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행] 워해머, 판타지·4K·에이지 오브 시그마 차이는?
2021.12.29 17:27게임메카 이새벽
2021년 12월 초, 넥슨이 38년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의 게임 프랜차이즈인 워해머 판권을 계약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런데 그 워해머의 부제를 보면 좀 생소한 느낌이 든다. 워해머: 에이지 오브 시그마라는, 어쩌면 좀 낯설지도 모르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초기 일부 국내 매체이서는 워해머: 에이지 오브 시그마를 PC 전략게임 ‘던 오브 워’ 시리즈 등으로 유명한 워해머 40K 후속작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그래서 혹자는 넥슨이 미래 배경의 SF 판타지 게임을 낼 것으로 기대했을지도 모르지만, 사실 에이지 오브 시그마는 워해머 40K 후속작이 아니다.
그렇다면 대체 워해머: 에이지 오브 시그마는 뭘까? 그리고 워해머면 워해머지, 뭐 이리 종류가 많을까? 이번 주는 워해머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는 세계관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그리고 그 중 에이지 오브 시그마는 무엇인지 알아보자.
판타지와 SF로 나뉘던 기존의 워해머 브랜드
워해머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 헷갈리기 쉽지만, 워해머 중 상당수는 아예 다른 세계관으로 진행되는 별개 게임이다. 앞서 일부 매체에서 워해머: 에이지 오브 시그마를 워해머 40K 후속작으로 언급한 것도 비슷한 이름을 쓰는 다른 브랜드를 구분하지 못한 데서 나온 오류로 생각된다. 그러니 에이지 오브 시그마를 알아보기에 앞서, 우선 왜 워해머라는 이름을 쓰는 다른 세계관이 많은 건지 간단히 확인해보자.
워해머 시리즈를 만든 게임즈 워크샵은 본디 여러 보드게임과 판타지 미니어처 모델 등을 제작하는 회사였다. 1975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미국 TRPG 던전 앤 드래곤이나 룬퀘스트를 영국으로 들여오는 수입자인 동시에 TRPG에 쓰이는 미니어처 모델의 생산자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1983년 게임즈 워크샵은 TRPG보다 많은 미니어처를 사용하는 자체 미니어처 워 게임을 제작하기로 했는데, 그렇게 나온 결과물이 바로 ‘워해머 판타지 배틀’이었다.
사실 워해머 판타지 배틀은 처음부터 방대한 설정과 스토리가 있던 건 아니었다. 워해머라는 이름도 당시에는 큰 의미가 없었다. 의미불명의 투박한 이름을 쓰는 미니어처 게임이 적지 않았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던전 앤 드래곤의 전신이 된 작품은 사슬갑옷이라는 뜻의 ‘체인메일(Chainmail)’이었고, 1985년 나온 르네상스 시대 배경 미니어처 게임 이름은 ‘검과 권총(Sword and Pistol)’이었다. 즉, 워해머라는 이름 역시 큰 뜻이 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워해머 판타지 배틀은 확장을 거듭해 넓은 팬 층을 갖추었고, 이들을 만족시킬 다양한 미니어처 모델들과 이를 뒷받침해줄 설정 및 스토리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그렇게 구체화된 세계관이 소위 워해머 판타지로 불리는 설정이다. 이 워해머 판타지는 1983년부터 2015년까지 이어지는 32년 역사와 그에 걸맞는 방대한 분량으로도 유명한데, 이 세계관의 특징을 두 개만 꼽자면 ‘다크 판타지’와 ‘실제 지구 문화권에 기반’한 점을 들 수 있다.
먼저 다크 판타지다. 워해머 판타지는 개발 과정에서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엘릭 사가’라는 다크 판타지 소설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클 무어콕이 쓴 ‘엘릭 사가’와 그 시리즈의 특징은 선과 악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는 선과 악이 아니라 질서와 혼돈이 대립하며, 주인공 ‘엘릭’도 이해관계에 따라 잔인하거나 비열한 짓을 저지르는 양가적인 인물이다. 워해머 판타지 또한 바로 이러한 속성을 차용하여, 선과 악이 아닌 질서와 혼돈의 대립으로 세계관이 구성된다. 세계관 내 순수 선은 없는 것처럼 묘사된다.
