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는 액티비전블리자드를 가지치기 하지 않을 것이다
2022.01.20 17:00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MS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는 지금도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게임업계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보유한 두 회사가 한식구가 된다는 점과 함께 게임을 넘어 IT업계 전체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인수 규모가 크다. 인수 완료 시점은 2023년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두 회사 합병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과 향후 전망에 대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이 중에는 희망편도 있으나 ‘절망편’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이에 MS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에 대해 게이머와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우려가 무엇인지, 우려에 대한 전망은 어떤지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제 플스에 콜 오브 듀티 안 나오나요?
게이머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된 내용은 ‘콜 오브 듀티는 이제 플레이스테이션에 나오지 않느냐’는 것이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PC, 플레이스테이션, Xbox를 중심으로 한 멀티플랫폼 타이틀이지만, 액티비전은 그간 특정 콘텐츠를 플레이스테이션에 먼저 선보이는 등 소니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왔다. 다만 액티비전블리자드가 MS에 편입됨에 따라 MS의 경쟁사인 소니 측에 콘텐츠를 먼저 공개하는 식의 마케팅을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게임 출시 자체가 중지될 수도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첫 번째는 MS가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를 결정하기 전에 소니와 계약한 타이틀은 플레이스테이션에 출시될 수 있으나, 계약 전 단계의 신규 타이틀은 나오지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제니맥스 인수 후를 보면 그 흐름을 짐작할 수 있다. MS 인수 전에 소니와 계약한 ‘데스루프’는 콘솔 버전은 플레이스테이션에 기간 독점으로 출시됐으나, SF 스카이림으로 주목받고 있는 베데스다 신작 스타필드는 PC와 Xbox로만 발매된다. 따라서 콜 오브 듀티도 비롯한 동일한 행보를 이어가리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인수 후에도 MS가 플레이스테이션 등 타사 콘솔로 게임을 낼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우선 Xbox 게이밍 필 스펜서 CEO는 18일(현지 기준)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에 대해 “소니 플랫폼에서 액티비전블리자드 게임을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들에게 커뮤니티를 해당 플랫폼에서 끌어내려는 의도가 없음을 전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는 Xbox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MS는 액티비전 게임 중 일부는 Xbox 독점으로 삼고, 일부는 플레이스테이션에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아울러 Xbox에는 유저 2,500만 명을 보유한 게임 구독 서비스인 게임패스가 있다. 플레이스테이션 등 다른 플랫폼 출시를 막지 않더라도, 발매 당일 게임패스에 콜 오브 듀티를 비롯한 신작을 추가한다면 MS는 접근성 및 가격 경쟁력에서 다른 플랫폼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아울러 게임 실적 및 인지도 향상을 위해 플레이스테이션에 게임을 내는 것이 더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를 토대로 콜 으브 듀티처럼 멀티플랫폼으로 독보적인 입지를 다진 타이틀은 타사 콘솔 출시도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히오스는 이제 문을 닫는 건가요?
보통 큰 회사에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회사를 인수하면 통상적으로 사업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을 쳐낸다. 이를 액티비전블리자드와 엮어서 생각하면 벼랑 끝에 몰려있는 게임이 보인다. 2018년에 예고 없는 e스포츠 리그 중단과 함께 개발팀이 축소됐고, 이후 신규 콘텐츠 추가 없이 유지보수만 진행 중인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하 히오스)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오히려 희망적인 결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MS는 자회사가 추진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크게 관여하지 않았고, 신작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그 중 하나가 2020년에 출시된 닌자 시어리의 4 대 4 대전 게임 ‘블리딩 엣지’다. 제작진은 2014년부터 게임을 기획해왔으나, 헬블레이드에 역량을 집중하며 지지부진한 행보를 이어오고 있었다. 그 와중 2018년에 닌자 시어리는 MS에 인수됐고, 블리딩 엣지 역시 제작진을 확충하며 출시에 도달했다. 출시 2년차를 맞이한 블리딩 엣지는 100명 수준의 일 최고 동시접속자를 유지 중이다. 참패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운 수준이지만 그럼에도 2년째 서비스 중이다.
