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게 노조 지회장 ˝한국이 게임 노조 최전방에 있더라˝
2022.07.08 19:09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국내 게임업계 노동환경 문제를 지적할 때, 우리는 보통 미국이나 유럽 등은 좀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들은 흔히 말하는 '서구 선진국'으로, 노동환경 측면에선 훨씬 일찍 친노동자적으로 바뀌며 '워라밸'을 중시하는 문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게임업계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노동환경 얘기를 할 때 항상 비교 대상으로 등장해 왔다.
다만, 노동조합으로 대표되는 노동자들의 권리 찾기 운동과 관련해서는 오히려 한국보다 뒤쳐져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스마일게이트 노조 SG길드 차상준 지회장은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UNI(UNI-Global Union) 총회에 강연자 및 토론자로 참여하며 보고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유럽과 미국 게임업계의 노동환경과 노조 관련 현황에 대해 게임메카와 인터뷰를 나눴다.
UNI는 국제 사무직 노동조합 연합이다. 전세계 150개국, 900개 노조, 2,000만 명에 달하는 조합원이 가입되어 있다. 이번에 열린 총회 주제는 ‘게임 및 IT 노동자 조직화’였고, 이에 한국 게임업게에서 어떻게 노동조합을 결성해 활동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차 지회장을 강연자로 초청했다.
UNI 측은 스마일게이트와 넥슨이 전 세계 게임업계에서 최초로 게임사와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을 체결한 사례에 주목했다. 차상준 지회장은 “처음에는 왜 우리를 초청했는지가 의문이었는데, 현장에 가보니 그제야 알겠더라”라며 “전 세계 게임회사 중 회사와 노조가 단체협약을 맺은 게 스마일게이트와 넥슨이 처음이었고, 노조에서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소해나가고 있는 모범 사례로 평가되고 있었다. 예상치 못하게 우리가 게임업계 노동문제 해결 최전방에 있는, 롤모델처럼 되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차 지회장은 UNI 강연을 마치고 북미, 유럽 게임 노조 관계자와 게임과 IT 산업 노동자 조직화를 주제로 토론했다. 액티비전블리자드 레이븐 소프트웨어 노조, 프랑스 유비소프트 노조, 미국 프리랜서 및 계약직을 대변하는 코드 CWA(CODE CWA) 노조, 캐나다 몬트리올 게임 개발자 연합 등이 참여했고, 이 외에도 노동조합 조직을 준비 중인 70여 명이 참석했다.
차 지회장이 북미와 유럽 게임업계 노동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가장 크게 실감했던 부분은 현지 종사자들이 겪는 문제가 한국과 너무나 비슷했다는 점이다. 그는 “북미의 경우 포괄임금제 문제가 있고, 크런치 모드로 대표되는 장시간 노동 문제도 심각하다”라며 “아울러 액티비전블리자드와 유비소프트 모두 사내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 이슈가 있었고, 개발자들의 잦은 이직, 고용불안, QA/CS/로컬라이징 등 계약직에 대한 낮은 처우 등이 있다”라고 전했다. 얼핏 선진적 노동 문화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북미와 유럽 게임업계의 문제점이 ‘충격적’이라 표현할 정도로 한국과 대동소이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북미와 유럽도 같은 회사 내 다른 부서가 어떻게 일하는지 잘 모르는 정보통제가 있다. 차 지회장은 “북미와 유럽 역시 연봉을 밝히지 않는 비밀연봉제가 존재하고, 유럽에서는 이 문제가 좀 더 부각되고 있다. 유비소프트 노조 측에서 얼마 전에야 사내 QA 직군 연봉이 상당히 낮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사측과 이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북미에서는 회사와 직원이 맺는 비밀유지서약 문제가 심각하다고 들었다”라며 회사가 직원 간 정보 공유를 차단할 경우 ‘정보’를 무기로 삼아 사측이 직원 개개인을 컨트롤하기 쉬워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지 업계 종사자들의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이나 이해도는 온도차가 상당하다. 차 지회장은 “북미의 경우 걸음마 단계이며, 올해 초에야 액티비전블리자드, 구글 등 AAA급 업체들이 노조를 설립하기 시작했다. 국내로 치면 저희와 넥슨이 노동조합을 만들기 전 단계와 비슷하다고 느꼈다”라며 “초기이기에 상당히 의욕적이지만 노동환경은 열악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해고가 굉장히 쉽고, 노조를 설립하려 한다는 이유로 해고당할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이 행위가 ‘부당노동행위’로 회사 대표 등이 2,000만 원 이하 벌금 혹은 2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정도다”라고 말했다.
북미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레이븐 소프트웨어 노동조합이 설립됐고, 현재 이 노조는 사측과의 단체협약 체결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레이븐 소프트웨어 노조 측에서 단체협약을 어떻게 진행하면 좋은지 물어보셔서 하스스톤처럼 생각하시면 된다고 답변해드렸다. 서로 덱을 준비하고, 준비한 덱을 교환하는 식이다. 아울러 준비 단계에서 필요한 것에 대해 조언하고, 응원의 메시지도 많이 전했다. 노동조합의 장으로 일하는 것은 사람에게 상처를 받으면서도 또 사람에게 희망을 얻는 일이라 어려운 측면이 많이 있어 ‘힘내시라’는 말을 많이 전했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유럽의 경우 100년 정도의 노동조합 역사가 있기에 이해도는 높지만, 게임산업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차상준 지회장은 “유럽의 경우 회사와 노조가 아니라 노조와 국가가 단체협약을 맺는다. 이러한 방식은 장기간 근무자에 맞춰져 있어서 상대적으로 이직률이 높고, 한 회사에서 오래 일하는 경우가 적은 게임, IT업계에는 기존과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차상준 지회장이 현장에서 가장 질문을 많이 받은 부분은 게임업계 종사자에게 친숙한 노동조합 이미지를 만드는 방법이다. 차 지회장은 “게임업계에 맞춰 일종의 로컬라이징을 하는 개념이라 생각하면 된다”라며 “보통 조끼를 입는 한국 노조와 달리 오렌지색 후드티를 입고, 1주년 집회 때 콘테스트를 통해 고양이 마크가 들어간 깃발을 만드는 등 좀 더 친숙한 이미지를 만들어 조합원들이나 업계 종사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현장에 참석한 관계자들도 이에 많이 공감했다. 혹시 깃발을 좀 보내줄 수 있겠냐는 요청이 많아서 깃발 일러스트 원본을 이메일로 보내주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많이 본 뉴스
- 1 PS 스토어에 ‘동물의 숲’ 유사게임이 등장했다
- 2 [겜ㅊㅊ] 최근 한국어 패치 적용된 '갓겜' 10선
- 3 [오늘의 스팀] 림버스 컴퍼니, 동접 최고 기록 경신
- 4 몰래 하기 좋은 목욕탕 관리 게임, '애니멀 스파' 공개
- 5 패스 오브 엑자일 2, 엔드게임 보상 증가한다
- 6 시리즈 첫 오리지널 주인공, 진·삼국무쌍 오리진
- 7 법적대응까지, 스퀘어에닉스 ‘갑질 고객’ 참지 않는다
- 8 [오늘의 스팀] 판매 1위 찍은 진·삼국무쌍 오리진
- 9 로그라이크+오토체스, 더 라스트 플레임 정식 출시
- 10 발라트로 모바일, 전체이용가에서 청불로 등급 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