두 번째는 노골적으로 12~16세기 현실 지구를 모티브로 삼은 점이다. 워해머 판타지의 배경인 ‘올드 월드(Old World)’는 얼핏 봐도 지구와 흡사하게 생겼다. 지명 역시 키예프 공국을 연상시키는 북서쪽을 ‘키슬레프’, 이탈리아와 비슷한 반도 지역에 상업과 용병으로 흥성한 여러 도시국가들이 모인 지역을 ‘틸레아’라고 명명하는 등 매우 의도적이고 현실적인 모티브들이 눈에 띈다.
반면, 워해머 40K는 사실상 위에 언급한 워해머 판타지와 아무 관계가 없는 별개의 세계관이다. 40K라는 이름 그대로 서기 4만년의 지구를 배경으로 하는 SF 다크 판타지인데, 이는 1987년 워해머 판타지를 확장해 새로운 SF 배경의 게임으로 탄생한 ‘워해머 40000: 로그 트레이더’를 기반으로 한다. 이 ‘로그 트레이더’는 오늘날 워해머 40K와는 다른 세계관이지만, 명백히 그 토대가 되었다고 할 수 있는 물건이다.
워해머 40000: 로그 트레이더나, 이를 보다 다듬어 출시된 워해머 40K나 기본적인 골자는 비슷하다. 먼 미래 뛰어난 기술 수준에 도달했지만 여러 번의 내전으로 인류 문명이 파괴된 다음 설립된 은하 인류 제국이 있다. 이 인류 제국은 내부적인 음모와 분열, 그리고 적대적인 외계종족들에게 둘러싸인 상황 속에서 미신에 경도되어 편집증적 전쟁을 이어 나가는 중이다. 워해머 40K에 묘사되는 인간은 대외적으로 생존을 위해 야만적인 투쟁을 하는 동시에, 내적으로는 불신과 회의에 가득 차 있다.
이렇듯 워해머 40K도 기본적으로는 선과 악이 아닌 질서와 혼돈의 대립을 다루며, 그 싸움 속에서 발생하는 도덕적으로 모호한 공간을 다룬다는 점에서 다크 판타지에 적을 두고 있다. 다만 먼 미래를 다룬 SF인 만큼 전반적인 분위기는 워해머 판타지와는 사뭇 다르다. 그보다는 듄, 로그 트루퍼, 저지 드레드 같은 1970~1980년대 SF 작품들의 영향이 더욱 강하게 깔려 있다. ‘혼돈의 신들’과 같은 일부 설정은 워해머 판타지와 공유하지만, 일부 공통분모를 제외하면 아예 다른 세계관이다.
워해머 프랜차이즈의 브랜드는 오랫동안 워해머 판타지와, 워해머 40K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물론 이 두 게임 외에도 블러드 보울, 모드하임, 드레드 플릿, 네크로문다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게임이 워해머 프랜차이즈로 나왔지만, 대부분은 워해머 판타지나 워해머 40K 둘 중 한 세계관에 속한 외전격이었다.
그렇다면 이 둘은 별 상관도 없는데 왜 ‘워해머’라는 이름을 공유하는 걸까? 공식적으로 발표된 이유는 없지만, 아마 워해머 40K가 처음 나올 당시 이미 인기를 구가하고 있던 워해머 판타지의 인지도를 빌리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게 추측할 만한 이유는 워해머 시리즈의 주요 개발자 중 한 사람이자 게임스 워크샵 CEO를 역임하기도 한 브라이언 안셀의 전작 ‘레이저번(Laserburn)’에 있다.
