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그 시절 학교 컴퓨터실을 지배한 멀티 게임 TOP 5
2021.09.02 15:45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지금은 학생들도 다들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며 각자 좋아하는 게임을 하는 세상이기에 학교 컴퓨터실의 인기가 없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20여년 전만 해도 점심시간 학교 컴퓨터실은 게임의 성지였다.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컴퓨터가 없는 집도 많았고, 학교에서 게임을 한다는 묘한 배덕감까지 더해져 매일 인산인해를 이뤘다. 기자가 다니던 학교에선 점심시간 자리다툼이 치열해서 아예 점심을 먹지 않고 컴퓨터실로 달려가는 열성 게이머(그 중 한 명은 지금 이 기사를 쓰고 있음)까지 존재했다.
그 시절 학교 컴퓨터실에서는 싱글플레이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친구들과 같이 할 수 있는 게임들이 인기를 끌었다. PC방이 등장하기 전엔 물론이거니와, PC방이 생긴 후에도 이용비가 비쌌기에 컴퓨터실이 아니라면 친구들과 같이 게임을 할 기회가 적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학교 컴퓨터들의 사양이 좋은 편도 아니었거니와 인터넷 연결은 꿈도 못 꾸던 시절이었기에, 비교적 저사양에서도 손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이 각광 받았다. 오늘은 그 시절, 학교 컴퓨터실을 점령했던 멀티 게임들을 모아 보았다.
TOP 5. 너 화염방사기 어디서 먹었냐? GTA 2
GTA 시리즈는 크게 분류하면 탑뷰 액션이었던 1~2편과 3D 오픈월드 액션으로 발전한 3편 이후로 나뉜다. 그 중 멀티플레이가 가능하면서 다양한 무기와 차량이 등장했던 GTA 2는 학교 컴퓨터실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폭력성이 다분하지만 탑뷰 액션이라 묘사가 세밀하지 않다는 점도 딱히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인기를 끈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공략이나 팁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시기가 아니었기에, 좋은 무기나 차량을 쉽게 구하는 법을 아는 친구들은 영웅 대접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화염방사기나 로켓포 정도만 가지면 누구 하나 두려울 게 없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야! 쟤 화염방사기 먹었어!” 라는 목소리채팅이 울려퍼질 때 그 짜릿함이란! 그러고 보니 당시 GTA 2에서 무기를 줍고 다녔던 어린아이들이 커서 배틀그라운드 총을 줍고 다니는 것을 보면 기분이 묘해진다.
TOP 4. 선생님 몰래 수업시간에도 샤샥! 피카츄 배구
항상 인기가 많은 컴퓨터실 특성 상, 빈 자리가 없어 친구 뒤에 서서 구경하는 아이들도 상당수였다. 그러다 보면, 컴퓨터 한 대로 두 명이 플레이하는 게임이 인기가 많아지는 것도 당연하다. 당시 수많은 2인 플레이 게임이 있었지만, 가장 인기가 많았던 것은 역시 ‘피카츄 배구’였다. 용량도 작고, 사양도 타지 않는데다, 다른 게임에 비해 사용하는 키도 많지 않았고, 조작법도 간단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점 역시 인기에 한 몫을 했다.
참고로 피카츄 배구의 장점 중 하나는 윈도우 창 모드를 지원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이용해 수업 시간에도 창 형태로 띄워놓고 있다가, 선생님이 오시면 얼른 감추곤 했다. 물론 수업 시간에는 싱글 플레이만 가능했기에, 열심히 싱글에서 실력을 쌓은 후 친구들과 대전하는 식이었다. 기자가 다니던 학교에선 피카츄 배구를 활용한 일종의 리그전도 열렸는데, 상금도 상품도 없이 명예만 걸린 대회였음에도 ‘피카츄 마스터’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난 일찌감치 탈락했지만.
TOP 3. 남자라면 UFO 아니겠나! 리볼트
RC카 레이싱게임 리볼트 역시 학교 컴퓨터실에서 높은 인기를 모았다. 흔치 않은 저사양 3D 게임인데다, 작은 RC카를 조작해 마당과 하수도, 건물 내부를 넘나들며 레이싱을 벌인다는 캐주얼한 설정도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한 몫을 했다. 특히 LAN 로컬 멀티플레이 모드를 통해 최대 8인이 한 방에 접속해 스피드와 가속, 무게, 핸들링, 주행 타입이 각기 다른 수십 종류의 차를 골라 승부를 겨루는 MMO(당시 컴퓨터실에선 8명이면 MMO 규모였음) 대전까지 가능했다.
참고로 플레이 가능한 차량 중에는 UFO가 있었는데, 공중에 떠서 사기에 가까운 빠른 속도로 달렸다. 그러나 바닥과의 바퀴 마찰이 없기에 속도 제어가 쉽지 않고, 방향 조절도 매우 어려웠기에 툭하면 코스를 벗어나기 일쑤인 양날의 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도감을 포기할 수 없었던 아이들은 죄다 UFO를 고르기 시작했고, 결국 그 중에선 UFO를 자기 몸처럼 손쉽게 다루는 고인물이 다수 탄생했다. 고인물은 가혹한 환경에서 자라난다는 속담(?)이 실감되는 바다.
TOP 2. 학교 컴퓨터실의 황혼과 여명을 장식한 스타크래프트
사실 학교 컴퓨터실 멀티플레이 게임의 끝은 스타크래프트로 종결지어진다. 90년대 후반부터 2010년 초반까지 국민 게임으로서 자리를 공고히 했던 데다, 멀티플레이 효율도 매우 좋았다. 스타크래프트 발매는 1998년이었지만, 학교 컴퓨터실에 퍼진 것은 불법복제판이 배포된 2000년대 초반이었다. 90년대에만 해도 게임 구동을 위해 일일이 CD를 가지고 다녔어야 했던 데다 학교 컴퓨터실에서 아직 AT, XT, 386 컴퓨터를 사용하는 경우도 간혹 있었기에 구동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스타크래프트는 2000년대 초중반 컴퓨터실을 지배하다시피 했지만, 2010년 이후 급격히 인기가 식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로 대표되는 새로운 AOS 붐이 인 탓도 있지만, 스마트폰 보급이 활성화되면서 학교 컴퓨터실이라는 곳이 서서히 외면 받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스타크래프트 이후 학교 컴퓨터실을 장악한 국민 게임의 계보는 끊기고 말았다.
TOP 1. 포트리스의 원조격 탱크게임, 스코치드 어스
포트리스2 블루가 국민 게임이 되기 한참 전, 심지어 윈도우가 보급되기 전인 도스 시절 학교 컴퓨터실에서 일찍이 인기를 끈 탱크 사격게임이 있었으니, ‘스카치’, ‘스코치’ 등으로 불렸던 ‘스코치드 어스’ 되시겠다. 무려 1991년 걸프전 당시 배포된 게임인데, 각자 특성이 있는 탱크를 조작해 적의 탱크를 부수거나 낙하시켜 부수는 게임성을 최초로 선보인 작품이기도 하다.
워낙 옛날 게임이다 보니 온라인 멀티플레이를 지원하진 않았지만, 이 게임은 턴제 기반이었기에 한 컴퓨터에서 2인을 넘어 최대 9인까지 한 화면에서 전투를 즐길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참고로 옛날 게임이라 밸런스가 썩 좋진 않았는데,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상위 랭커들은 상금을 받아 더 강력한 무기를 구매해 계속 승리를 거두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에 꼭 한두 명이 삐쳐서 뛰쳐나가는 일이 발생했다. 참고로 그 중 한 명이 나다. 이 겜 사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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