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셔틀] FPS와 전쟁시뮬 잘 어울리네, 크로스파이어: 워존
2020.10.07 18:28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조이시티가 크로스파이어 IP를 활용해 전쟁 시뮬레이션 게임(이하 SLG)을 만들다고 했을 때 솔직히 걱정이 먼저 앞었다. FPS가 원류인 게임을 굳이 SLG로 재해석하는 이유를 도통 짐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션 앤 엠파이어나 건쉽배틀: 토탈워페어 등 그동안 조이시티가 만들어온 SLG는 분명 걸출했지만, FPS와의 결합은 처음인 만큼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6일 출시된 크로스파이어: 워존은 나름의 방법으로 SLG의 DNA에 크로스파이어의 정체성과 외형을 꽤 잘 융합했다. 전쟁게임의 기본을 따라가면서 크로스파이어 특유의 정체성도 놓치지 않고 담아냈다. 물론 FPS와 SLG라는 완전히 다른 두 장르의 만남에 약간의 어색함은 존재했지만, 분명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전투이자 전략의 중심이 되는 장교 시스템
크로스파이어: 워존은 SLG 전문 제작사인 엔드림이 만든 게임으로, 스마일게이트의 FPS 크로스파이어 IP를 활용한 전쟁게임이다. 게임의 근본은 여타 SLG와 매우 비슷하다. 영지를 기반으로 필드에 있는 몬스터를 잡아 자원을 모으고 이 자원으로 병력을 생성, 연맹에 가입해 다른 연맹과 실시간으로 전쟁을 치르는 형식이다. 국내 유저들한테는 익숙하지 않을 수 있지만, '퍼스트 스트라이크'나 '클래시 오브 클랜' 같은 게임을 해 봤다면 큰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다른 전략게임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게임은 크로스파이어의 여러 요소들을 게임에 속속 집어넣음으로써 차별점을 추구했다. 특히, 크로스파이어의 등장인물들을 활용해 만든 장교 시스템은 가히 이 게임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전쟁게임이 함선이나 전투기 등을 따로따로 운영하며 전쟁을 치러야 하는 것과 달리, 크로스파이어: 워존은 이 장교를 중심으로 모든 전투가 진행된다.
각 장교는 병과에 따라서 보병과 전차, 헬기 등 운용할 수 있는 병종이 다르고, 성장 정도에 따라서 운영할 수 있는 병력의 수가 다르다. 한 번에 전투엔 3명에서 4명의 장교가 출전할 수 있으며, 성장한 장교와 병력이 많을 경우 동시에 여러 곳에 침투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장교를 수집하고 육성하는 것이 영지를 성장시키는 것만큼 중요하다. 수집형 게임의 요소를 전쟁게임에 꽤나 잘 녹여낸 셈이다.
더불어 모든 장교는 적에게 피해를 주거나 아군에게 버프를 줄 수 있는 스킬을 지니고 있어 장교끼리의 스킬 시너지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곧 전투의 승리로 귀결된다. 또한 헬기는 전차에게, 전차는 보병에게, 보병은 헬기에 유리한 일종의 상성 관계가 있어 전투에 따라 어떤 병종을 다루는 장교를 조합할 것인지 고려하는 것도 필요하다. 크로스파이어에서 단순히 캐릭터만 따온 수준이 아니라 전략적 요소로 적극적으로 활용한 셈이다. 실제로 장교와 관련된 시스템만 파고들어도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의 폭이 굉장히 넓어진다.
FPS의 정체성은 그대로
크로스파이어에서 따온 것이 오직 장교뿐만은 아니다. 크로스파이어가 지니고 있던 FPS로써의 정체성과 각종 특징들을 게임에 녹여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점이 느껴졌다. 개 중 하나가 바로 스나이퍼 모드다.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테러리스트가 영지에 몰래 침입해 돌아다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를 가만히 놔둘 경우 영지에 피해가 생기게 되는데, 이를 처리하기 위해선 사령부의 스나이퍼 모드를 켜고 직접 적을 저격해야 한다.
