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동성] 패키지 '아저씨'
2020.10.30 17:52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메카만평
지난 28일, PC MMORPG 엘리온이 출시 소식을 전했습니다. 사실 게임을 기다리던 팬들 입장에선 12월 10일이라는 출시일보다 더욱 놀랄만한 소식이 있었으니, 바로 요금제였습니다. 당연히 부분유료화일 거라는 세간의 예상을 깨고,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패키지 판매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지요.
최근 PC MMORPG가 패키지로 판매되는 경우는 굉장히 보기 드뭅니다. 특히 국산 MMORPG로는 최초입니다. 물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처럼 정액제와 패키지 판매가 결합한 독특한 방식의 과금 정책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극소수 해외게임에 한하는 사례입니다. 특히 요새는 정액제를 유지하고 있는 게임조차도 몇 안 되기 때문에, 엘리온의 이런 결정이 눈에 띌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패키지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반기는 여론이 생겼습니다. 부분유료화 랜덤박스 BM에 지나치게 의지하는 최근 국내 게임 과금 체계에 반발을 가진 유저들이 주로 이 부분을 환영했는데요, 과금 방식이 패키지라면 부분유료화 요소를 일부 채용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지나친 추가 과금 요소가 적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입니다. 제작진이 "캐시 아이템은 치장이나 편의성과 관련된 것에 국한되어 있다"고 공언한 말이 유달리 신뢰가 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패키지를 구입해야 게임을 즐길 수 있어 진입장벽이 높아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부분유료화 게임은 일단 무료로 게임을 충분히 체험해 본 다음 과금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데 반해, 패키지게임은 돈을 내지 않으면 게임을 시작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특히나 엘리온은 공개테스트 없이 게임을 출시하기 때문에, 신규 유저에게 더욱 진입장벽이 높게 다가오는 편입니다. 여기에 패키지게임이기 때문에 통상적인 임에도 불구하고 캐시 아이템도 이중 과금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약점도 있지요.
게이머 의견도 반반으로 나뉩니다. "배틀그라운드 따라서 패키지로 판매하는 건 좋은 생각인 듯", "패키지게임이라니까 왠지 해보고 싶어진다", 등의 긍정적인 의견도 있는 반면, "패키지 판매라면서 캐시템이 꼭 있어야 하나?”, “오픈베타도 없는데 뭘 보고 게임을 사냐”처럼 비판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편으론 "배틀그라운드는 패키지게임이면서 시즌 패스에 과금 아이템도 있고, EA는 패키지게임에 랜덤 박스를 같이 넣는다"며 "게임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패키지게임에 캐시템 있다고 비판하는 건 너무하다"며 이중 과금 비판에 대한 반박의견도 있었습니다.
국산 PC MMORPG가 패키지 판매를 채택한 것은 유례가 없는 만큼 그 결과도 예상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엘리온은 현재 국내 게임업계를 지배하고 있는 과금체계에 대한 도전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엘리온이 과연 게이머들이 피로를 느낄 정도로 고착화되어 있는 과금 체계에 큰 경종을 울릴 수 있을지, 관심있게 지켜볼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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