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으로 응축된 진한 감성 느꼈다, 거짓말 공주와 눈 먼 왕자
2018.09.05 18:56게임메카 김헌상 기자
▲ '거짓말쟁이 공주와 눈먼 왕자' 낭독 무비 (영상제공: 인트라게임즈)
니폰이치소프트웨어는 ‘마계전기 디스가이아’나 ‘마녀와 백기병’ 등 RPG 시리즈가 많이 알려졌죠. 하지만 이런 RPG 외에도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 중에서도 2D 어드벤처는 니폰이치소프트웨어가 계속해서 신작을 내놓고 있는 장르입니다. 2014년 ‘뉴 브랜드 프로젝트’ 일환으로 내놓았던 ‘반딧불이의 일기’부터 ‘요마와리-헤매는 밤’ 1, 2편, ‘로제와 황혼의 고성’이 이어졌고, 지난 8월 23일에는 최신작 ‘거짓말쟁이 공주와 눈먼 왕자’ 한국어판이 발매됐습니다.
이처럼 니폰이치소프트웨어가 내놓은 2D 어드벤처 게임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게임 가격에 비하면 콘텐츠가 다소 부족하다는 점이죠. ‘거짓말쟁이 공주와 눈먼 왕자’도 그렇습니다. 넉넉잡아 4시간이면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는데 가격은 5만 9,800원. 100시간 이상 즐길 수 있다는 ‘드래곤 퀘스트 11’와 같은 가격입니다. 그렇다 보니 선뜻 손을 내밀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게임을 직접 해본 결과 ‘가성비가 나쁘다’는 단점을 100% 상쇄시킬 수 있는 진한 감동을 느꼈고, 주변에 힐링 게임으로 추천하고 있습니다.
▲ '거짓말쟁이 공주와 눈먼 왕자' 시작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괴물과 왕자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
‘거짓말쟁이 공주와 눈먼 왕자’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담은 게임입니다. 주인공은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지닌 괴물 늑대와 작은 왕국의 왕자입니다.
늑대는 매일 밤 노래를 부르고, 왕자는 그 노래를 듣기 위해 위험천만한 숲을 방문하죠. 그런던 중 왕자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알아보려 다가가고, 정체를 틀킬까 당황한 늑대는 왕자를 공격하게 됩니다. 결국 왕자는 시력을 잃고 유폐되는 신세에 처하죠. 왕자를 구하기로 결심한 늑대는 숲의 마녀에게 자신의 노랫소리를 대가로 '공주로 모습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손에 넣고, 왕자의 눈을 치유하기 위해 함께 숲으로 향합니다.
▲ 당황한 늑대는 왕자를 공격하고 만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테마는 ‘두려움’,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오해’입니다. 늑대는 정체가 들킬까 두려워 왕자를 공격하고, 공주로 모습을 바꿀 수 있게 된 뒤에도 거짓말을 반복하며 정체를 숨기려 애씁니다. 왕자는 공주가 사실은 자신을 해친 괴물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점점 연심을 키워 갑니다. 사랑에서 시작된 늑대의 두려움은 거짓말을 낳고, 이는 두 사람 사이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만들어 갑니다. 그래서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위태롭게 느껴집니다.
▲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거짓말이 계속되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러한 아슬아슬함은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들고 ‘다음’을 궁금하게 만듭니다. 두 주인공의 관계 자체가 폭탄을 안고 있는 상황인데, 게임을 진행하면서 발생하는 여러 사건으로 늑대의 정체가 발각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계속 자극합니다. 또한, 괴물이 한낱 인간과 사랑에 빠져도 되는지에 대한 고뇌까지 이어집니다. 그렇다 보니 두 주인공이 어떻게 될지 궁금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짜임새 있는 캐릭터 설정과 도입부가 앞으로 진행될 이야기에 대한 흥미를 자극합니다.
▲ 괴물 늑대의 고뇌가 이어진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렇기에 단점으로 꼽혔던 짧은 플레이 타임은 오히려 몰입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이야기가 곁가지로 뻗어 나가지 않고 늑대와 왕자, 두 주인공의 기승전결을 밀도 있게 펼치기에, 게임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결말에서 오는 감동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습니다. 마치 영화나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넋을 잃고 본 뒤, 하루 내내 그 여운에 잠겨 있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한국어 번역을 맡은 인트라게임즈 능력도 이번 게임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스토리 중심의 게임인 만큼 이야기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 번역이 잘 되어 무슨 의미인지 두 번 생각하지 않게 합니다. 여기에 한 편의 동화책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세심한 배려를 기울인 점이 눈에 띕니다. 마치 구연 동화처럼 술술 읽히는 어휘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눈으로 자막을 훑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폰트 디자인 역시 동글동글한 것을 채택하여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잘 맞아 떨어집니다.
▲ 세이브, 로드 화면도 동화책을 연상케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시각과 청각을 모두 만족시키는 연출
이처럼 ‘거짓말쟁이 공주와 눈먼 왕자’가 지닌 강력한 무기는 이야기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니폰이치소프트웨어는 플레이어가 이야기 진행에 힘을 더하는 장치도 충실히 마련했습니다. 바로 그래픽과 사운드, 연출입니다.
