬영)
올드보이 보는 듯, 롱테이크와 연출로 빚어낸 몰입감
이번 ‘갓 오브 워’는 주인공 크레토스가 그리스의 만신전을 파괴하고, 결국에는 자기 자신까지 희생시킨 ‘갓 오브 워 3’ 이후를 그린다. 무슨 영문인지는 몰라도 크레토스는 중년이 된 모습으로 멀쩡히 살아 있었으며, 슬하에는 아들 ‘아트레우스’까지 있다. 그리고 크레토스는 이미 사망한 아내 ‘페이’의 유해를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에 뿌리기 위한 여정을 떠나게 된다. 그 와중에 발두르나 토르 등 북유럽 신화 속 신들과 싸우게 된다.
▲ 북유럽이지만 여전히 신화 속 존재들이 시비를 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전부 도끼로 참교육을 시켜주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산타모니카 스튜디오 애런 카우프만 마케팅 프로듀서는 ‘갓 오브 워’의 게임성을 ‘버스’에 비유했다. 버스를 타고 가듯 메인 스토리를 따라가다가, 중간중간 정거장에 내려 전투나 탐험을 즐긴 후 다시 탑승한다는 것이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메인 스토리 ‘여정’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플레이어는 크레토스가 되어 눈 덮인 미드가르드나 엘프들이 사는 땅 알프하임, 모든 것이 얼어붙는 죽은 자들의 세계 헬하임 등 북유럽 신화 속 다양한 지역을 방문하게 된다.
▲ 다양한 지역을 모험하는 것이 가능 (사진: 게임메카 촬영)
‘갓 오브 워’는 플레이어가 이러한 세계에 더욱 깊이 몰입하도록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다. 가장 메인이 되는 장치가 바로 화면을 끊지 않는 롱 테이크 구성이다. 게임 속 모든 장면은 화면 전환 없이 ‘통짜’로 구성됐다. 즉, 크레토스가 도끼로 나무를 패는 시작 화면부터 괴물과 싸우는 전투, 보물상자를 열기 위한 탐험, 그리고 각종 컷신들이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그렇다 보니 게임이 끊기지 않는다. 플레이어가 정말 크레토스가 되어 모험을 하는 것처럼 쭉 이어지기 때문에 자연히 게임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전투가 끝나고 나면 마치 영화 ‘올드보이’의 장도리 전투씬을 본 듯한 뿌듯함이 밀려올 정도다.
▲ 여기서부터 한 장면으로 이어진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보다 강화된 연출도 눈을 사로잡는다. 크레토스의 시선을 따라 움직이는 카메라를 통해 자연스럽게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거나, 격렬한 전투 중에는 순간순간 클로즈업을 통해 화끈한 액션을 보다 짜릿하게 보여준다. 특히 크레토스의 감정을 전달하는 부분 연출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내의 장례식을 준비하는 동안 풀린 붕대를 손목에 다시 동여매는 모습, 사냥에 성공한 아들을 쓰다듬으려다 포기할 때의 손짓은 웬만한 대사보다 많은 의미를 전달한다.
또한, 게임 도중 아들 아트레우스가 모종의 이유로 쓰러졌을 때는 방위를 알려주는 나침반 같은 UI가 일시적으로 표시되지 않았다. 컷신이 아닌 장면에 사라진터라 ‘혹시 아들이 쓰러져서 크레토스가 경황이 없는 걸 나타내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전 시리즈에서의 크레토스가 잔혹 액션을 위한 광전사에 불과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감정을 백분 이입할 수 있는 진정한 주인공으로 진화한 느낌이다.
▲ 수백마디의 말보다 더욱 많은 것을 전하는 표정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과거와 마주하는 장면 역시 흥미롭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특징적인 버튼 액션도 건재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아들이 다쳤을 때 UI가 사라지는 것이 인상적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콤보 액션과 육성까지. 부족했던 ‘한 조각’ 채웠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번 ‘갓 오브 워’는 잔혹성을 한껏 덜어낸 대신 한층 강화된 게임성으로 그 자리를 채웠다. 대표적인 것이 콤보로 대표되는 액션, 그리고 방대한 육성 요소다.
먼저, 액션의 경우 기존에도 ‘갓 오브 워’ 시리즈의 핵심이었으나, 이번 작품에서는 그 완성도가 한층 더 진화했다. 지금까지는 버튼을 연타하는 단조로운 콤보로 화려한 이펙트와 잔혹한 연출을 보는 데 그쳤지만, 이제는 액션 자체의 폭이 크게 늘어났다.
이번 작품에서 크레토스의 주무기는 서리 피해를 주는 ‘리바이어던 도끼’, 그리고 스토리를 진행하며 다시 획득하는 전통의 쌍검 ‘혼돈의 블레이드’ 2가지다. 각 무기는 약공격(R1)과 강공격(R2)이 존재하며, 경험치를 얻으면 이외에도 다양한 기술을 익히고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성장은 아들 아트레우스도 마찬가지로, 활 쏘는 속도 등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 전투 기본은 평타지만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여러 가지 스킬을 익히는 것이 가능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새롭게 얻은 기술은 버튼 조합을 통해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리바이어던 도끼’를 쥐고 R2버튼을 꾹 누르면 ‘처형자의 단죄’가 발동해 큰 피해를 입힐 수 있고, R1버튼을 누른 뒤 잠시 기다렸다가 공격하면 휩쓸기가 발동된다. 다양하고 활용도 높은 기술들을 간단한 조작으로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전작들에 비해 액션의 폭이 크게 늘고 조작하는 재미가 확실해졌다.
