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개발진 핑거스냅에 갑자기 설정 바뀐 캐릭터 TOP5
2019.08.08 18:34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사람이 변하듯, 게임 캐릭터도 변하기 마련이다. 전작에서 악당이었던 캐릭터가 다음 작품부터는 주인공의 편에 선다던지,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해 리타이어 한다던지(그러다 다시 돌아오기도), 어느날 급 늙어버린다던지... 뭐, 가끔은 인정하기 싫은 변화를 맞이하는 이들도 있지만, 어쨌든 게임 속 세계의 일원이니 변한 모습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간혹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당위성 있는 스토리 진행에 따른 것이 아니라 개발진 사정에 의한 억지스러운 변화면 더더욱 그렇다. 게임 내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든가, 개발 환경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라든가, 개발 환경 변화에 따른 결정이라든가, 실수를 덮기 위해서라든가… 하는 이유들이다. 오늘은 외적인 이유로 자신의 설정을 강제로 변경당한 게임 캐릭터 TOP 5를 뽑아 보았다.
TOP 5. 페르소나 5 - 오쿠무라 하루(누아르)
‘페르소나 5’에 나오는 괴도단의 ‘누아르’ 오쿠무라 하루. 밝은 성격과 우아한 괴도 복장 등으로 인기를 끈 캐릭터지만, 자세히 보면 이해가 잘 안 가는 행동들이 보인다. 발매 전 선공개 된 캐릭터 정보에서는 인간불신에 걸린 양갓집 규수라는 설명이 있는데, 막상 극중에서는 아버지를 죽인 원수가 눈 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용서하거나, 주인공들에게도 오해를 해서 미안하다며 앞서 사과를 한다. 어떤 인간불신 캐릭터가 이렇게 겸손하고 대인배스러운가!
사실 이는 개발진의 핑거스냅으로 인해 난데없이 변경된 설정이다. 사실 ‘페르소나 5’는 개발 도중 토호쿠 대지진이라는 참사를 겪었는데, 이로 인해 막판 작업 중이던 스토리라인을 전면 수정했다. 본래 스토리가 어땠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아마도 지진이나 재난 참사를 주요 소재로 한 듯 하다. 그래서인지 원래 괴도단 멤버로 합류 예정이었던 토고 히후미가 코옵 캐릭터로 빠졌고, 그녀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오쿠무라 하루를 급조해 채워넣은 것. 그러다 보니 출시 직전까지 캐릭터의 정체성을 못 잡았고, 결국 현재의 성격으로 최종 확종됐다. 이렇게 급히 들어온 캐릭터여서인지 작중 비중도 굉장히 적어 공기라는 평가를 받는 등, 그야말로 지진의 희생양이 된 셈.
TOP 4. 모탈 컴뱃 3 – 닌자 캐릭터 다수
서양식 대전격투 게임의 완성형이라고 평가 받는 ‘모탈 컴뱃’ 시리즈는 서양인들이 갖고 있는 다소 어긋난 오리엔탈리즘을 백분 반영해 닌자, 사무라이, 쿵푸 마스터 등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특히나 초기작에는 특이하게도 실사 이미지를 게임 내에 그대로 사용했는데, 그래서인지 캐릭터 하나 제작하는 데 상당한 공이 들었다고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몇몇 캐릭터는 기존 캐릭터의 색깔만 바꾼 클론형으로 제작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닌자 계열이다.
닌자 배우 한 명으로 복장 색상만 바꿔 가며 스콜피온, 서브제로, 렙타일, 눕 사이보트, 스모크 등 다양한 캐릭터를 생산해 내다 보니, ‘모탈 컴뱃 2’에서는 숫제 닌자 게임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에 개발사인 미드웨이는 ‘모탈 컴뱃 3’에서 닌자 수를 줄인다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는데, 그 탓에 수많은 닌자 캐릭터들이 자취를 감췄다. 서브제로는 복면을 벗었으며, 인기 캐릭터인 스콜피온은 아예 삭제. 그 외 닌자 캐릭터들도 외형이 바뀌면서 덜 닌자스러워졌다. 결론적으로 이 때부터 각 캐릭터들의 특징이 확실해지기 시작했지만, 적어도 ‘모탈 컴뱃 3’ 당시 닌자 캐릭터들은 굉장히 억울했을 것이다. 언제는 인기 좋다며 마구 권장하더니, 갑자기 규제나 막 하고 말이야! 음…? 이거 왠지 현재 게임업계 상황 같은데??
