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셔틀] 재료는 좋은데 맛이 살짝 아쉬운 '짬뽕', 팬텀게이트
2018.09.19 18:28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 '팬텀게이트'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게임 공식 유튜브)
한국식 중화요리 중 하나인 '짬뽕'은 해물과 채소, 돼지고기 등을 볶아서 우려낸 국물을 부어 만든 요리다. 얼핏 보면 아무거나 넣어서 만들어도 될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재료끼리 조화를 이루기 위해선 몇 가지 요리 기술도 활용해야 하고 짧은 시간 내에 요리를 끝마칠 수 있는 빠른 손도 필요하다. 보기에는 쉬워도 조화롭고 맛있게 만들기는 힘든 것이다.
지난 18일 발매된 넷마블 신작 '팬텀게이트'가 딱 그렇다. 맛있고 싱싱한 좋은 재료들은 몽땅 들어가 있고, 손질도 그럭저럭 되어있는 데, 재료끼리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서로 겉도는 느낌이 강하다. 각 재료들만 따로 골라서 하나씩 먹어보면 나쁘지 않은데, 요리 자체의 맛은 기대 이하였다.
▲ '팬텀게이트' 대기 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수려한 그래픽과 다채로운 시스템
'팬텀게이트' 첫인상은 상당히 깔끔한 편이다. 일단 동화가 연상되면서도 유치하지 않은 수준의 그래픽과 캐릭터 디자인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배경도 데포르메 형식을 적극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이 단순하면서도 세련되게 드러난다. 이를테면 천장에서 떨어지는 고드름이나 챕터를 나무나 풀, 비석 등이 보석처럼 각이 져 있어 북유럽 특유의 '룬' 문자와도 잘 어우러지면서 심심하게 보이지 않도록 구성돼 있다.
북유럽 신화를 채용한 스토리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인간을 지키고자 하는 라네르타라는 발키리가 오딘에 의해 사로잡혀 봉인된 후, 그녀의 딸 아스트리드가 어머니를 구하고자 떠나는 여행을 다루고 있다. 마블 코믹스에 등장하는 '토르'나 '오딘'과 같은 익숙한 이름을 만나볼 수 있는 데다가 혼자서도 10시간은 족히 스토리만 즐길 수 있을 만큼 분량도 길고 내용도 치밀한 편이다.
▲ 주인공 '아스트리드'는 죽은 어머니 '라네르타'를 살리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그 과정에서 오딘이나 토르와 같은 북유럽의 신들을 계속 만나게 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플랫포머 장르가 결합된 스테이지 구성도 독특하다. 플레이어는 정해진 코스를 선택한 다음 해당 코스에 있는 일정량 이상의 '팬텀 소울'을 모으고 NPC의 퀘스트를 해결해야 한다. 스테이지 안에 숨겨진 여러 장치를 이용해 퍼즐을 풀고 장애물을 헤쳐나가는 것도 게임의 중요한 요소다. 모바일 플랫폼 특성상 지나치게 복잡한 조작을 요구하는 대신 퍼즐 요소를 늘리고 숨겨진 공간을 더해서 소소한 재미를 더했다.
▲ 지렛대를 이용해 돌을 굴리거나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장애물을 타이밍에 맞게 건너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퍼즐도 풀어야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스테이지 내에 있는 적과 만나면 전투가 시작된다. 전투는 턴제로 진행되며 행동 게이지에 따라 순서가 결정되는데, 캐릭터 별로 병과가 정해져 있다. 근접공격을 주로 사용하는 캐릭터도 있고, 체력을 담당하는 서포터, 상대방의 공격을 나서서 맞아주면서 우리 팀을 보호하는 탱커에 원거리 딜러도 있다. 공격 시 확률에 따라 특수효과가 발동되기도 하며 전투 중간중간 이를 보조해주는 아이템이 나와 이를 언제 쓰는지도 생각해야 할 만큼 전략적 요소도 풍부하다.
이 밖에도 '팬텀게이트'는 아주 다채로운 시스템을 지니고 있다. 전투를 치룬 적 '팬텀'의 정수를 수집해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요소도 있으며, 팬텀을 강화하고, 진화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다른 모바일게임에서 볼 수 있는 보스러시나, PvP 모드도 있으며, 별자리란 이름의 도감 수집 요소도 있다. 필드에서 적 뒤를 먼저 잡으면 먼저 선제공격이 가능하다는 점 등 파고들 요소가 매우 많은 게임이다.
