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言] NPC도 타락하는 다크 판타지, 레벨라티오
2024.11.02 11:00게임메카 신재연 기자
게임메카 / 제휴처 통합 1,400 View
다크 판타지는 대중 문화에서 곧잘 만나볼 수 있는 장르 중 하나다. 다소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흔히 꿈도 희망도 없는 이야기나 코즈믹 호러, 주변 인물을 시작으로 주인공까지 죽어버리는 ‘미래가 없는 판타지’를 생각해 보면 어느 정도 공감이 갈 것이다. 특히 여기에 중세 등의 배경이 더해지면 종교적 분위기를 띄는 인물들이 크게 늘어나고, 신앙 등의 믿음을 잃어 절망하거나 무너지는 요소들을 곧잘 만나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장면을 그저 컷신 등으로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유저가 직접 하나하나 만들어 나간다면 어떤 느낌일까? 필드에 등장하는 적을 시작으로 게임 내 NPC까지 손수 타락시킬 수 있는 독특한 시스템을 가진 게임 ‘레벨라티오’가 지난 10월 스팀에 출시됐다. 매 플레이마다 적을 하나씩 타락시켜 내 덱에 넣고, 이 덱을 활용해 더 많은 적을 타락시키는 독특한 게임은 어떻게 출시된 것일까? 레벨라티오 개발사 길드 스튜디오 김태윤 대표와 양현진 PM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턴제 로그라이크 레벨라티오, 핵심은 ‘타락’이다
레벨라티오는 턴제 로그라이크 게임으로, ‘모든 것을 타락시킬 수 있다’가 핵심 키워드인 다크 판타지다. 이에 게임의 핵심 시스템 또한 타락을 통해 유닛으로 사용하는 ‘신앙’으로, 플레이어는 이 신앙을 적극 조절해 게임의 최종 보스까지 타락시켜가며 아군의 심복으로 만들고 자신의 덱을 구축해나가면 된다.
각 캐릭터는 ‘성흔’ 시스템을 통해 캐릭터의 특성을 강화할 수 있으며, 스킬을 적극 활용해 적의 믿음을 무너뜨려 타락시켜야 한다. 한 회차가 끝나고 나면 플레이어는 유닛 한 명을 선택해 자신의 전당에 등록할 수 있는데, 이 전당에 등록된 캐릭터는 다음 회차에도 소환할 수 있는 영원한 권속이 된다. 이렇게 전당에 캐릭터를 수집해가며 원하는 유닛들로 회차를 돌파해나가는 것이 게임의 주 골자다.
일견 단순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 타락의 대상은 게임 내 NPC 누구에게나 집행할 수 있다. 적으로 등장하는 유닛 뿐만 아니라, 상점 주인 등 NPC조차 타락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길드 스튜디오가 개발 초기부터 반드시 넣어야겠다고 결심한 요소로, 게임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타락 시스템에 집중할 필요가 있는 디자인을 취했다.
다크 판타지라는 콘셉트에 맞게 타락 시스템 외에도 밀도 높은 픽셀아트를 통해 특유의 분위기를 더욱 살려냈다. 타락과 신앙이라는 시스템에 맞춰 신성시되는 존재를 그려낼 때는 밝고 화사한 색감을, 타락한 존재를 그려낼 때는 낮은 채도와 명도를 적용해 짧은 컷신만으로도 게임의 분위기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끔 만들었다. 이 분위기를 이어나갈 수 있게 모션 또한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음악을 통해 이펙트를 배가했다.
물론 게임의 핵심인 전투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특히 턴제 전투 특성 상 난도 및 몰입도와 직결되는 AI 설정에 크게 힘썼다. AI의 지능에 따라 게임의 난이도 편차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길드 스튜디오는 이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제한된 공간 안에서의 묘미를 살리기 위해 공간에 대한 이해도를 첨가하는 식으로 패턴을 설정했다. 예를 들어, 돌진 능력을 가진 켄타우로스 ‘투발카인’이 때에 따라 후열에 있는 아군 원거리 유닛을 노리게끔 만든 디자인이 그 예시다.