▲ '스파르탄의 분노'를 써서 벌이는 화끈한 난타전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피니시 어택도 강렬 (사진: 게임메카 촬영)
육성 요소는 위에 언급한 기술 습득과 장비 시스템 두 가지로 구성된다. 게임 내에서 크레토스는 게임을 진행하며 얻는 자원을 통해 다양한 장비를 새로 만들고, 강화하고, 주문을 부여할 수 있다. 이는 전투에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특히 후반으로 갈수록 장비마다 독특한 옵션이 제공되어 자신의 스타일에 맞춘 세팅을 완성하는 재미도 있다. 이러한 장비 욕심에 스토리를 진행하다가도 채집을 하는 등 다른 짓을 하게 되는데, 이는 기존 ‘갓 오브 워’ 시리즈에서 볼 수 없었던 한 숨의 여유를 선사한다.
▲ 타다 남은 잔불 파밍하러 가세 (사진: 게임메카 촬영)
발키리로 밤 샜어! 스토리 봤다고 끝이 아니다
‘갓 오브 워’는 방대한 북유럽 세계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그렇게 구현된 세계 곳곳에는 숨겨진 콘텐츠가 가득하다. 즉, 메인 퀘스트만 진행하면 수박 겉핥기로 게임을 진행하는 격.
게임을 하다 보면 다양한 서브 퀘스트를 만나게 된다. 그 중에는 수수께끼 같은 말만 적혀 있는 보물지도를 해석하는 퀘스트도 있는데, 이 비밀을 찾는 과정에서 자칫 그냥 넘어갈 수 있었던 ‘갓 오브 워’의 세계를 100% 만끽할 수 있다. 이러한 서브 퀘스트는 게임 진행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게임 세계를 더욱 잘 이해하고 몰입하도록 돕는다.
▲ 여기저기 상자가 숨어있는 건 기본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서브 퀘스트도 다양하게 제공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서브 퀘스트 예를 하나 더 들자면, 강력한 보스 몬스터 ‘발키리’를 물리치는 미션이다. ‘발키리’는 상당한 난이도를 자랑하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도전 욕구를 자극한다. 기자는 스토리 퀘스트는 무난하게 진행할 수 있는 정도의 실력이었는데, ‘발키리’를 상대하면서는 한 대만 맞아도 체력이 쭉쭉 깎여 나가는 모습에 기겁할 수 밖에 없었다. 처참한 패배 이후 2, 3번 정도 더 도전했지만 토벌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이러한 고난이도 콘텐츠와 위에서 설명한 육성 요소가 더해지면, 그야말로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기자는 발키리에게 처참하게 패배한 후 ‘전설급 방어구를 맞추면 공략할 수 있을까’, ‘공격을 좀 더 잘 회피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스토리와 별개로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쌓여 있던 서브 콘텐츠에 열중하기도 했다. 이러한 고난이도 콘텐츠는 게임에 보다 오래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지금까지의 ‘갓 오브 워’가 메인 스토리를 쫓아가는 선형적인 구조였던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천지개벽급이다. 마치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의 진화를 보는 것 같았다.
▲ 기다려라, 전설 방어구 뽑고 다시 도전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원숙해진 ‘갓 오브 워’, 다음이 기대된다
발매 전, 기자는 애런 카우프만 프로듀서와 인터뷰를 가진 적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예전에는 잔인하고 스펙터클한 게임으로 모두를 ‘와’하게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이번에는 지금까지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녹여내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한 바 있다. 즉, 이번 ‘갓 오브 워’는 개발사 산타모니카 스튜디오의 원숙함이 담긴 게임이라 할 수 있다.
▲ 디렉터 경험에서 우러나온 아들과의 여정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 결과물은 앞서 누누히 설명했듯 역대급이다. 전작 ‘갓 오브 워: 어센션’의 흥행 참패 이후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말을 듣던 ‘갓 오브 워’ 시리즈를 완전히 뒤엎는 데 성공한 것이다. 새로운 스토리와 연출, 육성 요소 등으로 새로운 재미를 찾은 한편, 시리즈 대대로 장점이었던 호쾌한 액션은 한층 업그레이드 시켰다. 아버지가 된 주인공 크레토스처럼, ‘갓 오브 워’ 시리즈도 현명한 노익장으로 거듭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갓 오브 워’는 게임 안에서 이집트 신화 등에 대한 강력한 ‘떡밥’을 뿌리기도 했다. 북유럽에서 원숙함을 뽐낸 ‘갓 오브 워’가 다음엔 어디로 향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다.
▲ 다음에는 어느 신화에 찾아갈까?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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