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서 만든 '사무라이' 게임, 고스트 오브 쓰시마
2018.06.15 05:27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검 하나로 세상을 상대하는 사무라이는 게임의 단골 소재다. 게임 속 사무라이들은 화려한 검술로 적을 상대하고, 악마를 물리치고, 스스로 악마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매스미디어 속 사무라이는 명예를 중시하는 무사 집단으로 그려지며, 무(武)에 목숨을 건 존재다.
그러던 와중, 철저히 실리를 추구하는 사무라이가 등장했다. 평화로운 섬을 침공해 온 몽골군에 맞서 명예와 가문을 버리고 홀로 싸우는 ‘진 사카이’의 일대기를 그린 오픈월드 액션RPG ‘고스트 오브 쓰시마’가 그 주인공이다. 게임 속 ‘진’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정면대결로 적을 물리칠 때도 있지만, 닌자를 방불케 하는 잠입과 암살로 타깃을 처치하는 모습도 보인다.
▲ '고스트 오브 쓰시마' 게임 플레이 영상 (영상출처: PS 공식 유튜브)
마치 사무라이와 닌자의 특징을 적절히 섞어 놓은 느낌에, 12일 공개된 시연 영상을 본 많은 게이머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SIE 월드와이드스튜디오 요시다 슈헤이 대표 역시 ‘고스트 오브 쓰시마’를 두고 ‘게이머로서 가장 기대되는 타이틀’로 뽑았다.
과연 ‘몽골 침략’이라는 역사를 그린 오픈월드 액션 RPG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어떤 게임일까? 게임을 직접 시연해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이번 ‘E3 2018’에는 체험할 수 있는 버전이 나오지는 않았다. 대신, 서커펀치에서 ‘고스트 오브 쓰시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네이트 폭스(Nate Fox)를 만나 트레일러에 나온 시연 장면을 되짚어보고,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 서커펀치 '고스트 오브 쓰시마' 네이트 폭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아름다운 자연 묘사가 게임의 핵심
네이트 폭스 디렉터는 ‘고스트 오브 쓰시마’를 두고 “서커펀치의 꿈과도 같은 프로젝트”라고 표현했다. 그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아름다운 일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시연 버전에서는 주인공 ‘진’이 언덕 위에 올라 쓰시마 섬을 내려다보는 장면이 나온다. 가까이에는 갈대풀이 자라 있는 들판이, 조금 멀리에는 불타고 있는 마을이 내려다보이며, 그보다 먼 곳에는 쓰시마 섬 특유의 자연 경관을 이루는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들어서 있다.
네이트 폭스는 “쓰시마 섬은 오픈월드를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매우 거대하게 표현됐다”라며 “위에서 내려다보는 언덕부터 멀리 있는 산까지, 플레이어가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 속 쓰시마 섬의 넓이는 수치상으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서커펀치 전작 ‘인퍼머스: 세컨드 선’의 시애틀보다 더 크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본 섬의 전경은 전체 섬의 1/4 이하에 불과한, 그야말로 어마어마하게 큰 세계다.
▲ 저 멀리 보이는 산 구석구석까지 모두 갈 수 있다 (사진제공: SIE)
‘고스트 오브 쓰시마’ 세계는 단순히 넓은 것 뿐만이 아니다. 그 속에서 유저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단순히 몽골 군인들과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예측하지 못 한 방법을 찾아내 허를 찌르는 것이다. 실제로 주인공 ‘진’은 원래 명예를 중요시하는 전통적인 사무라이였지만, 몽골군이 참략한 뒤 닌자와도 같은 새로운 전투 방법을 익혔다. 이러한 능력은 같은 미션이라도 플레이어에 따라 수많은 방법으로 공략이 가능하게 만든다.
네이트 폭스는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단순한 전쟁 이야기가 아니다. 잔인한 전쟁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표현하고 싶었다”라며, “어려운 시기에 사람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주인공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눈으로 확인하기 바란다”라고 설명했다.
▲ 궁지에 몰린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하는가 (사진출처: 소니 E3 컨퍼런스 영상 갈무리)
다음은 네이트 폭스 디렉터와 ‘고스트 오브 쓰시마’에 대해 나눈 일문일답이다.
게임 내 RPG 요소가 들어 있는가?
네이트 폭스: 이 게임은 사무라이가 전사로 변해 가는 과정을 다루며, 그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적들과 싸운다. 이를 묘사하기 위해 RPG적 성장 요소가 포함돼 있다.
캐릭터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한가?
네이트 폭스: 오늘 시연된 버전과 일전에 공개된 트레일러 영상을 잘 비교해 보시면 세부 기어 등이 달라진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좋은 힌트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게임은 멀티 엔딩 시스템을 채택했는가?
