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진 올림픽, e스포츠 정식종목 도입 가능성 커졌다
2021.08.09 17:58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세계인의 축제인 2020 도쿄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코로나19라는 희대의 사태 속에서 치러진 대회다 보니 이런저런 사건 사고가 적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론 대형 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이번 올림픽을 관통한 한 가지 큰 특징이 있다면 바로 '젊음'이다. 점차 줄어드는 올림픽 흥행력과 관심 속에서, 소위 말하는 MZ 세대에게 다가가고자 노력하는 올림픽의 모습이 보였다. 이를 보니 당장 2024 파리 올림픽은 아니지만 머지않아 어떤 형태로든 e스포츠를 정식 종목으로 만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MZ 세대 공략은 시대의 흐름
e스포츠의 정식 종목 입성 가능성을 따지기 전에 우선 올해 올림픽에 있었던 변화를 간단하게 살펴보자. 우선 기성 종목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익스트림 스포츠 종목이 많이 신설됐다. 서핑과 스포츠클라이밍, 스케이트보드, 3 대 3 농구가 이번 대회부터 정식 종목으로 선정됐으며, 경주만 있던 BMX에도 프리스타일 종목이 추가됐다. 해당 종목들은 모두 제대로 중계가 안 됐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을 중심으로 국내외 팬들과 젊은 층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해당 종목들은 다음 올림픽까지 존속이 확정된 가운데, 2024 파리 올림픽에선 가라데나 야구 등을 제치고 브레이킹이 새로운 종목으로 추가됐다. 오는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비보잉이 댄스스포츠 세부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올림픽에도 입성한 것이다. 이번 도쿄 올림픽 폐막식에서 상영된 2024 파리 올림픽 소개 영상에서도 콩코드 광장에서 배틀을 펼치는 비보이, 비걸들이 나왔다. 참고로 해당 영상은 다른 올림픽 종목에 대한 소개 없이 BMX와 브레이킹을 통해 프랑스가 젊음의 도시임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올림픽이 이렇게 젊게 변화한 이유는 위에서도 말했듯 MZ 세대 공략을 위해서다. MZ세대는 현세대 주요 소비 계층이자 문화 향유 계층이다. 특히 올림픽 같은 정기 행사 입장에선 잠재적인 신규 관객이며 흥행의 열쇠인 셈이다. IOC가 기성 스포츠와는 사뭇 다른 성격의 종목을 신설하고 사전 행사를 새롭게 꾸리는 것은 이들을 향한 구애의 춤이라 볼 수 있다.
주류 스포츠를 뛰어넘은 e스포츠의 위상과 흥행력
이른 흐름 속에서 지난 5월에 진행된 2020 도쿄 올림픽 사전 행사였던 가상 올림픽 시리즈는 보기보다 큰 의미를 지닌다. 그란투리스모나 e베이스볼 파워플 프로야구 2020, 즈위프트, 버추얼 레가타 등 스포츠 게임을 활용해 꾸린 e스포츠 대회였다. 올림픽 사전행사는 다음 올림픽에 추가될 종목들의 시범 경기였던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행사도 e스포츠의 도입을 부정적으로 여겼던 IOC가 그 고집을 조금이나마 꺾었다고도 볼 수 있다.
IOC가 뒤늦게나마 e스포츠 분야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e스포츠의 위상이 그만큼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e스포츠의 전세계 시청자 수는 미국의 4대 메이저스포츠인 NFL과 NBA, MLB, NHL을 합한 것보다 많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현재는 e스포츠가 더 앞서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엔 코로나19로 인해 기성 스포츠들의 관객 수익이 완전히 사라지면서 사실상 e스포츠의 흥행이 주류 스포츠를 완전히 따라잡은 상황이다.
MZ 세대 같은 잠재 관객들이 주류 스포츠보다는 e스포츠를 더욱 시청하는 만큼 IOC 입장에서도 앞으로의 올림픽 흥행, 더 나아가서 그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선 e스포츠와의 끈을 아예 놓을 수는 없는 입장이다. 그렇기에 사실상 흥행 완패일 것이라 생각했던 도쿄 올림픽에서 MZ 세대에게 반응을 이끌어 낸 익스트림 스포츠처럼, e스포츠도 그와 비슷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기를 IOC 측에서도 희망하고 있다.
시작은 스포츠게임부터
e스포츠의 올림픽 입성을 가정하자면, 시작은 기존 주류 스포츠를 활용한 종목들이 될 확률이 높다. 이번에 진행된 가상 올림픽처럼 스포츠게임을 올림픽 종목으로 도입하는 것이다. 지난 3월 137회 IOC 총회에서 수립한 올림픽과 e스포츠와의 관계 또한 이쪽과 가깝다. 직접 몸을 사용해서 플레이해야 하는 몇몇 종목은 올림픽의 정신과도 맞물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모터스포츠는 올림픽에서 개최하기엔 규모적으로나 경제적으로든 굉장히 부담이 큰 분야인데, 그란투리스모 같은 레이싱게임을 활용하면 그 문제를 매우 쉽게 해결할 수 있다. 한편으론 야구처럼 아예 폐지된 종목을 대신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이미 여러 주류 스포츠 단체에서 e스포츠를 편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피파(FIFA)에선 공식적으로 각 국가별 e스포츠 리그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의 e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해 스페인의 e라리가, 독일의 버추얼 분데스리가 등이 그것이다. 국내 축구 리그인 K리그에서도 eK리그라는 이름의 ‘피파 온라인 4’ 대회를 작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위에서 나온 체감형 사이클 게임인 즈위프트 또한 국제사이클연맹의 주관하에 e스포츠 월드 챔피언십을 개최하고 있다.
물론 이 게임들은 e스포츠 팬들이 꾸준히 즐겨오던 롤이나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철권 같은 게임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더불어 이런 게임들은 IOC의 성격상 여전히 폭력성이라는 명목하에 반대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런 식의 시도는 언제나 반갑다. 단순하게는 e스포츠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e스포츠가 기성 스포츠로 인정받는 데 있어서 발생하는 걸림돌인 사유성이나 패치 문제, 수명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뭇 보수적이었던 IOC가 젊어지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가운데 과연 정말로 e스포츠를 올림픽에서 만날 날이 올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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