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팬들이 ‘디아블로 모바일’에 실망한 이유
2018.11.05 16:02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 '디아블로 이모탈'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블리자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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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블리즈컨 반응을 한 마디로 압축하면 ‘멘붕(멘탈 붕괴)’이다. 찬물을 끼얹은 주인공은 블리즈컨 마지막을 장식한 ‘디아블로’ 모바일, ‘디아블로 이모탈’이다. 개발자 패널에서 ‘철 지난 만우절 농담 아니냐’라는 질문이 나왔을 정도로 ‘디아블로’ 팬덤은 냉담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시네마틱 영상은 ‘좋아요’가 1만 4,000회에 그친 반면 ‘싫어요’는 35만 회에 달한다. 이제 막 데뷔한 ‘디아블로’ 모바일에 벌써부터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하나는 모바일이라는 것이다. 물론 모바일은 게임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플랫폼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뉴쥬(NEWZOO)의 발표에 따르면 게임 시장 전체에서 모바일이 차지하는 규모는 47%로 가장 비중이 크다. 문제는 ‘디아블로’ 팬들이 원하는 게임은 ‘모바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십 년 이상 ‘디아블로’ 팬들은 PC로 게임을 해왔으며 원하는 신작 역시 PC지 모바일은 결코 아니다.
여기에 모바일게임에 대한 인식도 좋지 않다. ‘디아블로’ 모바일이 어떠한 사업모델을 앞세울지 알 수 없으나 통상적으로 모바일은 수익에 치중한 모습을 보여줬다. 여기에 모바일 RPG는 대부분 ‘자동사냥’을 지원하는데 이는 다수의 적을 쓸어버리는 특유의 손맛을 즐기는 ‘디아블로’ 유저 취향에 전혀 맞지 않는 플레이 스타일이다. PC 신작을 기대하고 있던 ‘디아블로’ 유저들에게 모바일은 결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 유저들이 바라던 것은 '디아블로' 모바일이 아니었다 (사진제공: 블리자드)
하지만 블리자드는 예전에도 ‘하스스톤’ 모바일 버전으로 좋은 평가를 얻은 바 있다. 하지만 ‘하스스톤’과 ‘디아블로’ 모바일은 큰 차이가 있다. ‘하스스톤’은 블리자드가 자체 개발했다면 ‘디아블로’ 모바일은 중국 게임사 넷이즈와 같이 만든다. 게이머 입장에서는 모바일인 점도 마음에 들지 않는데 순수한 자체 개발작도 아니라는 점에 더 실망감을 느끼는 것이다.
물론 중국의 모바일게임 개발력은 무시할 수 없다. 한국에도 ‘소녀전선’, ‘붕괴3rd’ 등 중국 게임 여럿이 한국에서도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 개발력만 따져보면 중국이 이미 한국을 넘어섰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디아블로’ 시리즈와 이질적인 중국 개발력이 투입된다는 점은 시리즈 팬들에게 거부감을 주기 충분하다. 그것도 ‘디아블로 3’ 표절 의혹이 일었던 모바일게임을 출시한 넷이즈와 ‘디아블로’ 모바일을 같이 만든다는 점은 팬들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마지막 이유는 블리자드 스스로가 팬들의 기대감을 증폭시킨 것이다. 사실 ‘디아블로’에 대한 소문은 2015년부터 꾸준히 나왔으나 이를 만족시켜줄 내용은 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블리자드 스스로가 ‘디아블로’에 대한 떡밥을 뿌린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은 지난 8월에 블리자드가 공개한 ‘디아블로의 미래’ 영상이다.
▲ 연말에 '디아블로'에 대한 뭔가 있음을 예고한 블리자드 (사진캡처: '디아블로의 미래' 영상 갈무리)
이 영상에는 ‘다양한 디아블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연말에는 뭔가 보여줄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서 게이머들이 기대하는 내용은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나갈 ‘디아블로 4’나 ‘디아블로 3’ 확장팩, 그게 아니라면 ‘디아블로 2’ 리마스터다. 실제로 당시 영상에 대한 댓글도 이 세 가지를 예상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며 ‘모바일’은 찾아볼 수 없다.
과열된 분위기를 식히기 위해 블리자드는 10월 18일에 ‘디아블로 3’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여러분이 기다리는 소식은 좀 더 오래 걸릴 것이다’라며 블리즈컨에서 유저들이 가장 바라는 소식은 없으리라고 암시했다. 하지만 8월에 공개한 영상에 이어 ‘블리즈컨에 디아블로에 대한 새 소식이 공개된다’는 발표가 이어지며 기대감은 도리어 더 치솟았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모바일’을 보게 되었으니 실망감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하면 블리자드는 ‘디아블로’ 팬심을 읽지 못했다. ‘디아블로’ 팬들은 모바일보다는 PC에 더 익숙하며 중국이 아닌 순수한 블리자드 개발력이 투입된 신작을 원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8월부터 블리자드가 팬들의 기대감을 증폭시켰기에 올해야말로 오랫동안 목 빠지게 기다려왔던 소식을 만나볼 수 있으리라는 의견이 팽배했다. 블리즈컨을 통해 베일을 벗은 ‘디아블로 이모탈’은 세 가지 측면에서 팬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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