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이즈 데드, 단언컨대 그냥 B급
2013.08.13 14:01게임메카 임진모 기자
▲ 지난 1일 멀티 플랫폼으로 출시된 '킬러 이즈 데드'
줄곧 자신 만의 독특한 철학이 가미된 '괴작'을 선보인 스다 고이치의 신작 액션게임 '킬러 이즈 데드'가 지난 1일 PS3, Xbox360으로 정식 발매됐다.
'킬러 이즈 데드'는 전작 '롤리팝 체인소'에 이어 그래스호퍼 메뉴팩쳐와 카도카와게임즈가 공동 개발한 두 번째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독창적인 비주얼과 스타일리쉬한 액션을 융합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밑도 끝도 없는 전개와 B급 유머 그리고 미녀들과 뜨거운 밤을 보낼 수 있는 아찔한 콘텐츠까지, 팬들 사이에서는 스다 고이치 작품들 중에서도 한 획을 그을 '대작’으로 발매 전부터 기대가 커왔다.
▲ '킬러 이즈 데드' 프로모션 영상
하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아 도리어 실망을 안겨주었다. 실제 일본 현지 타이틀 판매량도 첫 주 1만장에 그쳐, 안타까움을 넘어 비참할 정도다. 개인적으로 그 이유를 좋은 콘텐츠임에도 완성도 있게 꾸미지 못했다는 점을 꼽는데, 무엇이 문제인지 이제부터 하나씩 이야기하고자 한다.
독창적인 비주얼? 실제론 눈 피로감에 멀미만 유발
가장 먼저 ‘킬러 이즈 데드’의 지나친 색감(색에서 받는 느낌)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게임의 그래픽은 리얼함을 강조한 일반적인 3D와 달리, 애니메이션 느낌의 카툰렌더링에 조금 더 독특한 기법이 가미됐다.
▲ 누구나 독창적인 비주얼이라 느낄 '킬러 이즈 데드'의 그래픽
게임의 그래픽은 빨간색과 검은색을 유독 강조했고, 보라색과 파란색까지 더해져 전반적으로 우울하고 차갑다는 느낌을 준다. 여기에 순탄치 않은 게임 스토리 및 전개와 잘 맞물려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 하지만 그것도 잠깐, 전투에서 지나친 색 변화에 게이머의 눈이 고통스럽다
하지만 문제는 액션 파트에 있다. 주인공 문도는 오른손엔 검(주무기), 왼손엔 형태가 변하는 기계팔(의수, 서브웨폰)을 사용해 전투를 진행하게 된다. 검 액션은 버튼 연타에 따라 연속 베기와 홀드기로 파생되고, 의수는 펀치 공격과 함께 드릴이나 총으로도 변하는 등, 각종 상황에 알맞게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상대의 공격을 반격하거나 빈틈을 잡아 처형(특수기)을 감행할 수도 있는 등, 여타 같은 장르의 게임 못지 않게 다채로운 액션을 즐길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각 액션마다 색감이 지나치게 뒤바뀌거나 엉킨다는 점이다. 베기 액션 중엔 흰 선이 연속해서 교차하고, 홀드 공격엔 아지랑이처럼 검 주변에 푸른 불꽃이 감돈다. 그리고 반격과 처형시엔 붉은색과 검은색만이 화면 상에 표시되는데 거칠게 흔들리며 진동하기도 한다. 액션 게임 특정상 1초라는 짧은 시간에도 수많은 공격이 교차한다. 즉 지나친 색 변화가 계속해서 게이머의 눈을 자극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시시각각 눈을 압박하는 색감에, 액션의 화려함을 매료되는 것도 아주 잠깐이다. 미션을 완료했을 때 돌아오는 건 극심한 눈의 피로감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자의 경우 심할 때는 두통이 동반돼 멀미 증상을 느꼈을 정도였다. 미션 하나당 이벤트 감상까지 포함해 대략 20분 정도 소요되는데, 마치 2시간 이상 쉬지 않고 게임을 즐겼을 때 느낄 수 있던 체력 소모와 맞먹었다.
▲ 액션이 바뀔 때마다 색감이 지나치게 뒤바뀌거나 엉키는 것이 문제
▲ 너무도 많은 빛과 색이 게이머의 눈을 자극, 극심한 피로를 안겨준다
단언컨대 화려한 액션과 짜릿한 사운드까지, ‘킬러 이즈 데드’의 타격감은 스다 고이치의 전작들보다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재미와 별개로, 지나친 색 변화에 따른 눈의 피로가 동반되니 긍정적인 생각보다는 부정적인 효과가 더 컸다. 눈의 피로는 곧 몸의 피곤으로 이어지는 만큼, 플레이를 지속하고자 하는 의지가 쉽게 꺾이니 말이다.
