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인터랙티브 “FMO는 FM의 연장선이 아니야”
2012.11.28 19:07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게임 개발자에게 가장 큰 찬사는 ‘재미있다’ 라는 말일 것이다. 그렇다면 해당 게임에 푹 빠진 나머지 부인으로부터 이혼 소송까지 당할 정도라는, 한편으로는 가슴 아픈 이 말은 얼마나 큰 칭찬일까? 여기서 말하는 게임은, 많은 사람들의 예측대로 축구 매니지먼트 게임의 정점에 서 있는 ‘풋볼매니저(이하 FM)’ 다.
그리고 11월 현재, ‘FM’ 의 개발사 스포츠 인터렉티브(이하 SI)가 국내 게임개발사 KTH와 함께 개발한 ‘풋볼매니저 온라인(이하 FMO)’ 이 첫 CBT를 한창 진행 중에 있다. ‘FMO’ 는 재작년 말 공개 당시부터 수많은 축구 팬들의 제 1 관심대상이 되어 왔으며, 이번 CBT에서도 수많은 테스터들이 몰리며 그 관심을 몸소 증명했다. PC 패키지로 출시되며 수많은 흥행 신화를 써내려간 ‘FM’ 을 온라인으로 즐길 수 있다는 소식은 그만큼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막상 게임이 공개되고 나니, 유저들의 반응이 둘로 갈리고 있다. ‘FMO’ 자체에 대한 찬사와 기대를 표하는 긍정적인 팬들이 있는 반면, 기존 ‘FM’ 과 ‘FMO’ 를 비교해 가며 이런 부분이 부족하다며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칫하면 게임 흥행에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는 후자의 지적. 그러나 이에 대한 제작사인 SI의 입장은 달랐다. 게임메카는 ‘FMO’ 1차 CBT를 위해 3주 전부터 한국에 파견되어 KTH와 함께 밤샘 작업을 하고 있는 SI의 ‘FMO’ 팀 PM 마크 더피(Marc Duffy)와 게임플레이 팀 리더 로브 쿠퍼(Rob Cooper)를 만나 ‘FMO’ 와 ‘FM’ 의 차이점과 방향에 대해 대화를 나눠 보았다.
▲ FMO 프로젝트의 PM 마크 더피(좌)와 게임플레이 팀 리더 로브 쿠퍼(우)
FMO는 FM의 온라인 이식 버전이 아닙니다
기존 ‘FM’ 팬들이 가장 많이 지적하는 부분은 단순화 된 영입 시스템이다. ‘FM’ 의 경우 선수를 직접 찾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영입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FMO’ 는 스카우터가 랜덤으로 추천해 준 선수를 클릭 한 번으로 영입하는 시스템을 채택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마크 더피: ‘FM’ 은 전 세계 모든 축구선수를 아우르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축구 매니아들에게 매우 만족할 만한 시스템이다. 그러나 ‘FMO’ 는 매니아가 아닌 일반 유저들까지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축구 리그와 선수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일반 유저들이 기존 ‘FM’ 룰에서 기존 유저들과 함께 게임을 즐긴다면 자연히 뒤처질 수 밖에 없다. 우리는 그들에게도 공평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선수 영입 시스템에 대해 다른 접근법을 택하는 게 좋겠다고 결정했다.
실제로 영국에서 출시한 바 있는 ‘풋볼매니저 라이브(이하 FML)’ 의 경우엔 FM과 동일한 형태의 디자인과 경험을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축구에 대한 지식이 많은 사용자들이 압도적으로 유리해졌고, 결국 흥행에 실패하고 말았다. ‘FMO’ 는 이 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겠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제작되었고, 영입 시스템도 그에 따라 바뀌게 되었다.
그렇다면 기존 ‘FM’ 유저들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은 없는 것인가?
마크 더피: 그렇지는 않다. 축구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유저라면, 현재 시스템 안에서도 어느 정도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시작하게 된다. ‘FMO’ 는 기존 ‘FM’ 유저를 버리고 가려고 하진 않는다.
SI 내부에서 ‘FM’ 과 ‘FMO’ 는 아예 다른 게임으로 생각하고 있나?
마크 더피: 현재 SI는 4개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기존 ‘FM’ 시리즈 개발팀, ‘FM 2013’ 에서 새로 추가된 클래식 모드 개발 팀, ‘FM’ 의 모바일 버전인 ‘FM handheld’ 개발 팀, 그리고 우리가 속해 있는 ‘FMO’ 개발 팀이다. 이처럼 팀이 나눠져 있긴 하지만, ‘FM’ 시리즈의 핵심이 되는 매치 엔진과 데이터베이스 등의 코어 요소는 공유되고 있으며, 현재 ‘FMO’ 에는 ‘FM 2012’ 에 적용된 매치 엔진이 사용되고 있다.
