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C에서 만난, 개성과 재미 넘치는 인디게임 15선
2024.08.18 11:46게임메카 김형종 기자
2024년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이하 BIC) 오프라인 행사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열렸습니다. 이번 BIC에서는 약 250여개에 달하는 인디게임이 전시됐으며, 수많은 게이머가 행사장을 찾았습니다. 게임메카는 BIC에서 다양한 게임을 시연하고 관람하면서, 눈에 띄었던 15종의 개성 넘치는 인디게임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순서는 가나다 순입니다.
글리피카: 타이핑 서바이벌(Glyphica: Typing Survival)
‘글리피카: 타이핑 서바이벌’은 몰려오는 적들을 처치하고 살아남는 ‘뱀파이어 서바이버’ 느낌의 로그라이크게임입니다. 차이점은 등장하는 적과 모든 오브젝트, 플레이어 선택이 ‘타자’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입니다. 모든 적에게는 영단어가 부여됐으며, 이를 타이핑하면 해당 적에게 공격을 합니다. 레벨업에서 스킬을 선택할 때도 마우스나 키보드로 클릭하는 것이 아니라, 부여된 단어를 입력합니다. 일부 공격은 도탄되거나 범위 피해를 입혀, 등장하는 수많은 적의 단어를 모두 입력하지 않고도 처리할 수 있는 등 난이도를 조절했습니다.
다이스 코드(Dice Code)
‘다이스 코드’는 주사위와 퍼즐을 결합한 독특한 게임입니다. 각 스테이지는 퀴즈와 퍼즐이며, 정답에 해당하는 주사위 면들의 조합을 입력하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대부분 스테이지에서 주사위에는 숫자뿐만 아니라 색, 도형, 글자 등이 적혀 있습니다. 또한 질문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플레이어의 목표는 작은 공간에서 힌트를 찾아, 질문과 풀이법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입니다. 처음 플레이 해보면 다소 어렵지만, 답을 알고 나면 무릎을 치게 되는 훌륭한 퍼즐들이 많습니다.
더 파이어 노바디 스타티드(The Fire Nobody Started)
‘더 파이어 노바디 스타티드’는 독특한 아트와 대사가 강점인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열차에 올라 등장하는 캐릭터들과 대화를 나누며 앞 칸으로 이동합니다. 캐릭터들은 얼굴 대신 램프, 황금, 주교의 모자 등 역사적인 상징물로 표현됩니다. 전반적인 대사 역시 유럽의 철학, 정치, 역사가 한데 섞여 기괴하면서도 지적 만족감을 충족시켜줍니다. 예를 들어 열차 초반부 만나는 캐릭터들은 근대 산업혁명기 유럽의 불우한 노동자를 상징하는데, 손이 없어지면 버려진다거나, 얼굴이 일그러진 성냥팔이 소녀의 모습과 대사 등으로 이를 추론할 수 있습니다.
레벨라티오(Revelatio)
‘레벨라티오’는 다크 판타지 느낌의 턴제 로그라이크입니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턴에 기물을 배치하고, 적의 공격에 맞서야 합니다. 만약 플레이어 기물이 모두 사라지고, 적에게 3회 피해를 입으면 패배합니다. 독특한 요소로는 덱빌딩 게임임에도 기물이 사망하면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대신 적을 타락시켜 아군으로 만들고, 덱에 추가할 수 있습니다. 각 스테이지를 진행하다 보면 카드에 강화 효과를 부여할 수도 있으며, 패배시 이번 진행에서 사용한 기물 중 하나의 강화 효과를 보존할 수 있습니다.
메탈슈츠(Metal Suit)
‘메탈슈츠’는 ‘메탈 슬러그’가 ‘록맨’을 만난 듯한 경쾌한 액션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사이보그로 부활한 케빈이 되어 그를 죽인 이들에게 복수합니다. 일반 상태의 케빈은 한 번의 공격과 함정에 곧바로 사망합니다. 하지만 주기적으로 획득할 수 있는 다양한 ‘슈츠’를 착용하면, 일반 공격이 강력해지고 적의 공격도 버틸 수 있게 됩니다. 샷건, 수리검, 곰, 화염방사기 등 다양한 수트가 등장하며, 일반 공격과 필살기 모두 변화합니다. 전반적으로 속도가 빠르고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는 만큼, 매콤한 게임을 찾는 이에게 적합합니다.
