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나아진 지스타 관람환경, 그러나 여전히…
2012.11.13 16:41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지스타 2012 총정리] - 최관호 협회장 '지스타 이후, 과거 아닌 미래를 보자' |
▲ 지스타 2012 3일차 당시 벡스코 외부 상황
지스타 2012가 총 관람객 19만 명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작년과 비교했을 때, 다소 줄어든 수치지만 바코드 입장 방식을 도입해 보다 정확한 집계를 하고자 했던 주관 측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또한 가장 많은 사람이 몰렸던 개막 3일차에는 총 6만 여명의 방문객이 벡스코 B2C관에 방문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실제로 현장에 위치한 대형 업체들의 부스에는 게임을 즐기기 위한 참가자들의 줄이 길게 이어졌으며, 이벤트 무대 역시 많은 사람들로 둘러싸였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몰릴 때, 가장 우려되는 사항은 단연 안전 이슈다. 여기에 고질적인 단점으로 지적되어 온 부족한 동선과 휴게 시설 부족, 소음 문제 등을 원활하게 조정해야 할 의무가 지스타 주관 측에 주어진다.
이를 위해 올해 행사를 주관한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전년도까지 B2B관으로 사용하던 공간을 B2C관에 모두 포함시켜 탁 트인 공간과 이동통로를 제공하고자 했으며, 참가업체의 부스 역시 개방형으로 디자인해 사람들이 들고 나기 쉽도록 했다. 또한 각 업체 측에 동선 확보, 소음과 같은 부분에 대한 공동지침을 만들어, 정해진 규정을 지키도록 통제했으며, B2C 관에 총 4곳의 휴식 공간을 마련했다. 여기에 입구를 2개에서 3개로 확충해 이동의 편의성을 도모했다.
그렇다면 작년과 비교했을 때 지스타의 관람환경은 과연 얼마나 개선되었을까? 게임메카는 지스타가 열린 11월 8일부터 11일 간, B2C관 전체를 직접 탐방해 현장 상황을 면밀히 취재하고, 각 사항에 대한 지스타 조직위원회 측의 입장을 직접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주관 측의 통제 하에 차분하고 안전한 입장
▲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참가자들
작년까지 ‘지스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풍경이 문이 열리자 마자 행사장 안으로 달려 들어오는 방문객들이었다. 특히 작년까지는 안전한 입장을 위해 참가자들의 행위를 통제하는 관계자가 거의 없어 일부 인기업체 부스로 우르르 몰려가는 사람들을 제어할 길이 만무했다. 다행스럽게도 지금까지 그런 일은 없었으나, 다수의 인원이 달려가는 상황에서 누군가 넘어진다면 자칫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요소가 잔존해 있었다.
그러나 올해 바코드 인식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무더기로 입장하는 사람들로 인해 혼선이 빚어지는 일은 거의 없었다. 입장권을 판매하던 티켓박스와 바코드 인식기가 장착된 입구에서, 2단계로 질서를 정리했으며, 방문객으로 하여금 한 명씩 바코드를 찍고 천천히 입장하도록 유도했다. 여기에 위험하니 뛰지 말라는 당부사항을 입장을 대기 중인 참가자들에게 반복적으로 알리며 혼란을 최대한 막고자 한 노력이 돋보였다.
▲ 벡스코 본관 입구와 행사장 입구 양쪽에서 질서 유지를 위한 통제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주최 측의 대응으로 인해 입장 질서가 흐트러지는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일부 방문객의 경우, 입장 이후 원하는 부스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였으나 한 번에 행사장으로 들어서는 인원 자체가 통제되었기에 상대적으로 입장 동선이 뒤엉키며 불편을 초래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국게임산업협회 측은 본래 정확한 인원집계를 위해 도입한 바코드 인식 시스템이 입장을 통제하는 부분에도 긍정적인 측면을 발휘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귀청이 찢어질 듯한 소음은 잊어라 – 적정 데시벨로 최대한 통제
▲ 다양한 현장 이벤트가 지스타 현장에서 진행됐다
기존 지스타에서 가장 많은 개선 요구가 들어온 부분은 ‘소음’이다. 최대한 많은 관람객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각 업체들은 다양한 이벤트와 경품, 부스걸 외에도 ‘소리’를 도구로 활용해왔다. 이러한 탓에 작년까지만 해도 업체 간의 ‘소리 경쟁’이 공공연히 펼쳐졌으며, 관람객들은 행사장 내에 있는 동안 귀청이 찢어질 듯한 소음에 시달려야 했다.
