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의 달인 스위치, '리듬'을 내주고 '파티'를 취했다
2018.07.23 17:15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기자는 과거 부모님을 따라간 일본 여행에서 '태고의 달인'을 처음으로 만났다. 당시엔 국내에서 구경하기 힘들었던 '오락기'였던 만큼 '태고의 달인'과의 첫 만남은 상당히 짜릿했다. 기존 리듬액션과는 다른 기묘한 조작법과 실제 북을 두드리는 듯한 타격감은 다른 게임에선 만난 적 없는 경험을 안겨줬다.
이후에도 그 두근거림을 집에서도 느끼고 싶어 꽤 많은 콘솔 이식작을 플레이 해봤지만 오락실에서의 감동을 느끼기는 쉽지 않았다. 게임패드로 버튼을 눌러가며 플레이하는 것만으로는 실제 북을 두드리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주변기기 태고(북)와 북채를 별도로 구매해 봤지만, 지나친 소음과 인식문제 등으로 온전한 플레이가 쉽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9일 발매된 '태고의 달인 닌텐도 스위치 버~전! (이하 태고의 달인 스위치)'은 나름 기대되는 타이틀이었다. 닌텐도 스위치의 조이콘을 흔들어 북을 치는 느낌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여기에 스위치 특유의 휴대가 가능하다는 장점과 새로 추가된 모드가 어우러져 '파티게임'으로의 면모도 갖추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접해 본 '태고의 달인 스위치'는 낮은 인식률과 허공 북질의 불편함과 피로도 등의 문제가 쌓이면서 '리듬액션게임'의 깊이는 챙기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앞에서 말한 '파티게임'을 취하기 위해 '리듬게임'을 버린 느낌이었다.
▲ '태고의 달인 닌텐도 스위치 버~전!' 대기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불안한 모션인식으로 리듬액션게임으로서의 장점을 잃다
본작에선 기존 콘솔 이식작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기능이 추가됐다. 그중에서도 '모션 조작'은 이번 작품의 정체성이라고 볼 수 있다. 조이콘을 북을 두드리듯이 휘두르는 것으로 오락실에서의 느낌을 재현한 것이다. 부족한 타격감은 특유의 'HD 진동'으로 보완했고 부족한 인식은 연주 스킬이나 연주 캐릭터의 연주 스킬과 직접 인식 감도를 조정하는 것을 통해 보정을 가했다.
하지만, 모션 조작의 인식률은 농담으로라도 좋다고 말하긴 힘들다. 한번 휘둘렀는데 두 번씩 울리는 경우가 적지 않고, 정확한 동작이 아니면 미묘하게 박자가 흐트러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완벽한 타이밍에 노트를 연주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특히나 조이콘을 비스듬히 내리쳐야 하는 '딱'은 그냥 내려치기만 하면 되는 '쿵'보다 훨씬 칼 같은 동작을 요구하기 때문에 제대로 연주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을 요구한다.
