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섬니악게임즈가 개발한 마블 울버린은 원작의 무거운 분위기를 살린 진중한 서사와 몰입감을 선사한다. 전작보다 잔혹해진 액션은 패링과 지형지물을 활용한 전략적 전투를 통해 짜릿한 손맛을 구현했다. 원작 지식이 부족해도 갤러리 시스템을 통해 누구나 쉽게 스토리를 이해하며 게임에 몰입할 수 있다
▲ 마블 울버린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SIEK)
2018년 출시된 인섬니악게임즈의 ‘마블 스파이더맨’은 기자가 가장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게임 중 하나다. 재미는 물론이거니와, ‘게임으로 이 정도의 몰입감을 만들어낼 수 있구나’라는 감탄을 절로 자아냈다. 어찌 보면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을 한 단계 넓혀준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기에 2021년 처음 공개된 ‘마블 울버린’ 역시 기자의 시선을 끌었고, 전작에는 없던 혈흔이 난무하는 잔혹 액션을 선보인다는 점에서도 기대됐다. 특히 여기에 인섬니악게임즈가 가진 ‘몰입감’이라는 무기를 더하면 어떤 결과물이 탄생하게 될지도 너무나 궁금했다. 그러던 중 게임을 2시간가량 미리 체험할 기회를 얻었는데, 뛰어난 몰입감에 손맛이 짜릿한 매운맛 액션이 어우러져, 전작에는 없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여전한 몰입감, 인섬니악이 풀어내는 엑스맨 이야기
코믹스나 영화를 본 사람은 알고 있겠지만, 엑스맨 원작은 초능력을 가진 ‘뮤턴트’와 이를 두려워하고 혐오하는 일반 인류 사이의 갈등을 그린다. 그 과정에서 뮤턴트 집단 내에서 가치관 차이로 생기는 여러 갈등도 묘사해 상당히 진중하고 무거운 편이다.
마블 울버린은 영화와는 다른 오리지널 스토리를 선보이지만, 이러한 원작 기조를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울버린이 소속된 ‘X 팀’을 중심으로, 뮤턴트를 사냥하는 특정 집단에 맞서며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과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마블 스파이더맨이 진중함과 경쾌함을 균등하게 갖췄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진중하고 무거운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느낌이다.
▲ 울버린을 비롯한 다양한 뮤턴트와 (사진제공: SIEK)
▲ 이를 혐오하는 일반 인류 사이의 갈등을 그린 무거운 이야기 (사진제공: SIEK)
인섬니악게임즈의 무기인 몰입감도 건재했다. 플레이 구간과 시네마틱 컷신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내비게이션이나 체력 바 등 UI를 최소화해 몰입이 깨지는 구간을 줄였다. 눈에 띄는 부분은 전작보다 시야각이 약간 좁아졌는데, 오히려 그 점이 울버린의 액션에 효과적으로 집중하게끔 만들었다. 그렇다고 시야각이 과하게 줄지는 않았기에 불편한 수준은 아니었다.
원작을 좋아한다면 반가운 인물도 여럿 만날 수 있다. 미스틱, 세이버투스, 너새니얼 에식스(미스터 시니스터), 오메가 레드, 진 그레이 등 다양한 원작 캐릭터가 등장하며, 이를 하나하나 만나며 원작과 비교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 요소다.
다만 이 경우 “그럼 원작 캐릭터를 모르면 스토리 이해가 어렵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생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게임 내에서 주요 인물과 관련 사건을 살펴볼 수 있는 ‘갤러리’가 마련돼 있다. 중요한 사건, 특징 등 핵심 요소만 간결하게 정리해 두었기에, 원작을 잘 몰라도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전혀 없어 보였다.
▲ 울버린의 동료 혹은 적으로 등장하는 다양한 원작 캐릭터 (사진제공: SIEK)
▲ 최근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로 얼굴을 비춘 진 그레이와 닌자 집단 '핸드'도 만날 수 있다 (사진제공: SIEK)
핵심은 패링과 지형 활용, 울버린의 화끈한 처형 액션
서두에서 언급했듯, ‘마블 울버린’의 가장 큰 특징은 잔혹 액션이다. 다양한 근접 공격과 스킬, 패링을 활용한 프리 플로우 액션은 마블 스파이더맨과 동일하지만, 공격 시 사방에서 피가 터져 나오고 사지가 절단되는 등 잔인한 연출이 가득하다. 여기에 지금까지 선보였던 다이나믹 카메라 연출과 속도감 있는 전투가 합쳐져, 마블 울버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전투 카타르시스를 완성한다.
