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이정도면 미용이다, 게임 속 폼 나는 '삭발' 캐릭터 TOP 5
2019.09.19 17:06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최근 모 정치인들이 연이어 삭발 퍼포먼스를 감행하면서 세간의 핫한 주제로 떠올랐다. 멍하니 삭발식 장면을 보고 있자니, 문득 입대를 앞두고 있던 21살 여름이 떠올랐다. 동네 미용실에서 머리를 밀고 비장한 마음으로 집에 들어왔는데, 그걸 본 동생이 10분 동안 쉬지 않고 웃었던 기억이다. 같은 삭발을 해도 상황이나 사람에 따라 참 없어 보이기도 하는구나 라는 것이 지금에서야 문득 뼈저리게 느껴진다.
반면, 영화 ‘아저씨’의 원빈처럼 세상엔 폼 나는 삭발맨들도 많다. 게임도 예외는 아니다. 머리를 깎은 것 하나만으로 새롭고 강렬한 이미지를 내고, 풍모만으로 상대방을 제압하거나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확립하곤 한다. 이들은 오히려 삭발 이전보다 이후에 인기가 더 많아지기도 한다. 삭발을 결심한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폼 나는 게임 속 삭발 캐릭터 TOP 5를 모아 봤다.
TOP 5. 철권 시리즈의 민머리를 책임진다, 크레이그 머독
‘크레이그 머독’은 ‘철권 4’부터 출전한 발리투드 캐릭터로, 프로레슬링 선수 빌 골드버그와 밥 샙이 떠오르는 거한이다. 과격하고 터프한 언행과 근육 덩치 외모 등으로 나름대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캐릭터인데, 최근 ‘철권 7’에서는 수염까지 덥수룩하게 길러 더욱 위압적이게 변했다. 민머리 캐릭터가 은근 귀한(;;) ‘철권’ 시리즈이기에 그의 존재감은 더욱 크다.
사실 머독이 대머리인지 민머리인지에 대해서는 약간의 논란이 있다. 일단 ‘철권 4’ 프롤로그에서는 발리투드 계에서 추방당한 후 술집에서 난동을 벌이다 아머 킹을 살해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서는 꽤 풍성하고 긴 레게머리를 하고 있다. 이후 감옥에 수감되며 머리를 민 것으로 추정됐지만, 어쩐 일인지 대회 엔딩에서는 다시 레게머리를 하고 있다. 심지어 ‘철권 4’ 킹 엔딩에서는 과거에 찍은 것으로 보이는 머독의 가족사진이 나오는데, 여기서도 머리칼이 없다. 이에 가발설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지만, 아무려면 어쩌랴. 민머리가 이토록 잘 어울리는 캐릭터인데!
TOP 4. 긴머리 미오크에서 민머리 폭풍멋쟁이 오크로, 스랄
긴 머리가 잘 어울리는 ‘워크래프트’ 세계관의 청순남 스랄. 긴 머리를 이리저리 휘날리며 전장을 누비던 그의 모습은 오랫동안 수많은 팬들의 환호를 받아 왔다. 땋은 머리도 잘 어울리는 것이 이쯤 되면 오크계의 김경호급 존재가 아닐까 싶기도. 물론 머리가 긴 오크는 스랄 말고도 많지만, 긴 머리가 이토록 잘 어울리는 오크는 스랄이 독보적이다.
그러나 그런 스랄도 삭발을 한 적이 있다. 바로 ‘드레노어의 전쟁군주’에서다. 전작까지 긴 머리를 자랑하던 그가, 갑자기 머리를 민 채 등장한 것이다. 그가 왜 머리를 밀었는지에 대해서는 호드 유저 사이에서 다양한 설이 제기되고 있다. 목에 염주를 걸고 다니는 걸 보면 심신의 안정을 위해 승려가 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있고, 머리 라인을 보면 살짝 M자 탈모가 의심되기에 그 전에 빡빡 민 것이라는 설도 있다. 어찌됐건 가로쉬와의 마지막 전투 장면에서는 삭발 스랄이 잘 어울린다는 반응이다. 뭐, 본인은 삭발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다시 머리를 길렀다만…
TOP 3. 머리를 밀었더니 폐인에서 멋쟁이로, 맥스 페인
강렬한 인상과 시궁창 인생을 대변하는 듯한 썩소로 이름 높은 ‘맥스 페인’. 레메디 초기작이기도 한 이 동명 게임 시리즈 주인공 맥스의 인생은 정말 악운 그 자체다. 지키려고 했던 아내와 딸은 처참히 살해당했고, 마약 밀매상과 싸우며 온갖 험한 꼴을 다 당하고, 겨우 일이 끝나 영웅이 되나 싶다가도 다시 사건에 휘말리고… 그러다 보니 얼굴엔 피로와 고통의 흔적이 가득해 맥스 ‘폐인’이라는 별명도 있었다. 결국 이 모든 일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그는 3편 시작 시점에서 술과 진통제에 의지해 살아가는 폐인이 되어버렸다.