사실 ‘워해머 40000 로그 트레이더’는 브라이언 안셀이라는 개발자가 참여했는데, 그는 이미 기존에도 고도로 발달했다 다시 미신과 야만의 시대로 퇴보한 미래를 다룬 SF 배경 미니어처 게임 ‘레이저번’을 만들었던 적이 있다. 1980년에 제작된 이 게임에는 ‘워해머 40000 로그 트레이더’에 나온 ‘드레드노트 아머’나 ‘볼터’ 등의 설정이 이미 등장하고 있다. 즉, 이전에 만들었던 비슷한 SF 게임에 워해머 이름을 붙여 다시 낸 셈이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게임스 워크샵은 워해머 판타지와 워해머 40K가 다른 세계관임에도 프랜차이즈 가치의 집중을 위해 굳이 워해머라는 하나의 이름을 공유하는 것을 택한 듯하다. 사실 여담으로, 게임스 워크샵은 워해머 판타지와 워해머 40K 세계관을 직접적으로 연결시킬 생각도 어느 정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 계획은 실현되지 않았다. 현재는 시공간을 넘어 존재하는 ‘혼돈의 신들’과 수하 악마들 정도를 제외하면, 두 세계관 사이에 공통으로 나오는 요소는 없다.
워해머 판타지의 시체 위에서 자란 새싹, 새로운 세계관 워해머: 에이지 오브 시그마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오랫동안 워해머 프랜차이즈는 워해머 판타지와 워해머 40K 양대 산맥으로 구성되어 왔다. 그러나 2015년이 되면서 이 체제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두 축 중 하나였던 워해머 판타지가 더 이상의 지원을 중단한 것이다. 추가적인 제품 출시도, 설정 확장과 스토리 진행도 더는 이루어지지 않기로 했으니, 사실상 브랜드 종료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신규 브랜드이자 세계관이 바로 공개됐다. 바로 워해머: 에이지 오브 시그마였다.
워해머 판타지는 2014년 심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문제는 세계관이 아니라 미니어처 게임에 있었다. 워해머 판타지는 대규모 병력을 부대 단위로 움직여 싸우는 게임이었다. 그렇다 보니 게임을 시작하기에 앞서 숙지해야 하는 복잡한 게임 규칙과 과도하게 많이 필요한 모델 수가 입문장벽으로 작용해오다, 이 시기가 되서는 그냥 둘 수 없는 수준이 된 것이다. 이에 게임즈 워크샵 측은 워해머 판타지 브랜드를 전면 개편한다는 강수를 두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기존 워해머 판타지 세계관도 함께 갈아엎어진 것이다. 게임즈 워크샵은 워해머 판타지를 부분적으로 손보는 것은 힘들다고 판단했는지 아예 이 브랜드를 종료하고 신규 브랜드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 방법은 워해머 판타지 세계관이 멸망하고 일부 생존자가 다른 세계로 탈출해 새 시대를 여는 방식으로, 기존 팬 층의 워해머 판타지에 대한 미련을 강제로 끝내는 동시에 새로운 브랜드에 관심을 갖게 한다는 전략이었다.
워해머 판타지의 끝과 워해머: 에이지 오브 시그마의 시작은 서로 연결된다. 내용을 요약하면 대략 이러하다. 부정한 욕망으로 이루어진 비물질적 우주 ‘혼돈의 영역(Realms of Chaos)’에 자리한 ‘혼돈의 신들’은 여러 물질세계에 영향을 뻗치고 있다. ‘올드 월드’도 이들의 탐욕스러운 시선을 받는 세계 중 하나였고, 오래도록 이들의 손아귀에서 저항하고 있었다. 그러나 결국 네 신의 선택을 한 몸에 받은 ‘에버초즌’인 ‘아카온’이 등장해 악마와 타락한 인간 군단을 이끌고 마침내 ‘올드 월드’를 정복해낸다.
‘아카온’의 앞길을 막기 위해 많은 신들과 영웅들이 나서지만, 결국 이들은 모두 실패하고 살해되거나 도망친다. 최후에는 인간 출신으로 신이 된 제국의 수호신 ‘시그마’까지 직접 황제의 몸에 강림하여 전설적인 유물 망치 ‘갈 마라즈’를 쥐고 대적하지만, 그마저 ‘아카온’을 막지는 못한다. 결국 워해머 판타지 무대인 ‘올드 월드’는 이렇듯 누구도 ‘아카온’을 막지 못해 혼돈의 힘에 잠식되고, 세계 자체가 파괴되며 끝이 났다.
