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 한 판 100원, 청량리의 진짜 옛날 오락실
2024.11.05 16:32게임메카 Ryunan
안녕하세요 게임메카 독자 여러분, 성지순례의 Ryunan 인사드립니다. 날씨가 많이 선선해짐을 넘어 아침저녁으로는 꽤 춥습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며 즐거운 게임 라이프 이어나갈 수 있길 바랍니다. 오늘의 성지순례는 서울 청량리로 함께 떠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SNS를 중심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신규 게임센터가 있습니다. 요즘 세상에 게임센터 하나 오픈한 것이 왜 화제가 되냐고 궁금해하는 분이 계실텐데,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직접 찾아가 보겠습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청량리역 근처에 새로 들어선 신축 아파트 상가 '아트포레스트' 1층에 있습니다. 청량리역에서 나와 조금 걷다 보면 도매시장이 있는 오래된 풍경과는 사뭇 다른 조경이 잘 되어있는 깔끔한 상가가 나옵니다. 건물 상가 안쪽 복도로 들어가 조금만 걸으면…
오늘의 성지순례 장소인 ‘청량오락실’이 나옵니다 그런데 뭔가 게임센터 분위기가 우리가 그간 찾아갔던 다른 매장과는 사뭇 다릅니다. 지금은 분명 2024년인데, 이 곳만큼은 1980년대, 좋게 봐줘야 1990년대 초반 ‘오락실’ 분위기가 납니다.
어릴 적 오락실에 갔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걸려 눈물 쏙 빠지게 혼나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당시 오락실은 어두운 분위기와 함께 비행과 탈선의 장소로 낙인이 찍혀 있었거든요. 그래서인지 당시 오락실들은 이렇게 매장 안에 ‘지능개발, 두뇌발전’ 이라는 문구를 써 놓곤 했습니다. 청량오락실 내부엔 옛날 오락실에서 볼 수 있었던 문구가 그대로 적혀 있습니다.
이처럼 청량오락실은 8~90년대 레트로 게임센터를 그대로 재현한 공간입니다. 비록 최신 게임은 없지만, 옛 오락실의 분위기를 최대한 재현하기 위해 여러 사람들의 자문과 도움을 통해 그때 풍경을 그대로 살렸죠. 그간 레트로 분위기를 콘셉트로 내세운 게임센터가 몇 있긴 했지만, 대부분은 그냥 인테리어만 흉내냈을 뿐이었죠. 반면 청량오락실은 기기부터 배치, 소품까지 진짜 옛날 풍경을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영업시간은 다소 짧은 편입니다. 매주 월요일은 휴무, 그리고 화수목, 금토일의 영업시간이 상이합니다. 오픈 시간은 정오며, 화수목에는 20시, 그리고 금토일에는 21시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청소년의 게임센터 출입이 금지되는 22시 이전에 문을 닫으니 어느 시간대든 청소년들은 자유롭게 들어가는 게 가능합니다.
매장 바깥쪽의 쇼윈도에는 옛날 레트로 게임기가 진열되어 있습니다. 우리에게 ‘패밀리 컴퓨터’라는 이름으로 더욱 잘 알려졌던 닌텐도 클래식 미니를 옛 브라운관 TV와 연결하여 슈퍼마리오 시리즈 중 가장 큰 히트를 치고 지금도 사랑받는 대작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3’ 를 연결시켜 놓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몇몇 게임 팩들과 함께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VHS 비디오를 비치해놓았고요.
90년대 초, 국민학생(초등학생)들에게 미니카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SBS 만화영화 ‘달려라 부메랑’에 등장했던 미니카 모형도 함께 전시되어 있습니다. 90년대 국민학교를 다녔던 남학생이라면 피구왕 통키와 더불어 달려라 부메랑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지요. 당시 동네 문구점에는 미니카 경주를 할 수 있는 레일 트랙이 여기저기 설치되어 있었을 정도였으니까요.
