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에는 적군보다 더 분노를 유발하는 아군을 배신하고 조국을 팔아넘긴 매국노 캐릭터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사리사욕이나 광신적인 신념을 위해 동료와 국가를 위기로 몰아넣으며 플레이어의 공분을 산다. 역사적 배경이나 판타지 세계관을 막론하고 아군을 도륙하는 게임 속 최악의 배신자 5인을 선정했다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주 금요일은 광복절이었다. 평소엔 좀 덜하더라도, 광복절이 다가올 때마다 독립투사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할 필요가 있겠다. 그리고 나라를 팔아먹은 악질 친일파들의 만행 역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들이 축적한 부로 지금까지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 후손들 역시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환수 가능한 재산은 최대한 국고로 환수하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최대한 자신들의 조부나 증조부 등이 벌인 행각들을 제대로 알고서 처신해야 할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이런 매국노들은 비단 현실 역사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게임 속에서도 적국 침략군보다 훨씬 화나는 존재가 있으니, 바로 아군을 팔아먹는 매국노 혹은 부역자들이다. 적군 총사령관이야 대놓고 적이니만큼 시원하게 맞서 싸우면 그만이지만, 어제까지 한솥밥 먹던 놈이 적군의 앞잡이가 되어 동포들을 도륙하는 꼴을 보고 있으면 모탈 컴뱃 세계에 끌고 가서 페이탈리티를 선사해주고 싶을 지경이다. 재산을 싹 다 몰수해도 분이 안 풀릴 게임 속 매국노 5인을 모아봤다.
TOP 5. 고스트 오브 쓰시마 - 류조
'고스트 오브 쓰시마'의 주인공 사카이 진의 소꿉친구이자 낭인 집단 초립단의 수장인 류조. 어린 시절 무술 대회에서 진에게 패배한 뒤 정규직 사무라이 공채에 광탈하고 낭인 백수로 떠돌며 결핍과 자격지심을 팍팍 쌓아온 인물이다. 몽골군이 쳐들어와 쓰시마 섬이 쑥대밭이 되고 부하들이 굶주리자, 침략군 총사령관 코툰 칸의 유혹에 넘어가 침략자의 개로 전향했다.
배신도 서러운데 이놈의 부역 행보는 그야말로 선을 훌쩍 넘었다. 카네다성에서 진의 뒤통수를 치는 것은 기본이고, 시무라성에서는 자신의 실패를 만회하겠다며 무고한 백성들을 산 채로 불태워 죽이는 잔혹한 방화 쇼에 직접 앞장선다. 친구를 잘못 둔 탓에 주인공은 명예로운 사무라이의 길을 버리고 '망령'으로 흑화해야 했다. 결국 시무라성에서 진의 칼날에 썰려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데, 우정보다 쌀밥 한 그릇이 소중했던 찌질한 배신자의 표본이다.
▲ 동포를 산 채로 불태운 매국노 류조 (사진출처: 빌런 위키)
TOP 4. 울펜슈타인 2: 더 뉴 콜로서스 - 립 블라즈코윅즈
나치 독일이 제2차 세계 대전에서 승리해 미 대륙을 집어삼킨 대체역사물, '울펜슈타인 2'에 등장하는 주인공 B.J. 블라즈코윅즈의 친아버지 립 블라즈코윅즈. 사업 실패와 지독한 열등감에 시달리던 이 백인 우월주의자는 나치가 미국을 점령하자마자 점령군의 인종주의 질서에 열렬히 환호하며 나라를 갖다 바쳤다. 거창한 정치적 신념 따윈 없고, 오직 텍사스 시골 농장 하나 지키고 떵떵거리겠다는 사리사욕으로 조국과 양심을 팔아치운 뼛속까지 소인배다.
그의 패륜 행각은 상상을 초월한다. 유대인이었던 아내 조피아를 나치 수용소로 밀고해 가스실에서 학살당하게 만들었고, 흑인과 성소수자 이웃들을 점령 당국에 꼬바르는 악질 밀고자로 암약했다. 심지어 어머니의 유품을 찾으러 생가로 귀환한 친아들마저 나치에 신고하며 폭언을 쏟아붓다 분노한 아들의 손에 대가리가 깨진다. 나라 팔고, 마누라 팔고, 자식까지 세트로 팔아넘긴 그랜드 슬램 매국노이니 지옥에서도 자리가 모자랄 지경이다.