네이트 폭스: 이 게임은 하나의 줄거리를 따라가며, 이야기가 분화되진 않는다. 하지만 메인 스토리 외에도 오픈월드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그 수는 유저가 다 즐길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러울 만큼 많으며, 내용 역시 드라마틱하다. 이번에 보여준 데모 영상 역시 메인 스토리가 아니라 사이드 미션이다.
▲ 여주인공과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사이드 미션이었다 (사진출처: 소니 E3 컨퍼런스 영상 갈무리)
비주얼과 광원 효과가 굉장히 아름답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네이트 폭스: 아름다운 자연과 피가 튀기는 잔인함. 극단적인 두 가지 아름다움을 다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자연환경의 경우 바람에 흔들리는 식물이나 밤낮이 바뀌며 보여지는 하늘의 풍경, 산 위에서 표현되는 안개 등을 통해 플레이어가 1274년 쓰시마 섬에 와 있는 풍경을 주려 노력했다.
왜 1274년 쓰시마라는 배경을 선택했나?
네이트 폭스: 쓰시마를 배경으로 한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섬이다. 섬이라는 배경은 오픈월드로 제작하기에 적합하다. 두 번째는 그 당시 가장 강력한 군대인 몽고에 맞서는 주인공을 묘사하고 싶었다. 당시 일본에서는 화약을 본 적이 없었는데, 몽골 침략으로 처음으로 보게 된다. 이로 하여금 플레이어가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몽골의 일본 침략은 매우 옛날 일이고, 미국에선 더 먼 얘기일 것 같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네이트 폭스: 우리는 다행히도 일본 회사인 소니에서 일 하고 있다. 그래서 재팬 스튜디오와 긴밀히 협력할 수 있었다. 당시의 쓰시마 섬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여러 교수나 학자들과 깊은 논의를 했다. 예를 들면 일본도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그 부분에 정통한 사람들을 만나 여러 정보를 얻었다. 참고로,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실제 역사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픽션이다. 고증적으로 완벽히 똑같지는 않다.
▲ 실제 역사를 기반으로 하지만 픽션 스토리를 다룬다 (사진출처: '고스트 오브 쓰시마' 티저 영상 갈무리)
주인공 ‘진’은 사무라이인가, 고스트인가?
네이트 폭스: ‘진’은 몽골 침략에 맞서 새로운 싸움 방법을 찾은 훌륭한 검사다. 이 게임의 타이틀은 ‘진’이 ‘고스트’가 되는 과정을 묘사했다. ‘고스트’가 진짜 유령인지 상징적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고스트’라는 이름이 붙을 만큼 몽골군에게 진은 매우 무서운 존재다.
중간에 여러 적을 한 번에 쓰러뜨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스킬인가?
네이트 폭스: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스킬 기반의 게임이다. 자세하게 말씀드릴 순 없지만, 순간적으로 한 번에 적을 제압할 수 있는 사무라이의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다.
▲ 전통적인 사무라이였지만 몽골에 맞서 새로운 전투 방법을 찾은 '진' (사진제공: SIE)
시연 버전에 UI가 거의 없는데, 의도한 것인가?
네이트 폭스: 사실 ‘E3 2018’ 트레일러에서 좀 더 시네마틱한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UI를 일시적으로 삭제했다.
음성은 영어와 일본어 둘 다 지원하는가?
네이트 폭스: E3 영상 공개 이후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다. 답은 ‘그렇다’이다. 자막과 음성 모두 완벽하게 일본어 지원을 할 것이다.
한국(고려)이 게임 내에 등장하는가?
네이트 폭스: 실제 역사에서는 고려가 일본 침략군에 포함돼 있었지만, 이 게임은 픽션이기 때문에 고려군이 등장하지 않는다. 오직 몽고군과만 맞서 싸우게 된다.
▲ 적은 몽고군 뿐, 고려군이 나오지는 않는다 (사진제공: SIE)
역사에서는 몽골이 쓰시마를 정복하는데, 게임에서는 어떤가?
네이트 폭스: 이것은 오리지널 스토리를 가진 픽션 게임이다. ‘진 사카이’가 몽골의 침략을 막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역사와는 다른 내용이다.
플레이 타임이 얼마 정도 되는가? 메인 스토리만 한다면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나?
네이트 폭스: 절대 아니다. 정확한 플레이 타임을 말하기는 힘들지만, 매우 볼륨이 크다. 메인 스토리만 진행하기엔 너무 많은 이야기가 있어 그냥 넘어가지 못할 것이다.
▲ '고스트 오브 쓰시마'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네이트 폭스 디렉터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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