이에 대해 주관 측은 소음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이를 통제하고자 했다. 기준 데시벨인 95DB 이상의 소음을 발생시킬 경우, 해당 업체에 경고를 주고, 2회 경고 이후에도 문제가 개선되지 않을 시에 사운드를 차단하겠다는 규칙을 마련했다. 또한 B2C관 내에 별도의 소음 측정기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상황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활동은 올해 지스타에서 결실을 보았다. 소음으로 인한 불편 신고 건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으며, 각 업체 역시 적정 데시벨 내에서 행사를 진행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전체적인 이벤트를 퀴즈 맞추기나 소규모 대회 등 유저 참여형으로 구성해 ‘소리’에 대한 비중을 낮췄다. 즉, 업체 간의 의미 없는 ‘사운드 경쟁’으로 인한 소음 이슈는 이번 지스타에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패널티를 분명히 제시하는 명확한 규정과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참가업체들이 함께 만들어낸 긍정적인 결과라 평가할 수 있다.
사람들로 북적거린 외곽, 상대적으로 한산한 내각 - 이동통로
▲ 한층 넓어진 이동통로를 통해 관람객의 편의를 꾀했다
지스타 2012는 넓어진 공간을 활용해 보다 넒은 이동통로를 확보하고, 각 부스 사이의 여유공간을 넓혀 관람객들이 보다 쉽게 원하는 부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각 참가업체의 이벤트 무대를 최대한 부스 안쪽에 배치해 멈춰 서서 행사를 구경하는 사람들로 인해 ‘이동통로’가 ‘스탠딩 관람석’으로 돌변하는 사태를 방지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관 및 업체 측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구간에 관람객들이 집중되어 이동이 어려운 사태가 발생했다. 올해 지스타의 최대 격전지(?)는 넥슨과 블리자드 부스 사이로, 양 업체에 집중된 참가자로 인해 잠시 이동이 곤란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두 업체 모두 주목도가 높은 것은 물론, 다채로운 현장 이벤트로 지속적으로 볼거리를 제공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 지스타 2012 최대 격전지였던 넥슨(상)과 블리자드(하) 부스
이에 대해 블리자드 관계자는 “실제로 사람들이 무대 앞으로 몰렸을 경우, 보안요원을 동원해 최대한 무대에 가깝게 관람객들을 밀착시켜 양 방향 이동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라며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현장 상황을 말끔하게 통제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이동통로 확보를 위해 행사를 보러 온 관객들을 쫓아내거나, 인원을 제한해서 받을 수는 없지 않나”라고 전했다.
넥슨 측 관계자 역시 “이동통로에 서서 행사를 관람하는 사람들을 부스 안으로 안내하기 위해 현장 요원들이 직접 안내에 나섰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퍼즈’의 경우 별도 신규 이슈가 없음에도 너무도 많은 참가자가 방문해 말끔하게 이를 정리하기 곤란한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블리자드와 넥슨의 현장 관계자들은 참가자들 사이에 서서 육성으로 ‘무대로 가달라’라고 외치며 이동통로 확보에 힘을 쏟았다.
주목도가 높은 주요 업체들의 부스를 외곽에, 중소 개발사 및 대학교의 부스를 가운데에 배치한 부스 배치 역시 혼선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손꼽혔다. 안 그래도 많은 인원이 외곽에 집중된 탓에, 바깥 쪽은 북적이고 상대적으로 가운데는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즉, 올해의 전체적인 부스 배치는 행사장 전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족했다는 것이다.
▲ 상대적으로 한산했던 중소기업 및 대학 관련 부스
이에 대해 한국게임산업협회 김성곤 사무국장은 “게임스컴이나 도쿄게임쇼 같이 여러 관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B2C 부스를 한 장소에 몰아넣는 실정이라 어쩔 수 없이 그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라며 “사실 궁극적인 목표는 ‘엔씨소프트관’이나 ‘넥슨관’처럼 각 업체별로 독립된 공간을 만들어 보다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지만, 현재 단계에서는 실현이 불가능한 안이다”라며 더욱 효율적인 공간활용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답변했다.
