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게임광고] 음료수 원작, '깜찍이 소다' 아시나요?
2018.11.26 16:59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혹시 '깜찍이' 기억하시나요? 90년대 말에 ‘깜찍이 소다’ 라는 음료수가 유행했는데, 해당 TV CF에 나온 달팽이들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당시 짧은 광고 시간 동안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며 전국민적인 인기를 끌었죠. 거북이가 지나가자 '야야, 방금 뭐가 지나갔냐?', '글쎄,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라는 명대사와 함께요. 그러고 보니 벌써 아재력 테스트 항목 중 하나가 돼 버렸군요.
아무튼 당시 이 TV CF가 얼마나 인기를 끌었는지 별의별 패러디가 다 나왔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오늘 소개할 '깜찍이' 게임입니다.
▲ 음료수 광고를 원작으로 한 '깜찍이' 게임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광고 첫 장을 보면 '깜찍이'라는 제목만 나옵니다. 여기에 '전국 서점에서 만나세요!' 라는 멘트까지 같이 보면 무슨 만화책이나 일러스트집 출판 같기도 하네요. 하지만 당시는 PC게임을 서점에서도 많이 팔았던 시대! 동네마다 게임샵이 하나둘씩 있긴 했지만, 아무래도 대로변에 위치한 서점은 게임 구매하기 가장 편한 곳이었습니다. 아직도 해외에 나가 보면 대형 서점에서 PC나 콘솔 게임을 간혹 발견할 수 있는데, 그 때마다 90년대 국내 서점 생각이 나며 살짝 눈시울이 붉어지더군요.
이 게임은 음료수 원작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특이한데요, 사실 게임업계에서 이런 시도가 처음은 아닙니다. 당시는 그 유명한 ‘펩시맨’을 활용한 게임도 나왔었고, 배우 박중훈이 출연한 ‘오비라거’ 맥주 광고를 활용한 퍼즐 게임도 등장했던 시기니만큼 오히려 지금보다 게임 소재 활용폭이 더 넓었다고 볼 수 있겠죠.
게임 내에는 당시 TV CF에서 많은 인기를 끌던 유명(?) 달팽이들이 총집결합니다. 광고 첫 면에는 다들 깜찍이로 표기돼 있지만, 다음 장을 보면 왕눈이, 이쁜이, 반장, 람보라는 각자의 캐릭터가 묘사돼 있습니다. 여기에, 변신 아이템을 먹으면 초강력 울트라 깜찍이로 변신하는 시스템도 갖춰져 있는 듯 하군요.
▲ '깜찍이' 상세 정보가 언급돼 있는 광고 2면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광고를 보면 게임 세계관이 대략 설명돼 있는데, 영 헷갈립니다. 위쪽을 보면 색이 사라져 버린 깜찍이 마을 무지개를 되찾기 위해 파견된 특공대의 ‘마법물감’을 찾기 위한 여정을 그리는 것 같 같은데, 아래쪽으로 가면 낮잠 자던 토끼와의 달리기 시합에서 승리한 거북이가 깜찍이를 무시했다… 라는 전혀 다른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위쪽은 오리지널 설정이고, 아래쪽은 TV CF를 반영한 설정 같은데, 게임 내에서 대체 어느 스토리가 메인이었을지는 지금으로선 확인할 길이 없네요.
게임 개발사는 아일소프트입니다. 처음 듣는 분들이 많으실텐데, ‘깜찍이’와 같이 저연령 유저들이 좋아할 만한 국산 IP로 게임을 몇 개 만든 회사입니다. 대표작으로는 3D 게임으로 제작된 ‘영구 없다’, ‘녹색전차 해모수’, ‘토리의 모험’ 같은 게임이 있죠. 대충 짐작가시겠지만 크게 흥행한 게임은 없이 조용히 시대의 흐름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최근 모바일 게임업계를 보면 과거 히트했던 PC게임이나 인기 웹툰 정도만을 IP로 가져다 쓰는 데 그치고 있는데요, 가끔은 음료수 캐릭터까지 활용했던 90년대 말처럼 조금 유연한 사고를 발휘해 보는 것도 어떤가 싶습니다. 비록 위 게임은 흥하지 못했지만, 즐길 수 있는 게임 풀이 늘어난다는 것은 게이머들에게도 분명 반가운 일일 테니까요.
덤으로 보는 B급 광고
▲ 소프트월드 코리아의 팬티엄 PC 증정 이벤트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오늘의 B급 광고는 소프트월드 코리아에서 마련한 고객사은 대잔치 광고입니다. 자사 게임 유저들을 상대로 경품을 뿌리는 이벤트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 없지만, 접속 로그나 댓글, 구매내역 등을 손쉽게 수집할 수 있는 지금과 달리 옛날에는 자신이 이 게임 유저라는 것을 독특한 방법으로 증명해내야 했습니다.
이 광고에서는 소프트월드 코리아에서 낸 ‘환세록’과 ‘로드 오브 킹덤’을 모두 구입한 고객에게 추첨을 통해 팬티엄 컴퓨터를 증정합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위 두 게임의 패키지 뒷면 공윤심의번호 스티커를 오려내(!!) 우편으로 부쳐야 합니다. 지금 같아서는 사진 인증이나 웹사이트 심의번호 입력 등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이 때는 이랬습니다.
한 가지 염려되는 점은 패키지 뒷면을 오려내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게임 패키지를 사 모으는 유저들은 패키지에 대한 수집욕이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 와중에 패키지 뒷면에 구멍을 뚫어가면서 이벤트에 응모하라니. 그야말로 가혹한 응모로군요. 참고로 광고에 보면 8월호 게임잡지에 당첨자를 공개하겠다고 돼 있는데, 8월호 잡지를 뒤져 봐도 당첨자 광고가 없군요. 이게 어찌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