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마비노기, 판타지라이프를 문화 콘텐츠로…
2013.02.07 17:10게임메카 장제석 기자
올해로 '마비노기'가 9살이 됐다. '리니지' 정도는 아니지만 지금도 '마비노기'는 온라인게임 인기순위 중간에 위치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장수비결이 궁금할 정도로 새삼 놀라게 된다. 그러나 시장에는 '마비노기' 외에도 7~8년 이상 서비스되는 온라인게임이 더 있다. 이 게임 모두 오랜 기간 사랑받고 있는 만큼, 서비스에 대한 노하우는 물론 나름의 개발방향이 있을 것이다. 물론 '마비노기'도 마찬가지다.
'마비노기'와 같은 장수게임의 '지금'을 보고 있으면 과연 저 게임은 어디까지 갈까, 그리고 대체 어떤 형태로 방향을 잡아 라이브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이런 면에서 봤을 때 최근 '마비노기'가 업데이트한 '더 드라마: 이리아'는 그 맥을 짚어보고 싶어진다. 굳이 드라마라는 표현까지 써 가며 서비스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주 금요일 9시, 드라마의 본방이 진행된다는 '게임답지 않은' 진행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니, 확실히 몇몇 장수게임이 내놓는 일반 업데이트와는 색채가 다르다. 게임메카는 6일 '마비노기' 개발총괄 황선영 실장을 만나 이번 업데이트의 구체적인 내용과 의미, 신규 콘텐츠, 그리고 앞으로의 개발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지난 04년 서비스가 시작된 '마비노기'
연출을 달리 하고, 커뮤니티를 얻다
우선 '마비노기'의 챕터5 '더 드라마: 이리아'는 작년 12월 28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그 문을 열었다. 명칭만 봐도 알 수 있듯, 이번 챕터에서는 '드라마' 같은 콘셉의 콘텐츠가 핵심 재미요소로 구현돼 있다.
여기서 '드라마'란 실체 드라마처럼 정해진 시간에 영상을 쭉 관람하는 형태를 말하는 게 아니다. 기존 '마비노기'의 퀘스트(메인 스트림)를 조금 더 드라마틱한 연출로 개선한 것이 그 정체다. 매주 금요일 9시, 정해진 시간이 되면 게임 화면 버튼 하나에 불이 들어오는데, 이걸 클릭하면 게임이 제공하는 새로운 퀘스트(드라마)를 각자 시작할 수 있다. 물론 선택은 유저의 몫이다. 하고 싶으면 하고, 안 하고 싶으면 그냥 넘기면 된다. 어차피 해당 콘텐츠는 유저 각자에게 데이터가 할당되기 때문에 스스로 진척도를 정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새로 추가된 퀘스트를 '드라마'라는 이름으로 플레이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WOW'의 길고 긴 연속 퀘스트 한 덩어리가 매주 금요일 하나씩 업데이트된다고 이해해도 좋다.
그렇다면 '마비노기'는 대체 왜 '게임'과 어울리지 않는 '드라마'로 콘텐츠를 꾸몄을까?
우선 콘텐츠 업데이트에 대한 부담. 어떤 온라인게임이고 장르가 RPG라면 콘텐츠 수급에 대해 개발진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마비노기'가 제 아무리 자유도에 기반한 커뮤니티가 중심이라고 해도, 콘텐츠에 대한 갈증은 똑같다. 특히 하드코어 유저일수록 씹지도 않고 삼켜버리기 때문에 늘 배가 고프다. 때문에 이번 업데이트는 연출을 강화하고 시간을 제한함으로써 콘텐츠 소모 속도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꼭 줄인다는 표현보다는, 콘텐츠 전개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명분'을 만들었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두 번째로는 해당 연출이 '마비노기'의 특징과 잘 맞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마비노기'는 세계관과 스토리, 그리고 이 안에 엮인 인물관계가 탄탄하다.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을 찾다 떠오른 아이디어가 바로 드라마다. 때문에 이 방식은 인물(NPC)을 더 부각하면서도, 이들 관계에 엮인 이야기를 꾸준히 펼쳐나갈 수 있다. 단순히 텍스트를 읽는 것과 비교하면 이해도 면에서도 확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황선영 실장은 유저들이 플레이를 하며 실제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 '마비노기' 챕터 5 'THE DRAMA: 이리아' 프로모션 영상
▲ 공개된 드라마의 스토리는 동영상을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일단 이번 업데이트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은 긍정적인 편이다. 공식 홈페이지나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마비노기 드라마'의 스토리에 대한 의견이 점차 많아지고 있으며, 나름의 커뮤니티도 형성되고 있다.