큰 문제 없으면 통과 – 연령 확인
▲ '마비노기2: 아레나'의 입장 제한 푯말
지스타 2012에는 다양한 연령등급의 게임이 출품된다. 올해에도 전체 이용가 등급의 ‘월드 오브 탱크’부터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의 ‘피어 온라인’까지 각양각색의 작품이 B2C관에 자리했다. 이 경우, 참가자들이 본인의 나이에 맞는 게임을 체험하도록 유도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지스타 2012의 경우 현장 상황 상 이러한 안내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
그 대표적인 일례로 넥슨의 ‘마비노기2: 아레나’는 대기열에 ‘15세 이상 이용가’임을 표시했으나, 방문객들의 신분증을 통해 연령을 확인하는 작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외에도 별도의 연령확인절차가 필요 없는 ‘전체 이용가’나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 이용불가’ 외에 ‘12세 이용가’, ‘15세 이용가’ 등 다소 애매한 등급의 경우, 행사 관계자들이 육안으로 나이를 구분해 참가자들을 받고 있었다.
15세 이용가 게임을 출품한 부스의 한 관계자는 “너무 어려 보이는 경우는 입장을 제한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신분증을 대조해 참가자들을 받는 게 곤란한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업체 입장에서 자사의 게임을 즐기러 온 방문객들을 연령에 맞춰 입장을 제한하는 것은 어렵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전체 이용가 수준으로 시연 버전을 따로 만들어 체험 부스를 운영하는 것이 낫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게임산업협회 김성곤 사무국장은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의 경우 별도로 부스를 만들어 민감한 부분이 청소년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조절했다. 그러나 이외 청소년 이용가 등급 게임의 경우, 다수의 참가자들이 몰린 상황에서 주민등록증 및 학생증을 동원한 연령확인은 현실상 불가능한 일이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서 그는 입장 시 출입증에 게임물 연령등급별로 색을 넣어 한눈에 나이를 구별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에 “매우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내년 지스타에 이를 반영해보도록 하겠다”라고 답변했다.
휴식 공간 늘었지만 아직도 부족해 – 바닥에 나앉은 참가자들
▲ 지스타를 방문하면 30분 대기시간은 기본이다
지스타는 기본적으로 ‘스탠딩’이 전제된 행사다. 게임 시연을 기다리기 위해 30분 이상 줄을 서서 대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벤트 무대는 기본적으로 서서 관람하는 것이 기본이다. 즉, 행사장 내에서 ‘앉아서’ 뭔가를 즐기는 것은 게임을 체험할 때 외에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아픈 다리를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휴식 공간이 꼭 필요하다. 지스타 2012 주관 측은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휴식 공간을 2곳에서 4곳으로 확충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직 행사장 내의 사람들을 수용하기에는 휴식 공간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특히 위메이드가 자체적으로 운영한 휴식 공간 ‘위메이드 카페’ 내에는 전체의 3분의 1 가량의 공간을 차지하는 별도의 방송용 무대가 설치되어 상대적으로 참가자들이 앉아서 쉴 공간이 줄어들었다. 따라서 의자를 찾지 못한 참가자들은 카페 안이나 입구 쪽 이동통로 바닥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보였다.
▲ 사람들로 가득찬 휴식 공간
▲ 이건 뮝미? 휴식 공간에 떡하니 자리한 방송용 무대
▲ 자리가 없어 바닥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방문객들
한국게임산업협회 김성곤 사무국장은 “까페와 같은 휴계 공간은 유저들의 편의를 위해 무작정 넓게만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휴식 공간을 지나치게 확장한다면 상대적으로 업체 측에 돌아가는 공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라며 “도쿄게임쇼나 게임스컴처럼 다수의 관을 확보할 수 있다면, 휴식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으나 모든 부스가 한 장소에 집중된 현재의 상황에서는 이를 해결할 뾰족한 묘안이 떠오르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만약 지스타 2013이 올해와 동일하게 벡스코에서 개최된다면 업체를 위한 공간과 참가자에 중심을 둔 구역을 보다 효율적으로 나눠 양쪽이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해 할 필요성이 있다. 과연 내년에 행사 주관 측이 어떠한 해결책을 들고 나올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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