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트렌드 ③ 반 PC·반 DEI 여론 표면화
2024.12.25 10:00게임메카 김형종 기자
게임메카 / 제휴처 통합 2,505 View
[2024 트렌드 분석 기획기사]
2024년 트렌드 ③ 반 PC· 반 DEI 여론 표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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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게임계를 관통한 주요 화두 중 하나는 ‘다양성(Diversity)’, ‘공정성(Equity)’, ‘포용성(Inclusion)’, 이른바 DEI다. 이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깨어있는(Woke)’ 등의 사회운동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특히 여러 인종이 뒤엉켜 살아가며, 개성을 중시하는 북미와 유럽권에서 이러한 운동이 중요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전까지는 정치적 올바름과 DEI에 대한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었고, 정치권과 문화계를 등에 업은 DEI 찬성측이 더 우세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2024년부터는 게임 업계를 포함한 문화 콘텐츠 업계 전반에서 반대측의 목소리가 한층 더 힘을 얻는 모양새다.
특히 2024년은 반 PC, DEI, Woke 게임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던 한 해였다. 이를 돌아보며 관련 흐름을 간단하게 짚어봤다.
2024년 이전 DEI와 게임 업계의 지형도
DEI는 특히 서구권에서 요구되는 시대적 흐름이었다. 다인종, 인종차별, 성차별, 치안 위험 등이 있는 사회일수록 특히 DEI에 대한 논의가 더 절실하다. 이는 동양보다 개인주의, 인종문제, 성소수자 권리 등이 중요하게 다뤄지는 서양에서 DEI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논의가 더 강조됐던 이유기도 하다.
개발사 입장에서 DEI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도 연관이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이 이윤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한 구성체로서 의무를 다해야 함을 의미한다. 게임을 개발하는 콘텐츠 업체에서 가장 쉽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법 중 하나는 다양성, 성소수자, 성차별, 인종문제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 DEI를 작품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기조가 이어지며 일부 게이머들의 반발을 산 것도 사실이다. 정치적 올바름을 강조해 캐릭터의 노출도가 감소하거나, 미형에 가까운 캐릭터가 줄어들고 여성성과 남성성이 기피되거나, 기존 캐릭터의 성적 지향이나 인종이 변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 게임은 스토리에 DEI 의제를 잘못 활용해 전개를 어색하게 만들기도 했다.
2024년 이전까지는 게이머들의 반발 의지가 직접적으로 표출된 사례가 많지는 않았다. DEI가 과도하다고 평가 받은 게임들의 흥행 실패 원인이 실제 DEI 때문인지, 혹은 부족한 완성도 때문인지 확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PC 관련 논쟁이 가장 뜨거웠던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의 경우에도 스토리에 대한 비판이 우선이었고, DEI에 대한 지적은 그 다음이었다.
미형의 캐릭터로 흥행에 성공한 국산 게임들
2024년의 기조가 다소 달랐던 것은, 한 해 동안 흥행했던 게임 중 다양성의 흐름에 반대되는 게임에 대한 인기가 눈에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연초 넥슨과 시프트업에서 출시한 ‘퍼스트 디센던트’와 ‘스텔라 블레이드’가 대표적이다. 두 게임 모두 게임성을 평가 받기 전부터 미형의 주연 캐릭터로 큰 주목을 받았고, 출시 후에도 많은 플레이어를 모았다.
특히 퍼스트 디센던트는 여러 의미에서 반 PC 게이머들을 사로잡았다. 퍼스트 디센던트는 여타 루트 슈터와 비교하면 게임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럼에도 출시 초기만 하더라도 스팀 최대 동시접속자 26만 명이라는 기록을 세웠는데, 이는 미형의 계승자들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형이 아닌 캐릭터들에 질린 서구권 게이머들이 몰렸다는 것이 정설이다.
게임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콘텐츠 미디어 시장에서도 반 DEI와 PC에 대한 정서가 강화되는 추세다. 영화계에서는 2017년 팬덤에게 큰 반발을 샀던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에서 거세진 반 PC 여론이 지난 2023년 ‘인어공주’ 영화를 통해 정점을 찍었다. TV 시리즈와 드라마에서도 ‘위쳐’, ‘닥터 후’ 등에서 DEI에 대한 반대 여론이 빗발쳤다. 공통적으로 원작 캐릭터와 인종과 성별이 달라지거나, 성소수자 설정이 추가되거나, DEI를 강조해 도리어 스토리 개연성을 해쳐 비판 받았다.
한편에서는 DEI를 크게 강조해 유저들의 비판을 받는 게임도 늘어났다. 특히 ‘콘코드’는 게임 역사에서도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크게 실패한 소니의 멀티플레이어 슈터다. 부족한 게임성, 가격 정책 등 실패 요인은 여럿이지만, 몰개성하고 외적 매력이 떨어지는 캐릭터 역시 주요 원인으로 손꼽혔다. 콘코드의 그림자에 가려졌지만, ‘드래곤 에이지: 더 베일가드’나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더블 익즈포져’ 등도 지나친 정치적 올바름 집착 때문에 스토리가 어색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연초와 연말, 서양과 동양 개발사의 게임들이 대조적인 게임성과 성과를 보여 게임 개발에 있어 DEI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보수주의자로 유명한 X와 테슬라 일론 머스크 대표는 DEI를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가 창작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다양성’의 가치를 담은 DEI가 도리어 강요되어 자유로운 발상을 제한할 수 있다는 취지다. 여러 게임 개발자들 역시 이에 동의를 표하기도 했다.
문제의 원인은 정치적 올바름?
다만 과연 DEI가 그 자체로 게임을 부정적으로 만드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더 조심스러운 접근이 요구된다.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성과 완성도다. 흥행에 실패한, 또는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던 다수의 게임들은 사실 DEI가 강요된다는 사실 이전에 근본적으로 완성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적 올바름을 위해 일부 시나리오나 캐릭터 디자인에 제약이 생긴다는 것은 일견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다. 자기검열의 문제는 특히 ‘모든 대사가 회사 인사팀이 듣고 있는 방에서 이뤄지는 것 같다’는 평가를 듣는 ‘드래곤 에이지: 더 베일가드’의 스토리와 캐릭터 대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나치게 조심스럽고 갈등 없는 게임은 오히려 창작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
이렇게 2024년도 반 DEI,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흐름을 짚어봤다. 이전까지 싸여왔던 DEI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피로가 누적됐고, 이에 반대하는 게이머들이 많아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퍼스트 디센던트에선 미형의 캐릭터에 대한 요구를, 콘코드와 드래곤 에이지: 더 베일가드 등에선 높아진 민감성이 두드러졌다. DEI에 천착해 요소가 포함되기만 해도 비판하는 게이머나, 반대로 게임에 대한 비판을 모두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지적으로 해석하는 개발자도 드물게 등장할 정도로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2025년부터는 국내외적으로 정치적인 지형 변화가 예고됐다. 특히 미국의 차기 대통령은 반 PC, 반 DEI를 기조로 삼은 도널드 트럼프다. 향후 여론의 향방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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