먼저 게임의 독특한 그래픽은 발매 전부터 화제가 될 정도로 매력적이었습니다. 펜 한 자루로 직접 그린 듯한 비주얼, 그리고 데포르메 기법을 활용한 캐릭터 디자인은 '동화의 세계' 구현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일품은 귀여움과 그로테스크함을 겸비한 괴물 디자인입니다. 언뜻 귀여워 보이지만 사람을 해치는 괴물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 귀여우면서도 그로테스크한 괴물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 뿐만이 아닙니다. 캐릭터들이 표정이나 움직이는 모습도 상당히 정교하게 구현됐습니다. 혼자 움직일 때는 무표정한 공주나 왕자는 서로의 손을 잡으면 생긋 미소를 짓고, 이벤트 장면에서는 놀라거나 당혹스러워 하는 등 여러 표정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세밀한 표현이 캐릭터의 감정을 깊이있게 전달합니다. 왕자가 쓰러져 게임 오버가 될 때 늑대가 손을 바들바들 떠는 모습을 보면 그 애처로움이 화면 너머까지 절절하게 전해지죠.
▲ 게임오버 시에는 절로 가슴이 아파지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환하게 웃을 때도 감정이 느껴진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은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까지도 만족시킵니다. ‘거짓말쟁이 공주와 눈먼 왕자’는 게임 장면에 적절한 BGM을 삽입해 플레이어의 감성을 증폭시킵니다. 늑대가 혼자 노래를 부르는 시작 화면에서는 다른 악기는 거의 배제하고 피아노 하나에 집중해 쓸쓸함을 부각시킵니다. 게임 후반부에는 템포가 빠른 음악이 보스전을 진행하는 플레이어를 고조시키죠. 스탭롤에서 나오는 주제가 ‘달밤의 음악회’는 다양한 게임에서 뛰어난 가창력을 입증한 싱어송라이터 시카타 아키코가 불렀는데, 의미심장한 가사를 통해 게임을 잘 마무리 짓습니다.
▲ '달밤의 음악회' 영상 (영상제공: 인트라게임즈)
늑대와 공주를 오가는 퍼즐 풀이
‘거짓말쟁이 공주와 눈먼 왕자’의 매력은 게임의 퍼즐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공주로 변하는 괴물 늑대와 시력을 잃은 왕자라는 두 캐릭터에 기반해, 여느 어드벤처게임과는 차별화된 방식을 선보였습니다.
플레이어가 조작할 수 있는 캐릭터는 괴물 늑대입니다. 괴물 늑대는 △버튼을 눌러 늑대와 공주의 모습을 오갈 수 있습니다. 공주의 모습일 때는 혼자서 한 걸음도 떼지 못하는 왕자의 손을 잡고 함께 움직입니다. 늑대로 변신하면 왕자를 위협하는 괴물을 처치할 수 있죠. 점프력도 크게 높아져 공주일 때는 가지 못했던 곳에 올라가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두 가지 모습을 오가며 각종 장애물을 통과하고, 왕자를 안전하게 인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 왕자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러한 기본 구조에 게임이 단조롭게 흘러가지 않도록 약간의 ‘심화과정’이 추가됩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왕자에게 좌우 이동, 물건 집기를 부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능을 활용해야 풀 수 있는 퍼즐이 앞을 가로막습니다. 여느 어드벤처게임처럼, ‘이 퍼즐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라는 고민을 하게 만들죠. 후반부에는 아예 왕자와 공주가 떨어진 상태에서 진행하는 구간도 있는데, 이 때는 약간의 반응 속도와 컨트롤 실력까지 요구됩니다. 왕자가 이동 발판에 가만히 서서 나아가는 동안, 떨어지지 않도록 앞서 나가 장애물을 부수고 레버를 돌리는 등, 공략하는 재미가 쏠쏠한 부분이 있죠.
▲ 왕자에게 다양한 부탁을 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 외에도 스테이지 곳곳에 수집 요소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게임을 진행하는 도중 꽃잎을 획득하거나, 꽃밭을 찾아 왕자에게 꽃을 선물할 수 있습니다. 수집을 통해 게임 본편에 나오지 않는 뒷이야기를 살펴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게이머들의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업적 트로피까지 제공됩니다. 이를 통해 짧은 플레이타임을 그나마 보완하고 있습니다.
▲ 수집요소 중 하나인 '꽃잎' (사진: 게임메카 촬영)
‘가성비’를 제쳐 두고 거짓말쟁이 공주와 여행을
‘거짓말쟁이 공주와 눈먼 왕자’ 만듦새는 상당히 좋습니다. 뻔할 수도 있는 사랑 이야기에 독특한 설정을 더해 색다른 매력을 자아냈습니다. 그리고 뛰어난 이야기에 힘을 더할 수 있는 그래픽과 사운드, 연출을 갖췄고, 게임 플레이 자체도 어드벤처게임에 기대할 법한 재미를 담았습니다. 단점으로 꼽혔던 짧은 플레이 타임은 오히려 강한 여운을 주는데 필요한 요소였다고 봅니다.
최근 인기 추세인 큰 스케일의 액션 게임에 지쳤다면, 진한 감동을 주는 ‘거짓말쟁이 공주와 눈먼 왕자’로 잠시 힐링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 거짓말쟁이 공주와 눈먼 왕자의 이야기 결말은?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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