쇼윈도 외벽엔 현재도 최고의 작품으로 사랑받으며 현역으로 돌아가고 있는 ‘스트리트 파이터 2’ 아케이드 포스터 한 장이 붙어있습니다. 대전격투를 해 왔던, 혹은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에 알 수 있는 익숙한 얼굴들이 그려져 있네요. 벌써 나온지 30년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매장 외벽 곳곳에는 옛 레트로 게임 포스터들을 인쇄하여 붙여놓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게임 기판은 어떻게든 구했지만, 포스터까지 구하는 건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매장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과거 8~90년대의 오락실이라면 모니터 밝기 때문에 조명을 어둡게 해 놓고, 시끌시끌한 게임기 소리가 매장 전체에 퍼져 있었죠. 그 탓에 무섭고 비행과 탈선을 조장한다는 분위기도 났고요. 반면 청량오락실은 전혀 그런 분위기가 없습니다.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일반적인 게임센터보다도 조명이 더 밝아 상당히 화사한 분위기를 주고 있어요. 어린아이들과 가족 단위의 손님들도 부담없이 올 수 있게끔 최대한 밝은 분위기를 낸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과거 오락실을 재현한 곳이지만, 전부 고전게임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2000년대 출시된 리듬게임도 두 대 가동하고 있습니다. 각각 펌프 잇 업 프라임2, 그리고 EZ2AC FINAL EX가 한 대씩 놓여 있습니다.
스티커 사진기와 함께 남코의 타임 크라이시스2가 한 대 설치되어 있습니다. 아쉽게도 제가 방문했을 당시 어떤 이유에선지 기기가 꺼져 있는 상태였지만, 외관이 상당히 깔끔한 것을 보아 일시적인 점검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은 유원지, 혹은 버스터미널 근처에 딸려있는 낡고 오래된 오락실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저 기기를 어떻게 구했는지 신기하게 느껴지는군요.
매장 곳곳에 동전교환기가 설치되어 있는데, 동전교환기는 1,000원 지폐만 교환할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혹여라도 더 고액의 화폐를 교환하는 경우가 있을까 아예 저렇게 ‘천원만 주세요’ 라는 문구를 따로 붙여놓았습니다.
게임센터에서 100원 동전이 사라진 지 꽤 오래되었지요. 제가 [성지순례]를 처음 시작했을 2010년 당시만 하더라도 100원 동전을 몇 개씩 집어넣는 게임기도 많았는데, 지금은 100원 동전 교환기는 완벽히 사라졌고 게임 한 판 플레이 가격은 최소 500원 동전 하나인 시대가 되었습니다. 1,000원 지폐 투입구가 설치되어 있는 게임기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는 2024년에 게임 한 판 100원이라니!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놀랍게도 청량오락실에서 가동하는 모든 게임은 전부 플레이요금이 100원으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부담 없는 수준을 넘어 거의 거저나 다름없는 가격입니다. ‘옛날 오락실은 100원 동전을 사용했다’ 라는 것을 재현하기 위한 것 아닐까 싶어요. 물론 그 이전으로 돌아가면 50원 시대도 짧게 있었지만, 그래도 100원이 더욱 상징적이고 시대가 길었으니까요.
게임 플레이 요금조차 8~90년대의 그것을 그대로 재현한 모습이 신기해서일까요, 호기심에 찾아온 어린아이들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필자가 이 아이들 나이였을 때 이런 곳을 가면 학교 선생님, 혹은 부모님에게 걸려 엄청나게 혼났는데 말이죠.
매장 입구에 있는 리듬게임과 건슈팅게임 등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전부 스틱형 비디오게임입니다. 옛날 오락실 하면 전부 이런 스틱형 게임 위주였으니, 자연스럽게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매장 곳곳에도 옛날 포스터들이 인쇄돼 붙어있는데, 하이틴 잡지 표지를 재현해놓은 것도 있네요. 실제 옛 잡지를 그대로 인쇄한 건 아니고 청량오락실 오픈과 맞물려 새롭게 옛 청소년잡지 분위기를 내기 위해 재현한 인쇄물인 듯 합니다. 서점은 물론 학교 앞에서 이런 잡지를 500~1,000원에 많이 팔았고 필자 또한 나올 때마다 구입해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방문한 날은 방학도 공휴일도 주말도 아닌 평일이었는데요, 이 곳을 찾은 사람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가족 단위 방문객도 많았는데요, 어른들은 옛날 추억을 되새기기 위해, 아이들은 본인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기 위해, 저마다의 목적과 즐거움을 안고 이 곳을 찾았습니다. 빼곡하게 들어찬 기계들이 거의 꽉 차 있는 모습에서 활발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체감형 게임으로 가득 찬 지금의 게임센터와는 또 다른 모습입니다.