DLC 의식? 짧고 뻔한 구성의 메인 스토리
‘킬러 이즈 데드’의 또 다른 문제점은 메인 스토리의 재미가 단순한 서브 미션보다 뒤떨어진다는 것이다. 메인 스토리는 총 12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큰 사건을 중심으로 다양한 옴니버스(단편) 이야기가 덧붙여졌다. 주인공 몬도 재퍼는 지구와 달을 넘나들며 처형 대상의 수급(머리)을 베어오는 킬러로 활약한다.
▲ 애니메이션으로 옮겨와도 손색없을 기승전결 뚜렷한 옴니버스 이야기
▲ 하지만 메인 스토리의 볼륨은 인심써야 5시간 안팎, 많이 짧다
시작은 좋다. 개성 뚜렷한 등장인물들과 매력을 더한 이벤트(연출) 그리고 처형사무소를 찾아오는 범상치 않은 의뢰인과 더 경악할 만한 처형 대상(보스) 등, 그대로 애니메이션으로 옮겨와 방영해도 좋을 만큼 기본적인 틀은 잘 잡혔다.
하지만 미션 하나당 소요되는 약 20분 X 12개의 스테이지까지, 총 플레이 시간은 4시간 정도다. 누구라도 반나절 안에 엔딩을 볼 수 있을 만큼 메인 스토리 볼륨은 짧다. 더욱이 아직 더 풀어야 할 이야기가 많아 보임에도 급작스럽게 스토리를 끝낸다.
그렇다면 짧은 시간 인상 깊은 플레이를 즐길 수 있을까 싶지만, 이 역시 아니다. 스테이지에 따라 강제로 걸어서 이동하도록 하거나 특정 시간 동안 쏟아지는 몬스터 처치 및 맵 어딘가 숨어 있는 물건 찾기 등 신선함과는 거리가 먼, 억지로 플레이 타임을 늘리기 위한 구성이 되풀이된다.
▲ 강제로 걷게 하거나 뻔한 몬스터 소탕 같은, 억지로 플레이 타임을 늘리기 위한 구성이 대부분
▲ 여기에 몬스터 중복까지 더해져 새로운 스테이지에 대한 기대감까지 꺾인다
또 중반부터는 몬스터 등장 숫자에만 차이가 있고, 같은 타입만 중복해서 쏟아진다. 자연스럽게 새로운 스테이지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보스전은 이벤트에 가깝게 묘사돼 공격하는 순간에 맞춰 회피기 및 반격 타이밍만 잘 소화하면 클리어하는데 큰 무리가 없을 정도로 단순하다. 그저 HP가 많아 필요 이상으로 시간만 잡아먹을 뿐이다.
▲ 보스전은 회피기 및 반격 타이밍만 잘 소화하면 클리어하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로 단순한 편
반면, 서브 미션은 메인 스토리와 비교해 그나마 신선한 편이다. 서브 미션의 종류는 오토바이로 이동하며 장애물은 피하고 적을 제압한다든가 제한 시간 내 적 처치 및 목적지 도착 등, 소재에서 메인 스토리와 차별화됐다. 순수하게 목적만 달성하면 돼 시간을 끈다거나 억지로 걷게 하는 등의 강제성 없이 순수하게 액션만 즐길 수 있도록 꾸며졌다. 그리고 서브 미션을 클리어해야만, 이후 설명할 ‘지골로 미션’에서 미녀들에게 선물할 수 있는 상품의 목록도 늘어나기에 혜택(보상)도 더 좋다.
▲ 그나마 알차게 꾸며진 서브 미션이지만, 사실 플레이 유무가 크게 게임에 영향을 끼치진 않는다
하지만 서브 미션을 진행할지 여부는 어디까지나 게이머의 의사에 달려있다. 모든 게이머가 서브 미션 달성에 반드시 열을 올린다고 볼 수는 없다. 가뜩이나 과도한 색감에 눈도 피곤한데, 굳이 안 해도 될 부분까지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까 싶다.
