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연예인보다 튀는, 광고 속 씬스틸러 게임人 TOP5
2018.07.05 11:44게임메카 도남익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근 몇 년간 공중파에서 게임 광고를 접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었다. 그것도 초특급 스타를 모델로 내세운 호화로운 구성이다. 그만큼 게임이란 콘텐츠가 대중화됐다는 방증이겠으나, 한편으로 스타 마케팅에 쏟아부을 돈으로 작품 자체에 투자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래서일까? 몸값 비싼 연예인을 쓰느니 내가 직접 뛰겠다며 카메라 앞에 선 이들이 있다. 전문 모델보다 연기력이 더 출중해 보이는 씬스틸러 게임인들의 모습을 만나보자.
5위. 이원술 X 최연규 (노리맥스)
손노리와 소프트맥스, 이 둘은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국내 게임 산업을 이끄는 쌍두마차로 불리던 개발사들이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와 함께 특유의 개그 센스로 사랑받은 손노리와 ‘창세기전’으로 웃음기 싹 뺀 서사시를 구축한 소프트맥스는 묘한 대비를 이루며 뭇 게이머를 즐겁게 해주었다. 그런 그들이 2004년 3월 업무 제휴를 체결했으니, 축구로 치면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가 통합하는 수준의 빅뉴스가 아닐 수 없었다.
▲ “합칠까?” “기회야!” (출처: 유튜브 Minseok Kim)
이 야심찬 프로젝트는 양사의 명칭을 합쳐 ‘노리맥스’라 불렸다. 손노리 이원술 대표와 소프트맥스 최연규 이사(당시 실장)은 그 영광스러운 출범을 기념하고자 광고 영상도 찍었는데 이게 또 상당한 걸작. 뭔가 멜랑꼴리한 배경음악이 깔리는 가운데 최연규 이사가 “합칠까?”하고 속삭이자 이원술 대표가 만면에 미소를 띠우며 “기회야!”라고 맞장구를 친다. 음, 이제와 얘기지만 ‘노리맥스’는 기회가 아니라 함정이었다. 역시 각자가 자기 할 일 하는게 최고인 모양이다.
4위. 오노 X 하라다 (철권 3D 프라임)
‘철권’의 아버지로 통하는 반다이남코 하라다 카츠히로 PD와 ‘스트리트 파이터’ 부활의 주역인 캡콤 오노 요시노리 PD는 대전격투 장르를 견인하는 선의의 라이벌로 잘 알려져 있다. 이따금씩 서로 짓궂은 디스를 날리긴 해도 이러저러한 행사나 이벤트를 함께 진행하는 걸 보면 영락없는 친구 사이. 심지어 오노 PD는 명백히 경쟁 관계에 놓인 ‘철권’ 신작 홍보 영상에 몸소 출연했을 정도다. 아니 이거 괜찮은 겁니까, 캡콤의 높으신 분들?
▲ “철권이 3DS로 나온다고?” (출처: 반다이남코 공식 유튜브)
광고는 언제나처럼 닌텐도 3DS로 ‘스트리트 파이터’를 즐기던 오노 PD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오며 시작된다. 수화기 너머로 “오, 하라다”라며 운을 띄운 오노 PD는 “뭐야, 철권이 3DS로 나온다고! 게임과 영화가 카트리지 한 개에? 60프레임으로 구동한다고? 어디서 헛소리를…”하고 일갈하다 창문을 부수며 등장한 하라다 PD에게 그대로 KO 당한다. 비웃는 척하며 ‘철권 3D 프라임’을 깨알같이 홍보해주는 오노 PD나, 도복까지 입고 어설픈 스턴트를 소화한 하라다 PD나, 정말 못 말리는 아재들이다.