▲ 모션 조작의 인식률이 낮기 때문에 자주 콤보가 끊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인식 감도나 음표 판정을 조절할 수 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모션 조작에서 비롯되는 체력소모도 상당한 편이다. 내리친 후에 반동을 더해주는 실제 북이 없기 때문에 평소보다 조작에 힘이 더 많이 들어가게 된다. 특히 반동을 이용한 고속 연타는 모션 조작에서 기대하기 힘든 것이 현실. 롤이 아니더라도 노트가 연달아서 나오는 '기차' 패턴이나 '빔'이라도 등장하는 날엔 여지없이 '에고'를 기록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인식 감도를 높일 수도 있지만 이럴 경우 상기했던 인식률이 나빠지기 때문에 완벽한 대안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결과적으로 이 모든 것들이 결합돼 본작은 리듬액션게임으로서의 깊이에서 큰 손해를 본 셈이 됐다. 애초에 모션 조작만으로 최고 난이도의 곡을 쉽게 클리어할 수 있기를 바란 건 아니지만, 모션 조작을 사용하면서 느끼는 피로감과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는 것이 문제다. 실제 북을 두드린다는 느낌을 떠나서 정교한 플레이에 상당한 지장이 있는 조작법을 고득점을 노리는 플레이어들이 선택할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 반동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체력소모가 극심한 편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결국 고득점을 위해선 모션 조작을 포기하게 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파티게임으로서의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고의 달인 스위치'는 상당히 재밌게 플레이 할 수 있는 '파티게임'이다. 인식률이 높지 않은 것은 맞지만 꾸준히 플레이하다 보면 감각적으로 정확한 입력 타이밍을 익힐 수 있다. 또한, 정확한 동작을 요구하는 '딱'은 시스템 자체에서 보정이 가해지기 때문에 '쿵'으로 휘둘러도 타이밍만 정확하다면 문제없이 입력이 된다. 어떻게 보면 눈속임이지만 좋지 않은 인식 문제를 미연에 방지한 셈이다. HD 진동이 주는 손맛도 상당히 탁월해서 쉬운 곡을 연주할 때나 초보자에게는 모션 조작도 충분히 재밌는 조작법이다. 무엇보다도 버튼 인식과 터치 인식이 있기 때문에 때와 기분에 맞는 조작법을 선택하면 된다.
▲ 부단한 노력이 뒷받침 된다면 모션 인식도 문제 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특히, 본작에서 추가된 '파티모드'는 접대용 게임으로서의 면모를 십분 발휘한 모드라고 할 수 있다. 전작에 등장한 다양한 미니게임들에다가 새로 제작한 게임들까지 총 20가지의 게임이 있으며 조작이 단순하고 난이도가 다양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전체적인 게임 진행이 '리듬 세상' 시리즈를 떠오르게 하는데, 은은하게 들리는 음악에 맞춰서 정확한 타이밍에 '쿵'이나 '딱'을 입력하는 식이다.
게임 방식도 협력해서 같이 클리어하는 모드와 누가 더 높은 점수를 내는지 경쟁할 수 있는 방식, 혹은 팀을 짜서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있기 때문에 입맛에 맞게 골라서 플레이할 수 있다. 청기 백기를 닮은 게임부터 고기 굽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박자와는 영 상관없을 것 같은 많은 게임이 '태고의 달인' 특유의 귀여운 캐릭터와 그래픽, 분위기와 잘 어우러져 있다. 어떤 면에선 '연주모드' 보다도 재밌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 사이좋게 즐길 수 있는 '다 함께 백중맞이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리듬 세상' 저리가라 수준의 칼박자가 필요한 '금붕어 건지기'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은근히 스릴있는 '나마하게 꽃이 피었습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기본 수록곡도 다른 작품에 비해서 많은 편이고, 상대적으로 익숙한 곡들로 많이 구성돼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가볍게 즐기는 데는 무리가 없다. 버튼 조작이나 터치 조작이 가능한 만큼 이 정도 볼륨의 작품을 휴대하면서 플레이 할 수 있다는 것부터가 굉장한 장점이다. 특히 휴대가 가능하다는 점은 언제 어디서든 여러 사람과 함께 플레이 할 수 있다는 점과 결합해 '파티게임'으로서의 시너지를 더욱 부각한다.
▲ 무려 트와이스의 'TT'가 수록돼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X-Japan의 명곡 'Silent Jealousy'는 치가 떨리는 엇박을 자랑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아쉽지만 반가운 신기한 작품
'태고의 달인 스위치'는 분명 아쉬운 부분이 명확한 작품이다. 특히, 불안정한 모션 조작 인식률은 '리듬액션게임'으로서는 상당히 뼈아픈 부분이다. 하지만, 그만큼 '파티게임'으로서의 장점은 명확한 편이다. 단순히 집에서만 혼자 즐길 수 있던 것과 달리 밖으로 나와 여럿이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스위치가 지닌 잠재력을 십분 발휘했다고 볼 수 있다. 한 편으론 아쉽지만, 또 한 편으로는 반가운 기묘한 게임이다.
▲ 굳이 조이콘을 들지 않아도 재밌게 쿵딱쿵 할 수 있는 게임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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