하지만 모두가 ‘올드 월드’와 함께 사망한 것은 아니었다. 일부 영웅은 ‘아카온’을 막기 위해 세상의 근원적인 힘과 자신을 융합해 신적인 존재가 됐는데, 이 중 일부는 세계가 파괴되는 충격 속에서도 살아남아 우주를 떠돌다 어딘가 낯선 곳에서 눈을 떴다. 이들은 곧 그들 중 가장 강했던 ‘시그마’의 인도에 따라 새로운 세상인 ‘모탈 렐름즈(Mortal Realms)’를 탐사했고, 이곳에 살던 신적인 힘을 지닌 괴수 ‘갓비스트(Godbeasts)’를 처치하거나 회유한 다음 땅을 정복했다.
‘올드 월드’ 출신의 신들은 힘을 합해 자기 종족의 생존자들을 찾아 문명을 재건했다. 그러나 번영의 시대는 오래 가지 않았으니, 다시 ‘혼돈의 신들’이 쫓아온 것이다. 이들은 다시금 ‘아카온’에게 악마의 군세를 이끌게 하여 ‘모탈 렐름즈’를 공격했다. 한동안 신들은 혼돈의 군세를 잘 막아냈으나 시간이 흐르며 적의 술책으로 서로를 의심하게 되어 분열됐고 결국 다시 무너지고 만다. 패색이 완연해지자 신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새로운 ‘모탈 렐름즈’마저 혼돈의 손에 넘어가버리게 된다.
‘시그마’도 도망친 것은 마찬가지였다. ‘모탈 렐름즈’는 지구와 비슷한 형태였던 ‘올드 월드’와는 달리 ‘렐름게이트’라는 차원문으로 연결된 작은 세계들이다. 그 중에서도 ‘시그마’가 직접 다스리는 천상의 세계 ‘아지르’는 가장 잘 방어되고 있던 곳인데, 주신 ‘시그마’는 이곳으로 후퇴해 다른 세계와 연결된 모든 ‘렐름게이트’를 닫아버린다. ‘아지르’에서 농성에 들어간 셈이다. 그리고 ‘아지르’에서 ‘시그마’는 자신과 함께 피신한 듀라딘(드워프) 신들과 함께 새로운 무기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 무기는 ‘스톰캐스트 이터널’이라는 특별한 전사들이었다. 가장 뛰어난 영웅들의 영혼을 담금질해 초인적인 생체병기로 만든 이들은 인간을 초월한 힘과 내구도를 지닌 데다, 죽어도 그 영혼이 번개가 돼 ‘아지르’로 귀환하는 특이한 성질을 지녔다. 덕분에 ‘아지르’에서는 귀환한 ‘스톰캐스트 이터널’의 영혼을 다시 물질적 육체로 복구해내는 게 가능하다. 다만 ‘스톰캐스트 이터널’은 육체를 복구하는 ‘재구축(Reforge)’ 과정을 거칠 때마다 조금씩 감정과 기억을 잃어버리는 문제를 안고 있다.
워해머: 에이지 오브 시그마의 주요 스토리는 ‘아지르’에 숨어 ‘스톰캐스트 이터널’을 양성하던 ‘시그마’가, 드디어 ‘아지르’의 ‘렐름게이트’를 다시 열고 군세를 내보내 ‘모탈 렐름즈’의 각 지역을 탈환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현재 스토리는 불의 세계 ‘아카시’, 생명의 세계 ‘기란’, 죽음의 세계 ‘샤이쉬’ 등을 넘어, 여러 ‘모탈 렐름즈’의 지역을 돌아가며 전개되는 중이다. 물론 그때마다 해당 지역의 세력이 새로이 조명되며 복잡한 대립구도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렇듯 워해머: 에이지 오브 시그마는 전작 워해머 판타지에 비해 훨씬 환상적이고 신화적 느낌을 준다. 별들로 가득 찬 우주공간에 존재하는 ‘모탈 렐름즈’라는 배경만 해도 그렇다. 워해머 판타지가 실제 지구를 본뜬 것과 달리 ‘모탈 렐름즈’는 불의 세계나 그림자의 세계처럼 속성별 세계가 존재한다. 불의 세계는 전반적으로 온도가 높고 작열하는 황무지와 사막들로 이루어졌고, 금속의 세계에는 수은의 강이 흐르는 등 세계마다 테마도 확실히 환상적인 방식으로 반영된다.