아낌없는 도움과 당찬 노력으로, 길드 스튜디오
김 대표는 “대한민국의 ‘다크 판타지’ 명가가 되고자 한다”는 말로 개발사 길드 스튜디오를 소개했다. 길드 스튜디오는 이전 대학교 연합 동아리에서 시작한 팀으로, 대학생 때부터 함께 해 온 4인이 전심전력을 다해 개발하고 있다. 구성은 디렉터 겸 기획자 1인, 아트 1인, 개발자 2인으로, 과거 동아리원들로부터 여러 도움을 받아 사운드와 세부 작업 등도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김 대표가 생각하는 레벨라티오의 매력은 로그라이크 특유의 긴장과 성장을 함께 가져갈 수 있는 시스템이다. “단순히 전투만 하는 게 아니라, 유닛을 어떻게 타락시키고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전략적 선택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정식 출시 시점에서는 선보이지 못했지만, 유저 피드백 수렴과 내부 논의를 통해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신규 유닛과 스킬, 성흔 등을 추가할 예정이다.
이렇듯 탄탄하게 미래를 계획하는 개발사인 듯하지만 어려운 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게임의 콘셉트가 뚜렷하고 굳건한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책을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었다다. 게임의 특성 상 생길 수밖에 없는 ‘대칭성’ 문제가 그 예시였다. NPC마저 타락시킨다는 게임의 콘셉트 상, 적 유닛의 스탯이 곧 내 유닛의 스탯이 되기 때문이다.
이 대칭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으면 특정 유닛이 너무 강할 경우 내 유닛이 되기 전에는 지나치게 어렵고, 내 유닛으로 만들고 나면 이후 진행이 너무 쉬워지는 장기적인 문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었다. 길드 스튜디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군 또한 적군에게 빼앗길 수도 있는 ‘신성 시스템’을 도입했다. 전투와 함께 신앙과 신성이라는 두 시스템을 고민할 수 있게끔 해, 좁은 전투지역에서도 전투의 깊이가 더해진 것은 덤이다.
긴박한 상황에서 겨우 문제를 해결한 적도 있었다. 내부에서는 일명 ‘오빠 사태’라고 부르는 사건으로, 기획 단계에서 임시로 부르던 명칭이 게임 페스티벌 빌드에 등록된 일이다. 남매 캐릭터 ‘엘리우스와 야나’는 기획 단계에서 오빠와 동생으로만 불렸는데, 엄숙한 게임 내에서 돌연 ‘오빠’라는 단어가 이름으로 등장하자 스튜디오 전원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고. 다행히 수정할 기회가 생겨 겨우 제대로 된 이름으로 제출할 수 있었지만, 그때의 난감함과 긴박함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는 것이 양 PM의 말이다.
이런 여러 문제를 겪으면서도 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온 이유에는 유저들이 있었다. 데모 피드백이든, 정식 출시 후의 리뷰든 유저들의 많은 이야기가 도움이 됐다. 디테일한 분석으로 피드백한 의견은 게임에 도입할 수 있도록 아직까지도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물론 짧은 리뷰라고 해 놓치지는 않았다. ‘wow’라는 단 세 글자를 남기거나 ‘(비속어) 오기 생김’ 등 임팩트 있는 리뷰들은 제작진에게 ‘사람들이 우리 게임으로 재미를 느끼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더해 ‘여러분들의 총명함을 증명할 기회입니다’라는 리뷰는 게임의 본질을 꿰뚫는 한마디이기에 울림이 깊었다고 전했다.
플레이어블 NPC와 사도 추가로 더욱 다양한 게임성 보여주겠다
지난 10월 3일 정식으로 출시된 레벨라티오는 앞으로도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길드 스튜디오는 인터뷰 마무리에 “우리 게임을 즐겨주시는 유저 분들께 너무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정진하겠다. 앞으로 길드 스튜디오가 세상에 보여줄 다크 판타지를 기대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하며 앞으로의 포부를 전했다.
가장 먼저 언급된 것은 업데이트에 대한 이야기다. 우선 NPC가 타락했을 때 인게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닛을 추가하고자 한다. 현재는 ‘세례’ 스테이지의 ‘믿음의 사자’만 유닛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성흔’과 ‘희생’ 스테이지에 등장한 ‘소망의 사자’와 ‘사랑의 사자’도 각자의 개성을 지닌 플레이어블 유닛으로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더해 ‘희생’ 스테이지에서 연성할 수 있는 사도의 종류를 확대해 전략의 재미를 더욱 심화시킬 예정이다. 우선 신규 플레이어블 NPC와 사도 유닛을 11월 내에 선보이고, 이외 사항을 내년 초까지 추가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겠다 말했다. 촘촘한 로드맵과 뚜렷한 방향성을 관철해나가며 언젠가 한국형 다크 판타지 게임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하는 길드 스튜디오가 어떤 방향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전할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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