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우즈, 쾌적한 게임 환경 조성이 급선무
2022.04.07 11:47게임메카 류효훈 기자
국산 슈팅게임 신작으로 기대를 모은 크로우즈가 지난 29일 스팀에 출시됐다. 크로우즈는 배틀로얄과 대규모 점령전이라는 익숙한 두 가지 모드에 ‘큐온’이라고 불리는 자원 확보로 차별화를 꾀한 게임이다. 이미 몇 차례 테스트를 거쳐 피드백을 받은 후, 이번에 앞서 해보기로 사실상 정식 출시됐다. 따라서 출시 버전에선 앞서 지적된 단점들이 어느 정도 고쳐졌으리라는 기대를 품었다.
그러나, 막상 출시 후 스팀 평가는 좋다고 말하기 힘들다. 7일 현재 크로우즈의 유저 평가는 ‘복합적’으로, 전체 리뷰 유저의 40%만이 긍정적 평가를 남겼다. 물론 유저 평가가 게임성을 100% 반영한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대체 크로우즈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슈팅게임으로서 완성도는 So So
일단, 크로우즈의 슈팅게임으로서 완성도를 살펴봤다. 타격/피격감, 액션, 전략성, 밸런스, 조작감 등 기본적인 사항들이다. 일반적으로 슈팅게임에서 가장 먼저 피부로 느끼는 부분은 타격/피격감이다. 게임 장르 자체가 서로 총을 쏘고 맞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공격은 경쾌하고 명쾌하게 꽂히고, 내가 받는 공격은 플레이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아프게 느껴져야 한다.
크로우즈의 타격감은 전반적으로 무난하다. 적을 맞히면 선혈 효과가 발생해 공격이 명중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긴 한다. 그러나 사망 시를 제외하면 피격 모션이 거의 없다시피 해 살짝 허전한 느낌이 든다. 반면 피격감은 상당히 좋다. 공격 당할 때마다 화면이 흔들리고 빨간색으로 물들어, 무언가에 맞고 있다는 느낌을 확실히 준다. 여기에 총알이 날아오는 사운드, 공격 받는 방향으로의 반원 선혈 효과, 남은 체력에 따라 붉은색 농도가 진해지는 이펙트 등은 '위험 상황'임을 확실히 알려준다. 아쉬운 점이 없진 않지만, 게임성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다른 시스템 역시 점수를 크게 깎는 부분은 딱히 없었다. UI나 화면 구성 등은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 콜 오브 듀티: 워존, 배틀필드 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고, 게임 모드 역시 익숙하다. 멀티 슈팅게임 분야가 시스템적으로는 거의 완성에 가까운 형태이기에, 기존 게임들의 시스템을 답습했다는 것을 마냥 단점으로 지적할 수는 없겠다. 캐릭터 모션이 살짝 어색한 부분이 있긴 했지만, 게임성을 크게 해치진 않는다.
다만, 고질적인 최적화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썸에이지의 그래픽 수준은 5년 전 게임인 배틀그라운드와 비슷해 보인다. 그런데 권장사양으로 RTX 3060의 고사양 그래픽카드를 요구한다. 게다가 권장사양을 맞췄음에도 프레임 드랍 등의 문제가 수시로 발생했다. 그래픽 수준을 최저로 설정했지만,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는 걸을 때마다 끊기는 등의 문제가 존재했다. 참고로 리뷰에 사용한 컴퓨터가 배틀그라운드를 최고 옵션으로 나름 쾌적히 즐길 수 있는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아마 대다수의 유저가 이런 불편을 겪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스팀 유저 평가를 보면 최적화에 불만을 제기하는 의견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무엇보다 반응 속도가 중요한 슈팅 장르에서, 이는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두 가지 익숙한 모드와 ‘큐온’이라는 차별화의 결합, 성공적?
앞서 언급했듯 크로우즈는 스쿼드 오퍼레이션(배틀로얄)과 블러드존(점령전) 두 가지 메인 모드가 있다. 여기에 ‘큐온’이라는 자원을 두고 벌이는 전투 콘셉트를 추가해 차별화 포인트를 줬다.
일단, 배틀로얄 모드인 스쿼드 오퍼레이션을 플레이하다 보면 이러한 차별화 포인트가 상당히 크게 다가온다. 배틀로얄 자체는 이미 많은 게임에서 익숙한 형태지만, 여기에 자원 수집과 탈출을 접목시켜 전략의 방향을 다르게 가져갔다. 여기에 시작부터 맨손이 아니라 무기를 들려줘 파밍 운으로 게임이 판가름나는 요소를 최대한 제거했고, 큐온을 일정 수치까지 모아 보급품이나 차량을 부르거나 헬기를 호출해 탈출하는 등 전략적 요소도 풍부했다.