3위. 김택진 (리니지M)
‘리니지M’은 모바일게임 절대강자답게 광고 모델로 거쳐간 셀럽이 한 다스는 족히 된다. 충무로의 명배우 최민식·백윤식은 물론 축구 선수 차범근·차두리 부자, 격투기 선수 정문홍·김동현, 권투 선수 홍수환·이흑산, 만화가 허영만·박태준 등등 출신 분야도 다채롭디 다채롭다. 하지만 정작 게이머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최고의 광고 모델은 이들 가운데 없었으니, 본인 역할로 깜짝 출연한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가 씬스틸러 노릇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 “김택진 이 XXX!!” (출처: 엔씨소프트 공식 유튜브)
문제의 광고는 일식집에서 밥 먹다 말고 ‘리니지M’을 하는 한 남자와 일행을 비춘다. 이 불쌍한 남자는 무모하게 강화를 시도하다 장비를 깨먹고야 마는데, 열이 머리끝까지 뻗쳐선 “아오, 김택진 이 XXX!!”라며 절규한다. 그런데 그 바로 옆자리에 정말로 김택진 대표가 앉아있었다는 게 유머. 게임사 수장이 직접 등장한데다 욕 한 사발까지 시원스레 먹었으니 파격적인 광고임에는 틀림없다.
2위. 나고시 토시히로 (용과 같이: 극)
‘용과 같이’ 시리즈는 일본 환락가를 무대로 야쿠자의 사랑과 투쟁을 그린 성인 취향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아무래도 소재부터 워낙 자극적인 데다 일본색이 짙게 배어있어 정식 발매는 꿈도 못 꾸던 작품인데, 놀랍게도 2015년 말 ‘용과 같이: 극’ 한국어화가 결정되며 우리말로 즐기는 시대가 밝았다. 이에 세가 게임즈 나고시 토시히로 총괄 디렉터는 ‘용과 같이: 극’ 홍보 영상에 직접 출연하여 한국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도 했다.
▲ “궁극의 유희, 마침내 상륙” (출처: SIEK 공식 유튜브)
검은 정장의 어깨들을 이끌고 어느 고풍스러운 복도를 지나는 건달 전문 배우 김선균. 그가 들어선 방에는 먼저 도착한 나고시 디렉터가 태연자약하게 스테이크를 뜯고 있다. 따로 분장을 하지 않아도 이미 야쿠자스러운 나고시 디렉터의 용모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거칠게 욕지기를 내뱉으며 물건을 요구하는 김선균에게 “한국 남자들을 흥분시킬 궁극의 유희!”라며 ‘용과 같이: 극’을 권하는 장면은 마치 한 편의 느와르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위. 게이브 뉴웰 (셰프스 스텝)
‘하프라이프’, ‘포탈’, ‘팀 포트리스’, ‘레프트 4 데드’ 등 내놓은 게임마다 흥행하는 마이더스의 손이자 스팀 플랫폼으로 PC 게이밍의 판도를 바꾼 게임계의 거물 게이브 뉴웰. 과연 그는 전세계 게이머가 가져다 받친 돈으로 어떤 삶을 영위하고 있을까? 어쩌면 매일 코끼리 발바닥만한 스테이크를 썰며 우아하게 클래식 음악을 들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수비드(밀폐된 봉지에 담긴 고기를 미지근한 물로 오랫동안 데우는 조리법) 머신 광고에 나올 만큼 잘 먹게 생긴 것은 분명하다.
▲ “흐으음… 어오우!” (출처: 셰프스 스텝 공식 유튜브)
마블링이 훌륭한 고기 위로 소금과 후추를 뿌리는 숙련된 손놀림. 냄비에 물을 충분히 받은 뒤 수비드 머신을 장착하고 휘파람을 불며 여유롭게 때를 기다린다. 선반 한 켠에 자리한 위스키를 얼음이 담긴 잔에 따르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일 터. 이윽고 충분히 데워진 고기를 버터 두른 프라이팬에 살짝 구운 뒤 썰어내는데, 이제 보니 요리사의 정체가 다름아닌 게이브 뉴웰 아닌가! 아니 뭐 업계인이라고 게임 광고에만 나오라는 법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