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더랜드3 체험기, 1시간만에 느낀 강렬한 GOTY 예감
2019.05.17 11:00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그러니까, '보더랜드 2' 엔딩을 본 것이 벌써 6년 반 전이다. 그 동안 외전 타이틀을 통해 진화한 게임 시스템이나 캐릭터들의 뒷이야기는 확인할 수 있었으나, 핸섬 잭을 해치우고 은하계 곳곳에 볼트의 존재가 나타나기 시작한 세계는 어떻게 됐을 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그 기다림의 끝이 드디어 보인다. 6년 만의 넘버링 신작인 '보더랜드 3'가 오는 9월 13일 음성까지 한국어로 정식 발매되는 것이다. 손에 닿기에 아직 4달 가량 남긴 했지만, 지난 2일 해외에서 열린 게임 플레이 공개 행사에서 다양한 정보와 영상이 나왔기에 그럭저럭 만족하며 기다리는 중이다.
그 와중, 2K에서 국내 게임 전문 미디어를 대상으로 '보더랜드 3' 시연회를 개최했다. 아직 한국어는 적용되지 않은 데모 버전이었지만, 기본적인 게임성은 확인할 수 있었다. 체감상 한없이 짧게 느껴진 시간이었지만, 시연을 마치고 나니 '역시 보더랜드'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보더랜드 3' 가장 큰 특징은 기존까지 게임 무대였던 판도라 행성을 벗어나 은하계를 무대로 모험을 펼친다는 것이다. 우주선에 탑승해 행성을 이동해 가며 다양한 환경과 배경에서 전투를 벌일 수 있다. 게임 무대가 훨씬 넓어진 만큼 탐험의 재미를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이번 시연 버전에서는 아틀라스 그룹 본부인 프로메테아 행성의 일부 지역만을 볼 수 있었다. 사실 1시간 조금 넘게 주어진 시연 시간 동안 첫 번째 보스조차 만나지 못했기에 다른 행성이 있었어도 못 가봤겠지만...
이번 '보더랜드 3'에는 네 명의 볼트 헌터를 조작할 수 있다. 강철곰 메카닉을 조종할 수 있는 거너 '모즈', 신비로운 초능력 파워를 사용하는 사이렌 '아마라', 동물을 부리는 비스트마스터 'FL4K', 드론 등 다양한 조작이 가능한 첩보원 '제인'이다. 이번에는 아마라와 제인 중 한 명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초능력이 궁금해 아마라를 골랐다.
초능력자 콘셉트의 아마라는 스킬 트리를 어떻게 타느냐에 따라 전방에 영적 투시를 발사하는 '페이즈캐스트'와 땅에서 주먹이 솟아올라 적을 묶는 '페이즈그래습', 근방의 모든 적에게 대미지를 주고 밀쳐내는 '페이즈슬램' 등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기자는 스킬 트리를 잘못 찍어 '페이즈캐스트'만 사용할 수 있었다. 꽤나 위력적이고 멋진 스킬이었지만, 적이 몰려 있는 경우가 많지 않았던지라 효과는 크지 않았다. 정말 확인하고 싶었던 '페이즈그래습'을 써 보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다.
게임을 시작하면 말리완 그룹 사설 병력에 포위된 아틀라스 소속 로렐라이를 만나고, 연락이 두절된 리스와 접촉하는 미션이 시작된다. 사실 앞뒤 내용 다 잘라먹은 체험판 미션인데다 영어로 진행되는 터라 스토리 자체에는 큰 관심을 쏟지 않았다. 다만, 미션 중간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컷씬 존재감만큼은 그야말로 역대급이었다. 본작에서 위 캐릭터들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맵 곳곳에는 자판기가 존재한다. 체력, 무기, 방어구 등을 살 수 있는 자판기인데, 버튼 하나로 총알 모두 채우기, 체력 모두 채우기 등이 가능하다. 상당히 편리해진 기능인데, 제작진 설명에 의하면 보스전을 앞두고 특히 빛을 발한다고 한다. 보스전 근처에도 못 가본 것이 천추의 한일 뿐이다.