모노웨이브(Monowave)
‘모노웨이브’는 감정을 노래하는 퍼즐 어드벤처게임입니다. 주인공 '모노'는 감정을 나타내는 꽃에 닿아 슬픔, 분노, 행복 등 각 상태로 변할 수 있으며, 이를 활용해 스테이지를 탐험합니다. 예를 들어 행복 감정 상태일 때는 높이 점프하고, 슬플 때는 좁은 틈을 지나가며, 분노 중에는 돌진해 벽을 탈 수 있습니다. 전에 공개된 데모버전에서 많은 부분이 추가 및 개선됐는데, 튜토리얼 전반이 새롭게 설계됐습니다. 또한 게임 시작 시 귀엽고 아름다운 컷신으로 스토리를 설명하며, 특정 오브젝트를 모으는 도전 요소도 더해졌습니다.
사람 속에 피는 꽃(Flower In Us)
‘사람 속에 피는 꽃’은 제목만큼이나 소름끼치고 아름다운 공포 비주얼 노벨입니다. 플레이어는 경찰 출신으로 지하실 바닥에 떨어져 기억을 잃고 맙니다. 지하실에는 ‘모란’이라 불리는 국가에 반기를 든 단체에 소속된 소녀가 묶여있습니다. 플레이어는 그녀의 도움을 받아 지하실에서 탈출하기 위해 사물함 비밀번호를 찾아내고 라디오 수신기를 맞추는 등 퍼즐을 수행합니다. 시연 버전 결말부에서는 소름끼치는 진실과 함께 탁월한 스토리 연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슬레이 더 앨리스(Slay the Alice)
동화 나라의 앨리스가 귀엽고 잔혹한 도트로 돌아왔습니다. ‘슬레이 더 앨리스’는 앨리스가 동화나라를 탈출하는 과정을 다룬 로그라이크입니다. 전투는 없으며, 선택에 따라 무작위 결과가 등장하는 스테이지 방식으로 구성됐습니다. 예를 들어 공포스러운 꽃이 쫓아오는 스테이지에서는 세 장소 중 한 곳에 숨을 수 있는데, 이때 발각 확률이 높은 장소는 반대급부로 보상도 줍니다. 이렇게 마지막 구역인 하트 성에 도착하면 앨리스를 죽이려는 하트의 여왕과 마주하며, 지금까지 선택에 따른 결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시그나노타(SignaNota)
‘시그나노타’는 독특한 전투 방식으로 진행되는 2D 로그라이크입니다. 플레이어는 신족 시그나가 되어 왕국을 세우거나 지키려는 레지나를 돕습니다. 개성 넘치는 전투가 특징으로, 마치 벽돌깨기처럼 시그나를 마우스로 잡아당긴 뒤 적에게 튕겨 피해를 입힙니다. 시그나를 당기면 거대한 금색 링이 형성됩니다. 튕겨진 시그나는 링이나 적에게 네 번, 혹은 플레이어가 멈출 때까지 이동합니다. 이외에도 적에게 피해를 입히는 스킬도 적절히 사용해야 합니다. 또한 시그나를 당길 때 적 공격 범위도 함께 표시되어, 피해를 입지 않는 위치에서 움직임을 멈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투의 재미에 더해 도트 그래픽과 캐릭터 움직임 퀄리티도 상당합니다.
에코즈 오브 이 삼사라(Echoes of Yi Samsara)
‘에코즈 오브 이 삼사라’는 소울라이크 장르로, 전반적인 플레이 방식은 ‘세키로: 섀도우 다이스 트와이스’가 연상됩니다. 적의 공격을 도를 활용해 튕겨낼 수 있으며, 자세를 무너뜨리면 이후 공격으로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조작감이 좋고 공격 속도감이 빠른 편이며, 가드 불가 혹은 회피 불가 공격으로 난도를 조절합니다. 다만 조작 설정에 아쉬운 점도 보이는데, 달리기 위해서는 회피 버튼을 계속 눌러야 합니다. 이때 캐릭터가 무조건 대쉬를 한차례 한 뒤 질주해, 이동이 끊기는 느낌이 듭니다.
