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진정한 '마비노기2'는 따로 있었다
2012.11.01 20:27게임메카 장제석 기자
'프로젝트NT'는 오늘(1일) 진행된 '넥슨 지스타 프리뷰' 행사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행사에 소개된 작품은 '피파온라인3', '워페이스', '카운터스트라이크온라인2', '마비노기2'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어떤 장르에서든 충분히 '기대작'이라 불릴만한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정상원 대표가 소개한 '프로젝트NT'는 무척이나 작아 보였다. 과연 경쟁력이 있을까 하는, 편견부터 생겼다. 그러나 정상원 대표의 솔직함 배인 이야기보따리가 풀리자 분위기는 천천히 바뀌었다. 괴상한 '따스함'마저 녹아내렸다.
왜 그랬을까. '프로젝트NT'는 우선 비주얼부터 자체 개발한 카툰 렌더링 엔진을 활용한 셀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포근한 그래픽으로 가꿨다. 당신의 분위기를 압도하는 위압감은 없지만 확실한 특색은 있다. 세계관도 특이하다. 서로 다른 두 종족이 벌이는 대립과 '화해'를 다룬 장대한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다. 신들의 전쟁으로 인간과 키라나라는 두 종족이 힘을 잃고 사멸돼 가는 상황에서, 키라나가 인간 세계로 넘어오면서 '프로젝트NT'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래서 서로 머리를 쥐어박으며 피터지냐 싸우느냐고? 아니다. 인간(플레이어)는 키라나를 '설득'해 화해하고 차근차근 아군으로 끌어들이는 꽤 감성적인 접근방식을 띄고 있다. 무조건 치고 부수고 베고 던지고 빨아들이는 그런 게임이 아니라는 의미다.
더 중요한 건 게임 디자인에 있다. 정상원 대표는 누구나 말할 수 있지만 절대 구현하기 어려운 "당신이 만들어가는 MMORPG"라고 게임을 정의했다. 설득한 키라나는 일반 게임의 '스킬'처럼 활용할 수 있는데, 이들을 수집하면서 나만의 부대를 만들어갈 수 있다. 강한 상대를 물리치고 더 나은 모험을 하고, 동료와 협동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키라나 조합을 통해 유저들 스스로가 공략법을 만들어가야 한다. 말 그대로 내가 만들어가는 게임이다. 또, 유저들은 게임 내에서 직접 지형이나 마을을 제작할 수 있다. 다양한 리소스도 제공되기 때문에 정치나 경제 시스템까지 안을 수 있는 요소요소를 모두 '편집'할 수 있는 셈. 그리고 이렇게 스스로 만든 '나만의 세계'에 다른 유저를 초대해 함께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맞다. 그 무엇인가의 정체는 '커뮤니티'고, 이를 강화한 게임이 바로 '프로젝트NT'다.
▲ 띵소프트 정상원 대표가 '프로젝트NT'를 소개하고 있다
바로 이거다. '프로젝트NT'가 특별해 보이는 이유. 최근 게임들은 거의 대부분 일관화되면서 산업 초창기 인기를 끌던 '커뮤니티' 기반의 생활 콘텐츠형 게임이 사라져가고 있다. 압도적인 그래픽에 환호하고, 퀘스트 로그를 쭉쭉 내리며 성장과 아이템에만 집중하는 그런 삭막한 게임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 그래서 정상원 대표의 무모하면서도 참신한 도전이 더 빛나 보인다. 빡빡한 퀘스트를 로그를 읽지 않아도, 인위적으로 제공된 콘텐츠를 쭉쭉 소비해 나가도 '커뮤니티'라는 건 수명이 없는, 게임이라는 미디어에서만 찾을 수 있는 큰 장점이기 때문. 과연 게임이 어떻게 나올지, 또 유저들이 어떤 형태로 게임을 만들어나갈 지 몰라도, 분명 지금 시점에서 흥미진진한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정상원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몇 년 전 큰 인기를 끌었던 한 게임이 떠올랐다. 바로 '마비노기'다. 높은 자유도와 함께 유저들 간 커뮤니티가 큰 힘이 됐던 바로 그 게임. 캠프파이어에 모두 모여 음유시인이 연주하는 음악을 들어며 피로를 푼다는, 판타지라이프의 작은 바람을 구체화시킨 바로 그 게임. 잠시 잊고 있었다. 동물원 놀이, 기사단 놀이 같은,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완성되는 원초적인 재미요소를. 잠시 착각하고
있었다. 이런 식의 게임이 지금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그것도 10년이 훌쩍 넘은 베테랑 개발자 손에서 말이다.
물론 이 게임이 얼마나 성공할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시장 트랜드나 신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구세대 개발자의 착각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최근 나온 게임의 스크린샷을 보면 '언리얼'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은 미녀들을 보는 기분이었다던 정상원 대표의 말처럼, 이런 식의 신선한 게임이 시장에 필요하기도 하다. 그리고 이를 갈구하는 이용자가 없을 리도 없다. 시간은 흘렀지만, 정말 게임의 재미만을 위해 순수하게 접근한 정상원 대표가 다시 한번 화려하게 보였다. 이날 행사에 공개된 '마비노기2' 역시 대단한 게임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확인했지만, 압도적인 분위기도 없었고, 청중을 놀라게 할 그래픽도 없었고, 이미지 몇 장과 소개말뿐이었지만, 분위기만으로는 '프로젝트NT'가 '마비노기2'처럼 보였던 이유다.
정상원 대표, 그가 '프로젝트NT'를 들고 돌아왔다. 2004년 자유도 높은 커뮤니티 기반 게임으로 시장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마비노기', 그리고 그 위대한 작품의 정식 후속작이 첫 소개된 바로 그 현장에서.
▲ '프로젝트NT' 스크린샷
▲ 프로젝트NT 소개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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