아울러 작년에 신작 사이코너츠 2로 호평을 받은 더블파인 역시 2019년에 MS에 인수된 후 확보한 자본을 바탕으로 게임 규모를 키울 수 있었다고 전했고, 베데스다 등 제니맥스 산하 개발사, 씨 오브 시브즈를 빚어낸 레어 등 MS에 인수된 게임사 다수는 여러 스튜디오는 필 스펜서 CEO를 위시한 경영 방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게임패스를 중심으로 한 사업 방향도 판매량 압박 없이 다양한 게임을 선보일 수 있다는 의견을 전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보면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 절차가 마무리된 후 MS에서 전체적인 라인업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히오스, 스타크래프트, 오버워치 등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는 블리자드 시리즈에 새로운 출구를 열어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히오스 2.0을 잇는 3.0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자회사 의견을 존중해온 MS 행보를 토대로 생각하면 히오스의 미래는 MS보다 블리자드의 의지가 더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연장선 상에서 블리자드 자체 런처인 배틀넷도 인수 후에도 서비스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 적지 않은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으며, 유저층을 묶어두는 효과가 있는 자체 런처를 없애는 것은 MS와 액티비전블리자드에 전혀 이득이 되지 않는다. 도리어 배틀넷이 없어지는 과정에서 유저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며 여론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 실제로 MS는 제니맥스 인수 후에도 베데스다 자체 런처인 ‘베데스다 런처’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게임 다수를 서비스 중이다.
오버워치 리그 등 e스포츠 리그는 유지될까요?
다음으로 살펴볼 부분은 e스포츠다. 업계에서 여러 방면으로 시도하고 있으나 게임사에 한정해서 생각하면 e스포츠는 수익사업보다는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분야다. 따라서 MS가 액티비전블리자드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사업적으로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한 e스포츠를 정리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오버워치 리그의 경우 후속작 출시가 지연되는 가운데 오버워치 1편에도 업데이트가 사실상 중단되며 동력을 잃었다. 여기에 액티비전블리자드 사내 성범죄 사태로 리그 후원사 다수가 이탈하며 위기가 고조됐다.
다만 미래를 생각하면 e스포츠는 포기하기에는 아까운 분야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뉴쥬는 2021년 전세계 e스포츠 시청자는 전년보다 6,7% 증가한 4억 6,510만 명에 달하며, 10억 달러(한화 약 1조) 이상의 수익이 창출되리라 전망한 바 있다. 아울러 라이엇게임즈는 작년 롤드컵 1분당 평균 시청자 수가 전년보다 32.8% 증가한 3,060만 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6년 리우올림픽 개막식 시청자가 2,600만 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전통 스포츠를 뛰어넘는 흥행력을 보유한 셈이다.
아울러 MS 역시 자체 e스포츠 리그 ‘헤일로 챔피언십 시리즈’를 진행 중이다. 도리어 MS가 e스포츠 리그를 다년간 운영해온 액티비전블리자드 경험을 집약해 e스포츠 리그를 수면 위로 끌어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직접적인 경쟁사인 소니가 작년에 격투게임대회 ‘EVO’를 인수하며 e스포츠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MS 역시 경쟁 차원에서 또 다른 자산이라 할 수 있는 액티비전블리자드 e스포츠 리그를 내려놓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반독점법에 걸려 인수가 무산되지는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살펴볼 부분은 반독점법이다. 반독점법은 특정 기업의 시장독점을 규제하는 법으로, 한국, 미국을 비롯한 80여 개국이 관련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법을 만든 목적은 인수합병, 가격 답합 등으로 다른 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거나 소비자가 손해보는 일을 막기 위함이다. 미국 금융당국이 반독점법 위반으로 판단해 승인하지 않는다면 MS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는 무산된다.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반독점법 위반이 아니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 IT 전문 로펌인 감마 로우(Gamma Law) 설립자이자, 게임 등 IT 분야에서 25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한 변호사인 데이비드 B. 호페(David B. Hoppe)는 IGN과의 인터뷰를 통해 MS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를 반독점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MS는 Xbox를 보유한 플랫폼 사업자이며, 액티비전블리자드는 플랫폼에 게임을 공급하는 퍼블리셔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액티비전 게임 사업이 MS에 종속되는 형태인데, 기존에 미국 법원에서는 서로 다른 사업을 영위하는 두 회사가 있고, 이 중 큰 회사가 작은 회사를 인수하는 수직적 거래를 반독점법 위반으로 판단하지 않아 왔다고 전했다. 일례로 MS는 액티비전블리자드 전에 제니맥스 인수도 문제 없이 진행한 바 있다.
아울러 액티비전블리자드가 MS에 인수된다고 해서 다른 회사가 진입하기 어려울 정도로 플랫폼 독점이 심해지거나, 게임 구매 창구가 현저히 좁아지며 소비자들이 가격 담합으로 피해를 볼 가능성은 낮다. 콘솔에서는 MS, 소니, 닌텐도가 3자구도를 이루고 있으며, PC에서는 스팀이 지배적인 위치를 보유하고 있다. 모바일에서는 구글, 애플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따라서 MS가 액티비전블리자드를 인수한 후에도 플랫폼 경쟁구도가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아울러 MS 게임사업 핵심은 게임패스이기에 게임 가격을 높여 시장 경쟁력을 스스로 낮출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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