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가 크래프팅 장인이 된 건에 대하여
2024.05.17 17:45게임메카 이우민 기자
현대인에게 뱀파이어는 그리 낯선 존재가 아니다. 피를 마시며 생명을 유지하고, 밤에만 활동할 수 있는 뱀파이어는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매체에서 활용된 단골 소재다. 게임에서도 고전부터 지금까지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여러 타이틀이 등장해왔다. 그 가운데 지난 8일 정식 출시된 V 라이징은 뱀파이어 게임에서는 보기 드문 오픈월드 크래프팅이라는 장르를 선택했으며, 앞서 해보기 단계에서도 풍부한 콘텐츠 분량과 게임성으로 호평을 받았다.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한층 방대해진 콘텐츠에, 새로 추가된 패시브 스킬 덕분에 빌드 짜는 맛이 한층 좋아졌다.
뱀파이어를 느낌 살린 친절한 제작
V 라이징은 뱀파이어를 메인으로 내세운 만큼,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그 특성을 고증한 여러 요소를 접할 수 있다. 우선 호기심으로 햇볕에 나가는 순간 타들어가는 캐릭터를 볼 수 있다. 이에 더해 관에 들어가 있으면 체력이 회복되며, 공복 시스템이 없는 대신 주기적인 흡혈을 통해 생명을 유지해야 한다. 그 외에도 마늘 근처에 가면 체력 디버프를 받는다거나, 박쥐로 변신하는 등 뱀파이어하면 떠오르는 설정 대부분을 플레이로 경험할 수 있다.
제작을 중심으로 한 크래프팅 게임에서는 장르 특성상 시작 시 주어지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자원을 모으고 거점을 짓는다는 기본적인 장르 지식이 있더라도 어디서부터 시작할 지 막막해질 수 있다 V 라이징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퀘스트처럼 진행하는 자세한 튜토리얼을 제공한다. 초반부터 후반까지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무엇을 할 지 모르겠다면 퀘스트만 따라가도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거점을 어느 정도 구축하면, 이후로는 ’V 블러드’라 부르는 보스를 사냥하고 방어구, 무기 등 장비를 맞추는 것이 주요 목표가 된다. 해가 떠 있어 외부 활동이 어려운 낮에는 거점에서 아이템을 제작하고, 밤이 되면 밖으로 사냥나가는 패턴이 반복된다. 밤에만 활동하는 뱀파이어의 생활 패턴을 살려, 진짜 파이어가 된 듯한 몰입감을 준다.
V 블러드가 핵심, 깊이 있는 PvE 콘텐츠
사실 크래프팅 게임이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게임은 꽤 쉬운 편이다. 일반적으로 크래프팅 게임에는 생존 요소가 꼬리표처럼 따라오지만, V 라이징에서는 피를 제외하면 캐릭터 체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요소가 없다. 따라서 초반만 보았을 때는 생존보다 건설 게임에 가깝다.
이로 인해 부족해질 수 있는 게임의 깊이는 PvE 콘텐츠가 채워준다. 게임 내에는 일반 바위나 목재 외에도 몬스터나 V 블러드를 사냥해야만 얻을 수 있는 자원이 있다. 특히 V 블러드를 처치해야 상위 등급 시설, 장비 제작법 등이 열리기 때문에 PvE는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콘텐츠로 자리한다.
V 블러드와 전투를 하다보면 제작진이 이 부분에 공을 들였음을 체감할 수 있다. 얼음 괴수, 매드 사이언티스트, 뱀파이어 헌터 등 각기 다른 특색을 가진 V 블러드 56종이 있으며, 특징을 살린 다양한 기믹과 공격 패턴으로 매번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보스를 잡으면 일정 확률로 새로운 도구를 만들 수 있는 설계도를 드랍하는 등 ‘득템’의 재미까지 더했다.
이 외에도 V 블러드의 적절한 난이도가 눈에 띄었다. 초반 보스는 혼자서도 첫 시도에 잡을 만큼 쉽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상당한 난이도를 자랑했다. 최후반 보스인 아담과 드라큘라는 최종 단계 장비를 장착했음에도 클리어까지 몇 시간이 소요됐다. 터무니 없이 어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조금만 더 하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정도를 유지하며 도전 욕구를 끊임없이 자극한다.
필드 이벤트와 지역 특색으로 만든 오픈월드의 생동감
오픈월드의 가장 큰 장점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맛에 있다. V 라이징에서도 이런 재미가 건재하다. 지형에 숨겨진 상자를 찾았을 때 쾌감은 물론, 때로는 주변 인간 마을을 습격하여 자원을 획득하는 재미는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 했다. 실제로 기자는 숨겨진 상자를 찾거나 인간 마을을 습격하는 재미에 빠져 한동안 보스는 뒷전으로 미루기도 했다.
이와 함께 지역마다 고유한 특색으로 다채로움을 더했다. V 라이징 세계에는 빙하 지대부터 저주받은 숲, 스팀펑크 등 다양한 테마를 앞세운 지역이 존재한다. 맵마다 등장하는 몬스터와 자원도 각각 다르며, 주기적으로 낙뢰가 떨어진다거나 플레이어 시야를 점점 가리는 저주를 거는 등 독특한 기믹으로 지역간 특색을 살렸다. 덕분에 새로운 지역이 개방되면 이번에는 어떤 테마일지 궁금해졌다.
이 와중 무작위로 발생하는 필드 이벤트는 게임에 생동감을 부여한다. 플레이어가 없어도 적대 세력끼리 만나면 싸움이 발생하며, 우연히 마주치는 마차나 V 블러드와의 전투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다. 아울러 이를 통해 실제로 세계가 살아 숨쉬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정식 출시로 게임은 한층 방대해졌다
V 라이징은 기자가 게임을 처음 플레이했던 앞서 해보기 초반에도 꽤 풍부한 콘텐츠를 자랑했다. 그럼에도 이번 정식 출시로 신규 스킬 시스템, 새로운 지역과 보스 등 다양한 업데이트로 게임이 한층 풍성해졌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새로 추가된 패시브 스킬이다. 패시브 스킬은 대미지, 이동 속도, 저항 등 기본적인 능력치부터, 적들 사이에 스킬이 추가로 한번 더 튕긴다거나 일정 확률로 상태 이상을 부여하는 등 속성 강화까지 총 18종류가 있다. 이전에는 보석 외에는 스킬을 강화하는 방법이 없었으나, 이번 패시브 스킬 추가로 보다 다양한 빌드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새로 추가된 콘텐츠 역시 만족스러웠다. 이번에 추가된 다수 몬스터를 상대하는 전투 콘텐츠 ‘균열’에서는 다수를 쓸어버리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으며, 새로운 보스 드라큘라는 이전보다 커진 보스전 스케일로 전투의 재미를 배가한다. 이에 더해 기존 보스들은 신규 패턴과 기믹이 추가되는 등 이전에 게임을 플레이했던 유저들도 새롭게 느낄만한 부분이 있었다.
종합적으로 V 라이징은 크래프팅 장르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게임이다. 크래프팅과 뱀파이어의 적절한 조화로 훌륭한 몰입감을 자랑하며, 필드 이벤트와 다채로운 지역 등 끝없는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여기에 특색 있는 보스들로 PvE의 재미와 도전 욕구를 모두 챙겼다. 대규모 온라인 서버에서 즐길 수 있는 클랜 간 PvP 역시 게임의 매력 포인트다. 아울러 크래프팅 장르에서 즐길 수 있는 대부분의 요소를 넣었지만, 그 요소들이 부자연스럽지 않고 조화롭게 묶여 있기에 막히는 느낌 없이 부드럽게 플레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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