황선영 실장은 "신규 콘텐츠는 늘 제네레이션을 신경쓰며 만들어왔지만, 이번 건은 새로운 포맷이라 사실 내부적으로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다행히 평가나 반응이 나쁘지 않아 유저들이 좋아한다고 판단하고 있고, 이에 힘을 얻어 더 열심히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도끼눈을 뜬 유저들이 없는 건 아니다. 특히 분량. 개발팀은 매주 1시간~1시간30분 정도 분량의 퀘스트를 업데이트해야 하는데, 이게 지옥의 일정이다. 때문에 간혹 평균에 비해 분량이 줄어드는 경우가 있어, 여기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는 유저가 있다. 또, 워낙 골수 팬들이 많은 만큼, 인물의 변화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도 있다. 셧다운제가 불안한 청소년 유저들은 드라마 시작 시간을 더 앞당겨달라는 의견을 보내기도 했다. 이런 저런 피드백이 많지만, 반응이 있기 때문에 조짐 자체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해당 업데이트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황 실장은 우선 준비한 이야기가 다 밝혀질 때까지 더 힘을 내 매주 업데이트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신규 재능 '슈터' 업데이트, 그리고 변화
황선영 실장은 지난 2011년 1월 '마비노기' 개발총괄을 담당하게 된 이후,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물론 아이디어도 많았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그러나 모든 걸 적용할 수는 없었다. 오래된 게임 특성상 기술적인 부분에 어려움도 있고, 무엇보다 기존 골수 팬을 만족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개발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기존 '마비노기'의 모습을 좋아했던 유저들이 실망하면 안 된다는 거였어요. 기존의 '만족'을 유지하면서 '변화'를 해나가야한다는 게 무척 어렵죠. 다른 게임도 보면 무리하게 변화를 시도하다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잖아요. 서비스 연차가 길어질수록 변화는 불가피한데, 가장 중요한 자산은 또 유저들이니 여기서 중용을 지키는 게 참 쉽지 않습니다."
맞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장수게임은 '변화'에 선뜻 나서지 못한다. 그렇기에 '마비노기'의 꾸준한 변화는 용감한 도전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물론 도전 자체도 어려운 일이긴 하다. 콘텐츠 추가나 개선, 혹은 신규 시스템을 적용할 때마가 걱정과 우려, 그리고 갖가지 진통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드라마 연출도 그렇지만, 오늘(7일) 추가된 '마비노기'의 신규 재능 '슈터'도 이런 진통 중 하나다. 총을 쓰는 '슈터'는 지금까지의 '마비노기' 재능과 달리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표방하고 있다. '마비노기'가 워낙 정적이고 액션성이 떨어진다는 평가에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제작됐다.