▲ 전작과 유사한 프리 플로우 액션 (사진제공: SIEK)
▲ 적에게 달려들어 난도질하는 건 기본이다 (사진제공: SIEK)
▲ 거대 보스전도 빼놓을 수 없다 (사진제공: SIEK)
이러한 특징은 ‘분노 게이지’가 3단계까지 채워지는 순간 진면목을 발휘한다. 분노 게이지는 울버린이 가진 특수 게이지로, 공격과 패링을 통해 조금씩 채울 수 있다. 액티브 스킬을 사용하거나 사망 후 부활 시 소모되지만, 만약 게이지 소모 없이 3칸째에 도달할 경우 울버린이 강화 상태에 진입한다. 강화 상태에서는 콤보 피니시 성능이 크게 강화되며 처형 스킬이 개방되는데, 사용 시 적에게 달려들어 얼굴에 클로를 박아 넣거나, 가슴팍에 클로를 꽂은 채 패대기치는 등 순식간에 다수의 적을 도륙낼 수 있다.
▲ 분노 게이지를 채워 돌입할 수 있는 강화 상태, 가장 강렬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시간이다 (사진제공: SIEK)
전투 난도는 체감상 전작보다 약간 올라간 느낌이었다. 대부분 전투가 일 대 다 전투라는 점은 동일하지만, 스파이더맨과 달리 공중 액션이 없고 모든 스킬이 근접 공격으로 이뤄져 있다. 다시 말해 항상 적 공격에 노출돼 있는 상태고, 한번에 여러 적이 공격해오면 이를 완벽히 피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때문에 전투에서는 패링과 지형지물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핵심으로 떠오른다. 패링은 기본적으로 전작과 동일하지만, 적이 때때로 노란 불빛 효과와 함께 ‘무모한 공격’이라는 특수기를 시전한다. 이를 일정 횟수 이상 맞을 경우 큰 대미지를 입거나 캐릭터가 즉사하지만, 반대로 패링에 성공하면 적을 한 방에 처치해 순식간에 전황을 뒤집을 수 있다
▲ 적이 사용하는 '무모한 공격'을 패링하면 (사진제공: SIEK)
▲ 그대로 사지를 절단하며 처형시킨다 (사진제공: SIEK)
또한 약공격(□버튼)을 길게 누르면 적을 걷어차 넉백시킬 수 있다. 만약 밀려난 적이 벽에 부딪히면 약공격 연타로 맹공을 퍼부어 적을 빠르게 처치할 수 있고, 지게차 등 날카로운 곳에 밀려나면 그대로 몸이 관통당해 즉사하기도 한다.
일 대 다 전투 특성상, 이러한 부분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전투 난도가 크게 달라진다. 단순히 공격과 회피를 반복하기보다는 적의 위치와 주변 지형을 살피며 하나씩 전투에서 이탈시키는 것이 중요하며, 이 과정에서 전작과는 또 다른 전투의 재미를 선사한다. 여기에 듀얼센스 컨트롤러의 햅틱 피드백으로 만든 세밀한 진동과 반발감이 더해져 손맛까지 채웠다.
▲ 적을 걷어차 스턴에 빠뜨린 뒤 (사진제공: SIEK)
▲ 한 방에 적을 제압한다 (사진제공: SIEK)
종합적으로 마블 울버린은 울버린과 엑스맨이 가진 분위기를 인섬니악게임즈의 방식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엑스맨 세계관의 무거운 분위기를 울버린의 잔혹 액션으로 풀어내는 한편, 인섬니악게임즈가 가진 몰입감과 액션 완성도라는 가장 큰 무기를 더했다. 고작 2시간 만으로 게임 전체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피가 난무하는 화끈한 액션을 좋아하거나 전작을 재밌게 했다면 충분히 기대해도 괜찮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