TOP 3. 더 킹 오브 파이터즈 – 레오나
‘더 킹 오브 파이터즈 96’부터 출전한 레오나는 다소 다크한 캐릭터다. 양아버지인 하이데른에 의해 군인으로 키워져, 어린 나이부터 전사로서 전세계 전쟁터에서 활약해 온 데다 오로치 팔겁집의 피가 폭주해 친부모를 살해한 과거까지 있다. 그래서인지 유독 임무와 군인정신에 집착하는 딱딱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전투에서 랄프나 클라크, 하이데른 등 동료/상관을 만나면 존경과 감사의 의미를 담아 경례를 붙이고 시작한다. 또한, 전투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는 듯한 캐릭터에게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쉬기도 한다.
그런데, 뜬금없이 ‘킹 오브 파이터즈 98’에서 레오나가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 상관이자 팀의 최상급자인 랄프에게는 한숨을 쉬고, 한국팀 죄수 장거한에게는 느닷없이 경례를 붙이는 것이다. 사실 이는 SNK의 실수로 인한 버그였는데, 이 장면이 화제가 되자 제작진은 이 장면을 아예 정식 설정으로 삽입해 버렸다. 레오나가 순수한 힘에 대해 경의를 표하며 장거한을 존경한다는 것. 이 때문에 느닷없이 레오나는 장거한과 묘하게 커플처럼 엮이고 있다. 뭐, 나름 해피 엔딩이라면 해피 엔딩인데, 그 전에 랄프에 대한 상관모독은 어떻게 해결하려고!!
TOP 2. 포켓몬스터 소드/쉴드 – 출연금지 포켓몬들
왠지 얼마 전에도 이 코너에 등장한 것 같지만, 억울한 설정변경 캐릭터로는 이번 ‘포켓몬스터 소드/쉴드’에서 빠진 포켓몬 만한 이들도 드물다. 3~4세대부터 쭉 트레이너와 함께 해 온 나만의 파트너를, 8세대 ‘가라르도감’에서 만날 수 없는데다 아예 게임 내에 불러올 수도 없다니! 그야말로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설정 상 몇몇 서식지가 정해진 포켓몬을 제외하면 대다수 포켓몬들이 세계 전역에 퍼져 사는데, 갑자기 일부 포켓몬들에게 가라르 지방 접근금지 설정이 붙은 것.
이에 대해 게임프리크는 포켓몬 풀이 8세대까지 거듭 쌓이며 너무 거대해졌기에 잘라내기가 필요한 시기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1세대만 해도 151종이었던 포켓몬은 7세대에서 800마리를 돌파했고, 매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모든 포켓몬의 밸런스를 조절해 가며 안고 가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개발이 힘드니 포켓몬 가지치기를 한 셈인데, 포켓몬 입장에선 그야말로 날벼락이다. 이사 가면서 버림받은 반려동물의 기분이 딱 이럴까. 심지어 아직 어떤 포켓몬이 버림받는지조차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기에 포켓몬들의 불안감은 더욱 클 것이다.
TOP 1. 리그 오브 레전드 - 바루스
‘리그 오브 레전드’는 2019년 8월 기준 플레이어블 캐릭터만 145명에 달하는 게임이다. 2009년 서비스 시작 당시만 해도 탄탄한 세계관 없이 룬테라 행성에 전쟁이 한창인 와중 소환사가 챔피언을 부려 싸운다는 간략한 설정과 흔한 캐릭터성만을 갖고 있었는데, 게임이 점점 커지며 나라와 종족 등이 점차 확장되자 초기에 설정한 허술한 세계관이 부담됐는지 전면 리워크를 진행 중이다. 그로 인해 몇몇 캐릭터는 외모에서부터 배경 스토리까지 전면 교체되기도 했다.
그 중 최대 피해자를 꼽아 보자면 아무래도 ‘꿰뚫는 화살’ 바루스가 아닌가 싶다. 비교적 최근 챔피언인 바루스는 과거엔 신전 수호자로서, 녹서스의 침공에 아내와 자식을 모두 잃고 복수를 위해 금지된 힘에 손을 댄 복수귀였다. 그런데 리워크 된 후에는 가족이나 자식의 존재는 온데간데 없이 전쟁터에서 살육을 일삼다가 봉인돼 수백 년 동안 봉인돼 있던 ‘다르킨’이라는 존재가 두 남성 사냥꾼 커플에 깃들어 세상에 군림한 존재로 탈바꿈했다. 일각에선 성적 성향 변경 이슈로 떠들썩했지만, 그보다 더 불쌍한 것은 언급조차 사라진 (전)바루스의 가족들이 아닐까. 이제 누가 복수해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