시리즈 마지막 작품인 ‘맥스 페인 3’에서 그는 또다시 자신 때문에 많은 이들이 죽는 사건을 겪고, 술과 약을 끊겠다는 굳은 의지와 함께 삭발을 결행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이 ‘아저씨’의 원빈보다도 멋지다고 생각하는데, 머리는 밀었지만 수염은 깎지 않는 하드보일드의 멋짐을 지켜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삭발한 모습은 꽤나 멋져서, 흡사 브루스 윌리스가 떠오르기도 한다. 지금은 아예 ‘맥스 페인’ 하면 민머리부터 생각날 정도로 성공적인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삭발을 통해 본래의 멋짐을 되찾은 맥스에게 밝은 미래만 있기를! (그러니까 후속작 좀!)
TOP 2. 미용실에서 옮는 삭발 바이러스, 사이코
‘보더랜드’ 시리즈의 마스코트 격 존재는 단연 적 졸개 캐릭터인 ‘사이코’다. 헐벗은 상체에 마스크를 쓰고 괴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모습이 꽤나 인기를 끌며 ‘보더랜드 3’ 메인 포스터에서는 흡사 성화(聖畵) 주인공처럼 격상하기도 했다. 이 사이코들은 판도라 등의 외계 행성에서 적응하느라 이성도 잃고 신체도 여기저기 망가졌는데, 대부분이 대머리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사이코는 환경적 대머리’ 라는 것이 사실상 정설이었다.
그러나, 지난 9월 초 ‘보더랜드 3’ 출시 전 공개된 CM 영상에서 사이코의 정체(!!)가 밝혀졌다. 모발 관리 헤어케어 제품 광고를 연상시키는 해당 영상에서는 멋진 수염을 기른 헤어디자이너가 풍성한 긴 머리 여성의 머리를 다듬는 장면이 비춰진다. 그런데, 갑자기 헤어디자이너가 바리캉을 들고 모델의 머리를 밀기 시작하더니… 결국 이 둘은 사이코로 변해버린다!! 그렇다. 사이코는 헤어디자이너를 통해 전파되는 민머리 바이러스 같은 존재였다!!! 헤어디자이너 잘못 만나면 사이코가 된다는 사실이 두렵기도 하지만, 사실 사이코 정도면 꽤나 유명인사니 손해보는 장사는 아닐 지도 모르겠다.
TOP 1. “어? 저기 초보가 있다!” 오래된 온라인게임 ‘팬티맨’들
특정 온라인게임을 오랫동안 해 본 게이머들은 아마도 공감할 것이다. 누구나 초보 때는 커스텀에 공을 들이고 각종 장비를 최고로 맞추려 들지만, 모든 게임 콘텐츠를 다 겪고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끝내고 나면 모든 것에 초탈하게 된다. 그때쯤 되면 모든 옷과 장비를 벗어던지고 헤어스타일을 빡빡이로 바꾼 채 팬티만 입고 다니기 일쑤다. MMORPG라면 모닥불 근처에 모여 춤추며 놀거나, 액션 게임에서는 팬티만 입고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NPC를 농락하는 게 주된 활동이 된다. 이들을 보통 ‘팬티맨’이라 부르는데, 오래된 게임일수록 팬티맨 비율이 높다.
이런 빡빡머리 팬티맨들은 게임 내에서 존경의 대상이다. 사실상 게임의 극을 보고 모든 것에 초탈해 세월을 낚고 있는 인물들이기에, 초보를 발견하면 게임 적응을 도와준다거나 파티에 슬쩍 끼어 버스를 태워주기도 하고, 1 대 1 과외를 해주기도 한다. 물론 고인물들의 뜨거운 관심에 크게 부담을 느낀 초보 유저가 질려하며 도망가는 경우도 있고, 간혹 이해 안 가는 행동을 하는 유통기한 지난 팬티맨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게임 내에서 팬티맨의 위상은 웬만한 GM 이상이다. 즉, 팬티맨이야말로 게임계에서 최고 멋진 삭발 캐릭터인 것이다!!!
(맹세코 본 기자는 팬티맨이 아닙니다! 요즘 들어 모닥불이 그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