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 5 스크램블, 무쌍 콜라보가 스토리까지 챙겼다
2020.06.25 18:39게임메카 서형걸 기자
지난 2월 국내 출시된 페르소나 5 더 로열(이하 더 로열)에 대한 평가는 미묘하다. 게임 자체만 놓고 본다면 편의성 개선, 캐릭터 및 스토리 추가 등 본편보다 한층 더 높은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본편을 구매해 플레이한 유저 입장에서는 얼마 되지 않은 추가 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일반판 기준 7만 원에 가까운 돈을 써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팬들 중 많은 수가 무쌍 콜라보 외전인 페르소나 5 스크램블 더 팬텀 스트라이커즈(이하 페르소나 5 스크램블)에 더 큰 기대를 걸었다.
페르소나 5 스크램블을 직접 해본 결과 팬들의 기대를 훌쩍 넘어서는 게임이라는 생각이다. 턴제에서 실시간으로 달라진 전투는 본편의 다양한 페르소나 활용과 무쌍의 호쾌함이 잘 어우러져 하면 할수록 재미를 더했다. 여기에 기존 ‘마음의 괴도단’ 멤버 8인과 새로 합류한 멤버들, 그리고 입체적인 악역들이 만들어낸 스토리는 본편 못지않은 깊이가 느껴졌다.
마음의 괴도단의 끈끈한 우정을 재확인하다
페르소나 5 스크램블은 본편 이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한다. 주인공 ‘조커’를 비롯한 마음의 괴도단은 여름 방학을 맞아 아지트인 카페 ‘르블랑’에 모이고,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이 계획은 시작부터 삐걱거리는데, 사라진 줄 알았던 이세계가 다시 출현한데다가 ‘개심’으로 의심되는 일련의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경시청 공안부로부터 찍혔기 때문이다.
마음의 괴도단은 누명을 벗고,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괴도 활동을 재개한다. 도쿄와 그 근교에 집중됐던 본편과 달리 도쿄 시부야를 시작으로 센다이, 삿포로, 오키나와, 교토, 오사카를 누비며 다시 출현한 이세계 ‘제일’을 탐색한다. 전국을 돌아다녀야 하는 만큼, 아지트는 카페 ‘르블랑’이 아닌, 캠핑카로 교체됐다.
이와 같은 ‘괴도 여행’ 콘셉트는 플레이어의 시선을 마음의 괴도단에게 집중하게 만든다. 다양한 등장인물과 만나 인연을 맺고 호감도를 쌓아야 했던 전편과 달리, 함께 여행하는 마음의 괴도단 멤버와의 우정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특히 본편의 멤버 8명은 게임 시작부터 함께 행동하기에 분량 면에서도 모난 사람 없이 균형을 이루면서, 자기만의 캐릭터성을 마음껏 뽐낸다.
특히 본편 후반부에 합류해 분량 면에서 아쉬웠던 오쿠무라 하루(코드네임 ‘느와르’)의 통통 튀는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본편에서는 음모에 의해 아버지를 잃은 허당 기질이 농후한 금수저 정도의 이미지였다. 그러나 이번 외전에서는 삿포로 제일에서 주연급 맹활약을 펼치며, 운전대를 잡으면 성격이 돌변한다거나, 면전에 웃는 얼굴로 독설을 날리는 등 자기만의 캐릭터성을 확고히 했다.
새로 가입한 2명의 괴도와의 만남도 기존 멤버와의 재회 못지않게 즐거웠다. 먼저 게임 초반 만나게 되는 괴도 소피아는 주인공의 스마트폰 속에 거주하는 정체불명의 인공지능이란 설정부터 플레이어의 흥미를 유발한다. 약간 몽롱한 목소리와 귀여운 외모도 매력 포인트이지만, ‘인간의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소피아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도 페르소나 5 스크램블의 주된 재미 중 하나다.
