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도 '도핑 테스트' 시스템 갖춰야 할 때
2018.11.21 18:10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 '오버워치 리그'에서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타이무' 티모 케투넨이 리그 내 약물 복용에 대한 발언을 했다 (사진출처: 오버워치 공식 레딧)
'오버워치' 공식 e스포츠 리그인 '오버워치 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수 '타이무' 티모 케투넨이 지난 13일, 개인 방송을 진행하던 와중에 꽤나 충격적인 이야기를 풀어냈다. 바로 '오버워치 리그' 선수들 중에 20명이 넘는 인원이 '애더럴'이란 약품을 섭취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사실 여부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로 집중되는 커뮤니티 반응을 미루어보면 마냥 농담으로 넘어갈 이야기는 아니다. 덕분에 최근 잠잠했던 e스포츠 도핑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올랐다.
▲ '겨우 20명?'이라며 더 많은 선수가 약물을 복용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유저들 (사진출처: 오버워치 공식 레딧)
실제로 '오버워치 리그'는 물론이고 '롤드컵'과 같은 게임사에서 주관하는 대부분의 e스포츠 대회는 규모와 무관하게 도핑 문제에 대해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e스포츠가 국제 정식 체육 종목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도핑'과 같은 스포츠 정신에 크게 위반되는 것들에 경각심을 가지고 규제해야 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
안어울리는 듯 하지만 꼭 필요한 e스포츠와 도핑테스트
e스포츠에 도핑테스트가 꼭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애초에 '도핑'의 사전적 의미부터가 '운동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체력이나 근육 증강제를 섭취하는 행위'인 만큼 앉아서 게임을 하는데 약물까지 쓸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의외로 e스포츠에도 약물은 얼마든지 쓰일 수 있으며, 꽤 오래전부터 약물의 유혹과 위협이 있어왔다.
게임 능력도 결국 인간의 반사 신경과 지각능력, 집중력과 연관이 있다. 헌데 약물을 이용해 순간적으로 이와 같은 능력들을 증강시킬 수 있다면 어떨까? 2007년에는 독일의 한 제약 회사가 'FPS 브레인'이라는 약품을 만들어 판매를 시도한 적이 있다. 일종의 각성제에 불과했기 때문에 효능이 적어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않았지만 e스포츠가 전 세계적으로 활성화되기 이전부터 도핑에 대한 시도는 있었던 셈이다.
▲ 과거 독일에서 생산됐던 'FPS 브레인' (사진출처: TweakTown)
그러던 중 2015년에는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이하 CS: GO)' 프로게이머인 코리 프리슨이 "대회에 나올 때 팀 동료들과 '애더럴'을 복용한다"고 말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애더럴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일명, ADHD 진단을 받은 사람들이 복용하는 약물로 각성효과가 뛰어난 탓에 야구를 포함한 여러 스포츠에서 금지약물로 분류한다. 하지만, e스포츠에선 아직 약물 복용에 대한 규정이 없었기에 이를 악용한 것이다.
▲ 과거 독일에서 생산됐던 'FPS 브레인' (사진출처: TweakTown)
그러던 중 2015년에는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이하 CS: GO)' 프로게이머인 코리 프리슨이 "대회에 나올 때 팀 동료들과 '애더럴'을 복용한다"고 말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애더럴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일명, ADHD 진단을 받은 사람들이 복용하는 약물로 각성효과가 뛰어난 탓에 야구를 포함한 여러 스포츠에서 금지약물로 분류한다. 하지만, e스포츠에선 아직 약물 복용에 대한 규정이 없었기에 이를 악용한 것이다.
▲ 코리 프리슨이 애더럴 복용에 대해 고백하는 영상 (영상출처: LAUNDERS CSTRIKE 유튜브 채널)
이처럼 약물에 대한 규정이 없다 보면,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각성제를 악용하는 선수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으며, 'FPS 브레인'처럼 비슷한 효능을 가진 약품들이 계속해서 제작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결국 선수들 몸에 무리가 가는 제품이 나오게 되고, e스포츠 정식 스포츠화는 계속 요원해질 수 밖에 없다. 선수들의 건강과 e스포츠 존속을 위해선 도핑테스트에 대한 의식이 반드시 필요한 셈이다.