‘FMO’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느낀 점은, 다른 ‘FM’ 시리즈와 ‘FMO’ 가 상당히 다르다는 점이다. 별도의 팀을 두지 않으면 결코 완벽한 성과를 낼 수 없을 정도다. 현재 ‘FMO’ 팀은 KTH와 공동 작업을 통해 아시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로브 쿠퍼: ‘FMO’ 는 앞서 말한 영입 시스템 등 중심 콘텐츠 부분에서 기존 ‘FM’ 과 다른 점이 많다. 여기에 구단 운영에 필요한 모든 역할을 유저들이 직접 수행해야 한다. ‘FM’ 과 ‘FMO’ 는 데이터베이스와 매치 엔진 등의 부분을 공유하고 있긴 하지만, 메인 타겟층이나 게임 속 유저의 역할 등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UI에 이미지가 많이 들어가면서 기존 ‘FM’ 과 상당히 다른 느낌을 준다. SI가 생각하는 ‘FMO’ UI의 완성형은 어떠한 모습인가?
마크 더피: 이미지 비중을 늘린 것은 ‘FM’ 을 처음 접하는 대중들에게 좀 더 어필하기 위한 선택이다. 경쟁이 치열한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플레이 초반의 몰입도와 게임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FM’ 의 기능적 디자인보다는 시각적으로 보기 쉽고 매력적인 UI가 필요하다.
물론 현재의 UI는 개선의 여지가 있다. SI는 수 개월간 KTH와 공동 작업을 하며 UI의 많은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실제로 테크니컬 테스트 당시의 UI와 지금의 UI는 많은 차이가 있으며, 향후 있을 OBT때는 좀 더 개선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로브 쿠퍼: ‘FM’ 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방대하고 세밀한 데이터베이스다. 이 부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하면서도 시각적인 부분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 개발팀의 최종 목표다.
‘FM’ 은 좋은 선수를 영입하거나 하위 팀의 성적을 끌어올리는 등 '목적성' 이 뚜렷한 게임이다. 그런데 ‘FMO’ 에서는 꾸준히 리그에 참여하는 것 외에는 딱히 목적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향후 ‘FMO’ 가 유저들에게 부여할 목적성은 무엇인가?
마크 더피: ‘FM’ 은 실재 팀을 맡고, 현실의 ‘감독’ 이 행하는 매니지먼트 역할을 수행하는 게임이다. 그러나 ‘FMO’ 는 그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전반적인 구단 운영에 대한 모든 면을 커버할 수 있는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자신만의 구단을 생성하고 지속적으로 전력을 업그레이드 하여 최종적으로 다양한 유저가 몰려 있는 리그나 컵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게 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FMO’ 는 ‘FM’ 을 온라인으로 이식한 게임이 아니다. 데이터베이스나 매치 엔진, 공동으로 사용되는 라이브러리는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FM’ 과 다른 새로운 게임이다. 현재 1차 CBT 버전은 완벽한 모습은 아니다. 향후 OBT에서는 훨씬 개선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 SI 근무 13년차, 'FMO' PM을 맡고 있는 마크 더피
‘FMO’ 의 향후 개발 방향과 완성형에 대해 묻다
향후 OBT에서 새롭게 선보여질 주요 콘텐츠는 어떤 것이 있는가?
로브 쿠퍼: 현재 1차 CBT에서 중점적으로 보고 있는 부분은 서비스 안정성과 퍼포먼스 부분이다. CBT가 끝나면 런던으로 돌아가 OBT 준비 작업에 집중할텐데, 유소년 육성 등이 가능한 구단 시설 콘텐츠와 챌린지 메뉴, 선수 DB, 감독 업적 등의 부분에서 집중적으로 업데이트가 이루어질 것이다. 현재로서는 튼튼한 뼈대를 만들고, 이후 콘텐츠라는 살을 붙여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국내에서 KTH와 함께 CBT를 진행하면서 한국 유저들의 피드백을 많이 들었을 텐데, 인상깊은 사례가 있었나?
