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인기에만 의존하다 줄줄이 망하는 ‘원피스’ 게임들
2019.03.20 18:36게임메카 손한슬 기자
지난 14일, 인기 만화 원피스를 원작으로 한 게임 ‘원피스 월드 시커’가 발매됐다. ‘원피스 월드 시커’는 원피스 게임 최초로 오픈월드를 도입해, 팬들의 많은 기대를 모았다. 일각에서는 고무고무 열매 능력을 쓰며 자유롭게 필드를 누비는 '야생의 고무'를 갈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발매 후 평가는 영 좋지 않다. 스팀에서 첫날부터 복합적 평가를 받았고, 메타스코어 점수도 58점으로 낮은 편이다. 원피스 팬으로서 접근한다면 몰라도, 게임으로서는 높은 가치가 없다는 평가다.
원피스는 연재를 20년 넘게 이어오면서 여전히 인기순위 상위 자리를 지키는 만화다. 하지만 원피스를 기반으로 만든 게임들의 반응은 만화만큼 뜨겁지 않다. 이제껏 많은 게임이 나왔고, 그 중 몇 개 게임은 나름 잘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을 만큼 재미있는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훌륭한 원작에도 불구하고 게이머와 원작 팬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게임이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피스 게임의 역사
원피스 게임의 역사는 2000년부터 시작한다. 최초의 원피스 게임은 반다이에서 제작한 휴대용 게임기 원더스완으로 나온 ‘원피스 노려라 해적왕’이다. 하지만 국내 게이머들에게 기억에 남는 최초의 원피스 게임은 아마 2002년에 원더스완 칼라로 발매된 대전 액션 ‘원피스 그랜드배틀 스완 콜로세움’일 것이다. 당시 휴대기기 성능치고 자연스러운 캐릭터들의 움직임과 연출, 뛰어난 원작 재현, 대전격투 본연에 충실한 게임성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도 학창시절 ‘원피스 그랜드배틀 스완 콜로세움’을 플레이했던 기억을 가진 원피스 팬이 많을 것이다.
‘원피스 그랜드배틀’은 그 뒤에도 시리즈를 이어갔다. PS2를 통해 발매됐던 2003년작 ‘원피스 그랜드배틀 3’는 진정한 3D 원피스 게임 시대를 연 게임이다. 그 이후 캐릭터와 콘텐츠를 추가해서 출시한 ‘원피스 그랜드배틀 RUSH’는 국내에도 한국어화되어 정식 발매되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원피스 그랜드배틀’ 시리즈는 특히 대전 격투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간 밸런스에 초점을 맞춰서, 원작에서 약한 캐릭터라도 게임에서 다양하게 활용해서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평가를 높였다.
2007년 시작된 ‘원피스 언리미티드’ 시리즈는 여러 원작 캐릭터들이 보스로 등장하는 액션 어드벤처 장르로 일본에선 시리즈 누계 100만장 이상 출하되며 인기를 끌었다. 다만 국내에는 제대로 소개된 적이 많지 않거니와 2013년 정식 발매된 ‘원피스 언리미티드 월드 레드’의 경우엔 게임성이 괜찮음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한국어화 되지 못하면서 국내 팬들의 기억에 남지는 못했다.
‘원피스 그랜드배틀 스완 콜로세움’ 이후 가장 인상적인 원피스 게임은 아마 ‘해적무쌍’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2012년 발매된 ‘원피스 해적무쌍’은 코에이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무쌍 시리즈와 원피스의 만남이었다. 기존 무쌍 게임과 다르게 퍼즐이나 어드벤처 게임 요소도 도입하고, 많은 캐릭터들과 원피스의 스토리를 충실히 따라가기도 했다. ‘해적무쌍’은 긴 시간동안 게임성을 입증한 무쌍 시리즈와 매력 있는 캐릭터와 스토리로 무장한 원피스의 만남으로 나름 호평을 받았다.