그러나, 이 모든 차별화 요소는 지나치게 긴 대기 시간으로 인해 빛을 발하지 못했다. 게임을 시작하려면 32명이 모여야 하는데, 현재 유저가 충분히 많지 않아서인지 이 인원을 다 모으는 데 5분 넘게 걸리는 경우가 빈번하다. 심한 경우엔 10분 넘게 기다린 적도 있었다. 문제는 여기부터다. 인원이 다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180초라는 긴 대기 시간이 추가로 주어진다. 이 시간 동안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라는 배려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지루한 시간이다. 이게 모두 끝나야만 비로소 비행기를 타고, 낙하 지점까지 기다렸다가, 떨어져서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경험 상, 한 게임을 제대로 시작하기까지는 평균적으로 10분 정도가 걸렸다. 그런데, 내리자마자 적을 만날 경우 처음부터 총을 들고 시작하기에 전략도 펼치기 못하고 곧바로 죽는 경우도 다반사다. 10분 이상 기다려 시작한 게임인데, 본격 플레이는 1분도 채 안 돼서 끝나는 셈이다. PC방으로 예를 들면, 1시간 요금을 지불했는데 제대로 게임을 즐기는 시간은 고작 4~5분 밖에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최근 게이머들은 인내심이 그렇게 크지 않다. 특히나 모바일게임 시대가 오며 빠른 한 판을 원하는 유저가 더욱 많아졌다. 그런 와중에 사람이 모이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리는데 다 모인 후에도 180초를 추가로 기다리라는 것은 꽤 하드코어하다. 실제로 대기를 하다 보면 모인 사람들이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확 빠져나가는 경우를 종종 봤다. 이러한 문제점은 지난 테스트 때도 지적된 부분이지만, 아직 고쳐지지 않고 있어 아쉬움을 자아냈다.
그렇게 배틀로얄에서 떠난 유저들은 십중팔구 대규모 점령전 블러드존으로 향한다. 이 모드는 배틀필드 등을 즐겨 본 유저에게는 매우 익숙한 모드다. 대규모 점령전답게 차량이나 헬기, 탱크 등 탈 것은 물론, 적을 탐지하거나, 리스폰 지정, 폭격 요청 등 포인트에 따른 스킬도 존재한다. 여기에 레벨에 따른 다양한 무기와 부착 요소 등이 순차적으로 풀리는 단계식 언락 시스템도 있다.
그러나, 나름 뚜렷한 차별화 포인트가 있었던 배틀로얄 모드와 달리 점령전은 그런 색이 약하다. 점령전에서 '큐온'은 단순한 점령 거점이기에, 결국 기존 대규모 PvP 슈팅 게임들과 정면 맞대결을 펼치는 모양새다. 사실 만듦새를 뜯어보면 나름 괜찮기에 적어도 배틀필드 2042 등과는 맞대결이 가능할 듯 하지만, 앞서 언급한 최적화 문제가 또 발목을 잡는다.
현재 크로우즈는 배틀로얄 모드에서 기다림에 지친 이들이 바로 매칭이 잡히는 점령전으로 몰리는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이는 안 그래도 오래 걸리는 배틀로얄 모드의 대기 시간을 더욱 늘리고 있으며, 모드 간 불균형이 갈수록 심화되는 모습이다. 그리고 유저가 몰린 점령전 모드는 단독으로 게임을 이끌고 갈 만한 파워가 약간 부족한 상황에서 대형 전투 장면에서의 최적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희망적인 부분이라면, 아직 앞서 해보기 초기 단계인 데다 출시 후 일주일 간 동시접속자 수가 크게 빠지지 않고 일정 선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작년 말 출시된 기존 슈팅게임 강자인 배틀필드나 콜 오브 듀티 시리즈 신작이 부진한 모습을 보인 점도 크로우즈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그렇다고 유저들이 게임이 궤도에 오를 때까지 참고 기다려 주진 않는다. 배틀로얄과 대규모 점령전 특성 상 유저 수 감소는 치명적이다. 개인적으로는 동시접속자가 500명 선 이하로 떨어질 경우 회생 불가능한 상태가 올 것으로 보인다. 크로우즈의 어깨엔 초기 유저들의 인내심이 바닥나기 전, 전반적인 게임 플레이를 지금보다 속도감 있고 쾌적하게 유지하면서 최적화 문제를 확실히 잡고 가능하면 새로운 매력 요소까지 꾸준히 업데이트 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가 얹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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