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엔투 청각장애 원화가가 능력 펼칠 수 있었던 배경은
2022.04.30 09:38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지난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다. 이 날 게임업계에도 의미 있는 소식이 전해졌다. 고용노동부는 매년 장애인 고용촉진에 기여한 사업주와 모법이 되는 장애인 노동자를 포상하는 ‘장애인고용촉진대회’를 연다. 그리고 올해 넷마블엔투에서 원화가이자 콘셉트 원화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이지현 파트장이 산업포장을 수상했다.
이지현 파트장은 2019년 넷마블엔투에 입사한 후 모두의마블, 캐치마인드, 야채부락리 등 주요 게임 콘셉트 원화를 맡았으며, 현재는 신작 프로젝트 머지 쿵야 아일랜드를 담당하고 있다. 아울러 중증 청각장애인으로 조직 개발역량을 발전시키고, 주변 동료를 업무 내외적으로 이끄는 리더쉽으로 장애인 공용 인식개선에 기여한 점을 토대로 이번에 산업포장 수상자로 선정됐다. 청각장애는 정도에 따라 중증과 경증으로 나뉘며, 중증 청각장애는 귀에 입을 대고 큰소리로 말해도 듣지 못하는 정도다.
산업포장 수상에 대해 이 파트장은 “제 자리에서 묵묵히 노력했는데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장애인도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고, 게임업계에서도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동료로서 협업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인식개선에 기여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게임업계는 각기 다른 파트를 담당하는 여러 부서가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며 작업한다. 직무를 막론하고 많은 게임업계 종사자가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조건으로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청각장애가 있는 이지현 파트장은 과연 어떻게 업무를 수행하며 관리자까지 오를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을 본인에게 직접 들어봤다.
본격적인 이야기 전 자기소개를 부탁 드린다.
이지현 파트장: 올해 상반기 전세계 출시 예정인 머지 쿵야 아일랜드에서 메인 콘셉트 원화가이자 파트장으로서 전반적인 콘셉트 원화를 관리하고 있다. 아울러 캐치마인드에서도 쿵야 캐릭터 코스튬을 작업했고, 모두의마블에서 게임을 실행하면 나오는 로딩 화면과 게임할 때 볼 수 있는 주사위, 건물 랜드마크 등을 작업했다.
게임업계에 입문한 동기가 무엇인가?
이지현 파트장: 처음에는 타인과 소통하기 어렵다 보니 혼자 작업하는 순수 창작의 길을 걸으려고 했다. 그런데 게임사에서 일하는 남편 덕분에 상업 예술에 도전할 용기를 얻었다. 남편이 언제나 제 옆에서 ‘할 수 있다’고 많이 응원을 해준 것이 도움이 됐다. 아울러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기도 하기에 더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게임을 매개로 타인과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게임을 즐겨 하는지 궁금하다.
이지현 파트장: 모두의마블과 오버워치를 즐겨 한다. 모두의마블은 남녀노소 관계 없이 보드게임을 즐기듯이 친근하고 편하게 친구들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즐겁다. 오버워치는 따뜻한 색감과 애니메이션풍 그래픽을 보여준 영상에 끌려서 시작했다. 다양한 캐릭터와 각기 다른 무기를 가진 탱커, 딜러, 힐러가 있어 실력에 구애 받지 않고 즐기고 있다.
평소 게임을 하면서 ‘이 부분이 지원되면 청각장애 게이머가 편하겠다’라고 생각한 점이 있다면?
이지현 파트장: 많은 게이머들이 게임을 하며 음성채팅을 사용하고 있다. 음성채팅에서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해주는 실시간 자막이나 음성에 있는 키워드를 활용한 시각효과가 추가된다면 더 편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든 업종이 그렇지만 게임 역시 여러 부서가 협업하며 일한다. 따라서 팀원들과 원활하게 소통할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했으리라 생각한다.