남자의 본능을 자극한 ‘지골로 미션’
‘킬러 이즈 데드’의 ‘지골로 미션’은 미녀의 신체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가슴 속에 끊어 오름(?)을 즐기는 일종의 연애 모드다. 방법은 간단하다. 미녀가 잠시 다른 곳에 눈길을 준 사이, 신체 특정 부위를 훑어보며 흥분 지수를 최대치까지 높이면 된다. 귀엽거나 섹시하게 때론 신비하기까지, 미녀들은 복장과 대사는 노골적으로 섹스어필을 한다. 쓰리사이즈에 동양과 서양 미녀까지 게임 내 상세히 묘사해 개발팀이 작정하고 만들었음을 느낄 수 있다.
▲ 노골적으로 훔쳐보기를 즐길 수 있는 남자의 게임 '지골로 미션'
▲ 미녀들의 쓰리 사이즈, 성격, 취향까지 철저히 구분해놓아 공략하듯 즐길 수 있다
이어 시선으로 즐기며 흥분 지수를 최대치로 높이면, 선물 공세를 통해 게임 화면 아래에 표시된 하트가 최대치에 이르면 미녀와 뜨거운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선호하는 선물이 미녀에 따라 달라 공략하듯 즐길 수 있고, 지골로 아이(캣츠아이) 아이템을 장착하면 그녀의 옷 안을 투시(속옷 차림)해 훑어보는 것이 가능해 재미는 배가된다.
무엇보다 ‘지골로 미션’의 묘미는 남자의 훔쳐보고 싶은 야릇한 심리를 절묘하게 자극했다는 점이다. 총 3단계로 나뉘는데 ▲ 함께 손잡고 자리를 옮긴다 ▲ 함께 손잡고 자리를 옮겨 침대에 눕는다 ▲ 함께 손잡고 자리를 옮겨 침대에 누워 격정적인 시간을 보낸다 등으로 분류했다. 즉 미녀를 같은 방법으로 총 3번 공략에 성공하면 정복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마지막 단계에서는 보이스를 뺀 대신, 빠른 템포의 BGM을 넣는 세심함까지 발휘했다.
▲ 선물 공세와 함께 그녀의 환심을 사고
▲ 날도 덥고하니 자연스럽게 탈의와 함께 뜨거운 시간을...!
▲ 그리고 마무리, 달성과 함께 밀려온 것은 더 이상의 플레이가 필요없다는 결과뿐
아쉬운 점이라면 모든 미녀가 아닌 특정 미녀만 공략할 수 있다는 선택폭의 제한으로, 추후 DLC로 이러한 부분을 채워나가지 않을까 싶다. 또 아이러니하게도 한 번 정복한 대상에겐 더 이상의 후광 효과를 기대할 순 없다. 이미 목적은 달성해 그 이상의 자극은 없다는 뜻이다. ‘지골로 미션’은 해당 미녀를 정복해가는 과정이 재미일 뿐, 정복한 이후엔 아무리 플레이 반복해도 그때 그 강렬한 느낌이 살아나진 않는다.
발매 전부터 ‘지골로 미션’은 게임 속 숨은 빅 재미로 기대가 커왔지만, 메인 스토리와 마찬가지로 볼륨이 짧고 더욱이 몇 번 즐기다 마는 미니 게임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이번 신작은 제대로 된 B급이 아닌, 조잡하고 엉성한 그냥 B급
‘킬러 이즈 데드’는 짧은 메인 볼륨에 안 해도 그만인 서브 미션을 필요 이상으로 화려하게 꾸몄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정복과 함께 플레이할 목적 자체를 잃는 ‘지골로 미션’으로 구성됐다. 여기에 최근 발매되는 게임치곤 드물게, 인터넷 플레이도 지원하지 않는 1인용이다. 깊이 파고들만한 요소도 없을뿐더러, 게이머로 하여금 단기적인 목적 의식만 충족시켰다. 그렇다고 콘텐츠마다 만족할 수 있을 만큼의 완성도로 꾸며진 것도 아니기에, 모든 것이 조잡하고 엉성한 느낌이 강하다.
마지막으로 팬들은 스다 고이치의 작품을 일컬어 '약 빨았다'는 말을 자주한다. 하지만 이 약도 꼭 필요할 때 섭취해야 약이지, 과다 복용은 밸런스 붕괴만 초래한다. 이번 '킬러 이즈 데드'가 그 경우이지 않나 싶다.
▲ 과도한 약물섭취는 밸런스 붕괴만 초래, '킬러 이즈 데드' 그 경우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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