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미왕] 2세대 VR 문 열렸다, 남은 과제는 '콘텐츠'
2018.09.28 16:40게임메카 멀미왕
※ [멀미왕]은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전문가 ‘멀미왕’이 아직은 생소하게만 느껴지는 VR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쉽고 친절하게 전하는 연재 코너입니다. 이제껏 수백여 VR 콘텐츠를 직접 체험하고, 이에 대한 영상 리뷰를 진행 중인 ‘멀미왕’에 대한 소개는 인터뷰(바로가기)에서 확인하세요!
지난 26일, 오큘러스 커넥트5(OC5) 컨퍼런스에서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가 올인원 헤드셋 ‘오큘러스 퀘스트(Oculus Quest)’를 공개했습니다. ‘프로젝트 산타 크루즈’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던 제품의 정식 명칭이 밝혀진 날이기도 합니다. 마치 산타클로스 선물을 푸니 ‘탐구, 추구, 원정’이라는 의미를 담은 ‘퀘스트’가 튀어나와 “가상현실로 모험을 떠나보자”라고 속삭이는 것 같습니다.
▲ OC5 키노트에서 마크 주커버그가 공개한 '오큘러스 퀘스트' (사진출처: OC5 영상 갈무리)
신형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에서 눈에 띄는 점 첫 번째는 선이 필요 없는 ‘고성능’ 독립실행형 헤드셋이라는 것입니다. 지난 5월 출시된 ‘오큘러스 고’ 역시 독립실행형 기기였지만. 기기 사양 상 PC 기반 ‘오큘러스 리프트’에 준하는 경험은 어려웠습니다.
반면, ‘오큘러스 퀘스트’는 ‘오큘러스 리프트’에 준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다, PC에 연결하지 않으니 거추장스러운 선도 없고, 값비싼 고성능 컴퓨터를 별도로 마련하지 않아도 됩니다. 컴퓨터 사용이 낯선 사용자들에겐 각종 하드웨어를 마련하고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것도 여간 복잡하고 힘든 것이 아니었는데, 이것도 해결됐습니다. 사실, 저 같이 VR에 익숙한 사용자들도 기기와 전용 앱 설치는 귀찮은 작업입니다. 행여나 기기 위치를 바꾸기 위해 기기와 센서를 컴퓨터에서 떼어낸 후 널려 있는 부품들과 선들을 보자면 한숨이 나오거든요. 그런 면에서 누구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올인원 기기라는 것은 가상현실의 접근성을 높이는 큰 장점으로 다가옵니다.
▲ 집에 컴퓨터가 없어도 가상현실 체험이 가능하다 (사진출처: 오큘러스 공식 프레스킷)
두 번째는 기능적 부분입니다. ‘오큘러스 퀘스트’는 헤드셋 전면에 위치한 4개의 초광각 센서가 6축 자유도(6 Degrees of Freedom)를 지원해 자체적인 포지셔널 트래킹이 가능합니다. 인사이드-아웃 방식으로 별도의 외부 센서 없이 어디서나 앉거나 걷는 등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가상현실 내에 반영시킬 수 있습니다. 모션 컨트롤러를 통한 손의 움직임까지 더해지면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한층 낮아집니다. 여기에 거추장스러운 선까지 없으니 자유도와 몰입감이 한층 높아지겠죠. 특히 더운 여름 목과 어깨에 끈적하게 달라붙는 케이블은 헤드셋을 벗고 싶게 만드는데, 이런 경험도 옛날 일이 될 것입니다.
