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디 원츠 투 다이, 곧바로 2회차 달렸습니다
2024.07.26 17:20게임메카 김형종 기자
‘노바디 원츠 투 다이(Nobody Wants To Die)’를 처음 봤을 때, 기자는 특유의 미학과 분위기에 매료됐다. 일반적으로 미래세계라 하면 네온사인으로 덮인 사이버펑크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반면 ‘노바디 원츠 투 다이’는 8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아트와 누아르풍 분위기를 더해 미래 런던을 형상화한다. 특히 사이버펑크의 단골 주제인 ‘영생과 죽음’, 그리고 ‘허무’를 모두 다루는 독특한 세계관을 선보인다. 매우 매력적이고 독특했다.
그렇게 실제 플레이 해 본 ‘노바디 원츠 투 다이’는 탁월한 분위기와 몰입감 있는 스토리가 돋보이는 게임이었다. 다만, 좋은 스토리게임이라 평가하기 아쉬울 정도로 문제들도 눈에 띄었다.
탁월한 세계관과 묘사 방식
‘노바디 원츠 투 다이’는 세계관에 대한 짧은 영화와 함께 시작된다. 2329년 뉴욕에는 ‘죽음’이라는 개념이 희박해졌다. 나이를 먹어도 더 젊은 몸으로 갈아탈 수 있는 기억 저장 능력이 발전해 사실상 돈만 있으면 영원히 죽지 않게 된 것이다. 실제 주인공 역시 얼마 전 수사 도중 큰 사고를 겪었지만, 새로운 육체로 갈아탄 상태다. 부작용은 ‘비동기화’라는, 육체와 기억의 부조화에서 발생하는 기묘한 환각과 환상이다.
게임은 이 정도의 간단한 정보만을 전달한 체 시작된다. 특히 초반부 세계관, 주인공, 배경과 분위기, 추구하는 스타일 등을 단 20분만에 훌륭하게 압축한다. 처음에 등장하는 영화, 독백, 간혹 출력되는 레터박스, 끊기지 않는 재즈풍 배경음악 등이 게임이 추구하는 영화적인 스타일을 선보인다. 건물과 주변을 둘러볼 때의 묘사, 비 내리는 햇빛 없는 빌딩 숲, 기묘한 알약과 불만에 가득 찬 대사, 신문 기사 등을 통해 죽음 없는 디스토피아가 그려진다. 전반적인 게임의 아트 디자인은 이런 어둡고 우울한 미래를 탁월하고 일관적으로 묘사한다.
이렇게 이 게임은 시작과 동시에 플레이어에게 질문을 던진다. 죽음이 귀한 세계, 과연 영생은 행복한가? 혹은 옳은가? 젊은 육체로 갈아탄다면, 육체의 본래 주인은 어디에 있는가? 이 같은 모순점은 게임 속 런던을 한층 더 복합적이고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다소 반복적이지만 독특한 콘셉트의 추리
‘노바디 원츠 투 다이’는 미래 배경 추리게임이다. 장르적 특징에 따라 게임 곳곳에서는 사건의 진상에 다가갈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한다. 가장 핵심이 되는 도구는 바로 ‘재구성기’다. 미래 기술의 집약체로, 주변 장소의 에너지, 정보, 지식 등을 통해 국소 지역에서 벌어졌던 상황을 되감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사건은 ‘그린’이라는 남자의 죽음을 수사하는데, 그가 목을 매달았던 과정을 주어진 정보를 통해 재구성할 수 있다. 정보가 필요한 만큼 주변 사물들을 철저히 조사해야 사건 전체의 재구성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소형 X-레이, 자외선 측정기 같은 도구를 활용하기도 한다. X-레이는 주로 파괴된 인체 내부, 총알 궤적, 벽 안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자외선 측정기는 혈액 등 특수한 액체를 시각적으로 표시한다. 재구성기와 각종 도구를 활용한 수사 기법은 마치 누아르 탐정물의 주인공이 된 감각을 전달한다. 재구성기를 활용해 지역을 통째로 되감으면서 정보를 덧씌우는 모습은 ‘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는 표현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다만 같은 방식이 게임 전체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점은 다소 지루함을 유발한다. 수사는 크게 재구성기를 활용한 증거 수집(수사), 이후 추리 과정으로 이어진다. 이 중 수사과정에서는 재구성기와 단서 조사가 계속해서 짧게 반복되어 금세 집중력이 떨어지게 만든다. 돌아다니며 단서를 찾아 조사하고, 곧바로 짧게 재구성하면서 새로운 단서를 보고, 조사하고, 다시 재구성하는 과정이 한 수사과정 내에서도 수십번 반복되기 때문이다.
흡입력이 뛰어나지만 이해가 어려운 스토리
반복적으로 말하지만 ‘노바디 원츠 투 다이’는 수사물이다. 전투나 박진감 넘치는 장면이 적고, 수사, 추리, 독백, 대화가 주된 플레이 요소다. 그만큼 단조롭고 지루할 수 있음에도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도록 만든 매혹적인 장점은 바로 게임의 스토리와 세계관이다.
‘노바디 원츠 투 다이’는 훌륭한 스토리와 미스터리를 선사했다. 첫 수사 목표는 벚꽃나무에 목을 매단 ‘그린’이라는 전 정치인을 살해한 범인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첫 수사에서는 이것이 100% 드러나지 않는다. 이후 다음 수사를 거듭하면서 새로운 미스터리, 정체를 알 수 없는 위협적인 인물이 추가되며 스토리가 심화된다. 게임은 계속해서 ‘범인은 누구인가’를 궁금해하도록 유도하고, 플레이어는 마지막까지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게임에 몰입하게 된다.
