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조 원 가치 인정받은 게임 '로블록스'
2021.03.19 11:38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지난 10일, 로블록스가 뉴욕증권거래소에 데뷔했다. 증시 입성 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던 회사이자 게임인 것은 맞지만, 실제 파장은 예상보다 훨씬 더 컸다. 상장 하루 만에 시가총액 382억 6,253만 달러(한화 약 43조 4,853억 원)을 달성하며 EA 규모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심즈나 배틀필드, 피파 등 강력한 IP를 보유하고 있는 EA와 달리 로블록스는 동명의 단일게임 하나만으로 일궈낸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
예상을 웃도는 시가총액을 기록하며, 로블록스라는 회사와 동명의 게임에 대한 관심, 더 나아가서 이 게임이 구축한 메타버스에 대한 집중도 역시 매우 높아지고 있다. 대체 로블록스는 어떤 게임이기에 이런 놀라운 성과와 가치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일까?
샌드박스 게임에서 게임 제작 프로그램으로
로블록스는 동명의 회사에서 만든 샌드박스 오픈월드 RPG다. 1989년에 출시된 교육용 2D 물리 시뮬레이터 '인터랙티브 피직스'로부터 시작된 게임으로, 1990년대부터 테스트를 시작해 2006년에 정식 발매됐다. 단순한 블록 모양의 캐릭터와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다양한 구조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인크래프트와 비교되기도 하지만, 사실상 로블록스 측이 훨씬 오래됐다.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높은 자유도다. 게임이 시작된 다음 레고를 닮은 아바타를 생성하고 나면,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그저 본인이 직접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면 그만이다. 간단하게는 건축물이나 탈 것 정도를 만들고, 좀 더 익숙해지면 애니메이션이나 음악, 심지어는 게임도 직접 제작할 수 있다. 게임 내에서 제공하는 개발 도구 '로블록스 스튜디오'를 활용하면 로블록스 그래픽과 성능을 초월한 게임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이 스튜디오야말로 로블록스의 진가라 할 수 있는데, 수많은 초보 개발자들이 실제로 이 프로그램을 활용해 게임이나 2차 창작물을 만들고 있다. 초창기에는 슈퍼마리오 같은 과거 명작을 패러디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지금은 배틀필드나 하프라이프, 프레디의 피자가게 같은 명작들을 높은 완성도로 구현하고, 독특하고 훌륭한 오리지널 게임까지 매일같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 이 스튜디오를 제작해서 만든 결과물은 다른 플레이어에게 판매할 수도 있다. 직접 만든 창작물이나 게임은 별도의 검열이나 품질 검사 없이 게임이 제공하는 플랫폼에 자유롭게 올릴 수 있으며, 유저들도 해당 게임이나 창작물을 자유롭게 구매하고 즐길 수 있다. 심지어 게임 내에서 수집한 캐시로도 여러 작품을 구매할 수 있으며, 개발자들은 그렇게 확보한 게임 캐시를 현금으로 바꿀 수도 있다.
사실상 스팀이나 모바일 앱스토어와 동급 플랫폼
여기까지만 봐도 알겠지만, 로블록스는 평범한 게임과는 그 궤를 달리한다. 오히려 일종의 플랫폼이자 ESD에 더 가깝다. 실제로 로블록스는 게임 내에서 구글 플레이 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처럼 인기 순위, 매출 순위 등을 제공하며, 게임별로 평점도 제공한다. 스팀처럼 게임별 동시 접속자 수도 표기해주며, 이에 따른 순위와 즐겨찾기 횟수 등도 모두 제공한다.
운영 형태뿐 아니라 보유하고 있는 총 게임 수, 동시 접속자 수, 각 게임별 매출 등도 타 플랫폼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2021년 3월 기준 로블록스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 수는 4,000만 개가 넘어간다. 이는 스팀의 약 5만 개를 훌쩍 뛰어넘는다. 물론 로블록스는 위에서 말했듯 다른 플랫폼에 비해서 게임 업로드가 매우 쉬운 편에 속하는 데다가 제작하는 것도 굉장히 쉬운 편이기 때문에 등록된 게임 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게임 수가 많다는 건 그만큼 로블록스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자, 선택의 여지가 넓다는 뜻이기도 하다.
게임 수 뿐만 아니라 단일 게임에 대한 관심도도 매우 높은 편이다. 현재 로블록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인 '입양해주세요!'의 동시 접속자 수는 15만 명에서 30만 명을 오간다. 이는 최근 스팀 동시 접속자 수 3위를 기록하고 있는 배틀그라운드와 비슷하다. 이 밖에도 로블록스 인기 순위 10위권 안에 있는 게임들은 대부분 1만에서 10만 단위의 동시 접속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로블록스 자체의 월간 이용자 수도 약 2억 명에 달할 만큼 유저 풀이 넓다.
개발자들이 벌어들이는 수입도 절대 적지 않다. 로블록스 코퍼레이션이 직접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20년 로블록스에서 게임을 만들어 판매하는 개발자들이 벌어들인 총 수익은 약 3억 2,870만 달러(한화 약 3,714억 원)이다. 한 달에 10만 달러(한화 약 1억 1248만 원)가 넘는 매출을 내고 있는 개발자도 300명이 넘는다. 로블록스 플랫폼의 판매 수수료가 70%라는 걸 생각하면 회사에서 직접적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더 클 것이다. 실제로 로블록스의 작년 매출은 9억 2,400만 달러(한화 약 1조 405억 원)에 달했다.
로블록스의 인기는 과연 언제까지?
로블록스가 마인크래프트나 국내에선 다른 비슷한 게임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해외에서는 이렇듯 높은 성과를 내고 있으며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게임이다. 2019년 18만 4,000명이었던 일평균 유료 이용자 수도 2020년에는 49만 명으로 증가했으며, 분석 전문업체에서는 올해도 100%가 넘는 매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 덕분에 항간에서는 게임계의 유튜브라거나, 메타버스 시장의 선두 주자라며 큰 기대를 받고 있다.
다만, 게임이 지닌 잠재력과 별개로 로블록스에게도 약점은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로블록스가 코로나19 특수를 누린 게임인 만큼 2021년 백신 보급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회사 창립 이후로 꾸준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부분도 로블록스가 극복해야 할 문제다. 과연 로블록스가 왕관의 무게를 이겨내고 지금의 인기와 관심을 꾸준히 이끌어 갈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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