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닌텐도가 '극대노'했던 사건 TOP 5
2024.01.25 17:02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닌텐도는 전세계 게임사 중에서도 손에 꼽는 특허와 상표 부자다. 특허의 경우 전세계 컨트롤러 표준으로 자리잡은 십자키, 점프 시 화면도 같이 움직이고 점프 버튼 누르는 정도에 따라 점프의 높이가 달라지는 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상표야 말할 것도 없이, 슈퍼 마리오, 젤다, 포켓몬, 커비, 스플래툰, 동물의 숲 등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닌텐도는 타사를 상대로 저작권이나 상표권 분쟁을 많이 하지 않는데, 게임산업의 발전을 위해 직접적인 침해가 아니라면 딱히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는다는 방침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간혹 선을 넘는 사례들이 있다. 최근 화제가 되는 팰월드 얘기가 아니라, 그보다 더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닌텐도의 저작권이나 상표권을 침해하고 오용한 건들이다. 평소 순둥순둥하던 사람이 화나면 무섭듯, 잠잠하던 닌텐도가 '극대노'해 법적 소송까지 가져간 경우들을 한데 모아 보았다. 과연 700만 장 판매고를 넘긴 팰월드가 추후 이 목록에 낄 지 역시 관심사다.
TOP 5. 마리오 배틀로얄
배틀그라운드를 시점으로 포트나이트 배틀로얄, 에이펙스 레전드 등이 속속 출시되며 전세계 게임계에 배틀로얄 열풍이 불었던 2019년, 독특한 게임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1985년작 '슈퍼 마리오브라더스'를 기반으로 최대 75명의 플레이어가 동시에 한 스테이지를 진행하며 가장 먼저 골인하는 1인을 가리는 '슈퍼마리오 배틀로얄'이었다. 이 게임은 닌텐도 정식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않은 채 만들어진 팬 게임이었는데, 인터넷 방송에서 화제를 모으기 시작해 순식간에 인기작으로 자리잡았다.
그러자 닌텐도가 나섰다. 닌텐도는 아무리 팬 게임이라도 자사 게임 소스와 시스템,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다 만드는 경우 자사 IP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기조를 지니고 있는데, 이 게임은 아예 게임 자체를 그대로 가져다 배틀로얄 요소를 삽입했기에 문제가 됐다. 결국 이 게임은 캐릭터와 몬스터, 블록, 아이템 등 이미지 리소스를 전면 수정하는 작업을 거치고 게임명도 'DCMA 로얄'이라고 바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닌텐도의 허가를 받지 못하고 결국 서비스를 종료했다. 경고 단계에서 서비스가 종료되면서 법적 분쟁까지 가진 않았지만, 닌텐도가 지키려 드는 '선'을 보여주는 일화로 손꼽힌다.
TOP 4. 중국 짝퉁 포켓몬
2015년, 중국에서 심상치 않은 모바일게임이 출시됐다. 이른바 '포켓몬스터 리메이크(현지명 구대요괴복각)'로, 아이콘에는 피카츄가 박혀 있고 메인 이미지에는 지우와 거북왕, 리자몽, 뮤츠, 라이츄 등 포켓몬 캐릭터들이 잔뜩 그려져 있었다. 게임사가 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난홍 컬처 그룹인지라 얼핏 정식 라이선스를 얻어 개발된 게임 같기도 했다. 이 게임은 출시 1년 만에 3억 위안(한화 약 589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보고됐다.
그러나, 이 게임은 닌텐도와 일말의 계약이나 상의도 없이 출시된 명백한 짝퉁 게임이었다. 포켓몬스터 관련 지적재산권을 총괄 관리하는 포켓몬컴퍼니가 직접 행동에 나섰고, 닌텐도가 힘을 보탰다. 2022년 9월, 포켓몬컴퍼니는 이들 중국 회사들에 5억 위안(한화 약 980억 원)의 저작권 침해 소송을 냈고, 서비스 즉각 중단과 사과 등을 요청했다. 이 사건은 2024년 현재까지도 최종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TOP 3. 티어링 사가
2001년 출시된 티어링 사가 유토나 영웅전기.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의 아버지라 불렸던 카가 쇼조가 독립해 만든 작품으로, 얼핏 보면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와 상당히 흡사한 일반적인 RPG다. 아무래도 제작자가 파이어 엠블렘 원작자다 보니 게임성 부분은 어쩔 수 없지만, 문제는 이 게임의 캐치프레이즈 중 하나가 "진짜 파이어 엠블렘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라는 점이었다. 심지어 카가 쇼조 인터뷰에 따르면 초기 제목은 파이어 엠블렘을 연상시키는 '엠블렘 사가' 였고, 파이어 엠블렘 지명과 캐릭터 일부를 등장시킬 계획까지도 세워 놨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하겠지만, 이 게임을 만든 엔터브레인과 닌텐도는 아무 관계도 없었다. 닌텐도 입장에서는 멀쩡히 살아 있는 파이어 엠블렘 IP의 유명세와 정통성을 뺏어가려는 시도로 보였고, 결국 부정경쟁방지법과 저작권 침해라며 엔터브레인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소송 결과 1심에서는 닌텐도 측 주장이 모두 기각당했지만 항소까지 하면서 7,000만엔의 배상금을 받았으며, 재판이 길어지며 티어링 사가의 계보를 끊고 베르위크 사가라는 후속작으로 넘어가게 하는 등 나름 효과를 거뒀다. 그때 이후 업계에서는 계보를 잇는다는 표현 대신 '정신적 후속작'이라는 두루뭉실한 표현이 대세가 됐다고...