이지현 파트장: 넷마블엔투는 청각장애를 배려하는 회사 분위기와 제가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특화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회의할 때도 실시간으로 문서로 정리해서 내용을 쉽게 확인할 수 있고, 관련 내용을 확인한 후 제가 마지막에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통상적인 업무 시에는 단체 메신저 방을 활용해 진행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 IT기술이 발전하며 음성인식 앱을 활용해 전보다 상대가 말하는 내용을 이해하기 훨씬 수월해졌다. 제 핸디캡을 배려한 비대면 의사소통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회사와 팀 차원에서 지원한 부분이 있다면?
이지현 파트장: 장애를 배려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부분이 가장 큰 것 같다. 회의, 업무 관련 내용을 이야기할 때 불편할 수도 있는데, 이를 이해해주고 소통하니 장애로 인한 불편이 줄어들고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업무 중 예상치 못했던 시행착오가 있었다면 어떻게 해결했는지 궁금하다.
이지현 파트장: 회의록이 없거나 다소 모호한 주제로 회의를 진행했을 경우,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자세히 알 수 없고 정보 부족으로 작업 진행이 지연되기도 했다. 내부적으로 이에 대한 불편함을 알고 제가 편하게 질문과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준 직장 동료와 상사 배려로 지금까지는 문제 없이 업무를 잘 소화하고 있다.
넷마블 혹은 국내 게임업계는 장애 여부에 관계 없이 역량과 능력에 따라 일할 수 있는 환경이나 문화가 조성되어 있다고 생각하는지?
이지현 파트장: 게임업계에서는 여러 부서가 협업하며 업무를 진행한다. 넷마블엔투는 청각장애를 배려하는 회사 분위기와 제가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근무환경 및 문화를 갖추고 있다. 전반적으로 예전보다 장애에 대한 인식 및 이해도가 높아졌다고 생각하며, 장애와 상관없이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갖춘 기업이 많이 늘어나길 바란다.
반대로 아쉽거나 좀 더 보완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이지현 파트장: 재택근무를 하면서 다소 아쉬웠던 점이 화상 회의에 관련된 부분이었다. 현재는 음성인식 앱으로 회의에 참여하면서 불편함이 해소됐지만, 사람들이 흔히 쓰는 줌이나 구글 미트 등으로 화상회의를 하면 실시간 자막에 한계가 있고, 현장 상황과 전문용어 등에 따라 자막이 완벽하게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부분이 보완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게임업계에서도 전반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했다. 넷마블 역시 장기간 재택근무를 시행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본인을 기준으로 생각했을 때 재택근무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면?
이지현 파트장: 장애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장애인 입장에서는 재택근무의 좋은 점이 업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는 동료들이 청각 장애를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 많았고, 메신저를 이용하는 커뮤니케이션도 익숙하지 않아서 동료들과 잘 소통할 수 있을지도 우려됐다.
반면 재택근무에서는 대면보다 주로 메신저로 소통하기 때문에 걱정과 우려를 한시름 놓은 적도 있다. 무엇보다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작업 효율도 더 높아졌다. 아울러 장소 제약이 없고 출퇴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재택근무는 장애인 개개인이 가진 업무 역량을 십분 발휘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예상치 못하게 많은 자원이 소모되기도 한다. 대면으로 소통하면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업무를 메신저로만 하다 보니 여러 번 되물으면서 확인하는 경우도 있고, 처리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했다. 서로 소통하는 방식을 맞추고 책임감 있게 근무한다면 이 부분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게임업계 전반에 재택근무가 확대된다면 장애인 직원의 근무환경이 개선되리라 생각하는지?
이지현 파트장: 장애를 가진 직원이 비효율적으로 소모되는 시간을 많이 줄이고,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재택근무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조직 특성에 맞춰 시스템과 가이드를 미리 설정하는 등 사전에 충분히 준비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재택근무만 하는 것은 업무적으로 한계가 있어, 정상근무와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지현 파트장: 많은 장애인은 그들이 가진 핸디캡으로 꿈이 있더라도 취업 문턱을 쉽게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취업이 되더라도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아무 일이 아닌 상황에도 사소한 오해와 마찰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부분이 동료들이나 기업 입장에서 장애인 고용에 대한 편견을 줄 수도 있다. 그러므로 더 많은 기업이 장애인들의 핸디캡을 배려한 시스템과 환경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동료로 협업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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