국제 대회에는 있지만, 프로 대회에는 없다
게임사가 주관하는 대회들과는 달리 국제 대회에선 이전부터 줄곧 도핑테스트를 진행해왔다. e스포츠로서 최초로 시도된 도핑 테스트는 국제e스포츠연맹(이하 IeSF)이 관할 단체로 참가한 2013 실내 무도 아시안게임이다. IeSF가 세계반도핑기구(이하 WADA)에 가입한 이후 처음으로 치룬 e스포츠 대회로서 시범 격으로 도핑테스트를 진행한 것이다. 이후 IeSF에서 주관하는 대회는 여지없이 반도핑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여름에 진행됐던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도핑테스트가 있었다. e스포츠가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게 된 만큼 시범종목이라 하더라도 대회 기준에 맞춰서 도핑 검사를 받게 된 것이다. 출전선수들은 모두 대한체육회에서 월마다 진행되는 예방 교육을 받고 이와 관련된 시험까지 치러야 했으며 현장에서도 경기 전후로 검사를 받아야 했다. 덕분에 대한민국 e스포츠 선수들은 처음으로 도핑테스트를 경험하게 됐다.
▲ '2018 아시안게임'에서 도핑 테스트를 처음 경험해본 '리그 오브 레전드' 대한민국 대표팀 (사진: 게임메카 촬영)
프로경기에서도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스타크래프트 2'나 '리그오브레전드', '레인보우 식스 시즈' 등 여러 나라에서 각종 프로대회를 주관하고 있는 독일의 'ESL(Electronic Sports League)'은 위에서 이야기했던 코리 메이슨의 애더럴 고백 사건 이후로 도핑테스트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규정집에도 명시돼 있으며 적발될 경우 실격처리가 되고 향후 1~2년간 ESL 주관대회에 참여할 수 없다. 물론 상금도 모두 몰수당한다.
▲ 도핑에 대한 규정이 명시돼 있는 'ESL' 규정집 (사진출처: ESL 공식 홈페이지)
하지만 게임사에서 직접 주관하는 유명 대회에선 도핑 테스트를 구경하기 힘들다. 당장에 세계 최고의 e스포츠 대회라고 불리는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은 물론, 세계 최초 연고지 기반 e스포츠 프로리그로 알려진 '오버워치 리그'나 엄청난 상금 규모를 자랑하는 '도타 2 인비테이셔널'조차도 도핑 테스트와는 무관하다. 각종 프로 스포츠가 철저하게 도핑 테스트를 실시하며 복용 선수들을 처벌하고 금지 약물을 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잠재적 문제에 미리 대처하는 자세 필요
현재 전 세계적 규모의 대형 e스포츠 리그를 꼽으라면 역시 라이엇게임즈가 주관하는 '롤드컵'과 블리자드 주최의 '오버워치 리그'가 있다. 두 리그 모두 도핑 테스트에 대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e스포츠가 도핑과 같은 잠재적 문제를 대처하기 위해선 대규모 대회를 주관하고 있는 두 게임사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국내 e스포츠 대회의 경우 e스포츠협회가 같이 얽혀 있는 만큼 협회 입장에서의 움직임도 필요하다. 특히, 각종 아마추어 대회가 많이 열리는 국내 사정상 게임사 뿐만 아니라 협회 차원에서의 규제가 매우 중요하다.
e스포츠의 궁극적인 목표가 정식 체육으로 인정받는 것이라면 더더욱 도핑 테스트가 활성화 돼야 한다. 선수들로 하여금 금지 약물에 대한 지식을 미리 인지시켜줄 수 있으며, 국제 대회에서 있을 테스트에도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도핑 테스트가 활성화 된다면 분명 선수들 입장에선 지금보다 더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길게 본다면 이는 프로 선수로써 당연히 갖춰야 할 소양이다.
도핑에 대한 문제가 지금껏 크게 부각된 적이 없다 보니 선수들의 아직은 선수들의 양심에 맡겨도 되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대부분의 선수들은 양심적이다. 하지만 한 명의 비양심적인 선수로 인해 국내 e스포츠계가 어떤 존폐의 기로를 겪었는지 기억해야 한다. 도핑 역시 이런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사안이다. e스포츠가 오랫동안 존속되고 정식 스포츠로까지 인정받기 위해선 이와 같은 잠재적 문제에 대해 미리 대처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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