TOP 2. 마리카
지난 2017년, 일본 도쿄에서 독특한 관광상품이 선보여졌다. 마리오카트 캐릭터 분장을 하고 카트에 탑승한 후 실제 도로를 주행하는 이른바 '현실판 마리오카트', 정식명 '마리카'다. 해당 사업을 처음으로 전개한 카트 렌탈 사업체 마리모빌리티는 X-카트가 통상적인 운전면허만으로 주행이 가능하며, 오토바이와 달리 헬멧 착용도 의무화 되지 않은 점에 착안. 마리오카트를 현실에서 즐긴다는 콘셉트로 해당 사업을 추진해 도쿄를 시작으로 오사카 등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시작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전용 경기장도 아니고 일반인들이 이용하는 도로를 주행하기에 사고 위험성이 높은데다 실제로 초기 두 달 동안 13건의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슈퍼마리오 복장을 하고 마리카 로고가 박힌 카트를 탄 관광객이 행인이라도 치어 숨지게 만들었을 경우 그 화살이 닌텐도와 마리오카트에도 돌아올 수 있기에, 닌텐도는 가만 있지 않았다. 자사 공식 라이선스를 딴 사업도 아닌데다, 사고 위험이 높은 곳에 닌텐도 캐릭터와 마리오카트 IP를 사용해 가치를 훼손시킨다는 판단이었다. 결국 닌텐도는 마리모빌리티를 대상으로 소송을 걸었고, 2심에 걸쳐 모두 승소해 손해배상과 상표 무효 처분을 얻어냈다.
TOP 1. 하얀고양이 프로젝트
앞서 얘기했듯 닌텐도는 굉장히 많은 수의 기술 특허를 가지고 있다. 슈퍼 마리오브라더스와 젤다의 전설, 그리고 그 훨씬 이전부터 차근차근 쌓아온 특허들은 현대 게이머들이 봤을 때 '당연한' 부분들이기도 하다. 이런 특허들은 닌텐도가 처음 개발하거나 정립해 사용권을 주장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라이선스 계약 없이 타 회사에서 이를 사용해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별다른 제약을 걸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닌텐도가 극대노 한 사건이 있다. 바로 코로플의 '하얀고양이 프로젝트'다. 2013년 일본에서 서비스를 시작해 흥행에 성공한 모바일게임 하얀고양이 프로젝트는 터치스크린 조작 관련해서 몇 가지 특허를 출원했는데, 닌텐도는 그 중 5건(슬라이드 등으로 오브젝트를 조작해 다른 오브젝트에 접근한 후 스크린에서 손을 떼는 등 작업을 취소했을 때 모종의 동작을 수행하도록 하는 수단, 플레이어 캐릭터가 특정 오브젝트에 가려졌을 때 실루엣을 표시하는 수단 등)이 자사의 특허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했다며 45억엔(한화 약 406억원)손해배상과 게임 서비스 종료를 요구하며 소송을 걸었다.
이번 건에 대해 닌텐도가 이토록 강경하게 대응한 이유는 공식적으로 밝혀지진 않았다. 다만 앞서 얘기한 대로 닌텐도는 특허를 가지고 있음에도 특허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았는데, 코로플 측에서는 자신들이 소유한 특허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식의 인터뷰를 여럿 했다. 따라서 닌텐도가 여태껏 고수해 온 정책을 뒤엎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양사는 3년 넘게 법적 공방을 벌이다, 결국 코로플이 해당 시스템을 폐기하고 2021년 8월 닌텐도에 33억 엔의 합의금을 지불하며 소송 취하로 합의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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