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강] 게이머 취향 저격한 ‘LG 27GL850’, 가성비가 아쉽다
2019.09.20 18:52게임메카 안민균 기자
게이머가 ‘부족함 없는 게이밍 모니터’를 사고자 할 때 반드시 고려하는 기능이 세 가지 있습니다. 고주사율, HDR, 응답속도죠.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다 갖춘 모니터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기술적으로 인증 받아야 할 부분이 많고, 결과적으로 단가가 비싸지기 때문에 좀처럼 소비자 반응을 얻기 힘들어서 잘 만들지 않거든요.
그런데 최근 LG전자에서 고주사율, HDR, 응답속도 모두를 만족하는 게이밍 모니터를 출시했습니다. 바로 27GL850입니다. 27인치 2560X1440 QHD 해상도, 144Hz 고주사율, HDR, 1ms 응답속도를 지원하며, 놀랍게도 IPS 패널입니다. 보통 IPS 패널은 색 표현은 풍부하지만 응답속도는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IPS와 1ms 응답속도 조합은 의외일 수밖에요.
이런면에서 27GL850은 종결급 모니터입니다, 그리고 ‘종결’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떻게든 경험해보고 싶은 것이 게이머 성품이죠. 그래서 게임메카가 27GL850을 직접 사용해보고 가전제품 명가 LG전자가 선보이는 ‘게이밍’의 맛은 과연 어떨지 음미해봤습니다.
게이머가 원하는 모든 기능 총 집합했다
27GL850을 처음 접하고 든 생각은 “게이머 취향에 맞추기 위해 애를 많이 썼구나”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일단 전체적으로 ‘LG 울트라기어’ 모니터 라인업 특유의 붉은색 선이 이어진 스탠드 및 디스플레이 후면 디자인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최근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평범한 디자인만 넘쳐나는 모니터 시장이기에 고평점을 주고 싶은 부분입니다. 다만 평면 디스플레이 치곤 꽤 두껍네요.
패널은 Nano-IPS가 사용됐습니다. 기존 IPS 패널이 가진 뛰어난 색 영역이 더욱 강화됐다는 말이죠. 여기에 최근 출시되는 게임은 기본적으로 지원하는 기능이자, ‘이거 없으면 모니터 안사!'라고 말하는 게이머가 있을 정도로 주목 받는 기능, HDR이 지원됩니다. HDR은 가장 어두운 색과 가장 밝은 색을 적절히 조합해 보다 색감이 풍부하고 사실 같은 그래픽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래픽을 중점으로 보는 게이머에게는 필수라고 할 수 있죠.
또 27인치 16:9 비율 디스플레이에 광시야각을 지원해 보는 각도와 상관없이 선명한 화면을 제공합니다. 해상도는 2560X1440 QHD를 지원하며, 게이밍 모니터답게 144hz 고주사율을 지원해 FPS, 레이싱, RPG, 액션 등 장르 구분 없이 넓고 부드러운 화면을 즐길 수 있습니다. 지원하는 영상입력 단자는 HDMI, DP, USB 포트로 다양합니다. 특히 USB를 꽂아 영상을 직접 송출할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게이밍 모니터인 만큼 다양한 게임 보조 기능을 지원합니다. ‘인풋랙 제어’, ‘응답 속도 제어’, ‘플리커 프리’, ‘블루라이트 차단’ 등 기본적인 부분은 물론 화면 찢어짐을 개선하는 지싱크(G-SYNC Compatible)을 지원합니다.
이중 특히 27GL850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세계최초 IPS 패널 응답속도 1ms’라는 타이틀답게 ‘응답속도’가 뛰어납니다. 앞서 말했듯 일반적으로 IPS 패널은 색 영역이 풍부한 반면, 응답속도는 그다지 좋지 못합니다. 그런 통념을 깨고 출시된 것이 27GL850입니다. 보통 IPS 패널 게이밍 모니터가 4~6ms(GTG) 수준을 넘나드는 반면, 이 모니터는 당당하게 1ms(GTG)를 자랑합니다.
응답속도, 그게 뭐길래 목을 매나
모니터에 있어 ‘응답속도’는 쉽게 말해서 ‘보여주는 속도’입니다. 예를 들어 ‘배틀그라운드’를 즐기고 있을 때, 갑자기 적이 앞에 나타난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A라는 모니터의 응답속도는 10ms, B는 5ms입니다. 두 모니터에서 같은 장면을 보고 있을 때 적이 나타난 시점을 0이라고 한다면, A 모니터는 그것을 10ms 뒤에 보여주고, B는 5ms 뒤에 보여줍니다. B가 A보다 적을 보여주는 시간이 2배나 짧습니다. 결과적으로 B 모니터를 사용 중인 플레이어는 A 모니터를 사용 중인 플레이어보다 적을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이 2배 가까이 되는 셈입니다.