▲ 자식과 마누라까지 풀코스로 팔아넘긴 막장 부역자의 귀감 (사진출처: 울펜슈타인 위키)
TOP 3. 드래곤 에이지: 오리진 - 로게인 맥 티르
'드래곤 에이지: 오리진'의 로게인은 과거 퍼렐던 왕국을 올레이 제국의 가혹한 식민 지배로부터 해방시킨 전설적인 건국 영웅이었다. 문제는 그 영웅 뽕과 병적인 외세 혐오증이 뇌를 지배했다는 점이다. 온 세상을 멸망시킬 다크스폰 군단이 남부에서 밀고 들어오는데, 젊은 국왕 케일런이 올레이 그레이 워든의 지원군을 받자고 제안하자 격분한 로게인은 이를 일언지하에 거부해버렸다. 결국 양측은 케일런의 본대가 다크스폰을 정면으로 유인하는 동안 로게인의 부대가 측면에서 협공하는 작전을 채택했다. 그러나 결전의 날, 협공 신호인 봉화가 켜지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도 로게인은 자신의 군대를 그대로 철수시켜 국왕과 그레이 워든 기사단을 전멸에 빠뜨린다. 올레이가 싫어서 지원군을 막더니 정작 자기 군대마저 빼버리는, 스스로도 납득하기 힘든 기적의 자충수다.
국가를 지키겠다며 섭정에 오른 뒤 반대파를 숙청하고 내전을 일으킨 것도 모자라, 부족한 전쟁 자금을 마련하겠다고 수도 엘프 거주구의 자국민들을 적대국 테빈터 제국의 노예상에 은밀히 팔아넘기는 기적의 인신매매를 자행한다. 외세로부터 조국을 지키겠다는 광신적 애국심이 역설적으로 나라를 거덜 내고 외세와 결탁하는 추태로 변질된 셈이다. '애국심은 불한당의 마지막 피난처'라는 격언을 몸소 증명한 내로남불의 화신이다.
▲ 삐뚤어진 애국심으로 나라를 팔아먹은 로게인 (사진출처: 드래곤 에이지 위키)
TOP 2. 워크래프트 - 켈투자드
인간 마법 왕국 달라란의 최고 통치 기구인 '키린 토'의 6인 평의회 의원이었던 엘리트 마법사 켈투자드. 하지만 생명 윤리를 밥 말아 먹는 금지된 강령술 연구에 눈이 멀어 의회에서 쫓겨나자, 춥고 외로운 노스렌드로 셀프 유배를 떠나 외세 침략군 수장인 리치 왕 넬쥴에게 영혼까지 상납했다. 인류 최고의 지식인이자 사회 지도층이 가장 앞장서서 동족과 조국을 팔아넘긴 엘리트 매국노의 전형이다.
로데론 왕국으로 잠입한 그는 '저주받은 자들의 교단'이라는 사이비 다단계 조직을 만들고, 역병에 오염된 안돌하르의 곡물을 전국에 유통해 수십만 자국민을 좀비로 변이시켰다. 아서스 왕자를 직접 타락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은 '유인자'는 공포마 말가니스였지만, 켈투자드 역시 안돌하르에서 아서스의 손에 쓰러지며 왕자를 극단으로 치닫게 만든 방아쇠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부활한 뒤에는 하이엘프의 왕국 쿠엘탈라스를 짓밟고 선웰의 힘으로 소환 의식을 완성해 악마 군주 아키몬드를 아제로스로 부르는 하이패스 게이트를 열어젖혔다. 종족과 국가를 넘어 행성 전체를 외계 악마에게 헐값 매각한 우주급 매국노다.
▲ 국가와 진영을 넘어선 우주급 매국노 (사진출처: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공식 홈페이지)
TOP 1. 어쌔신 크리드 3 - 찰스 리
미국 독립전쟁을 다룬 '어쌔신 크리드 3'의 만악의 근원, 찰스 리. 실존 인물이자 조지 워싱턴 총사령관 바로 밑의 대륙군 제2인자였던 그는, 겉으로는 자유와 독립을 열망하는 독립군 장군 행세를 했지만 실상은 템플 기사단의 지령을 받아 신생 미국을 꼭두각시 통제 사회로 만들려 했던 악질 스파이다. 독립군의 군복을 입고 군사 기밀과 국가의 미래를 기사단에 헌납했으니 매국노 중에서도 가장 죄질이 불량하다.
그의 분탕질은 상상을 초월한다. 몬머스 전투에서 고의적인 전면 후퇴 명령을 내려 아군 부대를 궤멸 위기로 몰아넣었고, 조지 워싱턴을 암살하고 자신이 총사령관 자리를 찬탈하려는 군사 쿠데타를 획책했다. 게다가 원주민 부족을 선동해 대륙군과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치르게 유도했다. 게임 내내 주인공 코너가 눈이 뒤집혀 "찰스 리는 어디 있나!"를 외치며 추격한 이유가 다 있다. 숨을 거두는 마지막 순간까지 술이나 들이켜며 오만을 떨다 처단당하는데, 플레이어의 혈압을 수직 상승시킨 역대 최악의 배신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