"마비노기도 스타일리쉬한 액션이 가능하다는 걸 '슈터'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러나 마비노기 세계관과 맞지 않다는 소리도 많이 듣고, 밸런스에 대한 의견도 분분했죠. 일단 개인적으로는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 판타지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9년간 세상도 많이 변했으니, 마비노기 역시 묶여있는 게 아니라 변해야 한다고 보고 있어요. 동시대에 다른 게임의 트렌드에 맞는 마비노기의 모습도 유저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달까요? 이렇게 하나씩 개선해 유저들을 만족시키면, 앞으로 콘텐츠는 더 확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런 '변화'는 팬들의 마음을 잡는 것에도 목적이 있지만, 기존 휴면 유저나 신규 유저를 위한 측면에서도 꼭 필요하다. '슈터' 같은 경우 시장 트렌드에 맞게 방향을 잡으면서 기존 '마비노기'를 즐겼던 휴면 유저들이 새로운 맛에 다시 접속해 즐길 수 있게 한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또, 앞서 언급한 '드라마'는 '마비노기'의 특징인 세계관과 시나리오, 인물을 더 친근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신규 유저가 게임에 더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이렇듯 황선영 실장은 앞으로의 게임에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게임의 골격이자 특징인 자유도에 기반한 재미를 반드시 안고 가겠다는 점은 확실히 했다. 신규 재능이나 '드라마' 외에도 이번 이리아 업데이트에서는 생활스킬 추가, 생태지구 확장 등이 추가된다. 이를 통해 '판타지라이프'와 '자유도'라는 장점을 이어가고, 여전히 '즐길거리가 많은 게임'이라는 걸 부각한다는 게 앞으로의 계획이다.
▲ 새로 추가된 '마비노기' 생활스킬
마비노기, 문화 콘텐츠로 인정받고 싶어
'마비노기'는 판타지라이프로 시작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그리고 앞으로는? 최종 지향점은? 이에 대한 질문에 황선영 실장은 문화 콘텐츠로써 '마비노기'가 인정받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마비노기의 최종 지향점은 하나로 보고 있지 않아요. 우선 지금까지 펼쳐진 세계관이나 인물, 그리고 각종 역사를 게임 외에 매체로도 펼칠 수 있는 걸 계획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플랫폼에서 서브 콘텐츠를 준비 중이고, 캐릭터 사업도 준비하고 있죠. 드라마에서 캐릭터가 부각되면 이를 통해 다른 콘텐츠를 찾을 수 있는 기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확장에 확장을 거듭해 문화 콘텐츠로 인정받고 싶습니다. 또, 게임으로써 '마비노기'는 자유도가 큰 장점이잖아요. 서비스가 시작되던 해, 이와 같은 게임이 없어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요, 당연히 관련된 자유도는 이어가야 한다고 보고 있어요. 최근 들어 생활형 콘텐츠를 강조한 게임이 몇 종 나왔는데, 그 욕구를 더 채워줄 수 있는 새로운 방향도 꾸준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 작년 9월 열린 '마비노기' 오프라인 행사 '판타지 파티'
문화 콘텐츠로써 '마비노기'라고 한다면 당연히 유저가 빠질 수가 없다. 관련된 어떤 내용을 내세우든, 유저들이 커뮤니티 등을 통해 빚어낸 고유의 게임문화가 뼈대가 되기 때문이다.
황 실장 역시 이 부분은 중요하다고 언급하면서, 앞으로 유저들과 다양한 활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판타지 파티' 같은 유저 초청 오프라인 행사도 이 중 하나다. 황 실장은 해당 행사가 정해진 인원만 참석하는 형태였는데, 작년 오픈형으로 전환해 무려 1,000명의 유저가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의미 있는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마비노기' 관련 상품을 만들어 유저들에게 판매하고, 이 수익금을 사회공헌활동에 쓰기로 한 것. 실제로 이렇게 마련된 기금은 작년 10월 난치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에 '소원성취기금'으로 전달돼 훈훈한 뒷이야기를 만들기도 했다. 황 실장은 이런 '참여' 기반의 활동영역을 더 넓히겠다고 전했다.
"목표요? 세 가지가 있어요. 회사 내에서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는 것, 현재 함께하는 개발진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사는 것, 그리고 우리 유저들이 '마비노기'로 인해 행복해지는 것(웃음)."
▲ 넥슨 라이브1본부 황선영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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