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스타 올드유저 혈압 솟는 줄임말 TOP 5
2024.02.01 10:00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스타크래프트는 국내 한정 '전통놀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역사와 전통이 깊은 게임이다. 전통이란 것이 모두 그렇듯, 스타크래프트 역시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온 예의와 형식이 존재한다. 상대방의 실력이 뛰어나면 '게임 X같이 하네' 라고 극찬을 해준다던가, 고수를 초대하기 위해서는 '초보 1:1' 같은 방 제목을 잡는다던가 하는 등이다. 스타크래프트 올드비들은 길게는 26년간 이 게임을 해왔기에, 이러한 예의범절에 특히 민감하다.
게임 내 유닛이나 건물, 종족 등에 대한 줄임말도 이 전통에 속한다. 풀 네임을 부르기엔 조금 번거롭고 너무 긴 경우 줄임말을 쓰게 되는데, 이 줄임말은 수 년에 걸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단단히 확립된 상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를 깨부수려는 천인공노할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듣도보도 못 한 근본없는 줄임말들이 난무하며 스타크래프트 사회의 풍속과 전통과 예의범절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게임이 무너지고,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은 명약관화다. 스타크래프트 올드비들의 혈압을 폭발시키고 있는, 전쟁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줄임말들을 한 곳에 모아 보았다.
*이 글은 스타크래프트 전통보수적 진영 입장에서 쓰여졌습니다
TOP 5. 사이오닉 스톰 '사스'
'사스'라 하면 2003년 전세계에 유행한 전염성 호흡기질병 'SARS'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20년이 지난 현재도 사스라 함은 해당 질병을 가리키는 것으로 굳어졌다. 혹시 '사'와 '스'가 들어가는 단어가 나오더라도 당시의 아픈 기억 때문에 다른 줄임말을 붙이는 것이 상식처럼 굳어졌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일부 무뢰배들이 스타크래프트의 스킬 하나를 이렇게 부르고 있다. 대상은 프로토스의 하이 템플러(고위 기사)가 사용하는 사이오닉 스톰이다. 모름지기 사이오닉 스톰은 과거부터 '스톰'이라 불렸다. 다만 스타크래프트 2에서 '사이오닉 폭풍'으로 번역된 후 '폭풍'과 '사폭'이라는 단어가 같이 쓰였는데, 여기서 '사폭'이 대세가 되며 가만히 있던 스타크래프트 1의 '사이오닉 스톰'을 '사스'라 부르는 만행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스 뿌린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올드 게이머들의 멘탈이 스톰 안 일꾼들처럼 팡팡 터져나간다.
TOP 4. 스타크래프트 '스크'
스타크래프트가 유행하던 시절, 이 게임을 가리키던 줄임말은 '스타'였다.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스타 하러 PC방 가자"라는 표현이 자연스레 흘러나왔고, 게임 대회는 '스타리그', 후속작은 '스타 2'였다. 영어권에선 SC라는 약자를 쓰긴 했지만, 어쨌든 한국에선 '스타'가 공식 줄임말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게임의 줄임말을 '스크'라 쓰는 불한당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에 의하면 스타크래프트는 '스크', 스타크래프트 2는 '스크 2'란다. 워크래프트의 경우 '워 2/워 3'보다는 '워크 2/워크 3'가 좀 더 널리 쓰이지 않냐며, 억지로 '스크'라는 단어를 밀어붙이고 있다. 근본이 없다! 워크래프트는 앞에 붙는 단어가 '워' 한 글자라 변별력이 어려워 '크'를 붙인 것에 가깝다. 반면 스타크래프트는 '스타' 만으로도 충분한 변별력과 대표성이 있거늘, 뭣하러 스크라는 단어를 쓴단 말인가! 올드 게이머들의 가슴에 스크래치가 깊게 나는 순간이다.
