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을 끄고 주위를 둘러보면 진정한 제2의 나라가 보인다
2021.06.17 18:12게임메카 서형걸 기자
국내 모바일게임 대세 장르는 뭐니뭐니해도 MMORPG다. 이러한 게임의 주된 재미 요소는 다른 사람과 의기투합해 길드를 꾸리고, 소속감과 유대감을 바탕으로 타 세력과 경쟁하는 것이다. 이 외에 다양한 콘텐츠가 존재하더라도 대부분 길드간 경쟁이라는 최종 콘텐츠를 위한 단순 반복적 준비과정에 가까운데, 성장의 쾌감을 제외하면 재미를 느끼기 어려운 지점이다. 그래서 많은 유저들이 이 지점을 최대한 빨리 넘어가고자 하며, 적지 않은 수가 스트레스를 느끼며 게임을 그만두기도 한다.
지난 10일에 나온 넷마블의 제2의 나라 역시 길드에 해당하는 ‘킹덤’이 존재하고, 이에 기반한 세력 간 경쟁도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강해지는 것에 집중해 앞만 보고 달려가듯이 즐기는 게임은 아니다. 주위로 시선을 돌리면 한층 더 풍부한 즐길거리가 보인다. ‘지브리’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매력적인 스토리는 마냥 스쳐 지나가기 아쉽고, 필드 군데군데 숨어있는 탐험 요소 역시 지브리풍 아트와의 시너지로 눈을 즐겁게 한다. 굳이 빨리 강해져 남들 위에 군림할 필요 없이, 느긋하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플레이한다면 한층 풍부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무심코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것들이 많다
제2의 나라는 다른 모바일 MMORPG처럼 자동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다. 좌측에 위치한 퀘스트 목록만 손으로 두드리면, 캐릭터가 알아서 이동하고 사냥도 한다. 경험치나 재화 습득 효율이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게임을 종료해도 캐릭터는 잠들지 않고 활동을 이어나가는 방치형게임 요소도 존재한다.
이러한 편의기능으로 인해 레벨과 전투력 상승이 비교적 수월한 초반에는 알게 모르게 게임을 켜놓고 다른 일을 하면서 캐릭터 성장만 지켜보게 된다. ‘말 타고 달리며 경치를 본다’라는 옛말이 절로 떠오르는데, 게임 세계관이나 지브리풍 비주얼의 자세한 모습 등은 머릿속에 잔상만 남긴 채 지나치게 된다.
이는 한때 지브리 애니메이션에 심취해 모노노케 히메, 고양이의 보은 등을 열 번 넘게 다시 봤던 기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성장 및 게임 진행이 느려지게 되는 구간을 맞이하게 됐는데,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게 되면서 여태까지의 플레이 방식에 대한 후회가 몰려왔다. 조금만 주의 깊게 들여다 보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산재해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눈 여겨 봐야 하는 부분은 스토리다. 제2의 나라에서 주인공(플레이어)는 현실과 비슷한 과학 기술 기반 세계에서 마법이 존재하는 판타지 이세계로 전이하게 된다. 이러한 서사는 원작 니노쿠니 시리즈와 동일하다. 니노쿠니는 작품마다 전이 경위가 매번 달라지는데, 제2의 나라에서는 가상현실 게임을 통해 이세계로 오게 된다는 게임 판타지 설정을 차용하고 있다.
이처럼 익숙한 설정에 기반한 스토리는 섬세한 연출과 풍부한 음성지원에 기반한 완성도 높은 컷씬을 통해 플레이어에게 전달된다. 원작 특유의 감성적이면서 귀여운 비주얼도 충실히 구현한데다가, 거장 히사이시 조의 감미로운 OST까지 어우러져 높은 수준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스토리에 관심 없을 때는 상당히 많은 양의 텍스트와 말 많은 동료 ‘쿠우’가 성가시다고 생각됐지만, 조금만 인식을 달리하면 약방의 감초처럼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여겨진다.
원작과의 연관성을 찾아보는 것도 제2의 나라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한가지 예로 플레이어의 모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곳은 에스타바니아 왕국인데, 이곳은 바로 니노쿠니 2 레버넌트 킹덤의 주요 등장인물인 에반 도리스판 냥달이 건국한 나라다. 현재 국왕의 이름은 ‘루슬란 도리스판 냥달’로, 시대상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이처럼 원작 팬들의 향수를 자극할 만한 요소를 볼 수 있다.
두 손으로 직접 탐험할 때의 즐거움
제2의 나라의 가장 큰 장점은 지브리풍 비주얼이다. 덕분에 뭘 하든 보는 맛이 상당한 수준이다. 예를 들어 펫 콘텐츠인 이마젠은 전투에서의 활약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최고의 무기는 귀여움이다. 이 부분은 필드보다 ‘이마젠의 숲’이라는 곳에서 부각된다. 수집한 이마젠들이 뛰놀며 가끔씩 선물도 주는데, 여러 마리의 이마젠이 플레이어 주위를 빙 둘러쌀 때의 귀여움은 심장에 꽤 해로울 정도다.
잠시 자동전투를 멈추고 맵 곳곳을 둘러보는 것도 제2의 나라를 즐기는 좋은 방법이다. 숨겨진 뷰포인트를 방문하면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고, 도감도 채울 수 있다. 또 돌아다니다 보면 발로 차기, 물 주기 등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오브젝트들이 있는데, 딱히 게임 진행에 이득이 있는 요소들은 아니지만 꽃이 활짝 핀 화분을 옆에서 사진을 찍어 게임 내 소셜 담벼락에 올리는 등 소소한 재미를 누릴 수 있다.
이처럼 제2의 나라는 자동 플레이의 편의성과 함께, 직접 조작으로만 얻을 수 있는 즐거움도 상당히 잘 갖추고 있다. 아쉬운 점은 최적화가 좋지 못한 터라 오랫동안 스마트폰을 잡고 있기엔 발열이 심하다.
비단 직접 조작을 하지 않더라도 제2의 나라를 즐기는데 있어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지점은 최적화다. 앞서 언급한 발열은 물론, 화면이 잘못 출력된다거나 간헐적 프레임 드랍, 플레이 중 멈추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마주하게 된다. 기자는 주로 뽑기 중 멈춤 현상을 경험했는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가슴이 철렁했다.
제2의 나라는 세력 기반 경쟁 콘텐츠를 갖춘 MMORPG이다. 이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고자 남들보다 빨리 강해지고자 한다면, 과금을 피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또 쿠폰과 같은 무료 재화는 확정 획득을 할 수 있는 ‘천장’ 횟수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과금 유저들에게만 친절한 것 같다는 인상도 준다.
그렇지만, 제2의 나라는 필드를 돌아다니기만 해도 어느 순간 불귀의 객이 되어버리거나 철저한 계급체계가 형성되어 하위권 유저들은 일상적 플레이마저도 상위 유저들의 거름이 되어 버리는 그런 게임과는 거리가 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강해지는 것에 관심이 없는 이들을 위한 즐길거리가 충분히 갖춰져 있고, 진입장벽도 높지 않다. 무작정 달려가는 것보다 한 숨 고르고 주위를 둘러보는 플레이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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