다만 그 과정에서 다소 위험한 스토리텔링 방식을 활용했다. 바로 게임 이해에 필요한 중요한 정보를 수사 과정에서 직접 습득하도록 만든 것이다. 오히려 수사 자체는 직관적으로 안내되어 생각할 여지가 적고, 사건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명확하게 제시한다. 수사 후 이뤄지는 추리 과정 역시 마찬가지로, 근거가 부족하거나 잘못됐다면 곧바로 그것이 아니라고 알려준다. 진짜 문제는 추리 과정과 스토리를 ‘이해하는 것’이다.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꼽자면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첫 번째 수사다. 그린의 아파트를 샅샅이 돌아다니지 않고 그저 주어진 대로 수사를 진행하다 보면, 그린이 뭐하는 인물인지를 전혀 알 수가 없다. 추리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각 증거들이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계관에 대한 정보를 습득해야만 하며, 이는 첫 수사 구석구석에서 대부분 등장한다.
이를 알지 못한 첫 플레이에서는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주어진 수사 목표대로만 진행했고, 곧바로 스토리에 균열이 생겼다. 분명 그린은 그저 ‘전 정치인’ 정도로 나왔는데, 그가 대통령 정도의 중요 인물이 아니라면 추리 전반이 어그러지기 때문이다. 만약 살인 장소를 돌아다니며 서류, 사진, 숨겨진 방 등을 확인했다면, 그린이 영생 시스템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된 인물임을 알 수 있게 된다. 즉 스토리텔링 자체도 ‘수사와 분석’을 해야 이해하도록 설계된 셈이다.
이런 방식은 장단점이 명확하다. 능동적으로 스토리를 접하기 때문에 수사 추리 장르에 적합하고 몰입도가 높다는 것은 장점이다. 그러나 자칫 스토리를 쫓기 어려워진다는 매우 큰 리스크를 갖는다. 게임은 자동으로 진행을 저장하며, 만약 이전 수사 과정에서 놓친 것을 확인하고 싶다면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는 처음으로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먼 후반부에서 크게 대두되는 문제다. 주인공이 보는 환각과 은유적인 표상들이 더해져 스토리가 난잡해지기 때문이다. 그 상태에서 엔딩을 봐도, 거대한 의문 부호만이 남게 된다.
스토리를 이해하기 위해 돌입했던 2회차
스토리게임에서 스토리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은 매우 큰 단점이다. 심지어 같은 수사를 반복해야 하는 만큼, 게임을 처음부터 플레이하는 것 역시 꺼려지는 장르기도 하다. 그러나 기자는 첫 번째 엔딩을 본 뒤 주저없이 곧바로 2회차에 돌입했다. 엔딩과 스토리가 납득이 되지 않긴 했지만, 이대로 끝낼 수 없을 정도로 스토리에 몰입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처음부터 차근차근 주변을 둘러보고, 증거를 다시 수집하니 비로소 세계관에 대한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린이 왜 중요한 인물인지, 그와 핵심 인물이 이런 거대한 사건을 왜 벌리게 됐는지 등이 더 선명하게 파악됐다. 두 번째 플레이하니 주인공과 사라의 관계를 표현하기 위한 대사 처리, 캐릭터 시선 처리, 특정 대사에 따른 예외 처리 등에 개발사가 상당한 공을 들인 점도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주인공에게 벌어진 사건을 다룬 기차역 부분은 여전히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특히 주인공에게 정신적 문제가 발생하면서 환각과 현실 구분 자체가 불가능했다. 개발사의 의도로 보이지만, 기차 사고·아내의 죽음·범인의 정체를 짧은 신에서 다루면서, 기차 사고 외에는 은유와 환각으로 표현한 부분은 분량 부족에 더해 설계 문제라고 보인다. 현재 스팀 커뮤니티에서도 해당 장면과 마지막 엔딩이 이해가 안 간다는 글이 줄이어 나오는데, 상업용 게임에서 다수가 이해하지 못하는 스토리는 잘못 만든 것이라 본다.
마지막 추리 후 두 번째로 결말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개발사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노바디 원츠 투 다이’는 추리 장르의 요소를 갖췄지만, 정작 중요한 부분은 바로 스토리와 ‘영생과 죽음’에 대한 질문 자체다. 게임은 ‘누가 범인인가’에 대한 플레이어 답변 모두를 사실상 긍정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스토리를 어느정도 파악했다면, 60%는 ‘아 이런 이유구나’를 납득할 수 있다.
추리보다 더 두드러진 것은 ‘영생을 위해선 어떤 것이 필요할까’에서 탄생한 치밀한 세계관이다. 엔딩에서는 여기서 파생되는 ‘이렇게 구현된 영원한 삶은 옳은가?’의 질문에 대한 개발사가 내린 결론도 전달한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어떤 스토리 엔딩을 보더라도 40%는 납득할 수 없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결국 추리게임에서 추리가 큰 의미를 갖지 못했으며, 스토리게임에서 스토리를 이해하기 어렵고 훌륭한 엔딩도 즐기기 어려운 다소 부족한 작품이 되어버린 셈이다.
노바디 원츠 투 다이는 탁월한 세계관, 그래픽, 추리 요소를 통해 흥미로운 스토리와 누아르 수사물로서의 재미를 전달한다. 하지만 후반부 난해한 스토리텔링 때문에 핵심이 되는 이야기가 무너졌고, 이는 ‘죽음’과 ‘영생’에 대해 내린 개발사 나름대로의 답변을 플레이어가 납득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엔딩까지 5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짧고 저렴한 게임인 만큼, 플레이를 원한다면 서로 다른 엔딩도 보고 게임도 이해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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