다만 이러한 변화는 기존 팬들에게는 꼭 좋게만 받아들여지진 않고 있다. 워해머 판타지를 종결하고 나온 것 치고는 전작과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워해머 판타지의 특징은 모호한 선악구도와 실제 지리와 역사에서 차용한 소재에서 나오는 핍진성이었다. 그런데 에이지 오브 시그마는 명백한 구원자인 ‘시그마’와 ‘스톰캐스트 이터널’을 내세워 선악구도가 생긴 데다 무대도 ‘근본 없는’ 판타지 세계 ‘모탈 렐름즈’라, 전작에 비춰볼 때 너무 이질적이라는 지적이었다.
그 탓에 워해머: 에이지 오브 시그마는 한동안 워해머 판타지의 제대로 된 계승자가 아니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기존 워해머 판타지 팬덤을 이어받기 위해 취한 조치였지만, 반대로 골수 팬의 적개심을 사게 된 셈이다.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것인지 에이지 오브 시그마는 최근 워해머 판타지 시절 캐릭터를 대거 다시 등장시키며 전작과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불분명한 선악구도를 강조하는 다크 판타지 서사를 다시 강조하고 있다.
또한 여담이지만, 기존 워해머 판타지 팬의 식지 않는 과거에 대한 향수와 ‘토탈 워: 워해머’로 인한 뒤늦은 신규 팬들의 유입 때문인지, 게임즈 워크샵은 최근 자회사 포지 월드를 통해 워해머 판타지 설정의 부활도 꾀하고 있다. ‘워해머 올드 월드’라는 이름으로 개발 중인 이 미니어처 게임은 전작인 워해머 판타지의 과거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기존에는 간단히 언급만 됐던 과거사 설정을 세부적으로 구체화해 소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나온 워해머: 에이지 오브 시그마 게임들
워해머: 에이지 오브 시그마가 처음 발매된 것이 2015년이니, 벌써 7년째를 맞이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나온 에이지 오브 시그마 게임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안타깝게도 그리 많지도 않을 뿐더러 썩 성적이 좋지도 않지만, 일단 한 번 모아서 살펴보자.
시간대로 나열할 때 가장 먼저 나온 게임은 ‘워해머 에이지 오브 시그마: 챔피언즈’일 것이다. 다만 이 게임은 오프라인 CCG로 2018년 먼저 나왔으며 이듬해인 2019년에 모바일, PC, 콘솔 사양의 디지털 버전이 발매됐다. 애석하게도 이 게임은 오프라인이든 디지털이든 시장 반응이 그리 시원치 않았는데, 그 이유는 과하게 복잡한 게임 규칙 때문이었다. 여기에 더해 디지털 버전은 유료 카드 구매 정책이 맞물리며 ‘페이 투 윈’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낳아, 더욱 안 좋은 평가를 받았다.
두 번째로 발매된 게임은 ‘워해머 언더월드: 온라인’이다. 이 게임도 원작은 따로 있는데, 바로 워해머: 에이지 오브 시그마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덱 빌딩 보드게임인 ‘워해머 언더월드’다. 이 게임은 제한된 크기의 전장에서 적은 수의 모델만 사용해 전투를 벌이는 게임으로, 특이하게도 덱을 구성해 카드를 사용해 캐릭터 스킬을 사용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원작의 완성도가 나쁘지 않고 입문이 쉽다는 점 덕분인지, 이 게임은 스팀 기준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받으며 나름 선방 중이다.
