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옛날 사람들이 상상한 지금은? 게임 속 '2019년' TOP 5
2019.01.03 18:32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 영화 '블레이드 러너'는 1982년 미국 개봉 당시에만 해도 졸작이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어두운 미래를 적나라하게 표현해 많은 관객이 이 영화에 적잖은 불편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양산형 인조인간이 사람 대신 굳은 일을 하는 사회상, 스모그로 뒤덮인 채 산성비가 내리는 음습한 LA 거리, 삭막하게 솟아있는 마천루와 그 속에서 영혼 없이 부유하는 자동차 등. 영화에서 풍기는 비주얼은 확실히 지금봐도 놀랍기보다는 기묘할 지경이다. 재밌게도 이렇게 고도로 발전된 사회를 묘사하는 '블레이드 러너'의 시대적 배경은 2019년 바로 지금이다.
실제로 과거 여러 문화에서 묘사하고 예언한 2019년은 작금의 현대사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인 경우가 많다. 사이버 펑크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아키라'의 배경 연도도 2019년이며, 복제인간이 상용화된 미래를 묘사하고 있는 영화 '아일랜드'도 2019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과거 여러 게임에서 묘사하고 있는 2019년의 풍경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는 많이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순정남 주제는 현실과는 사뭇 다른 21세기가 등장하는 게임 TOP 5다.
TOP 5. 2019년은 돼지가 아니라 좀비의 해? '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 3'
▲ 2019년은 돼지의 해가 아니라 좀비의 해로 명명하는 게 옳을지도 모른다 (사진출처: 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 위키피디아)
아주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줄곧 오락실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건슈팅게임의 대표작 '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 시리즈는 특유의 통쾌한 액션과 별개로 매우 황당하면서도 암울한 스토리를 그리고 있다. 일단 본작에서 좀비 사태가 발생한 이유가 걸작인데, 정체 모를 한 남자가 현생 인류가 사는 모습이 자기 맘에 안 들어서 멋대로 좀비 사태를 일으킨 것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그나마 1편이랑 2편에선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내용이 펼쳐지는데, 직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4편에선 대다수의 인류가 깔끔하게 멸절한다. 이때의 배경이 16년 전인 2003년이다.
결국 시리즈 중 가장 나중의 시간대를 다루고 있는 '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 3' 속 세상은 이미 좀비로 창궐한 상태다. 이미 대부분의 현생 인류가 죽거나 좀비가 된 상태인데, 이조차도 맘에 안 들었던 최종 보스가 남은 인류마저 확실하게 멸망시키려 하자 이를 막기 위해 주인공들이 출동한다는 절망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소름돋게도 게임의 시점이 2019년이다. 그러니까 이쪽 세계의 기해년은 이마 멸망한 지구가 또 한 번 멸망할 위기에 빠진다는 것이다. 현실이 아니라 참 다행이란 생각이 절로 든다.
TOP 4. 만약에 초능력이 보편화 된다면? '에스프레이드'
▲ 그러니까 저런 거대 석상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초능력자들이 날뛰던 게 바로 작년이란 뜻이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탄막 슈팅게임의 교과서로 불리는 '에스프레이드'에선 로봇으로 변신하는 거대장갑전차와 헬기가 등장하고, 제트 엔진을 이용한 부유기지가 등장하는 등 현실의 기술력과 비교하면 상당히 발전한 기술이 등장한다. 인조인간 정도는 기본 탑재 요소다. 뿐만 아니라 '초감각적 지각력'이라는 이름의 초능력이 어느 정도 보편화 된 상태다. 이를 반영해 일본 자위대를 점령한 초능력 범죄집단이 게임 내 주요 적으로 등장하며, 그 범죄집단을 막기 위해 초능력을 사용하는 초, 중, 고등학생들이 게임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대충 이야기만 들으면 2050년은 족히 되어야 할 것 같지만 해당 게임의 배경 연도는 2018년이다. 심지어 부제에 '2018'이라고 대놓고 적어놓았을 정도. 정확하게는 주인공이 초능력을 각성하는 시기가 2018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다. 현실의 2018년은 초능력은 커녕 거대육상전차는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아예 개발 고려대상조차 아니고, 로봇으로 변하는 헬기는 꿈도 못꾸는 데다가 인조인간은 만화책에서나 보던 이야기다. 1998년 게임이 개발될 당시 시나리오를 구상하던 제작진은 대체 어떤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2018년을 시간적 배경으로 설정한 것인지 의문스러울 따름이다.
TOP 3. 2025년에는 미국 대통령이 로봇을 타고 다닙니다. '메탈 울프 카오스'
▲ 이 멋들어진 로봇 안에 미국 대통령이 타고 있다면 믿어지겠는가?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프롬소프트웨어 하면 아무래도 '다크소울'이나 '오토기', '킹스 필드' 같이 음침하고 암울한 분위기가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메탈 울프 카오스'는 다르다. 일단 스토리 도입부부터 2025년에 미국 부통령이 쿠데타를 일으켜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든다는 정신나간 내용으로 시작한다. 더 충격적인 건 이 쿠데타를 막기 위해서 30대 초반의 젊은 대통령이 파워드 슈트를 입고 쿠데타를 정리한다는 다소 무리한 전개를 담고 있다.
