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시뮬 매너 로드, 뛰어난 고증만큼 아쉬움 커
2024.05.03 16:53게임메카 이우민 기자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이 인기 있는 이유는 아무것도 없는 지역을 개척해나가고, 자신만의 마을을 발전시키는 재미에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는 크래프팅 생존 게임과 유사하지만, 단순히 건물을 세우는 것에서 한 단계 나아가 사회, 경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매력 포인트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 중에서도, 얼마 전 출시된 매너 로드는 많은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도 그럴 것이 1인 개발로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중세 유럽 느낌을 잘 살린 건축 양식과 짜임새 있는 체계 시스템으로 사전 리뷰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매너 로드는 많은 기대감을 받으며 스팀 찜 순위 1위를 달성하였으며, 출시 후에도 5월 3일 기준 스팀 유저 평가 ‘매우 긍정적(88%)’을 기록 중이다. 직접 게임을 체험해본 결과, 사실성을 앞세운 도시 건설 시스템은 1인 개발임에도 결코 다른 게임에 뒤지지 않는 짜임새를 보였다. 다만 콘텐츠 부분이나 튜토리얼에 대해서는 아쉬운 측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성을 살린 도시 건설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게임을 시작하려면, 가장 먼저 시나리오와 난이도를 선택해야 한다. 시나리오에 따라 전투 없는 평화로운 세계에서 도시 건설과 교역에만 집중할 것인지, 혹은 전투 중심으로 영토를 정복할 지 를 고를 수 있다. 전투 빈도 뿐 아니라 시작 계절, 적 AI 난이도 등 상당히 세세한 부분까지 조절할 수 있어, 각자 취향에 맞는 세계를 생성할 수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세계에 첫 진입하면, 허허벌판에 텐트 야영지 1개와 주민 몇 명이 주어진다. 여기서부터 주변 자원을 채집하고, 건물을 지어가며 마을을 키워나가면 된다. 이러한 구조는 다른 건설 시뮬레이션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 과정에서 사실성을 살린 매너로드만의 강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현실적인 식량 채집이 눈에 띄었다. 매너 로드의 식량 수급 방식은 교역을 제외하면 사냥, 열매 채집, 농사로 나뉜다. 다만 사냥은 과도하게 하면 주변 동물이 멸종하고, 겨울이 되면 식물이 자라기 어려워져 농사와 열매 채집을 할 수 없다. 아울러 농사를 할 때도 농지를 태우거나 윤작 등으로 토지 비옥도를 관리해야 한다. 이렇듯 사실성을 살린 요소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으며, 단순한 자원 채집도 플레이어에게 여러 고민을 하도록 유도한다.
이에 더해 건물도 인원을 최소 1명씩 배치해야 기능이 작동하며, 플레이어가 직접 주민을 지정해야 한다. 실제로 플레이해보면 초반에는 건물 수에 비해 주민이 상당히 부족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때문에 건설을 위해 목재 위주로 자원을 모을지, 혹은 겨울을 대비해 연료와 식량을 비축해둘지 등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한 효율적인 인원 배치가 필요하다. 단순히 건물만 짓고 끝내는 게 아니라, 건설 요소에서도 전략적인 재미를 더한 느낌이었다.
전략적인 전투로 영향력을 쌓고 영토를 확장하자
매너 로드의 전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주기적으로 출현하는 도적단과의 소규모 전투, 그리고 다른 지역의 영주와 벌이는 대규모 전투다. 전투에서 승리할 경우 영향력이라는 스테이터스가 상승하며, 이를 사용하면 인근 지역을 점령할 수 있는 구조다. 때문에 게임은 도적단을 처리하며 영향력을 올린 뒤, 영토를 확장해나가며 다른 영주들과 전쟁을 벌이는 흐름으로 진행된다.
전투를 위한 군대 편성 부분도 장비 제작부터 병사 모집 등 전반적인 과정이 구현됐다. 궁병, 창병, 민병대 등 원하는 병과를 선택하고, 이에 맞는 창, 활, 방패 등 필수 장비를 생산하면 자동으로 모병이 완료된다. 여기에 갑옷과 투구 등 방어구를 생산해 전력을 보강할 수도 있다.
이렇게 만든 군대를 적 부대 쪽으로 이동시키면 전투가 시작된다. 전투는 기본적으로 자동으로 진행되며, 플레이어가 부대 단위로 위치 고수, 후퇴, 자율 사격 등 행동 명령을 내리는 방식이다. 특별히 화려한 액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전투 모습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난장판에 가깝다. 다만 오히려 그 점이 전투의 사실성을 더한다. 사실 중세 시대 농민병을 대충 징집해 전투를 벌이다 보면 완벽한 대열을 지키기보다는 수십 명이 뒤섞이며 혼란스러운 광경이 펼쳐지기 마련인데, 매너 로드의 전투는 그 부분을 충실히 구현하며 현실 고증을 살렸다.
전투가 난잡하다고 해서, 전략성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여러 행동 명령과 지형을 이용하면 다양한 전략 구현이 가능했다. 예를 들면 궁병을 매복시킨 후 보병으로 적을 유인해 기습 공격을 가하거나, 학익진 진형으로 상대를 에워싸 적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전투를 진행하는 등 전략을 활용해 큰 전략차를 뒤집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진입 장벽과 콘텐츠 부족 등, 개선할 점도 많다
매너 로드는 훌륭한 게임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아쉬운 점도 많은 게임이었다. 특히 콘텐츠 볼륨이 부족하며, 튜토리얼이 불친절해 게임에 적응하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우선 도시 레벨이 오를 때마다 찍을 수 있는 특성의 종류가 부족하다.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에서 특성은 발전 방향을 천차만별로 바꾸는 중요한 요소인데, 현재 매너 로드에 구현된 특성은 대략 15개 정도로 전체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다른 특성은 뭐가 있지?’라는 두근거림에 마우스를 올려보면 ‘개발 중입니다’라는 문구만 출력될 뿐이었다. 그러다보니 결국 도시를 키워나가는 방향이 단순해지기 쉬웠다.
이에 더해 튜토리얼도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 튜토리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겉핥기식 설명뿐이었다. 기자의 경우 전투를 위해 병사를 모으려 했으나, 이들에게 줄 장비를 어떻게 만드는 지 몰라 한참을 헤맸다. 제작 방법에 대한 설명도 거의 없다시피하여 결국 인터넷의 힘을 빌리거나 수많은 건물들을 일일이 찾아보는 수 밖에 없었다. 그 외에도 국고 시스템, 거주 지역 개발 방법 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여 진행이 막히는 경우가 빈번하게 생겼다. 이 때문에 본격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기도 전에 지쳐버리는 경우도 꽤 있었다.
종합적으로 아직 3만 9,900원이라는 값어치를 하는 게임은 아닌 것 같다는 결론이다. 게임성만 보장된다면 그 외 다른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는 유저들에게는 추천할만 하나, 구매 가격만큼의 콘텐츠 분량을 원하는 유저에게는 불호로 느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또한 불친절한 튜토리얼로 게임에 적응하기 힘들다는 것 역시 감점 요소였다.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콘텐츠 추가와 튜토리얼 개선이 주요 관건으로 떠오른다. 진입 장벽만 넘으면 완성도 높은 게임성이 자리하고 있으며, 이를 증명하듯 아직까지 일 최고 동시접속자 9만 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만큼 유저들을 계속 붙잡을 수 있는 발빠른 업데이트로 이러한 흐름을 이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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