오버 더 호라이즌(Over the Horizon)
‘오버 더 호라이즌’은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는 전투가 특징인 횡스크롤 액션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일반 공격, 대시 공격, 회피, 사격 등을 활용해 적에게 맞섭니다. 독특한 점은 전투 템포가 매우 빠르고, 공격 중간에 회피를 활용해 모션을 캔슬할 수 있습니다. 공격을 반복하거나 후딜레이를 성공적으로 줄이면 ‘커패시터 게이지’가 충전되며, 이를 소모해 필살기에 해당하는 강력한 공격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빠른 템포에 더해 모션 캔슬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등 난도가 높지만, 화려한 효과와 타격감이 주는 손맛이 상당했습니다.
우리들이 죽는 방법 롤 더 다이(Roll The Die)
‘우리들이 죽는 방법 롤 더 다이’는 TRPG를 PC 로그라이크로 구현했습니다. 어느날 현실에 외계인이 침공하며, 주인공들은 함께 TRPG를 하던 게임 마스터를 찾아 모험을 시작합니다. 전투에서는 ‘스로잉 나이프’, ‘컵라면’ 등 가방에 들어있는 도구를 사용하며, 각 도구별로 정해진 주사위 수치가 존재합니다. 수치를 충족해 성공적으로 도구를 사용하면, 보드 위에 있는 다른 도구들도 주사위 굴림을 실패할 때까지 쓸 수 있습니다. 숫자 1부터 3까지로 구성된 독특한 주사위를 활용해 빌드를 짜는 등 전략의 폭이 다양한 것이 특징입니다.
ZXC
‘ZXC’는 열기구를 조작해 목적지에 도달하는 게임입니다. 유사 장르로는 ‘항아리 게임’이 있죠. 초록 지역은 움직임이 멈추는 안전구역이며, 가장자리와 붉은 구역은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악랄한 함정입니다. 특히 ‘게임 시작’조차 열기구를 조작해 도달하도록 만들어졌거나, 가장자리에는 비가 내려 무조건 지하로 떨어지도록 설계된 점에서 개발자의 훌륭한 인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게임을 추천하는 이유는 열기구 움직임이 훌륭하게 구현됐으며, 불가능하지는 않도록 설계된 아슬아슬한 난이도 조절 덕분입니다. 덧붙이면, 키보드와 마우스 조작이 컨트롤러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페인트(Pa!nt)
'페인트'는 귀여운 물방울 '무니'가 주인공인 퍼즐 어드벤처게임입니다. 무니는 페인트로 자신의 몸을 칠해 같은 색은 통과하고, 다른 색은 지나가지 못하거나 밟을 수 있습니다. 지난 데모 버전에서 상당히 많은 요소들이 더해졌는데, 초반 영상과 도입부 스테이지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또한 퍼즐 장르 초심자를 위해 색을 강조하는 모드와, 색약 게이머를 위한 흑백 모드가 도입됐습니다. 흑백 모드는 색 대신 무니의 피부 질감을 통해 퍼즐 풀이를 유도합니다. 비록 색상 모드보다 구분은 어렵지만, 사실상 두 배의 노력이 들어가는 요소를 구현한 셈입니다.
페일워치(Palewatch)
페일워치는 독특한 그래픽으로 구현된 추리 어드벤처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기억을 잃은 채 우주선에서 깨어났습니다. 구역을 나가자마자 모르는 인물이 죽어있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우주선의 보안 로봇은 주인공이 해당 인물을 살해했다며 즉결 처분을 시도하며, 플레이어는 살아남기 위해 주변을 조사하고 진실을 찾아내야 합니다. 추리는 조사를 통해 획득한 사실들 중 범죄에 적합한 것을 조합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배에 난 상처와 목에 난 흉터 중 어떤 것이 선장의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인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유저들도 풀 수 있도록, 실패 페널티 없이 계속해서 사실들을 조합해 정답에 도달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