보스전까지 가진 못했지만 중간보스 캐릭터에게만 네다섯 번씩 죽으며 나름 스릴 있는 전투를 즐기긴 했다. 커다란 방패를 지닌 샷건맨, 불과 폭탄을 뿜어대는 파이어뱃, 퀵실버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플래시맨 등 꽤나 다양한 놈들이 나왔는데, 각기 다른 패턴을 가지고 있어 패턴을 파악하고 약점을 찌르는 식의 재미있는 전투가 벌어졌다. 중간보스도 이 정도인데 진짜 보스는 어느 정도일 지 기대되는 부분이었다.
잠시 변명을 하자면, 중간보스 따위(?)에 저렇게 많이 죽은 데는 키보드+마우스가 아닌 패드로 진행함에 따른 패널티도 있었지만 난이도 자체도 꽤나 어려웠다. 노멀 난이도인가 싶었는데 '이지'로 설정돼 있는 걸 보니 내 게임 실력에 대해 살짝 환멸이 느껴지기도 했으나, 아직 개발 중인 버전이라 난이도 기획이 100% 완벽하지 못했으리라 믿고 싶다.
만약 정식 출시 버전도 이 난이도대로 간다면 협력 플레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듯 하다. 실제로 개발진도 협력 플레이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는데, 각 플레이어가 개별적으로 전리품을 획득할 수 있는 '개인별 전리품' 기능이나, 레벨이 다른 유저 간 협력 플레이 시 난이도나 보상을 개개인에 맞춰 조절해 주는 '레벨 스케일링' 기능이 대표적이다.
1시간 약간 넘게 플레이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스전까지 가지 못 한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한 무기를 테스트 해 보며 시간을 보낸 이유가 가장 크다. 시연 버전인지라 테스트를 위해 무기를 마구 소환할 수 있었는데, 덕분에 '보더랜드 3'에 나오는 수많은 무기를 다뤄봤다. 특히 일부 무기는 여러 개의 사격 모드를 가지고 있어 연발/단발을 조절하거나 무기 원소 속성을 바꾸고, 소형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의 동작이 가능했다.
이러한 무기는 구매도 가능하지만, ‘보더랜드’ 답게 적을 쓰러뜨려서도 획득할 수 있다. 특히 보스를 쓰러뜨리면 특징적인 고성능 무기를 획득할 수 있는데, 일부 총기는 투척해서 폭발시키거나 알아서 적을 찾아가 공격한다고 한다. 이런 무기를 만나보지 못 한 것이 천추의 한일 뿐이다. 향후 정식 출시되면 내 손에 딱 맞는 무기를 찾는 재미도 있을 듯 하다. 다만, 장비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은 여전히 확인할 수 없었다. 좋은 무기를 찾으려면 여전히 운에 기대야 한다는 것이다.
전투를 하면서 느낀 것은 환경적 영향이 꽤 크다는 것이다. 적에게 불을 붙이기도 하고, 엄폐물을 파괴해 그 뒤에 있는 적을 처치할 수도 있다. 폭발통을 이용한 몰살도 가능하다. 확인해보진 못했지만 바닥에 기름이 있으면 불이 붙기도 하고, 물이 있으면 전기가 통한다고 하니 보다 전략적인 전투가 가능할 것이다.
'보더랜드' 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인 탈 것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간츠' 시리즈에나 나올 법한 외바퀴 사이클론이 새롭게 등장했는데, 적이 탄 것을 뺏으려 했으나 어쩌다 보니 폭파시키는 바람에 하지 못했다. 꽤 빠르고 방향 전환이 쉬워 보였지만, 전용 무기가 달려 있지 않아 고수용 탈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느낀 점을 종합해보면, ‘보더랜드 3’는 전작의 좋은 점은 전부 가져오고, 새로운 재미 요소를 집어넣고, 스케일을 키우고, 세계관을 확장한, 그야말로 ‘후속작의 좋은 예’다. 지나친 변화 없이 한층 업그레이드 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존 팬들은 만족하기 마련인데, 개발진은 이런 법칙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전작 ‘보더랜드 2’는 메타크리틱 평점 89~91점을 받으며 명작 반열에 올랐는데, 이번 작품 역시 예감이 좋다. 밸런스만 잘 맞춘다면 2019년 GOTY는 따놓은 당상이지 않을까 싶다.
아, 왠지 체험기 내내 “아쉽게도 ~~~ 해보지 못했다”만 반복한 것 같은데, 키보드+마우스만 주어졌다면 뭔가 달랐을 것이라는 변명으로 마무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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