이 곳에서 가동하는 모든 스틱형 비디오 게임들은 지금은 거의 사장되어 찾아보기조차 힘들어진 브라운관 모니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게임센터들에서는 내용물은 고전게임이더라도 모니터만큼은 LCD모니터로 개조한 경우가 많은데, 이 곳은 모니터 하나하나까지 옛날 모습을 그대로 되살렸습니다. 심지어 모니터들의 상태 역시 현역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아주 깔끔하고 양호합니다.
작년 초, 극장판 개봉으로 대한민국에 다시 한 번 큰 붐을 일으켰던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농구만화 ‘슬램덩크’ 게임도 가동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TV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하여 만든 작품이라, ‘슬램덩크 슈퍼슬램즈(SLAM DUNK SUPER SLAMS)’ 로고 위엔 From TV animation이라는 문구가 함께 있습니다. 1995년 작품이니 이것도 벌써 30년 가까이 된 작품이군요.
4~50대들에겐 추억을, 젊은 세대들에겐 옛날 오락실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 준 청량리의 진짜 레트로 오락실 ‘청량오락실’. 필자 또한 어설프게나마 옛날 오락실의 추억을 가지고 있는 게이머로서, 잠시동안 추억에 젖을 수 있었습니다. 바쁘게 살아가며 불현듯 잃어버렸던 유년시절의 추억을 다시 꺼낼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네요. 지금의 이 가격과 콘셉트를 얼마나 길게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서울을 대표하는 추억여행 공간으로 오랫동안 남길 바라며 이번 성지순례 ‘청량오락실’ 편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청량오락실 근처 맛집 1. 시장통닭의 정수를 만나다, 종구네 통닭
청량리 청과물시장 뒷편으로는 ‘통닭거리’라 하여 수많은 시장통닭 전문점들이 모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밖에서 큰 솥을 가져다놓고 거기서 닭을 튀기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치킨 튀기는 냄새에 홀려 절로 발걸음이 향할 정도죠. 그 많은 통닭집 중 하나인 이 곳 ‘종구네 통닭’은 치킨을 주문하면 떡튀김과 고구마튀김, 똥집튀김을 서비스 주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프랜차이즈 크리스피 치킨과는 다른 갓 튀긴 고소하고 바삭바삭한 시장통닭, 그리고 매장에서 직접 만든 매콤달콤한 양념으로 무쳐낸 양념치킨까지. 청량리 분위기를 만끽하며 즐겁게 즐기는 데는 이만한 게 또 없을 겁니다.
청량오락실 근처 맛집 2. 흑백요리사 이모카세의 인생을 담은 국수, 안동집
청량리시장과 바로 연결되어있는 서울의 대표 재래시장인 경동시장, 얼마 전 큰 화제를 모으며 종영한 ‘흑백요리사’의 등장인물이 운영하는 식당이 이 곳에 있습니다. 인생이 담긴 국수 한 그릇으로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셨던 ‘이모카세1호–김미령 대표’가 운영하는 국수집인 ‘안동집'입니다. 방송 전에도 유명한 국수집이었으나 지금은 방송의 영향으로 줄을 서지 않으면 들어가는 게 힘들 정도로 유명한 맛집으로 거듭났죠. 이 곳의 국수는 간이 다소 심심하면서도 깔끔하고 부담없는 맛이 일품. 콩가루와 함께 반죽한 면은 씹지 않아도 넘길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부들부들해서 누가 먹어도 자극적이지 않고 부담없게 즐길 수 있습니다. 함께 사이드로 시킬 수 있는 잡내 없는 돼지고기 수육, 노릇노릇하게 부쳐낸 배추전도 별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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