마크 더피: 현재 2~3주간 한국에서 일하며 3가지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일단은 XP에서 한글 채팅이 안 되는 부분이 가장 큰 이슈였다. 이 부분은 최대한 빨리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 외에 많은 유저들이 위에서 언급된 영입 시스템과 관련한 많은 의견을 내 주셨고, 연습 경기와 챌린지를 모두 즐기고 나면 대회 때까지 즐길 만한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얘기도 있었다. 지금 준비 중인 콘텐츠들이 오픈되고 나면 이 부분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영입 부분에서 스카우터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데, 혹시 유료화 모델이 이 부분에 적용되는가?
마크 더피: 스탭의 기능을 좀 더 확장할 계획은 있지만, 유료화 모델의 경우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부분은 없다.
로브 쿠퍼: 향후 OBT때는 구단 시설 확장을 통해 스카우트 센터나 유소년 육성을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를 진행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더욱 효과적인 영입이 가능해질 것이다.
‘FMO’ 의 선수 데이터베이스는 대략 몇 명 규모고, 시즌마다 바뀌는 능력치 보정은 어떻게 적용되는가?
로브 쿠퍼: ‘FM’ 은 엄청나게 방대한 선수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FMO’ 에서는 상위 35,000~40,000명 정도의 선수만을 사용하고 있다. 이유는 상대방과의 경쟁이 주가 되는 ‘FMO’ 에서는 하위 능력치의 선수들이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한국 선수는 해외파를 포함해서 수백명 정도가 존재한다.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선수 능력치는 일반적으로 이적 시장이 끝날 때마다 변동 업데이트가 이루어진다. ‘FMO’ 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업데이트가 적용되는데, 이 때 사용자가 이미 영입한 선수의 경우 능력치 변동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한 번 영입한 선수는 플레이어의 훈련과 개발로 인해 데이터가 바뀌게 되며, 실제 선수의 포텐셜이 하락한다고 해도 플레이어가 보유한 선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FMO' 프로젝트의 게임플레이 팀 리더 로브 쿠퍼. 참고로 SI는 게임플레이 팀과 테크팀으로 나누어져 있다
K리그가 아직 구현되지 않은 것 같은데, 추후 업데이트 여지가 있는가?
마크 더피: K리그 라이선스와 관련된 상황은 아직 100% 정리된 상태가 아니다. 향후 K리그 선수와 팀 라이선스 등을 완벽히 갖추고 싶긴 하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일단 OBT까지는 현재 수준에서 라이선스가 유지될 것이며, K리그에 대한 부분은 향후 고려될 것이다.
현재 매치 엔진은 ‘FM 2012’ 에 사용된 버전인데, ‘FM 2013’ 의 향상된 매치 엔진은 언제쯤 적용되는가?
마크 더피: 사실 ‘FM’ 에 쓰인 엔진을 그대로 온라인으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환경에 맞는 개선사항을 반영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업그레이드 된 매치 엔진을 받게 되더라도, 이것이 온라인 시장에 맞는지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생각해 볼 때, 아마 내년 상반기 정도 패치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예상한다.
‘FIFA’ 시리즈 등 액션성을 강조한 스포츠 게임도 매니지먼트 기능을 많이 넣고 있다. 이에 대한 대비는?
마크 더피: 사실 예전부터 많은 스포츠게임들이 매니지먼트 요소를 추가하곤 했다. 그러나 SI는 타사의 움직임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우리 제품에 자신감을 갖자는 주의다. 실제로 SI의 마일즈 제이콥슨 디렉터도 항상 ‘어떠한 부분에서든 선두 주자가 되어라. 꼭 급하게 개발할 필요는 없다’ 라는 점을 강조한다. SI의 모든 게임에는 이러한 철학이 배경에 깔려 있다.
실제로 좋아하는 축구팀은 어디인가? 게임에서 실제로도 그 팀을 택하는가?
로브 쿠퍼: 개인적으로 리버풀 출신이라 ‘FM’ 시리즈를 할 때는 항상 리버풀을 가장 먼저 선택하곤 한다. 나중에는 다른 팀으로 옮기기도 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 애버튼은 절대 운용하지 않는다. ‘FMO’ 에서는 가급적 리버풀 선수를 넣을 수 있도록 영입 작업을 하고 있는데, 현재 리버풀 선수 3명을 보유하고 있다.
마크 더피: 나 역시 리버풀을 좋아해서 FM에서는 리버풀을 선택한다. 그러나 매니저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것인지, 항상 해고를 당하곤 했다. ‘FMO’ 의 경우에는, 한국 유저들이 실력이 좋아서인지 컵 우승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 3주 전부터 한국에 와서 KTH와 공동으로 1차 CBT 개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SI의 'FMO' 팀
▲ 역시 영국 개발자들도 밤샘 작업엔 카페인과 비타민C가 제격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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