게임성보다는 캐릭터에 집중해 실패한 원피스 게임들
위에 언급한 게임들은 원피스 원작 인기에 힘입어 괜찮은 평가를 받았지만, 동시대 다른 게임에 비해 아주 뛰어난 작품까진 아니었다. 하지만 밑에 이야기할 게임들과 비교하면 굉장한 수작이었다. 아래에서 소개할 게임들은 원피스의 인기에만 기대 게임성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발매해, 원작 원피스의 명성에도 누를 끼친 작품들이다.
2004년에 PS2로 나온 ‘원피스 라운드 더 랜드’는 보물을 찾기 위해 역대 캐릭터들이 한 곳에 모인다는 본격 캐릭터 게임으로, 7명의 플레이 가능한 캐릭터를 게임 속에서 괜찮게 구현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스테이지는 너무나 간단해서 지루했고, 콘텐츠도 특출난 점이 없이 단조로웠다. 조작성도 조악해서 액션감도 살리지 못했다. 결국 게임은 원작 팬들 눈요기만 시켰고, 게임성을 신경쓰는 게이머들에겐 외면받았다.
2016년 발매된 ‘원피스 버닝 블러드’는 ‘원피스 그랜드배틀’ 이후 오랜만에 출시된 대전격투게임이었다. 그러나 캐릭터를 빼고 대전격투게임으로서 보자면 빈말이라도 좋다고 할 수 없다. 긴장감과 심리전이 중요한 격투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템포가 지나치게 느려서 플레이가 지루했다. 또한 격투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 간 밸런스를 전혀 맞추기 못했다. 예를 들면 상디가 여자 캐릭터에게 쓰는 모든 기술 대미지가 고작 1만 들어가는 점은, 원작 팬이라면 웃으며 반가워할 수 있지만 대전격투 게임으로서는 상디 선택을 사실상 포기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불편요소였다.
가장 최근인 지난 14일 발매된 ‘원피스 월드 시커’ 평가는 더 좋지 않다. 게임의 중요한 새 캐릭터는 원작자 오다 에이이치로가 직접 만들었고, 게임의 배경도 원작의 분위기를 잘 살렸다. 또한 원작에서 출연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다량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단순한 반복 플레이, 지루한 사이드 퀘스트와 원작 캐릭터의 성격을 살리지 못한 전투는 팬과 게이머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그 결과 ‘원피스 월드 시커’는 기대와 달리, 게임성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오직 캐릭터와 원작에 의존한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게임들은 순수 게임으로서 승부를 보기보다는 원작 만화 팬을 상대로 눈요기에 집중한 결과다. 매력적인 캐릭터에 휘둘려 게임성이 우선이라는 것을 망각한 것이다. 문제는 최근 원피스 기반 게임들로 갈수록 원작의 인기에 기대 게임의 재미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원피스 게임’은 ‘원피스’보다 ‘게임’에 집중해야 한다
이런 원피스 게임들에 좋은 반면교사가 있다. 작년 발매된 ‘드래곤볼 파이터즈’가 그 주인공이다. 이 게임은 드래곤볼이라는 훌륭한 원작과 높은 게임성을 함께 보여주며 보기 좋게 성공을 거뒀다. 화려한 원작 연출을 게임에서도 완벽하게 구현했고, 격투 시스템 자체도 완성도 높게 구현해 원작 팬과 게이머 모두에게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 결과, ‘드래곤볼 파이터즈’는 주요 대전격투게임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순수 게임으로서도 성공한 모습을 보여줬다.
원피스 게임에서도 ‘드래곤볼 파이터즈’ 같이 모두가 만족할 만한 ‘갓겜’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요즘 원피스 게임들이 보여준 행보는 이런 팬들의 기대와는 많이 어긋나고 있다. 만화 팬과 게임 팬들 모두 만족시키기 위한 게임을 위해서는 원작 원피스 팬들의 만족도 중요하지만, 결국 게임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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