TOP 3. 스카웃 '스캇'
3위는 사실 말하기도 입이 더러워지는 느낌이지만, 스타크래프트 줄임말 문화를 망치는 폭도들의 만행을 고발하기 위해 곪아드는 마음을 움켜쥐고 이 곳에 기록해 본다. 이번 주인공은 '하늘의 왕자'라는 별명을 가진 프로토스의 공중 유닛 '스카웃(스카우트, 정찰기)'이다. 사실 스타크래프트 1에서 스카웃은 최고 잉여 유닛 중 하나다. 가성비가 떨어지고 더 휼륭한 대체 유닛들이 있기에 거의 보이지 않는 비운의 유닛이다. 26년 동안 '무쓸모'로 하도 놀림을 많이 받아왔기에 이제는 슬슬 놀리지 말고 따뜻한 눈으로 지켜봐 주자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불쌍한 스카웃에게 이상한 별명을 붙인 이들이 있다. 앞의 '스카'와 뒤의 'ㅅ' 발음을 붙여 '스캇'이라 부르는 것이다. 뭐, 스캇이란 단어엔 자전거 브랜드도 있고, 힙합 뮤지션 이름이기도 하고, 스코틀랜드 사람이라는 뜻도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스캇'이라는 단어를 영 좋지 않은 취향을 가리키는 용어로도 쓰는데, 스카웃에 붙인 '스캇' 역시 이쪽 뉘앙스를 띄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올드 게이머들의 곪아터진 가슴에 똥독이 오르는 기분이다.
TOP 2. 시즈탱크 '공차'
'공차'라 함은, 국내에 버블티 유행 서막을 연 카페 브랜드명이 대표적이다. 타피오카 펄이 든 음료를 플라스틱 컵에 담고, 비닐로 밀봉한 뒤 굵은 빨대를 콕 하고 꽂아주는 그 음료 브랜드 말이다. 왜 갑자기 공차 얘기가 나오냐고? 스타판을 마구 휘젓는 누런 메뚜기떼 황충 같은 놈들이 스타크래프트 유닛 중 하나에 이 별명을 붙였으니까!
주인공은 바로 시즈탱크다. 1편에서는 영어 이름을 따 시즈탱크였지만, 2편으로 넘어오며 '공성전차'라는 현지화 이름을 얻게 된 테란 지상유닛 말이다. 그러니까, 이 '공성전차'라는 이름에서 맨 앞과 맨 뒤 글자를 하나씩 따와 '공차'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스타크래프트 얘기를 하는데 버블티가 등장하다니, 그야말로 환장할 노릇이다. 올드 게이머들의 굳어진 가슴에 뾰족하고 굵은 빨대가 마구 박히는 통증이 느껴진다.
TOP 1. 울트라리스크 '울라리'
대망의 1위는 '울라리'다. 얼핏 '탱구와 울라숑', '얼라리요', '울라울라' 같이 귀여운 단어인데, 이것이 전쟁게임 스타크래프트에 쓰이고 있다. 이 밑도끝도 없는 단어의 어원을 파고들어가 보면, 현재 스타판을 휩쓸고 있는 위의 모든 잔혹한 사태들을 불러온 원흉임을 알 수 있다.
시작은 모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질문글이었다. 후반부로 가야 나오는 저그 건물인 '울트라리스크 캐번'의 용도를 묻는 질문에 한 유저(모든 악의 원흉)가 "저그 울리 뽑는 곳"이라고 답을 한 것. 이 댓글을 본 많은 이들이 "세상에 어떤 인간이 울트라리스크를 울리라고 부르냐"라며 분통을 터뜨렸는데, 이후 "울트라리스크가 울리면, 히드라리스크는 히리, 뮤탈리스크는 뮤리인가?" 하는 식으로 논의가 이루어졌고, 그 와중에 결국 '울라리'라는 밑도 끝도 없는 요상한 단어까지 등장하게 된 것이다.
몇 번씩이나 말하지만, 스타크래프트에 울리, 혹은 울라리라는 유닛은 절.대.없.다. 울트라리스크의 줄임말은 '울트라'이며, 이것은 과학적으로도 증명할 수 있다. 울리라는 단어는 스타크래프트를 문란케 하는 저질 단어이며, 울라리는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가장 낮은 단어이다. 그러나 지구위에 존재하는 가장 악질은 "울라리~ 울라리~"라며 올드 게이머들을 열받게 하고 다니는 이들로, 이런 단어를 모조리 없애 씨를 말리는 것이 전통놀이 스타크래프트의 밝은 내일을 약속하는 것이다! 참다 참다 못 참고 피가 거꾸로 솟은 올드 게이머들의 반격을 보고 싶지 않다면, 어서 이런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행각을 멈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