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즈 '패스오브엑자일' 선택은 신의 한 수였다
2019.12.23 17:42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로스트아크를 끝으로 국내 온라인게임 신작이 씨가 마른 가운데 업계 눈길을 사로잡은 뉴페이스가 있다. 지난 6월부터 국내 정식 서비스에 들어간 패스 오브 엑자일이다. 3개월마다 다른 테마로 진행되는 리그에, 나만의 빌드를 만들어가는 재미를 앞세운 이 게임은 6개월 만에 안정권에 자리잡으며 조용했던 국내 PC 게임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특이한 점은 패스 오브 엑자일은 해외에서 6년 넘게 서비스를 이어온 중고 신인이다. 2013년에 해외에 출시된 패스 오브 엑자일은 초반에는 수많은 ‘디아블로’ 류 게임 중 하나였으나 ‘캐릭터 빌드 게임’이라는 독자적인 루트를 구축하며 전세계 3,000만 명이 즐기는 게임으로 거듭났다. 국내 출시 전에도 게임을 즐기는 마니아가 있었을 정도로 숨은 명작으로 통했다.
이처럼 재미가 검증된 게임임에도 패스 오브 엑자일을 국내에 출시하자고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완성도는 검증됐지만, 국내에는 알려지지 않은 게임이라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다. 아울러 국내 시장은 품이 많이 들어가는 PC보다 빠르게 성과를 볼 수 있는 모바일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예상하기 힘든 패스 오브 엑자일을 발굴해낸 카카오게임즈의 남다른 안목이 돋보인다.
검은사막 공백 메워준 '패스 오브 엑자일'
국내 출시 전만 해도 패스 오브 엑자일은 좋은 게임이지만 다소 낡았다는 인상이 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카오게임즈는 패스 오브 엑자일을 지난 6월에 국내에 정식 출시했고, 성과도 기대 이상이다. 출시 직후 게임메카 인기순위에 13위까지 치고 올랐고, 오르내림이 다소 심하지만 새 리그가 시작될 때마다 순위는 크게 뛰고 있다.
매출도 나쁘지 않다. 카카오게임즈 올해 과제 중 하나는 지난 5월 30일부터 국내 서비스 계약이 종료된 검은사막 공백을 메울 새로운 게임을 찾는 것이었다. 검은사막 이탈 후 PC 게임 매출을 책임져줄 신흥주자로 카카오게임즈가 선택한 대안이 패스 오브 엑자일이다.
그리고 올해 3분기(7월~9월) 카카오 게임 매출은 작년 3분기 수준을 유지했고, 전체 게임 매출에서 PC∙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49%에서 39%로 줄었다. PC 게임 매출을 책임지던 검은사막이 완전히 빠졌음에도 예상보다 공백이 크지 않다. 3분기 게임 사업에 대해 카카오 여민수 공동 대표는 “PC 게임 패스 오브 엑자일 성공에 이어 모바일 MMORPG를 아우르는 글로벌 게임 퍼블리셔로 한 단계 도약했다”라고 전했다.
여기에 패스 오브 엑자일은 ‘보는 게임’에도 어울린다. 게임 자체가 원하는 방향으로 스킬을 찍어 나만의 캐릭터를 키우는 것이기에 유저 스스로 키우는 것도 재미있지만 다른 사람이 완성한 빌드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실제로 유튜브 등에도 본인이 완성한 빌드와 주요 플레이 장면을 소개하는 패스 오브 엑자일 영상이 다수 올라와 있다.
2편도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 롱런 확정
패스 오브 엑자일은 지금도 나쁘지 않지만 롱런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가장 큰 부분은 11월 15일에 공개된 차기작이다. 당시 뉴질랜드에서 열린 엑자일콘을 통해 ‘패스 오브 엑자일 2’가 공개됐는데 서비스 방식이 독특하다. 1편과 2편이 따로 서비스되는 것이 아니라 같은 클라이언트 안에서 제공된다. 클라이언트 하나에서 1편과 2편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해 즐기는 방식이다.
국내 시장에서 온라인게임 후속작이 전작보다 좋은 성적을 거둔 적은 드물다. 리니지 2도 리니지보다는 파급력이 약했고, 메이플스토리 역시 2편보다는 1편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후속작이 나와도 전작을 플레이하는 유저를 100% 끌어들이기 어렵고, 결국 별개로 짜인 새 판에서 경쟁을 시작하기에 기반 유저가 있는 전작보다 상대적으로 힘을 받기 어렵다.
하지만 패스 오브 엑자일은 이야기가 다르다. 2편과 1편이 클라이언트 하나에 있기에, 후속작이 나와도 1편 유저를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이어나갈 수 있다. 1편을 꾸준히 즐겨온 유저는 일부 아이템을 2편에서도 쓸 수 있고, 스토리 자체가 1편과 연결되어 있기에 기존 유저 입장에서 어색함 없이 차기작을 이어나갈 수 있다.
패스 오브 엑자일을 해보지 않은 새로운 유저 입장에서도 선택지가 늘어난다. 1편을 하지 않고 2편부터 시작하는 것도 가능하며, 원한다면 같은 클라이언트 안에서 1편과 2편을 모두 헤볼 수도 있다. 종합적으로 보면 패스 오브 엑자일 2는 기존 유저 이탈 없이 신규 유저를 영입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패스 오브 엑자일 개발사, 그라인딩기어게임즈 크리스 윌슨 대표는 지난 11월에 진행한 화상 인터뷰를 통해 “처음 카카오게임즈와 계약할 당시부터 2편까지 함께 할 생각이었다”라고 밝혔다. 게임 자체가 가진 가능성도 높지만, 2편을 통해 롱런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판단을 바탕으로 카카오게임즈는 패스 오브 엑자일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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