▲ 오큘러스 리프트보다 선명한 해상도로 VR체험이 가능하다 (사진출처: 오큘러스 공식 프레스킷)
세 번째는 비주얼입니다. 한쪽 눈 당 1600 X 1440 디스플레이가 탑재되어 기존 오큘러스 리프트의 1080 X 1200 해상도보다 더욱 선명한 화면을 구현합니다. 이는 마찬가지로 1600 X 1440 디스플레이를 사용했던 ‘오큘러스 고’에서도 느꼈던 부분인데요, 기기 성능은 모바일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해상도 하나만큼은 훨씬 깔끔하다는 것이 직접적으로 다가왔거든요. 역시 하드웨어 발전에는 시간이 약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오큘러스 퀘스트'타이틀 '테니스 스크램블'과 '슈퍼핫' 플레이 트레일러 영상 (영상출처: 멀미왕 유튜브 채널)
네 번째는 고성능 PC급 사양을 기반으로 한 AAA급 콘텐츠 체험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마크 주커버그가 언급한 대표적 콘텐츠는 가상현실 액션 게임의 대명사 ‘로보리콜(Robo Recall)’, 익스트림 암벽등반 스포츠 ‘더 클라임(The Climb)’, 3인칭 액션 어드벤처 ‘모스(Moss)’ 등이었으며, 내년 봄엔 독점작 ‘스타워즈 베이더 임모탈(Vader Immortal: Star Wars VR Series)’을 비롯한 약 50여개 콘텐츠를 발매한다고 합니다. 이전부터 오큘러스는 감동적인 어드벤처 게임 ‘론 에코(Lone Echo)’와 같은 독점 콘텐츠에 꾸준히 투자해오고 있는 만큼, ‘오큘러스 퀘스트’ 시대를 맞이해 AAA 콘텐츠가 더욱 활기를 찾기를 기대해 봅니다.
▲ 약 50여가지의 콘텐츠가 발매될 예정이다 (사진출처: 오큘러스 공식 프레스킷)
이번 발표회에서 마크 주커버그는 ‘오큘러스 퀘스트’가 게임에 특화된 헤드셋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가상현실 게임은 최근 2년 새 정체 상태입니다. 게임 콘텐츠는 꾸준히 출시되고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VR 체험 정도에 그치는 캐주얼 게임들만 즐비하고 발전된 모습의 콘텐츠는 찾기 어려워 선뜻 구매 버튼에 손이 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실망이 누적되자, VR 유저들은 더 이상 콘텐츠를 활발히 소비하지 않는 모습이 스팀 스토어 곳곳에서 포착되곤 합니다.
이러한 점은 사용하기 편리하고 재미난 콘텐츠들이 즐비한 콘솔/PC게임과 비교할 때 더욱 드러납니다. ‘갓 오브 워’, ‘스파이더맨’,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과 같은 유명 IP를 적극 활용한 게임들부터, e스포츠를 이끄는 ‘리그 오브 레전드’나 ‘몬스터 헌터: 월드’ 등 무수한 대작들이 꾸준히 게이머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역시 게임업계를 이끌어갈 새로운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고요. 그에 비해 지금까지 VR은 다른 플랫폼에서 유행한 게임을 VR로 체험하는 데 그칠 뿐, 자신만의 IP를 정립해 오지 못했습니다.
▲ 가상현실은 인간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매체이다 (사진출처: 오큘러스 공식 프레스킷)
그렇다고 해서 VR의 가능성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가상현실은 타 플랫폼에서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하고 경이로운 경험을 주는 매체임이 틀림없습니다. 활용 분야도 다양하죠. 지금까진 하드웨어 접근이 쉽지 않아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힘들었고, 그에 따라 어필할 수 있는 콘텐츠 생산이 많지 않았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오큘러스 퀘스트’ 출시는 하나의 변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비록 기기 무게나 베터리 용량, 디스플레이 등 개선점이 몇 개 있긴 하지만, 현재로선 가장 이상적인 VR헤드셋에 가깝습니다.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트래킹 품질도 우수하다는 후문입니다. 이제 VR이 대중화 되기 위해서는, 가상현실만의 특징을 살린 유용하고 재미있는 양질 콘텐츠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만 남았습니다.
▲ 오큘러스 공식 홈페이지의 모습. 한국에서도 구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출처: 오큘러스 홈페이지)
마크 주커버그는 ‘오큘러스 퀘스트’를 발표하면서 1세대 VR 헤드셋의 라인업이 끝났다고 말했습니다. 2세대의 문을 여는 ‘오큘러스 퀘스트’를 통해 VR이 게임을 넘어 실생활에까지 밀접하게 적용되는 가상현실 대중화 시대가 오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