이 스나이퍼 모드는 1인칭으로 펼쳐지며 배율을 조절해 가며 총기를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크로스파이어 원작의 재미를 그대로 옮겨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용하는 총기도 현실에 있는 대물저격소총인 바렛 M82인 데다가 총알에 제한도 있고, 영지를 돌아다니는 야생동물도 쏴서 잡을 수 있을 만큼 사실적이다. 테러리스트의 침입이 게임 중에 자주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원작이 FPS라는 것을 알게 해 주는 부분이다.
이 밖에도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면 중간중간 경험하게 되는 좀비 디펜스 또한 FPS 모드로 진행되며 기존 전쟁게임에선 느낄 수 없는 재미를 준다. 위에서 말했듯이 전쟁게임이란 기본 틀에 크로스파이어라는 원작의 특징을 더해 차별점을 추구하는 것에는 확실히 성공한 것이다.
초보자에겐 지나치게 까다로운 접근성
다른 전쟁게임과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해서 이 게임이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다. 아쉬운 부분은 분명히 있다. 일단 장교라는 독특한 시스템을 다소 소모적으로 사용하고 잇는 것이 문제다. 위에서 말햇듯 각 장교들은 스킬이 있으며, 전장에서 직접 병력을 부리는 유닛이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직접 전투에 개입할 수 없다 보니 어떤 조합이 더 효율적이고 좋은지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결국엔 캐릭터의 개성은 뒷전이 되어 버리고 오로지 등급과 능력치만 보고 조합을 구성하게 된다.
또한 게임이 전반적으로 다소 불친절하고 불편하다. 게임 내엔 튜토리얼이 없는 대신 챕터를 진행하며 게임을 배울 수 있도록 구성했는데, 의외로 중요한 요소를 직접 설명해 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본적으로 어떤 구조물과 건물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병종간의 상성관계는 어떤지 등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기껏 지어놓은 생산 건물을 업그레이드하지 않고 있어 손해를 보거나, 레벨이 높음에도 잘못된 조합으로 병종을 꾸렸다가 패배하는 경우도 생긴다. 심각한 경우는 다른 부속 건물의 존재를 모르고 사령부 업그레이드만 신경 쓰다가 자원이 모자라 챕터를 진행하지 못할 때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장교 시스템이 추가되면서 육성할 것이 지나치게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 게임은 안그래도 다른 전쟁게임에 비해서 신경 쓸것이 많은 편이다. 병종 별로 생산 건물이 다르고, 그만큼 연구해야 할 것도 많으며, 사령관의 능력치와 장비도 모두 체크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 장교가 붙으면서 신경써야 할 것이 두 배로 늘어났다. 장교의 레벨과 승급, 장비도 각각 따로 업그레이드해줘야 한다. 심지어 장교는 최대한 많이 육성하는 게 좋다보니 신경 쓸 게 너무나 많다.
이렇다보니 SLG 초보 입장에선 자꾸 놓치는 게 생기고, 우왕좌왕하다 적들에게 공격을 받기만 하는 경우가 꽤 자주 발생한다. 전쟁게임에 익숙한 유저는 소위 말하는 '우산'을 펼치고 초반 육성에 집중하거나 과금으로 자원을 마구 사들여서 빠르게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유저는 자원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안그래도 접근성이 떨어지는 전쟁 SLG인데, 허들을 더 높은 느낌이다.
국내에도 더 많은 SLG 마니아가 나올 수 있기를
크로스파이어: 워존은 분명 마니아를 위한 게임이다. 전쟁게임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전무한 게이머라면 게임을 시작하는 것 조차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게임자체는 분명 꽤 잘만들어진 편이다. 무엇보다 크로스파이어라는 까다로운 IP를 SLG라는 비주류 장르와 잘 결합한 것은 훌륭하다. 이 게임으로 말미암아 국내에서도 전략게임에 익숙한 유저가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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