2배라고 하니까 엄청난 차이처럼 느껴지겠지만, 사실 ms는 ‘밀리 세컨드’, 즉 1/1000초입니다. 5ms 차이라면 0.005초 차이라고 할 수 있겠죠. 순간적으로 이 0.005초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게이머는 적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찰나의 순간으로 울고 웃는 게임 장르가 있습니다. 바로 대전격투 게임이죠.
‘스트리트 파이터 5’, ‘철권 7’ 같은 대전격투 게임은 ‘딜레이 캐치’가 정말 중요한 게임입니다. 기술마다 빈 틈이 존재하는데, 이를 모두 숙지하고 있는 진정한 고수들은 상대방 기술이 끝나고 어느 정도 프레임 동안 무방비 상태에 빠지는지를 생각하고 반격을 기회를 잡기도 하죠. 144hz 주사율에서 1프레임이 7ms라고 친다면, 1ms 응답속도 모니터를 쓰는 쪽이 약 1프레임 정도 유리하다고 볼 수 있으니 완전히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닙니다.
그래서 보통 격투게임을 주로 즐긴다고 자부하는 게이머들은 TN패널 모니터를 선호합니다. TN패널은 색 영역이 풍부하지 못해 고해상도 게임이나 영화를 즐길 때 불리한 반면, 응답속도가 빨라 ‘딜레이 캐치’를 하기 쉽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게이머들이 27GL850 공개 당시 환호했던 이유도 이 응답속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화질도 좋고, HDR도 지원되고, 여기에 응답속도까지 보장되는 만능 모니터는 말 그대로 ‘세계최초’였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당연히 이 만능 모니터로 대전격투 게임을 즐겨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철권 7’을 플레이 해봤는데, 과연 27GL850은 게이머의 눈과 손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었을까요? 영상으로 함께 살펴보시죠.
게이머 취향저격, 시도는 좋았으나 가격이 문제
LG전자 ‘27GL850’는 144Hz, HDR, 1ms 등 게이머라면 누구나 꿈꾸는 다양한 게이밍 기능을 한곳에 모은 게이밍 모니터였습니다. 다만 ‘종결’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8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 모니터라는 것을 감안하면 HDR과 응답속도 기능의 완성도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27GL850은 HDR을 지원합니다. 그런데 어딘가 부족하다고 느껴집니다. 이유는 밝기와 명암비에 있습니다. 이 모니터의 최대 밝기는 350cd, 명암비가 1,000:1입니다. 보통 최대 밝기 400cd 정도는 되야 HDR을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HDR 기능을 켜면 화면이 전체적으로 어두워지거든요. 만약 최대 밝기가 낮다면 명암비라도 높아야 합니다. 어두워져도 명암 구분을 통해 선명한 화면을 얻을 수 있습니다.
HDR, 350cd, 1,000:1 성능을 가진 모니터가 이상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익숙합니다. 저렴한 가격에 HDR을 맛보고 싶은 게이머를 위해 출시되는 보급형 HDR 모니터의 표본 성능이니까요. 27GL850에 납득이 되지 않는 이유는 가격입니다. 보급형 HDR 게이밍 모니터 성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79만 9,000원이나 하는 가격이 책정된 이유는 ‘1ms 응답속도’ 때문, 그런데 이마저도 결함이 있었습니다.
‘1ms 응답속도’를 얻으려면 모니터 설정 중 ‘응답시간 설정’에서 ‘가장 빠르게(Faster)’를 선택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가장 빠르게’ 기능에 심각한 결함이 하나 있습니다. 움직이는 그래픽에 잔상이 생기는 것이죠.
오해가 없도록 먼저 말하지만, 보통 잔상은 어떤 모니터든 생깁니다. 하지만 ‘이게 잔상인가, 기분 탓인가?’라는 기분이 들 정도로 노골적이지 않습니다. 문제는 27GL850 모니터의 잔상은 ‘잔상’이라고 명확히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이었다는 것입니다. 또 ‘가장 빠르게’를 설정하면 HDR 기능을 활성화할 수 없는 제한까지 있습니다. 때문에 ‘세계최초’이자 ‘장점’이여야 할 ‘IPS 패널 1ms 응답속도’가 마치 ‘결점’처럼 느껴진 부분입니다.
만약 27GL850이 1ms 응답속도를 빼고 더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봤다면 큰 성공을 거두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 LG는 디자인, 144Hz, HDR, 응답속도 등 게이머를 자극하는 키워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겠죠. 이번 시도를 통해 더 좋은 게이밍 모니터가 탄생하길 기대하며 이만 ‘하드웨어 +9강’ 리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