세 번째 게임은 2021년 5월에 발매된 ‘워해머 에이지 오브 시그마: 스톰 그라운드’다. 이 게임은 턴 기반 전술 RPG에 로그라이트 요소를 섞은 점이 특징이다. 한 캠페인은 연속된 여러 전투 스테이지로 구성되며, 스테이지를 한 번 끝낼 때마다 보상이 주어진다. 그렇게 캠페인을 반복적으로 완수해 강한 부대를 거느리는 것이 이 게임의 목표다. 그러나 게임 중 사망한 유닛이 소멸하기도 하고, 지휘관이 죽을 시에는 약간의 진행도만 유지한 채 캠페인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수도 있다.
일견 흥미로워 보이는 구성이지만, 슬프게도 ‘워해머 에이지 오브 시그마: 스톰 그라운드’는 스팀 기준 ‘복합적’ 평가를 받고 있다. 이유는 잦은 버그와 튕김, 그리고 단조로운 게임 진행 방식 때문이다. 또한 같은 스테이지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유닛 종류도 다소 적은 등 콘텐츠 볼륨이 전반적으로 빈약한 데 반해 업데이트 속도가 느리다는 점도 자주 거론되는 불만사항이다. 다만 육각 타일 위에서 벌이는 턴 기반 전술 전투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한 번쯤 눈여겨볼 만하다.
네 번째 게임은 괜찮은 완성도의 워해머: 에이지 오브 시그마 기반 보드게임인 ‘워해머 퀘스트: 실버 타워’의 디지털 버전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나름 훌륭한 원작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 왜냐면 일단 이름과 배경만 원작과 동일할 뿐 실제 게임은 원작 보드게임과 상당히 다르며, 진행 방식이 지나치게 단조롭고 밸런스도 과히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난이도 스테이지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과금까지 요구된다. 현재 스팀 기준 ‘복합적’ 평가에 머무르는 이유다.
그 다음에 나온 게임은 2021년 11월 발매작인 VR 사양의 ‘탬페스트폴’이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스톰캐스트 이터널’ 군대의 지휘관급 간부인 ‘로드 아르카눔(Lord-Arcanum)’이 되어 죽음의 세계인 ‘샤이쉬’를 여행하게 된다. ‘템페스트폴’은 VR 특유의 몰입도 높은 시각 연출로 에이지 오브 시그마의 세계를 보여주며, 모션 기반 커맨드로 검과 마법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스톰캐스트 이터널’의 권능을 맛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은 듯하다.
그러나 ‘템페스트폴’은 기존의 많은 VR게임이 극복하지 못한 단점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잦은 오류, 그리고 빈약한 콘텐츠 볼륨이다. 만약 이미 VR기기를 보유하고 있고 에이지 오브 시그마 세계관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 해볼 만하겠지만, 이 게임 자체만 보고 플레이 할 시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큰 하자가 있는 게임은 아니나 크게 인상적인 게임도 아니기 때문이다. ‘템페스트폴’은 스팀 기준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나온 게임은 현재 앞서 해보기 중인 오토 배틀러 장르의 ‘소울 아레나’다. 국내에서 소위 ‘오토 체스’로 불리는 유형의 게임으로, 대충 워해머: 에이지 오브 시그마 IP를 쓴 오토 체스라고 보면 된다. 이 게임은 2022년 중 모바일 및 PC에서 정식 발매 예정이지만, 기존 에이지 오브 시그마의 웅장함을 지향하던 분위기와 달리 카툰 풍의 귀여운 캐릭터들을 사용해, 팬 층의 기대를 얼마나 충족해줄지는 다소 의아함이 든다.
이렇듯 지금까지 나온 워해머: 에이지 오브 시그마 디지털 게임은 대체로 스토리와 콘텐츠 볼륨에 신경쓰기보다는 반복적 플레이에 중점을 맞춘 듯한 경향성이 엿보인다. 추후 넥슨에서 나올 게임들은 과연 이러한 트렌드에서 탈피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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