미국에서 쿠데타가, 그것도 부통령이 이런 미친 짓을 벌이는 것은 둘째치고, 지금으로부터 불과 6년 뒤라는 배경설정 치고는 지나치게 발전한 과학 기술력이 등장한다. 일단 작중 대통령과 부통령이 입는 파워드 슈트는 슈트라기 보단 로봇에 가깝다. 성층권에서 땅으로 자유낙하를 해도 기체와 파일럿 모두 멀쩡한 수준의 견고함과 안전성을 자랑하는 슈퍼 하이 테크놀로지를 자랑하며, 레일건을 비롯한 온갖 미래지향적인 중화기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적들의 기술력도 말이 안 되는게, 어지간한 빌딩 크기의 6족 보행 로봇이 등장한다던가 뉴욕 시내를 뒤덮을 만큼 거대한 비행선이 미국 시내를 공격하는 수준이다. 아무리 미군이라지만 이건 좀 너무 갔다.
TOP 2. 사이보그 닌자는 어디에? '메탈기어 라이징 리벤전스'
▲ 헬기 써는게 수박 써는 것보다 쉬웠어요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2010년대 초반을 다루고 있는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도 시간 배경과는 영 동떨어진 각종 오버테크놀로지가 판을 치는 작품이다. 사이보그 닌자가 등장하질 않나, 거대 이족 보행 로봇이 도심을 활보하질 않나, 나노 테크놀로지까지 보편화 되어 있어 각종 의료와 군사 시설에서 애용하는 수준이다. 그래도 대부분의 적들은 2014년 현실에서 존재하는 제식무기와 과학 지식으로 충분히 대응이 가능(?!)했었다. 그러나 4년 뒤를 다룬 작품인 '메탈기어 라이징 리벤전스'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메탈기어 라이징 리벤전스'의 시간 배경이 2018년인데, 이 시점부터는 거대 로봇이나 사이보그, 의체 등이 등장하는 것은 예삿일이 되어버린다. 그런 거대 로봇쯤은 두부 썰듯이 칼로 베어버리는 최강의 사이보그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뇌를 적출해 사이보그 소년병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할 정도의 의료기술이 등장하고, 심장에 나노 머신을 활성화 시켜 평범한 인간이 다이아몬드만큼 강력한 육체를 가지기도 한다. 대체 4년 사이에 뭔 일이 있었길래 이토록 놀라운 수준의 과학 발전을 이룩한 건지 궁금할 따름이다.
TOP 1. 이제는 현실이다, '신세기 GPX 사이버 포뮬러 새로운 도전자'
▲ 게임에선 아스라다 외에도 또다른 학습형 AI가 등장한다 (사진출처: 신세기 GPX 사이버 포뮬러 위키피디아)
애니메이션이 원작인 '신세기 GPX 사이버 포뮬러'에서 주인공 카자미 하야토와 학습형 AI 아스라다가 등장하는 시기는 2015년, 현실에선 알파고와 이세돌이 격돌할 때다. 인간과 AI가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레이스를 통해 함께 성장하는 아름다운 가상의 이야기와 달리 현실에선 AI와 인간이 바둑으로 혈투를 벌이고 있었던 셈이다. 뿐만 아니라 아무리 경주용 차량이라도 시속 490km 이상으로 달리는 경우는 현실에선 찾아볼 수 없으며, 이 상태에서 차량이 변형을 하는 건 그냥 트랜스포머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심지어 5년 뒤의 이야기를 다룬 게임 '신세기 GPX 사이버 포뮬러 새로운 도전자'에선 아스라다 외에도 다른 학습형 AI가 여럿 등장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현실과는 영 동떨어진 이야기 같지만, 사이버 포뮬러 수준의 스피드와 일정 수준의 인공지능 네비게이션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은 어느정도 완성된 상태다. 물론 아직은 이론 단계에 머물러 있어 실제 경주용 차량으로 사용하진 못하고 있지만 비슷하게나마 구현할 수는 있다는 소리다. 실제 현대에서 개발단계에 있는 N 비전 그란 투리스모는 게임과 애니메이션 속 아스라다 처럼 수소연료전지차량인데다가 인공지능 못지 않은 차량제어 시스템까지 탑재될 예정이라고. 당장 내년에는 힘들어도 죽기 전에 실제로 사이버 포뮬러를 영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 여러 콘셉트카 중에서도 초기 아스라다와 가장 유사한 구동방식과 스펙을 지닌 현대 N 비전 그란 투리스모 (영상출처: 현대월드와이드 유튜브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