나머지 한 명 역시 매우 독특한 캐릭터인데, 고등학생 일색인 괴도단에서 유일한 중년인 하세가와 젠키치, 코드네임 ‘울프’다. 경시청 공안부 소속으로 초반에는 마음의 괴도단을 단순 이용하려는 인물이지만, 모종의 사건을 계기로 괴도단에 합류하게 된다. 평상시나 괴도 복장 모두 중후한 멋이 있으며, 날카로운 인상과 다른 푸근한 인성, 그리고 딸 바보라는 설정 덕분에 애착이 가는 캐릭터다. 실시간 액션에 최적화된 공격 기술로, 호쾌한 전투가 가능하다는 것도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플레이어는 이처럼 매력 넘치는 괴도단과 함께 전국을 돌아다니며 이세계 ‘제일’을 공략하며 악당인 ‘왕’들을 개심하게 만든다. 본편의 악당이었던 ‘팰리스의 주인’들은 자신의 욕망에 취해 타락한 순수 ‘악’에 가까웠다면, 제일의 왕들은 모종의 사건에 의해 트라우마를 얻어 삐뚤어진 입체적인 인물들이다. 페르소나 5 스크램블에서는 이러한 악역들을 통해 마음의 괴도단이 주장하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그리고 왕들의 개심과 괴도단의 개심이 어떻게 다른지 심도 있게 접근한다. 본편 못지않은 깊이 있는 스토리를 담고 있는 것이다.
쇼타임! 페르소나와 무쌍의 절묘한 어우러짐
페르소나 5 스크램블은 무쌍 콜라보 외전이지만, 전투 방식은 무쌍과 다소 거리가 있다. 오히려 본편인 페르소나 5에 더 가까운데, 단순 버튼 연타만으로는 적들에게 둘러싸여 맞아 죽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숫자가 다소 줄긴 했지만, 페르소나 5 스크램블에는 많은 수의 페르소나가 등장한다. 각각의 페르소나는 물리, 총격, 핵열, 화염, 염동 등 총 10가지 속성 중 하나를 특성으로 보유하며, 내성과 약점을 갖는다. 즉, 전투만 실시간 방식이지 상대방의 약점을 찌르면서, 조작하고 있는 캐릭터가 약점 공략 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점은 본편과 동일하다.
보통 난이도 기준으로 평범한 적들은 일반 공격 및 특수 공격 콤보만으로도 물리칠 수 있지만, 중간 보스급 이상은 페르소나 스킬을 사용해 약점을 찔러 다운 게이지를 0으로 만들고, 총공격을 가해야 한다. 능력치가 낮고, 회복 아이템이 충분하지 않은 초반에는 이로 인해 갖은 고생을 하게 된다. 본 기자는 첫 보스인 센다이 제일 앨리스 공략에 1시간 30분을 투자했지만 실패했고, 결국 난이도를 한 단계 낮춰 돌파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전투에 대한 적응을 끝내면, 본편보다 한층 더 풍부해진 액션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약점을 찌른 다음 추가타를 먹인다거나, 조작 캐릭터를 교체하면서 필요한 스킬을 구사하고, 게이지를 채워 화려한 연출이 돋보이는 쇼타임 액션을 펼치는 등 무쌍처럼 호쾌하면서 페르소나 5처럼 멋있고 전략적인 전투를 즐길 수 있다.
페르소나 5 팬 마음에 쏙 드는 콜라보
매력적인 캐릭터, 깊이 있는 스토리, 그리고 흥미진진한 전투 등 페르소나 5 스크램블은 여러 장점을 갖춘 게임이지만, 단점도 분명 존재한다. 가장 먼저 본편의 주요 콘텐츠인 ‘코옵’ 시스템 삭제다. 본편처럼 코옵을 통해 마음의 괴도단 외 인물과 인연을 맺고, 곁가지 이야기를 듣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코옵을 압축한 ‘밴드’ 시스템을 통해 게임 플레이에 도움을 주는 편의 기능을 획득할 수 있어 아쉬움을 달랜다.
다음으로 다소 긴 로딩 시간을 꼽을 수 있다. 페르소나 5의 단점 중 하나는 로딩 구간이 많다는 점이었는데, 확장판인 페르소나 5 더 로열에서는 이러한 단점이 어느 정도 개선됐다. 그러나 외전인 페르소나 5 스크램블에서는 로딩 시간 자체가 본편보다 긴 편이다. 게임 플레이가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지만, 다소 거슬리는 부분이다.
이 외에 캐릭터 움직임을 따라오지 못하는 카메라 이동, 일상 파트에서 빨리 달리기가 불가능하다는 점 등을 단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장점들에 비하면 매우 사소한 부분에 불과하다. 페르소나 5 팬이라면 듀얼쇼크4와 닌텐도 스위치를 손에서 놓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