▲ 전투에는 확률에 따라 발생하는 특수효과나 버블과 같은 다양한 전략적 요소가 존재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죽은 적의 정수를 모아서 '팬텀'을 소환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팬텀'은 강화하거나 진화시킬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어디서 본 것 같으면서도 따로 놀고 있는 시스템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팬텀게이트'는 훌륭한 요소가 넘쳐나는 게임이다. 어디선가 자주 보던 게임들의 장점만 쏙쏙 골라왔기 때문이다. 함정이 있는 플랫폼을 돌아다니며 퍼즐을 풀고 숨겨진 공간을 찾아낸다는 과정은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나 '소닉 더 헤지호그' 시리즈와 닮아 있다. 몬스터를 잡아서 내 편으로 만들고 같이 싸운다는 부분에선 '포켓몬스터'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 밖에도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재밌는 것들만 쏙쏙 뽑아서 게임에 집어넣었다는 인상을 준다.
문제는 이런 다양한 재미 요소들이 게임 내에서 잘 섞이지 못하고 따로 놀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스토리에 몰입하기가 굉장히 힘들다. 단숨에 이해가 될 만큼 스토리가 쉬운 편도 아닌데, 게임 속 설정이 너무 많다. '팬텀 랜드', '팬텀 게이트' 등 스테이지에 보이는 모든 것에 이름이 있고 역할이 있는데, 딱히 게임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설정은 아니다. 그냥 차원문, 던전, 로비 혹은 마을이라고 해도 문제가 없다. 굳이 하나하나 이름을 붙이고 그럴싸한 설정을 붙여서 혼란만 가중한다.
▲ 스토리를 설명하는 방식의 대부분이 이렇게 컷신이 나온 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대뜸 공격을 가한 다음에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내레이션으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설명하는 걸로 끝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플랫포머와 전투 간 연계라 할 만한 것도 거의 없다. 길 가다가 갑자기 등장하는 야생의 팬텀을 만나서 싸우는 것도 아닌 데다가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려면 결국엔 모든 '팬텀'을 다 처치해야 하기에 결국엔 전투 따로 플랫포머 따로 플레이한다는 느낌이 든다. 스테이지에 존재하는 몬스터 수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스테이지를 맘껏 돌아다니면서 레벨업을 위한 노력을 할 수도 없는 구조다. 꼭 해야하는 전투 말고는 이것저것 피해다니는 것이 가능한 다른 RPG를 생각하면 명백한 단점이다.
자잘한 요소들도 서로 유기성이 거의 없다. 캐릭터가 지닌 고유의 대지나 화염, 바람, 불 등의 속성은 서로 간에 상성이 있는데, 필드에 등장하는 적이나 상대방의 상성을 미리 고려해서 캐릭터를 구성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 처치한 팬텀의 정수를 모아서 팬텀을 제작해 동료로 만든다는 설정은 분명 매력적이나 강한 팬텀은 정해져 있으며 조그마한 팬텀이 강한 팬텀을 얻거나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 팬텀을 얻기 위한 모든 과정이 지루한 파밍으로만 다가온다.
▲ 필드에 있는 팬텀은 결국 다 잡아야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상성이란게 있기는 한데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어떤 적이 어떤 상성으로 얼마나 데리고 나올지 알 수가 없어 의미가 없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 밖에도 사양이 낮은 기기에선 발열이 심하다던가, 프레임 저하와 랙이 자주 발생하는 등 최적화 문제도 눈에 들어온다. 결투장이나 던전 입구와 같은 당연히 자동으로 생성되어야 할 것들조차 구태여 유저의 터치가 있어야만 생성되는 부분도 불편으로 다가온다. 이 밖에도 결투장에서 PvP를 진행할 시 몇몇 UI가 전투에 반드시 필요한 정보를 가리거나 스테이지 내에서 조작이 불편하게 설정되어 있는 부분도 게임의 작은 단점이다.
▲ 캐릭터의 체력과 상성수치를 당당히 가리는 UI (사진: 게임메카 촬영)
'팬텀게이트' 겉보기엔 맛있는 짬뽕이지만...
'팬텀게이트'는 군데군데 있는 요소들도 상당히 흥미롭고, 게임 전체적인 틀도 잘 구성돼 있다. 그러나 게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플랫포머와 RPG가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이루지 못하면서 게임의 재미를 크게 반감시켰다. 여기에 너무 많은 설정으로 인해 스토리텔링이 원할하지 못하고 최적화 같은 작은 문제들까지 겹쳐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 큰 아쉬움을 남긴 '팬텀게이트'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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